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 :  http://www.ted.com/talks/sebastian_junger_why_veterans_miss_war

Sebastian Junger: Why veterans miss war

앞서 Healpos님이 쓰신 글을 아주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TED에서 Sebastian Junger의 강연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차에 같은 느낌을 가진분들이 계시는걸 알고 반가왔습니다.

실제로 극한의 전투를 직접 경험했던 사람의 많은 것을 넘어선듯한 눈빛이 인상적이었고 그 못지않게 그분이 말하고자했던 내용이 공감이 가서 좀더 자세하게 전달해드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아 감히 다른 분이 이미 쓰신 내용에 좀 첨언을 하고자 합니다.

한가지 Healpos님의 내용과 약간의 차이가 나는 점은 "miss"라는 단어의 의미입니다. 제 생각에 "miss"는 여기서 "잊는다"라는 의미라기보다 "그리워한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할 것 같습니다.

Healpos님께서 좋은 번역해주셨는데 쓸데없는 트집을 잡자는건 아니니 기분상하시지 않았으면하는 바람입니다.

주제넘게 다시 글을 올리는 점에 대해 다시 사과드립니다.

내용입니다 (구어체이기 때문에 약간의 의역을 했습니다).

저는 오늘 어떤 면에서는 불편한 의문에 대해 여러분께 묻고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민간인이나 당연히, 군인들은 전쟁으로 고통을 받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민간인도 자기가 겪었던 전쟁을 그리워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거의 20년을 전쟁속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제게 가장 놀라운 일중의 하나는 많은 군인들이 전쟁을 그리워한다는 겁니다. 어째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경험을하고 살아남아 집으로, 가족들한테, 그리고 조국에 돌아온 사람들이 다시 전쟁을 그리워하게 될까요? 어떻게 이런일이 생기는걸까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걸까요? 우리는 이런 의문에 대해 답변을 해야합니다. 왜냐면 이런 매카니즘을 이해할 수 없다면 전장에서 돌아온 군인들의 정상적인 사회복귀가 불가능하게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전쟁을 종식시키지도 못하게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전쟁의 진실은 간단하고 깔끔하게 정의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모든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전쟁을 혐오합니다. 그들은 전쟁과 어떤식으로든 관련되거나 심지어 근처에도 가기 싫어할 뿐 아니라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전쟁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모인 여러분들께 극장에 가서 돈을 내고 헐리웃 전쟁영화를 보고 재미있었는지를 물어본다면 여러분들의 대부분은 (그렇다고) 손을 드실겁니다. 이게 바로 전쟁의 복잡한 면입니다. 여기 방에 가득 모인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전쟁에 빠져들 수도 있다면 전쟁을 하도록 훈련받은 스무살 먹은 군인도 그러할 겁니다. 이게 우리가 이해해야할 부분입니다.

조금전 말씀드린대로 저는 20년간 전쟁을 겪어왔지만 저의 가장 격렬했던 전투경험은 아프가니스탄에서였습니다. 저는 아프리카, 중동, 9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했지만 2007년과 2008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경험했던 전투가 가장 격렬했습니다. 저는 당시 아프가니스탄 동부지역의 코렌갈이라는 작은 계곡에서 근무했습니다. 코렌갈계곡은 6마일 정도되는 작은 계곡이었고 거기에 150명 정도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있었던 얼마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모든 전투행위의 거의 20%가 이 6마일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두어달 동안 불과 150명이 나토군 전체 전투의 무려 1/5을 감당해냈던겁니다. 정말로 격렬했던 전투였습니다. 당시 저는 약 두달전에 전사한 소대 의무병의 이름을 따서 지은 레스트레포라고 불리던 작은 전초기지에 나가 있었습니다. 레스트레포는 능선의 사면에 매달려 지은 몇몇 막사와 샌드백, 벙커, 총좌가 전부였고 거기에 전투중대의 2소대 소속 20명 정도의 병사가 파견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거의 모든 시간을 그 전초에서 보냈습니다. 거기에는 물도 없고 당연히 목욕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전초의 병사들은 보통 한달을 근무했는데 그동안 한번도 옷을 갈아입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전투하고 작업하고 그리고 입은 그대로 잤습니다. 한달 근무가 끝나고 교대해서 중대로 돌아오면 그 옷은 도저히 다시 입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 불에 태워버리고 새옷을 지급받았습니다. 거기에는 인터넷이나 전화는 물론 바깥세상과 통신할 수 있는 그 어떤것도 없었으며 조리된 음식도 없었습니다. 보통의 남자애들이면 다들 좋아할만한것들; 자동차, 아가씨, 텔레비젼도 당연히 없었고 오로지 그들이 좋아하도록 길들여진 전투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저는 매우 더웠던 어떤 봄날을 기억합니다. 그때 우리는 아마도 2주 정도를 아무 일없이 무사히 지낸 상태였습니다. 전초는 언제나 공격을 당하고 있었는데 아무 전투없이 2주일이 지나니까 모두가 더위와 지루함으로 거의 기절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저는 소대장이 웃통을 벗은채 제 옆을 지나가면서 “아 하느님. 오늘은 제발 누구든 우리를 좀 공격하게 해주세요”라고 중얼거리는걸 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따분했던 겁니다. 이것 역시 전쟁입니다. 중위는 “우리가 미쳐가고 있으니 무슨 일이든 일어나게 해주세요”라고 얘기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러한 심리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잠깐동안 전쟁을 정신이 아닌 신경학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투중 우리 뇌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첫째, 전투경험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매우 괴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투중에 크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저도, 가끔 너무 무서울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전투중에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공포를 느끼는건 전투 전과 후인데 전투 이후의 공포는 더 크며, 오랜 세월동안 그 사람을 따라다닙니다. 오늘 아침, 저는 비행기 기총소사를 받는 악몽을 꾸고 화들짝 깨어났습니다. 전쟁에서 돌아온 후 6년동안 한번도 총격을 받은 적도 없고 더군다나 기총소사는 경험해본일 조차 없는데 6년후에 이런 악몽을 꾸게된겁니다. 이럴땐 시간은 천천히 가고 시야는 좁아지면서 어떤 한부분만 아주 세밀하게 보이고 나머지는 대강 떨어져나가서 잘 보이지 않게됩니다. 마치 일종의 환각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우리 뇌속에서는 많은 양의 아드레날린이 분비됩니다.

젊은 남자들은 이런 경험들은 많이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호르몬의 작용으로 우리 머리속에 프로그램이 된겁니다. 폭력과 사고로 인한 젊은 남자의 사망율은 젊은 여자의 6배에 이르는데 이건 젊은 남자들의 어리석은 짓들이 주원인입니다. 뛰어내리지 말아야할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불을 붙이면 안되는 곳에 불을 놓거나하는 등의… 통계적으로만 본다면 10대 청소년들은 동네 길거리에서 뭔가를 찾아서 어슬렁거릴때보다 경찰서나 소방서에 일하는게 더 안전합니다.

여러분들은 전투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아셔야 합니다. 레스트레포에서는, 제 가까운 친구로 나중에 리비아에서 전사한 팀 헤더링턴을 포함해서, 모든 병사가 죽을 고비를 넘깁니다. 총알 구멍이 난 군복을 입고있는 (옷만 뚫고 몸에는 상처가 나지 않은) 병사도 여럿 있습니다.

어느 조용한날 아침 저는 샌드백에 기대서 멍하니 있었는데 갑자기 모래가 제 옆얼굴을 세게 때렸습니다. 무언가가 얼굴을 때렸지만 저는 무슨일인지도 몰랐습니다. 여기서 여러분들이 아셔야할 것이 총알은 음속보다 훨씬 빠르게 날기 때문에 누군가가 여러분을 수백미터 밖에서 쏜다면 총알은 여러분이 총소리를 듣기 0.5초나 그 정도 먼저 여러분을 맞추거나 옆으로 지나가게된다는 겁니다. 제가 얼굴에 모래를 뒤집어쓰고 0.5초 정도 후에 저는 두두두두 소리를 들었습니다. 기관총 소리였습니다. 제 옆을 때린 총알은 그날 벌어졌던 1시간 넘는 총격전의 첫번째 연발사격의 첫발이었던 겁니다. 그 총알은 제 얼굴 바로 3 ~ 4 인치 옆을 지나간겁니다. 400미터 밖에서 3인치 정도 빗나가 제 목숨을 건지게한 그 미세한 각도의 차이를 수학적으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거기서 있었던 모든 청년들은 그와 비슷한 경험을 적어도 한가지 이상은 가지고 있습니다.

병사들은 거기서 1년을 근무하고 돌아왔습니다. 어떤 이는 제대하고 엄청나게 삼각한 정신적 문제를 안은채 집으로 돌아갔고 어떤 이는 별다른 문제없이 군에 남아있기도 합니다. 저와는 특별하게 가깝게 지냈던 브렌던 오브라이언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는 미국으로 돌아와서 제대를 했습니다. 어느날 저는 디너파티에 이 친구를 초대했습니다. 그는 파티에서 제 다른 친구하나와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 친구는 아프가니스탄이 얼마나 끔찍한 경험이었는지를 잘 아는 사람이었는데 그녀가, “브랜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그리운 점은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브랜던은 아주 한참을 뜸들이다가 “네. 거기서 겪었던 거의 모든걸 그리워합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는 제가 전쟁에서 본 사람들중에 가장 정신적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네. 모든걸 그리워합니다”라니.

그는 무엇을 말한것 일까요? 그는 사이코패스가 아닙니다. 그는 사람 죽이는걸 그리워하는게 아닙니다. 그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적군으로부터 총격을 받는 것도, 전우가 죽어가는걸 보는것도 그리워하지 않습니다. 그가 그리워하는건 뭘까요? 우리는 그 의문에 대해서 답을 찾아야합니다. 만약 우리가 전쟁을 멈추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해야합니다.

저는 그가 그리워하는 것은 전우애라고 생각합니다 (원문에는 형재애 [Brotherhood]라고 되어있지만 전우애로 번역). 그는 죽음과 반대편에 있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그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와 거기에 같이 있었던 동료들과의 관계입니다. 전우애는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정과는 다릅니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 할수록 그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를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우정이라면 전우애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전우애는 상대방에 대한 나의 감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는 어떤 집단에서 내가 그 집단의 안녕과 안전을 나보다 우선하겠다는 상호간의 약속입니다. 실제로 “나는 이 사람들을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브렌던은 3명으로 구성된 팀의 팀장이었습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신이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거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그가 경험했던 가장 끔찍했던 일은 팀원중 한 병사가 철모에 총탄을 맞고 쓰러진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병사가 죽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당시는 대규모의 격렬한 총격전이 일어나던 와중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 병사를 돌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잠시 후 총을 맞고 쓰러졌던 카일 스타이너라는 병사는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총탄은 그의 철모를 때리고 튀어나가서 그는 아무런 상처없이 단지 잠시 기절한것 뿐이었습니다. 그는 의식이 가물가물할 때 다른 병사들이 “스타이너가 머리에 맞았어. 스타이너가 죽었어”라고 떠드는걸 들으면서 “나는 안 죽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일어나 앉았습니다. 그 사건을 겪고 브랜던은 자신이 팀원들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없음을 깨닫고 울었습니다. 그건 브랜던이 아프가니스탄 파병 기간중 유일하게 단한번 눈물을 흘렸던 경우입니다. 이게 전우애입니다.

전우애는 최근에 갑자기 발명된게 아닙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중에 아마 일리아드를 읽어보신 분들이 계실겁니다. 아킬레스는 그의 친구인 파트로클루스를 구하기위해 주저없이 자신의 목숨을 내걸었을겁니다. 2차대전중에도 후송된 부상병들이 전선의 전우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병원 창문을 넘어 도망쳐 무단이탈을 한 수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브렌던에 대해 생각해보시죠.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고 더 우선으로 생각하는 스무명의 동료가 있는 작은 집단 속에서 강한 결속과 유대의 경험을 가진 병사들이, 1년 넘게 그런 기막히게 좋은 느낌을 가져보았던 병사들이,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사는 사회로, 집으로 돌아오는겁니다. 그들은 누구에게 의지해야하는지, 누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내가 누구를 사랑해야하는지, 무슨 일이 터졌을 때 친구중 어느 누가 나를 위해 어떤일을 해줄지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건 무서운 일입니다. 이런 소외감에 비해서 전쟁은, 심리적으로는, 쉬운 면이 있습니다. 이게 그들이 전쟁을 그리워하는 이유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이해하고 우리 사회가 이들을 위해서 고쳐나가야할 부분인 겁니다.

감사합니다.

번역 원천 : 잇빨중사 카페 http://cafe.daum.net/tooth8020/hoi/3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