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일전

붉은악마 | 2014-06-17 02: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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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스위스 월드컵은 FIFA가 처음으로 아시아 지역에 문호를 개방한 월드컵 이었습니다.

 

1954년 월드컵에서 아시아에 주어진 월드컵 본선행 티켓은 단 1장 뿐이었습니다.

 

 


 

그 1장의 1954년 월드컵 본선 티켓에 도전한 아시아 국가는 대한민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하지만 중간에 중국이 기권해 대한민국과 일본 두나라만이 참가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당시 두나라는 전쟁으로 온 국토가 황폐화 되고 국민들이 어렵게 살던 때였습니다.

 

월드컵 본선에 도전한 것도 세계적인 국제대회에 출전하여 열심히 뛰는 대표팀의 모습을 통해 

 

절망에 빠져 어렵게 사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함 이었습니다.

 

두나라 뿐이라 FIFA는 1954년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을 한일 양국을 오가며


홈 & 어웨이 방식으로 치루도록 했는데

 

대한민국 최초의 월드컵 본선 도전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암초를 만납니다.

 

 

"절대 안돼.

 일장기가 대한민국 땅에서 펄럭이는 꼴을 볼 수는 없네.

 경기를 포기하게.

 일본에 이긴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만약 이땅에서 일본에 패한다면 우리 민족은 또 다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걸세."

 

 

위와 같은 말을 하며 단호하게 반대한 이는 바로 당시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었던 이승만 대통령 이었습니다.

 

아직 일제강점기를 벗어난지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일본 대표팀이 한국에 들어오는건 상상도 못할 때라

 

이대통령의 그런 우려도 맞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익희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비롯한 한국 축구인들은 이대통령을 설득하기 시작 합니다.

 

세계적인 대회에 대해 그렇게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왕따를 당할 수도 있고

 

그럼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 살기 어렵던 빈국 이었던 대한민국으로선


큰일 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논리 였습니다.

 

또 이유형 당시 한국팀 감독의 결정적 한마디.

 

 

"각하 그렇다면 홈경기를 포기하고 원정에서 두경기를 모두 치룰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반드시 일본을 이기고 돌아오겠습니다."

 

 

축구인들의 예상보다 강력한 설득에 이승만 대통령은 고민 합니다.

 

고민하던 이대통령은 한국대표팀 전원을 당시 대통령 관저인 경무대로 부릅니다.

 

 

"너희들이 정 일본과 경기를 치루려면."

 

 

말하는 이대통령의 표정과 말투가 너무 비장해 말을 듣는 한국대표팀도 바싹 긴장 합니다.

 

 

"만약 일본에 진다면 살아 돌아올 생각 하지말고 차라리 현해탄에 몸을 던져라.

 그렇게 죽을 각오를 한다면 경기를 허락하겠다."

 

 

이대통령의 그 말은 지금 생각해도 참 섬뜩한 말이지만

 

한국 대표팀은 정말 경기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이대통령의 말대로 일본에게 진다면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는 확답을 하고서야  

 

그것도 2경기를 다 적지인 일본에서 치룬다는 조건으로 허락을 받습니다.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대표팀은 별 기대를 안하고 일본에 내립니다만

 

하네다 공항에 내린 한국대표팀은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습니다.

 

바로 그동안 일본에서 온갖 설움을 당하며 살아온 재일교포들 이었습니다.

 

마침 한국대표팀이 일본에 도착한 날이 1954년 3월1일, 즉 3.1절이라 재일교포들의 환호는 더했습니다.


 


 


일본에선 비와 진눈깨비가 계속 내려 비오는 날엔 훈련도 안하던 한국대표팀은

 

홈팀인 일본측에 경기날짜의 연기를 요청 했지만 일본은 FIFA에 이미 통보한 확정된 날짜라며

 

한국측의 요청을 거부해 버립니다.

 

물론 거기엔 한국을 이기려는 일본의 속셈이 포함된 반응 이었죠.

 

반면 일본은 한달전부터 교토에서 합숙훈련을 하며 전력을 최상치로 끌러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홈텃세속에 한국팀은 제대로 된 훈련도 못하고 결전의 날인 1954년 3월7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한국팀은 발간색 상의에 검정색 하의와 양말을 입고 경기를 시작합니다.

 

경기장의 관중석을 가득 채운 홈, 일본관중들 사이에 자리잡은 재일교포들과 한국 선수들은

 

경기장에 FIFA 깃발과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며 드디어 자신들이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일본과 국제대회 경기를 하러 일본땅에 와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경기장인 메이지 신궁 경기장은 경기 당일에도 비가 내려서 그라운드가 완전 진흙탕 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팀의 코치진은 이런 그라운드 사정이 오히려 한국대표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땅이 그렇게 엉망진창이면 일본팀의 패스 플레이가 어렵게 될것이고

 

그럼 한국팀은 날카로운 태클로 일본의 패스를 차단해 경기의 주도권을 쥐자는 생각 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한국팀의 생각대로 잘 풀리지를 안았습니다.

 

일본을 이겨야만 한다는 생각에, 그것도 적지에서의 경기라 잔뜩 긴장한 한국 선수들은

 

몸이 경직되어 뛰는 모습이 뒤뚱 거리는거 같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계속되는 홈팀 일본의 공격.

 

결국 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전반 15분 만에 최초의 한일전 첫골이 터집니다.

 

한일 축구대결 역사상 첫골을 터트린 선수는 훗날 일본축구협회장을 지내는 나가누마 겐 입니다.


 




 


이에 경기장 관중석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일본 관중들 곳곳에서 환호와 조롱이 터져 나옵니다.

 

 

"조센징들, 역시 수준이 그정도야. 하하!"

 

 

하지만 그런 상황은 오히려 한국 선수들을 자극하여 정신을 번쩍 차리게 만듭니다.

 

한국 선수들의 온몸에 분노의 힘이 뜨겁게 퍼져나가 더욱더 힘을 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선취골을 넣은 나가누마겐도 순식간에 달라진 한국대표팀의 분위기를 눈치채고는

 

'아이고 이거 내가 괜히 골 넣어서 한국팀만 자극한 꼴이 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때까지와는 반대로 한국팀의 공격이 일본의 골문에 몰아치고

 

일본 선수들은 한국팀의 맹렬한 공격을 막기 위해 깊은 태클을 하고

 

진흙탕의 그라운드에서 비를 맞으며 깊은 태클을 한 일본 선수들은  

 

다리가 후들 거리고 온몸을 벌벌 떨며 급격한 체력소모를 하게 됩니다.

 

결국 일본이 선취골을 넣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전반 22분 정남식이 스코어 1:1을 만드는 동점골을 터트립니다.

 

게다가 한국은 최광석이 한골을 더 넣어 2:1로 역전한 채로 전반전을 끝마칩니다.


 


 


한국팀이 앞서 나가자 조롱을 던지던 일본관중들은 쥐죽은듯 고요해진 반면

 

그순간엔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홈관중들 보다도 더 큰 환호를 내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팀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던 재일교포들 이었습니다.

 

그 때는 민단이나 조총련등의 이념에 바탕한 분열 없이 한핏줄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독립국가의 대표팀으로 최초로 일본땅을 밟은 한국 월드컵 대표팀을 다함께 열렬히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재일교포들 외에도 한국팀을 응원하는 또 한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미연합훈련을 마치고 함정을 수리하기 위해 일본 요코스카항에 머물고 있던


대한민국 해군의 장병들 이었습니다.

 

그들은 재일교포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열심히 한국팀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한국팀의 일본골문 유린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후반전에 한국팀은 3골을 더 넣어 5:1의 대역전승을 거둡니다.

 

 

그렇게 1차전이 한국의 완벽한 5:1 대역전승으로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3월14일 2차전이 열립니다.

 

1차전의 완패로 인해 2차전에서 일본 선수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거친 플레이로 일관 했습니다.

 

일본의 거친 플레이에 김지성 선수가 팔꿈치 가격을 당해 치아 다섯개가 부러지고 의식을 잃습니다.

 

잠시후 깨어난 김지성 선수는 말합니다.

 

 

"그라운드에 다시 들여보내주세요.

 끝까지 뛰겠습니다."

 

 

일본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도 불구하고 한번 불 붙은 한국 선수들의 투혼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2차전의 경기결과는 2:2 무승부.

 

그렇게 하여 일본에서 두경기 다 치뤄진 1954년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결과는

 

1승1무로 압도적 우세를 거둔 대한민국이 일본을 이기고 첫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획득합니다.

 

이것이 대한민국과 일본 간에 벌어진 최초의 축구경기이자 월드컵 예선의 내용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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