야, 왜 이렇게 춥냐 ? , 병식아 !  

임마, 너만 추운게 아냐, 난 더 추워.  

영철에게 병식의 볼멘 대답만 되돌아왔다, 

 여기가 강원도라던데…

이렇게 눈이 산을 덮고 있으니 처음 보는 경치이긴 한데…

세상 추위는 다 여기에 모여 들었나 ?

원래 그런감 ?

내 손.발이 어디에 있는지 감각이 없네…

주먹밥이 아니라 돌밥이다. 

식사로 보급 되는 주먹밥.  

돌도 이보다 더 단단하지는 않겠다.

새벽마다 끓이는 쇠죽에 넣었다 꺼내 먹었으면…

아니, 어머니의 보리밥 한 숫갈이 무엇보다 간절하다.

그러고 보니 아침 일찍 일어나 쇠죽 끓이는 게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은 그립네.

여기보다야 덜 춥지만,

일찍 일어나 없는 양식에 아침 준비하시던 어머님은 잘 계시는지 ?

그 굵은 손마디로 상머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억척스레 일하시던 어머님.

그리고 논, 밭으로 오가는 아버지, 굽은 허리로 지는 지게에는 또 얼마나 무거운 짐이 얹혀 있었던가 ?

모병관에 이끌려 군복을 입었던 날이 손으로 꼽을 정도인데 …

벌써 남녘 고향이 아득히 먼 느낌이다.

야 !

참호로 꼬나박아 !

소대장 고함이 들리는가 싶더니 쉿 ~ 쉿~ 하는 뱀 혀 날름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곧 이어… 꽈꽝 ~~~

포성에 귀가 얼얼하고 몸은 땅과 함께 춤춘다.

젠장 ! 또 오랑케 놈들이 날렸구나 !

병식이와 영철이는 그렇게 며칠 째, 

밤이면 새앙쥐 제 집 드나들 듯 참호 속을 들락거리고, 낮이면 산길 들길을 걷고 또 걸었다. 

처음 포성을 들었을 때는 자지라질 듯 놀랐지만, 지금은 제법 여유를 부릴 만큼 익숙해지고 있었다.

소대원을 집합시킨 소대장,

“우리가 1.4 후퇴로 잠시 밀렸지만,

지금은 오랑캐를 밀고 북진하고 있다.

며칠 안으로 다시 38선을 돌파하게 될 것이다.

좀 더 힘을 내라. 알았나 ?”

참호로 돌아온 둘은 서로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중공군이 어스름 달밤에 나팔 불며 달려들면 무섭다더니, 별 것 아닌가 ?

“그 놈들을 쳐부수고 나면 집으로 갈 수 있을려나 ?”

“병식이 너 영자 생각하고 있지 ?”

“영철이 너는 순자 생각 ?”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우선 못 견디게 추운 날씨가 괴로웠고, 둘 다 고향에 계신 어머님 걱정을 하고 있었다.

소 죽은 누가 끓이며, 땔감은 또 누가 하나…

다시,  

쉿~  쉿 ~ 

꽝 ~  꽝 ~

한 참을 악마구리 같이 사방을 뒤덮던 포성이 잦아들었다.

그러나 참호 속은 칠흑 같은 어둠에 같혀  호수 같은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

*****

국군 유해발굴단의 추단에 의하면,

청태산 일대는, 1951년 봄, 유엔군의 반격시 중공군과 국군 사이에 엄청난 사상자를 내며 격전을 치른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산 등성이를 따라 국군 유해발굴작업을 하였고,  

그 흔적이 나뭇닢 처럼 가지에 달려 흔들거리는 리번이다. 

산죽과 잡목이 우거진 곳에 옛 참호의 흔적을 지금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나는 두 번 정상과 등성이를 오갔는데…

봄에 등산겸 꽃을 보러 갔었다.

그리다 나무 가지에 달린 리번을 보고서야,  

거기서 수 많은 국군 전사자가 무명의 혼백으로 방황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은 산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리번이 펄럭이고 있다.

등산객들이여 !

당신들이 무심코 지나다니는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이름 없이 스러져간 영령들이 이 곳을 방황하고 있다는 걸 잊지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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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태산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해발 1,2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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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군 침입과 U.N군의 후퇴 그리고 재반격

1950.11월 중.하순 : 중공군 장진호 전개

1951.01.14        : 서울 철수

1951.03.15 ……… : 서울 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