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전방에 주둔 중인 군부대로부터 “귀신을 조금 더 잘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요청을 받고 ‘외부 교관 신분’으로 해당 부대에 며칠간 머무를 때의 이야기입니다.

1. 준비 과정.

처음에 협조 요청을 받고 공문까지 발송이 되었지만, 계획상 부대에 며칠간을 머무르며 실탄 사격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훈련의 성사와 상급부대의 허가 여부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과연 가능할까?”했는데 며칠 후 정말로 승인이 났다... ^^

사단 본부에서 훈련 승인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체 스케줄과 내용에 대한 사전 조율을 위해 해당 부대의 사격장에서 첫 미팅을 가졌다. 거액을 들여 공사를 했다는 사격장은 정말로 깔끔하게 정돈이 되고 광활하다는 첫 인상을 갖게 해주었다.

우리가 사격장에 도착을 했을 때에는 수색대 병력들이 사격을 하던 날이라서 그들의 사격 장면을 잠시 지켜보다가 시가전 훈련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시작 했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몇몇 간부들은 우리들의 실력검증을 위한 차원에서 실 사격으로 약간의 시범을 보여주기를 원했고, 우리들 역시 이들의 의구심도 덜어줄 겸, 그리고 총을 단 1발이라도 더 쏠 수 있다는 생각에 당장 실 사격을 해도 무방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사격장 관리를 담당하던 부대에서는 아직까지 상급부대로 부터의 연락이 도착하지 않았다며 우리들이 사격장에서 실탄 사격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난색을 표했기 때문에 결국 당일 날은 빈총을 이용한 일종의 시뮬레이션 방식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리들의 동작이 꽤 그럴 듯 했는지, 수색대의 몇몇 간부들이 흥미를 갖고 다가와 같이 이야기에 합류를 하게 되었다.

나는 그 부대에 훈련을 들어가기 이전에도 몇몇 경찰조직과 군부대에 외부 강사로 초청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이때마다 가장 신경을 썼던 점은 바로 “내가 배운 방식이 옳고 당신네가 배운 방식은 무조건 틀렸다.”라며 건방을 떨면서 단정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실제로 밀리터리 매니아나 민간 외부 강사의 추태를 옆에서 직접 목격하거나, 해당 기관 소속의 참가자들로부터 전해들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들처럼 행동하지 않으려고 언행에 더더욱 신경을 썼다.)   

예를 들어 옆으로 이동을 하면서 사격을 할 때, 수색대 부사관들은 양다리를 교차하며 이동을 하면서 “이게 맞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럴 때는 “그거 틀린 자세니까 앞으로는 우리가 알려준 대로 하세요.”보다는 “양 발을 교차 시키다보면 발이 엉켜 중심을 잃거나 넘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이런 방식이 더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한번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라고 직접 동작을 보여주고 설명해주면서 “우리 방식이 절대 진리이자 무조건 킹왕짱!”이라는 언행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부대의 요청사항을 듣고 사전 조율을 한 결과 훈련 내용은 ‘전술 사격과 근접 격투기’를 하고 이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하기로 구체화가 되었다. 

전술 사격은 대한민국의 예비역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멀-가-중 사격이 아닌 전술 사격 기술 중에서 “근거리 사격 및 기능고장과 같은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대비와 응급처치 후 대응. 그리고 약간의 CQB훈련 등”이었다.  

멀-가-중 사격을 예상한 사람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만일 교전 거리가 멀면 나와 상대방 둘 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갑작스레 근거리에서 적과 조우할 경우에는 기존의 멀-가-중 사격훈련으로는 대처가 힘이 들고, 현재 아프간과 같이 탁 트인 지형에서의 교전이 아니라면 대부분이 근거리에서 전투를 벌이는 추세라는 건 소위 밀리터리 매니아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근거리 사격훈련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만일 원한다면 600m 저격이나 권총으로 100야드 거리의 표적을 맞추는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사실 100야드 거리의 권총 사격은 이 글을 읽는 예비역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특별히 어려운 것도 아니다. ^^) 

 

그리고 우리가 강하게 요청을 한 것은 바로 훈련 시 ‘탄피 받이 제거’였다. 

 교전 중 갑자기 내 총에 기능고장이 발생을 했을 때 내가 군대에서 배운 대로 하면 “다리를 들고 조교를 기다리거나, 적에게 돌을 던지고 침을 뱉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엎드려 쏴 자세에서 내 다리를 드는 것은 적에게 폭로 면적을 넓혀서 더 큰 표적을 제공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은 신속한 응급처치를 통해 기능고장을 해결하고, 곧바로 교전에 임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이런 간단한 응급처치 방법을 몰라서 교전 중 아무것도 못하고 사망을 한다면 이것보다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다.(참고로 이 응급처치 방법은 이제는 국방 일보에도 소개가 되었으니, 해당 기사를 본 군인들이 매우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응급처치가 몸에 익어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서 반사적으로 나올 수 있게 하려면 탄피 받이를 사용한 훈련은 비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해당 부대의 간부들이 탄피 받이를 제거하는 것에 대해서 적극 찬성을 하는 것을 보면 그들도 역시 조금이라도 실전적인 훈련을 하는 것을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훈련을 위해 준비해야 할 실탄의 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몇 발의 탄을 준비해야 하겠습니까?” 


“그래도 각 대대에서 간부들이 모이니까 최소 7.000발은 준비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무리겠죠?“ 

“그렇다면 우리가 10.000발을 준비해 놓겠습니다.”

1만발의 탄을 준비해 놓겠다는 말에 솔직히 조금 놀랐다. 하지만 이 훈련을 주관하는 대대가 사단 전체의 사격을 담당(?)하는 임무를 띈 곳이기에 1만발의 실탄을 사용한 훈련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부대에서는 이 훈련에 대해서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고, 우리들 역시 생각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근접 격투기 훈련은 백병전 상황에 더해서 초병 근무 중 발생할지 모르는 (민간인일 가능성이 높은)거수자를 제압하는 것과 혹시 모를 해외 파병 임무 시 현지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상황에서 총기보다는 진압봉을 사용할 경우도 포함해서 내용을 구성했다.(실제로 해외 파병임무에서 경비를 담당하는 우리나라 해병대원들이 총기와 진압봉을 같이 휴대하고 근무를 서는 모습이 있다.) 

해당 사단의 근무섹터에서는 종종 민간인의 총기피탈 시도나 초병 폭행시도가 발생하고 있고 이를 제압하기 위한 훈련에 대해서도 나름 진지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격투기 훈련의 내용을 짜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예전부터 여러 다른 곳에서 훈련 강사로 초청을 받고 훈련을 진행한 경험이 있기에 평소에 틈틈이 커리큘럼의 기본 틀은 만들어 놓은 게 있었지만, 군대라는 특성상 고려를 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