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1년 걸리는 전투기 정비 기술, 6개월 만에 배우라고?

충무공 | 2016-06-25 16: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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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50은 한국에서 만든 최초의 초음속 경공격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록히드마틴 사의 기술 지원을 받아 2008년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사실 '한국형 경공격기 사업'은 더 오래 전부터 계획됐다. 1993년 수립된 한국형 훈련기 사업(KTX-2)에 따라 2001년 최초의 한국형 훈련기 T-50을 양산했고, 여기에 단계적으로 무장을 추가하고 성능을 개선한 '최종 버전'이 FA-50이다. 최고 속도는 마하 1.5(약 1836㎞/h)에 달하며, 자동화 생존 시스템과 정밀유도폭탄 투하 능력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20년 걸린 숙원 사업의 결실이 FA-50이다.

2014년 10월30일 공군 원주기지의 FA-50 전력화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FA-50은 창조경제의 성공 모델이며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FA-50 전력화 유공자'로 선정된 공군 인사들은 보국훈장 삼일장, 대통령 표창 등을 받았다. 개발사인 KAI는 2013년 이라크에 24대, 2014년 필리핀에 12대 수출 계약을 맺었다. 페루와 타이 등과도 수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4월 KAI가 방산 비리 의혹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는 와중에도 남미 정상들과 FA-50 수출 협상을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생산된 초음속 경공격기 FA-50. 가격은 대당 300억원꼴이다.

한국 공군은 FA-50 60대를 운용 중이다. 방위사업청은 KAI와 2011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총 1조8100억원 규모의 양산 계약을 맺었다. 대당 300억원꼴인데, 엔진과 훈련 매뉴얼을 합치면 더 비쌀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KAI 측은 향후 수출 계획을 이유로 정확한 양산 비용 공개를 거부했다).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간 항공기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은 정비사이다. 공군은 FA-50을 비롯한 모든 항공기에 '정비기장'을 둔다. 정비기장은 원사~하사 계급을 가진 직업군인으로 각 정비기장은 자신이 담당하는 항공기의 정비를 총괄한다. 갑·을·병 정비기장은 A·B·C 항공기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갑-A, 을-B, 병-C 방식으로 '매칭'한다. 정비 측면에서 정비기장은 일종의 비행기 관리의 주인인 셈이다.

정비기장은 고도의 숙련 인력이다. 단순히 항공기 정비 업무를 오래 했다고 모든 기종의 정비기장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군 항공기 정비기장 자격을 얻으려면 해당 기종의 정비기장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종합 자격증이 아니라, 해당 기종에 맞는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기종별 정비 경력이 필요하다. 공군본부는 '항공기 정비관리 지침서'에 항공기 종류별로 필요 정비 경력을 나누어 규정했다. 전투 임무기에 속하는 FA-50 정비기장이 되려면 '정비 실무경력 2년 이상, 해당 기종 정비 실무경력 1년 이상'이 필요하다.

그런데 원주 공군기지의 FA-50 정비기장이 규정보다 빠르게 양성되고 있다. 지난해 공군본부가 하달한, 원주 공군기지의 FA-50 전투기 정비기장 자격 부여 지침을 <시사IN>이 입수했다. <시사IN>이 입수한 'FA-50 기종 전환 정비사 교육 계획'에 따르면, 공군본부는 원주 공군기지의 FA-50 정비기장 자격 취득 기준을 완화했다. 기존 1년이 아니라 6개월 동안만 FA-50 정비 경력을 갖추면 정비기장이 될 수 있게 한 것이다. 필요 경력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내부 규정상 다른 어떤 항공기도 1년 미만 경력으로는 정비기장이 될 수 없다. 안전을 위해 둔 '수습 과정'이 유독 FA-50 정비에서만 줄어든 것이다.

공군 비행기 추락사고 단골 원인은 '정비 불량'

공군은 FA-50 60대를 원주와 예천에 분산 배치하고 있다. 원주 공군기지에 40대를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 실무경력 완화 지침은 바로 이 원주의 정비사들만을 대상으로 했다. 예천의 FA-50 정비기장 후보들은 당초 규정대로 1년 동안 과정을 밟아야 한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FA-50이 원주에 더 많이 들어와서 정비기장도 빨리 양성하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4년 10월30일 ‘국산 전투기 FA-50 전력화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1년 동안 배워야 하는 일을 6개월 만에 익히라고 한다면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원주 공군기지는 '군대식'으로 학습량을 보충했다. 감독관들은 FA-50 정비기장 후보자들에게 거의 매일 야근과 주말 근무를 시켰다. 이들은 휴가도 제한받았다. '나머지 공부'의 내용도 문제였다. 정비 실무에 익숙해지기보다는 시험에 나오는 매뉴얼만 독파했다. 밤늦게까지 책상머리에 앉아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것이 정비사들의 일상이었다.

낙오자가 나왔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6월8일 원주 공군기지에서 주관한 정비기장 실무시험에서 응시자 14명 전원이 불합격했다. 정비기장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을 상황이 되자 정비중대 감독관이 평가를 수행하는 감독관에게 '몇 명만 붙여달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주 공군기지 관계자는 "시험이 있었는지 공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공군본부 측은 "확인 결과 원주기지 정비기장 시험은 아직 진행 중이며, 낙방이 결정된 사람은 없다"라고 해명했다.

정비 불량은 공군 비행기 추락 사고의 단골 원인이다. 2012년 11월15일 오전 10시28분, 공군 T-50B 항공기가 강원도 횡성 야산에 추락했다. 이륙 5분 만이었다. 사고 기체는 산산조각이 났고 조종사 김 아무개 소령(32)은 순직했다. 공군 사고조사단은 사고 원인을 "정비사의 실수"라고 밝혔다. 해당 정비사의 직속상관은 사고 12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FA-50은 추락한 T-50B와 동종 계열 전투기다. 추락 사고가 난 T-50B 훈련기 역시 원주 공군기지 소속이었다.

2013년 9월26일 충북 증평에서 추락해 조종사가 비상 탈출한 F-5E 항공기 사고 또한 정비 불량에 따른 것이었다. 공군본부도 정비 실태의 심각성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해 9월 공군본부는 내부 규정인 '항공기 정비관리 지침서'를 전면 개정하면서 개정 배경으로 "인적과실 사고(2012년 T-50B, 2013년 F-5E) 이후 공군본부·사령부에서 지시·강조한 업무지침 체계적 재정립 필요"를 꼽았다.

공군본부 관계자는 "기장 자격 완화 지침은 규정상 문제가 없으며, 필요한 조치다"라고 말했다. 내부 규정에 있는, '신기종 전력화 부대 등 현행 기준 적용이 매우 제한될 경우에는 참모총장 지침에 따라 (정비기장 자격 요건인) 실무경력을 조정할 수 있다'라는 '단서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1년간 실무를 경험한 정비기장들이 배출될 때까지 FA-50의 작전 투입을 미룰 수 없는지 물었다. 이 관계자는 "불가능하다. 전력 운용에 대해 공군 나름의 마스터플랜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런 해명에 대해 공군 관계자는 "'전력화라는 개념은 비행기 구입과 조종사 훈련, 정비기장 배출을 모두 적절히 마쳤다는 의미다. 공군은 비행기 구입에만 고액을 들이고, 안전을 책임지는 정비기장 훈련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00년 이후 공군 항공기는 25차례 추락했다. 순직한 조종사는 총 26명이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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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에서 무리한 짓을 하고 있는것 같네요. 그러다가 죽어나가는 조종사들과 기체는 누가 책임질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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