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곰탕 메뉴와 임꺽정 취사반장의 분노

울프독 | 2016-02-03 13: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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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식당 꼬리곰탕 메뉴와 고약한 임꺽정 취사반장

 - 이 글은 독자 여러분이 재미있게 읽으시도록  풍자기법으로 쓴 글입니다.

   군부대의 수준 높은 급식 메뉴에 감동한 사연을  쓴 것입니다.

   절대 군이나 특정인의 인격을 모욕을 할 의도가 없으니 양해바랍니다.-

 

며칠 전 철원에 있는 보병 6사단 7연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한 병사의 러브 스토리를 포스팅 할 계획이 있어 취재를 간 것이다,

 

그 병사와 인터뷰를 마칠 무렵 7연대 회의 집합이 있었다.

연대의 간부들을 더 만날 일이 있어서 회의가 끝나면 다시 돌아오기로 하고

철원 평야 드라이브나 하자고 연대 본부를 나섰었다.

 

차를 주차한 곳에 가다가 근사한 장병 식당 건물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안을 들여다 보니 오늘의 메뉴판이 보였다.

보시다시피 정말 잘 짜여진 메뉴였다.

 

밥, 국, 그리고 반찬 한 가지, 단 3가지 급식의 가난한 메뉴 시절에

군 생활을 했던 나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메뉴를 보자.

 

그냥 곰탕도 아니고 비싼 꼬리곰탕이 장병들 메뉴에 있지 않는가 !

그냥 곰탕도 비싼 판에 꼬리곰탕은 더 비싸서 사회의 나도 자주

사먹지 않는다.

 

이렇게 비싼 음식이 장병들에게 급식된다니!

감동의 놀람이 가슴 속을 쓸고 지나간다.

나는 요새 대유행하는 맛집 기행 같은 글로 이 장병 식당에 써비스되는

고급 메뉴를 소개하고 싶었다.


꼬리곰탕이 있는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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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모자란 나는 여기서도 깜박 실수하고 말았다.

보니 식당의 책임자는 상사였다. 우리 때는 취사반장이라고 했는데 요즈음은 그

직책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들어가서 말을 걸어보았다.

“ 혹시 돈 지불하고 식사 좀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안면이 있는 7연대 간부들에게 부탁한다면 밥 한 끼 얻어먹는

것은 문제가 없었겠지만 자존심이 이를 가로 막았었다.

 

부대에 출입하는 사람들이 장병 식당에서 공짜로 식사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었다. 그런 무전취식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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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식당의 부식등의 식사 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발생한 일이었을 것이다.우리 때는 부대 주변의 못사는 농민들도 일 보러 영내에 들어왔다가 부대 식사하고 가라고 하면 질색을 하고 도망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식사의 질이 형편없어서 였다. 노병들은 이런 밥을 먹으며 3년간

국가에 봉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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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날도 철원으로 가던 도중에 미리 점심 식사를 하고

연대에 도착했었다.

 

그래서 그런 말도 안되는 무리수를 두었던 것이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당연히 차가웠다.

“뭐요? 밥 안 팔아요!”

 

벌건 대낮에 별 미친놈이 찾아와서 업무 방해를 한다는 어조였다.

그 거절의 말에 상사의 얼굴을 다시 보니 별로 이쁘게 생긴 형상이

아니었다.

 

600년 전 조선 명종 때 지금의 7연대 옆 고석정에서 놀던 임꺽정의 험악한 얼굴과 흡사했다 .덥수룩한 수염만 붙여준다면 TV 역사극의 임꺽정 역할을 했어도 시청자들에게 주는 그 강렬한 인상으로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나는 무색한 기분에 얼굴이 벌개졌다.

‘ 자식-! 먹는 것 가지고 치사하게 구네’


7연대 부근 고석정에서 놀던 조선 명종 때 임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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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떨떠름한 기분으로 물러 나와서 부대 밖으로 드라이브 외출을 하였다.

부대 밖 철원 평야를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초산부대 2대대의 행군 구경등으로 약 두 시간을 보내고 부대로 다시 돌아왔다.

 

이미 밤이 오는 시간이었다.거의 어두어진 시간에 식당에서는 저녁 식사를 마친 장병들이 여기저기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을 뿐이었다.나는 식당 옆에 차를 주차하고 수 십 미터 떨어진 본관으로 향했다.

 

꼬리곰탕 생각이 다시 났으나 그 꿈은 느닷없이 나타난 임꺽정에게

산산 조각이 나고 말았다. 아까 나를 정신병자 취급을 하던 경멸의 표정을 어디로 가고 무시무시하게 화가 난 표정이었다.그런 표정으로 그는 나를 거세게 몰아세웠다.

 

“ 머하는 사람이세요?”

“ 왜 왔어요?”

“ 누구 만나러 왔어요?”

“ 검열하러 온 것 아니오?”

 "   머 할려고 그래요?"

그의 분노는 점점 에스카레이션했다.자기 화에 화가 내서 더 화를 내는 분노 자가 발전 형의 고약한 성격 같았다.잘못되면 진짜 임꺽정이 휘 둘렀을 박달 몽둥이가 나의 면상에 날아올 것 같았다.

 

'도망가자.'

나는 더 이상 대꾸를 안하고 연대 본부 빌딩으로 걸어갔다.

가면서 뒤통수가 하도 따끔 거려서 뒤를 돌아보니 임꺽정이 뒤따리 오다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적대감이 이글거리는 눈매였다.그것은 야간 사냥을 나온 시베리아 승냥이의 불뿜은 눈을 연상케했다.

 

'자식, 왜 저래?'

나는 연대본부에서 정훈과장 원 대위를 만나서 일을 끝내고

자리를 떴다.우려했던 임꺽정이 없었기에 잽싸게 차를 몰고 연대에서

탈출해 나왔다.

 
7연대 본부-압록강 진격의 날 기념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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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에 임꺽정이 왜 저럴게 길길이 날뛰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밥 한끼 팔라고 한 것이 무슨 큰 죄라고 -- '동냥을 못 줄지언정 쪽박을 깨?'

좀 불쾌한 감정을 추스르다가 문득 임꺽정의 분노의 원인이 깨달아졌다.

 

내가 낮에 식당 앞 메뉴판에서 꼬리곰탕을 발견하고 너무 감동을 받아

카메라를 꺼내서 여러 번 셔터를 눌렀을 때 식당 앞 배구장에서 놀던

취사병이 이를 보고 임꺽정에게 보고를 했었을 것이 틀림없다.

 

임꺽정은 어떤 정신 나간 팔푼이가 찾아와서 밥 한 끼 팔라고 하는 것을

매몰차게 내쫓았지만 찝짤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는데 그 팔푼이가

메뉴판을 사진 찍어 갔다니 머릿속의 비상벨이 요란한 경보를 발했다.

 

"음흉한 흉계가 있었으니 그 것이 일부러 팔푼이 짓을 한거야!"

 

그렇게 혼자서 앓으며 분기탱천憤氣撐天]한 판에 돌연 내가 야심한 밤에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야간에도 부대 출입을 하는 저놈에게 틀림없이 뭔가 있다.!'

가장 큰 가능성은 민원이건 청원이건 새로 부임한 연대장에게 고자질

하는 것이었다.

“그런 목적이 있었으니까 사진도 찍고 나에게 그런 수작도

  걸었겠지. 이 시끼는 팔푼이가 아니라 음흉한 간신이다.“

맹목적으로 단정한 임꺽정이 나에게 화부터 내고 해댄 것이다.

 

사실 임꺽정에게 닥달을 당한 직후 돌아온 연대 본부 복도에서

신임 연대장을 만났었다. 취임 전 그가 엘리트라는 소문도 들었었고 점잖은

양반 인상인지라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시간도 없었고 건물 밖에서 승냥이 눈을 뜨고 배회하고 있는 임꺽정에게 찝찔한 느낌이 들어 그냥 수인사만 하고 물러났던 것이다.

 


오면서도 불쾌한 생각을 지우기가 힘들었다.

이 초산 부대에서 이런 모욕은 당하기는 처음이었다.

“생기기는 꺽정이같이 생긴 놈이 속은 밴댕이 속 같구나!”

 

그러나 밤길을 달리며 감정이 식어가자 또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임꺽정이는 임꺽정이대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임꺽정은 ”내가 최선을 다해서 내 새끼들 잘 챙겨 먹이는데 어디서

개뼉다귀같은 것이 나타나서 내 뒤를 캐고 있는 거야?“ 라는 기본적인 반발심이 있었지 않았을까?

 

다시 말해서 직책에 대한 긍지와 남자의 자존심을 무시하고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든 모욕감을 느꼈다고 본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허허하는 헛웃음으로 임꺽정에 가졌던 감정을 날려 버렸다. 모욕을 당한 남자의 분노가 어떻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으로 말해서 내 자신이 이번 해프닝의 원인 제공자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꺽정아! 미안하다. 내 앞으로 니네 동네에 얼씬도 하지 않으마!'

 

경기도 포천을 넘어 오는데 밤은 늦었고 배가 고파서 들른 곳은 뷔페 형 기사 식당이었다. 메뉴가 괜찮았다. 국은 시래기 국인데 그 강렬한 인상의 꼬리곰탕이 다시 생각났다.

 

십 여 년 전 치토스 광고에서 치타가 외치던 문구도 떠오른다.

' 치토스! 반드시 먹고 말꺼야 !'

 

수 개월내에 다시 7연대에 갈 일이 있다. 그때 군 식당에서 꼬리곰탕을 맛보고 반드시 독자들에게 올리는 '군부대 식당 맛집 기행'을 한번 써볼까 한다. 물론 그 우악스런 임꺽정의 식당은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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