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왜곡 때문에 더 멀어져 버린 다리
trader | 2014-01-30 23:32:55
조회 7158 | 추천 2 | 다운로드 0
얼마 전에 제가 밀리터리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아시는 어느 여자 분이 저에게 마켓가든 작전을 아느냐
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오잉? 아시다시피 밀리터리 매니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이 분야에 관심이 있어
야 알지 그렇지 않은 분들, 특히 여자 분이 마켓가든 작전을 언급하기는 쉽지 않지요. 저는 좀 놀랐지요.
그 분 입에서 ‘마켓가든’이라니요.. 슈퍼마켓이라면 모를까....
그 여자 분은 심리학이 전공인데 어느 분야에서 그 작전을 사례로써 언급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마켓가든 작전이 심리학에서 언급되다니.
그 여자 분 왈, 사람은 정보를 왜곡하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즉 자신의 생각에 맞도록 정보를 왜곡하거나
평가절하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어떤 사항을 강하게 추진할수록 중간에 도저히 중단하지 못한다는 오류도 설
명하더군요. 중단해야만 하는 결정적 이유가 생겨도 이제까지 해왔던 것에 대한 집착이 있어 중단하지 못한
다는..그것도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이라고...바로 그 작전을 입안한 당시 몽고메리 장군과 그 휘하의 장군들
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아무튼 그분과의 이야기를 계기로 여러분도 잘 아시는 머나먼 다리(A Bridge Too Far)를 다시 한 번 봤습니
다. 그 옛날 극장에서 감동하면 보았던 영화지요.
당시에는 CG를 전혀 쓰지 않았기에 더 박력 있고 사실적 느낌이 나더군요. 그 스케일도 엄청나고...지금 보
니 유명한 배우들이 제법 나오더군요.
아무튼 그 분이 말씀해 주신 '정보왜곡'과 연관지어 마켓가든 작전에 관해 좀 살펴보겠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몽고메리의 이 작전은 처음부터 빈틈이 많았다고 합니다.
첫째, 몽고메리는 작전을 실행하기 전에 안트베르펜을 먼저 확보했어야 했습니다. 진격에 눈이 먼 몽고메리
에게는 귀찮을 수도 있었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습니다. 하지만 몽고메리는 라인 강을 먼저 차지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이 과정을 과감히(?) 생략했고 덕분에 독일군 23사단은 네덜란드 북부에서 빠져나와 아른
헴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둘째, 영국군 30군단이 아른헴에 도달하려면 늪지가 많고 길이 좁은 도로들을 지날 수밖에 없었는데 전차가
지나가기에는 무리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길이 좁은 곳에는 전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었다고 하니 적
군이 다리를 폭파하거나 공격을 하면 30군단의 진격은 늦추어질 수밖에 없었지요. 몽고메리의 작전은 30군단
이 이틀 안에 아른헴으로 진격하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이틀은 고사하고 아흐레가 지나도 아른헴에 도착하
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작전상의 문제는 단 한 가지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아른헴 부근에는
강력한 독일 병력이 없다는 가정입니다. 사실 마켓가든 작전은 이 가정이 없으면 실행할 수 없는 작전이었습
니다. 그래야만 공수 부대가 시간을 벌면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작전 개시 전에 몽고메리는 그동안 행방이 묘연하던 독일의 기갑사단이 낙하산 투하지점 근처에 주둔한
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 정보를 ‘웃기는’ 것이라 치부했지요. 자기가 공을 들인 작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정보를 믿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니, 믿기가 싫었겠지요.) 한 정보 장교가 브라우닝 중
장에게 항공사진을 보여 줍니다. 이 지역의 독일 전차 사진이었지요. 하지만 브라우닝 중장은 “저것들 때문
에 골치 아플 일은 없을 것입니다. 움직일 수나 있을지 의심스럽군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전차사진을 보고 있는 브라우닝 중장 (영화 '머나먼 다리' 에서)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정보를 왜곡하는 전형적인 ‘정보왜곡’의 예인 셈이지요. 심지어 브라우닝은 항공
사진을 제시한 정보 장교를 휴양조치 시켜 버립니다. 아예 듣기 싫은 말을 하는 사람은 없앤 것이지요.
군의관에게서 쉬라는 통보를 받는 정보장교..우네요 ㅠㅠ
그리고 힘찬 출발을 하는 영국군 30군단.. 이틀 안에 가야 했는데....
낙하한 영국군 공수부대..비극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그 결과...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처음부터 30군단은 아른헴에 도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영국 공수부대는
독일기갑 사단에 의해 도륙당합니다. 4분의 3이 전사하는 끔찍한 결과였습니다.
이 작전은 정보를 제대로 받아들였다면 충분히 재검토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대원들의 목숨도 살
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지요. 정보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어떤 결정을 밀고 나가는 고집, 그리고 스스로의 편견은 반대되는 의견이나 정보를 애써 무시하거나 오히려
자기가 편한 대로 해석해 버리고 맙니다. 인간은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자기 생각에 반하는 내용은 기막히
게 왜곡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 것입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몽고메리는 이 작전이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했다는 것입니다.사람은 자신의 잘못은 정말 인
정하기 힘든 모양입니다.
이상은 머나먼 다리 심리학이었습니다. ^^
연휴 잘 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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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잇빨중사 | 2014-01-31 | 추천 0
독일군에 포로가 되었다가 생존한 프로스트 대대장이 직접
현장에 와서 촬영팀에게 전투상황과 자세한 디테일을 알려주면서
연출력이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이죠. 프로스트 외에도 참모들까지...
대한극장의 낙하산으로 가득 찬 간판이 기억나는군요.
koonikim | 2014-01-31 | 추천 0
koonikim | 2014-01-31 | 추천 0
샤를 | 2014-01-31 | 추천 0
eton | 2014-01-31 | 추천 0
후레자식 아서스 | 2014-01-31 | 추천 0
가끔 저 때 지휘를 패튼장군이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삐죽이 | 2014-01-31 | 추천 1
만세보령 | 2014-01-31 | 추천 0
맑은소나무 | 2014-01-31 | 추천 2
미래의해군제독 | 2014-01-31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