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2월 3일 중앙일보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2689≫

서울 재탈환(再奪還)

적(敵)의 퇴각여부 확인위해 야음(夜陰)타 도강(渡江). 15연대(聯隊)의 선봉(先鋒)으로 중앙청(中央廳)까지 진격

[if !supportEmptyParas]> 

과천(果川)전투에선 15연대뿐 아니라 중국인(中國人)수색대의 피해도 컸다. 부대장(副隊長) 강혜림(姜惠冧)씨의 전사 외에도 8명의 수색대원이 중상을 입었다. 강(姜)씨의 유해는 곧 화장(火葬)해 일단 부산화교(釜山華僑)소학교에 임시로 안치했다. 아군이 다시 북진하게되면 가족이 있는 평양(平壤)에 안장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국 북진은 못한 채 휴전이 돼 버려 이같은 희망은 무산되고 말았다.

[if !supportEmptyParas]> 

훗날의 얘기지만 휴전 후 강(姜)씨에게 은성(銀星)화랑무공훈장이 추서된 뒤에도 그의 유골은 오랫동안 임시안치소인 부산(釜山) 화교(華僑)소학교에 남아있었다. 옮길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63년 예편돼 석공(石公)에 근무하던 김안일(金安一)장군이 국방부에 강(姜)씨의 동작동 국군묘지(銅雀洞國軍墓地) (현 국립묘지) 안치를 건의,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강(姜)씨는 외국인 자격으로, 대한민국을 위한 업적이 현저하게 커야 안장이 가능한 국립현충원에 묻히게 됐다.

( ※2016년 기준 국립현충원에서 안장된 외국인 - 캐나다 국적 스코필드 박사, 미국국적 서재필, 스페인국적 안익태, 중화민국 국적 강혜림, 위쉬팡 )

[if !supportEmptyParas]> 

과천(果川)작전이 끝난 후 수색대는 쉴사이도 없이 곧 서울진격에 참여하게됐다. 1.4후퇴로 빼앗긴 서울의 재탈환을 위한 총공격이었다. 이 작전에서도 중국인(中國人) 수색대는 알려지지 않은 조그만 비화를 남겼다. 3월 14일의 서울재탈환 직전 한강(漢江)을 건너 시내에 발을 디딘 첫부대가 된 것이다.

[if !supportEmptyParas]> 

당시 아군은 한강(漢江)인도교 남쪽 영등포(永登浦) 일대에 포진하고 있었다. 인도교 동쪽, 현재의 반포(盤浦)단지 쪽은 미(美)3사단이 맡았고 김안일(金安一)대령의 15연대는 서쪽에 진지를 구축했다. 연대 CP는 영등포(永登浦), 지금의 동립(東立)산업자리에 있었다. 영국(英國)포병여단이 15연대를 지원하고 있었다.

[if !supportEmptyParas]> 

이때 미군(美軍)측은 당장 한강(漢江)을 건널 경우 적의 저항으로 아군 피해가 너무 클 것이라고 판단, 포격만 하며 도하작전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면서 적의 눈을 속이기 위해 밤마다 빈 ‘트럭’을 총동원해 일렬로 ‘헤드, 라이트’를 켠 채 계속 인천(仁川)쪽으로 가는 위장전술을 폈다. 물론 어느 정도 간 후엔 불을 끄고 다시 몰래 돌아오곤 했다. 전형적인 양동(陽動)작전이었다.

15연대는 鷺梁津(노량진)의 고지대인 사육신(死六臣)묘지에 3대대 9중대를 배치해 강 건너 적진을 관찰하도록 했다. 3월 10일인가의 저녁 무렵, 연대장 김(金)대령은 이곳에서 망원경으로 적진을 관찰했다. 그런데 강 건너편엔 의당 포진하고 있어야 할 적병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불만 켜있는 듯 시가지가 훤하기 비치고 있었다. 김(金)대령은 무언가 집히는 것이 있었다. 곧 대대장과 의논했다. 대대장은 불이 훤한 것에 대해 “아마도 아군의 포화로 시가지가 타는 모양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金)대령의 생각은 달랐다. “아냐, 저건 민가에서 켜놓은 불같아. 적이 있으면 불을 켜게 할 리가 없는데.”

[if !supportEmptyParas]> 

아무래도 적이 퇴각한 것 같다고 판단한 김(金)대령은 강건너로 정찰대를 들여보내기로 결정했다. 뽑힌 것은 물론 중국인(中國人) 수색대였다. 위씨등 수색대원들은 비밀 도강(渡江)명령을 받고 가슴이 설레었다. 선발된 대원들은 자그마한 M2군정(軍艇)에 타고 한밤중 어둠속에 출동했다. 모습을 감추기 위해 인도교 교각에 바짝 불어 소리없이 강을 건넜다. 건너편 강안(江岸)에 닿아도 기척이 전혀 없었다. 조심조심 포복해 적진지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부근 시가지를 둘러봐도 마찬가지로 적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if !supportEmptyParas]> 

수색대원들은 주의를 끌기위해 일부러 기관단총을 허공에 한번 갈겨보기도 했다. “드르륵” 총성이 어둠속을 울렸으나 아무 반응도 없었다. 적이 없음을 확인한 이들은 새벽 2시쯤 다시 강을 건너 귀대했다. 돌아와 보니 본대에선 무척이나 걱정하고 있었다. 건너간 후 한참 만에 “드르륵”소리가 한번 난 후 다시 아무 소리도 없었으니 도대체 무슨 일인가 불안해 할 만도 했다.

[if !supportEmptyParas]> 

“적이 없다”는 이들의 보고를 받은 김(金)대령은 새벽에 산하 1개 중대를 도강(渡江)시켰다. 이 부대도 아무 저항 없이 麻浦(마포)의 고지까지 점령해 버렸다. 후에 알고보니 적은 아군의 양동작전에 속아 병력을 인천(仁川)쪽으로 돌렸던 것이다. 그런데 15연대의 이같은 단독작전이 말썽이 됐다. 미군(美軍)사령부에서 작전계획위반이라고 불호령이 내린 것이다. 사령관 ‘리지웨이’ 자신이 ‘헬리콥터’로 한강(漢江)백사장에 내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져묻는 둥 야단이 벌어졌다. 김(金)대령은 상황을 소상히 보고했다. “중국인(中國人) 수색대가 정찰해보니 적이 없어 1개 중대를 보냈다”는 설명에 미군(美軍)수뇌들은 수긍하고 화를 풀었다고 한다.

[if !supportEmptyParas]> 

곧이어 서울입성 명령이 떨어졌다. 15연대가 선봉이 돼 미(美) 해병대의 수륙양용전차를 타고 도강, 서울에 입성했다. 중앙청(中央廳)에 태극기를 꽂은 것도 15연대였다. 중국인(中國人) 수색대도 이들과 함께 영예를 누릴 수 있었다. 서울탈환 후 얼마동안 중국인(中國人) 수색대는 약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구로동(九老洞)에 주둔하며 작전대신에 전화(戰禍)에 시달리는 이재민들의 지원에 힘쓰기도 했다. 부대에서 나오는 약간의 돈으로 그렇게 원하던 밀가루 음식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