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72년 : 자국산 전차 개발의 서막

탈 장군은 'Tochnit  Ha'Merkava' (Chariot Programme)에 최고의 엔지니어와 기갑장교들을 불러 모읍니다. 아울러 자국산 전차 개발의 목표를 세 가지로 설정합니다.

- 이스라엘 역사 최초로 최신의 전차를 이스라엘 군에 공급한다.

  (독립 이후 어느 나라도 신형 전차는 판매 안함)

- 외국의 무기 금수 조치도 이스라엘이 전차 확보를 막을 수 없음을 입증한다.

- 독자적인 디자인의 새로운 전차는 이스라엘의 만의 특성과 환경을 고려해 제작한다.

아울러 몇 가지 원칙을 수립합니다.

- 새로운 전차는 혁명적이어야 하지만

- 비용대비 효과가 높아야 하며

- 국산 부품과 기술로 만들어져 하며

- 그러면서도 아랍국이 보유한 어떠한 소련제 전차와도 대적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과연 이스라엘의 기술력과 산업기반으로 신형 전차를 개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적정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과도한 개발비 부담으로 이스라엘 경제에 악형향을 끼칠지 하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습니다.

일부는 지금처럼 센츄리온이나 패튼 같은 구형전차를 구매해서 이스라엘의 기술과 부품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을 제기 했습니다만 메르카바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그와 같은 방식의 경우,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절대 싸지도 않았으며 미래를 위한 대비가 아닌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많은 60년대를 지나며 결국 70년에 국산 전차 개발의 승인 확정 되면서 전차 개발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는데 개발과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노력합니다.

▲ 파워팩의 전방 배치 테스트를 위한 2번째 기술 실증 모델입니다. 센츄리온의 차체를 이용해 엔진을 전방에 배치하여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포탑을 장착하지 않은 첫번째 기술 실증 모델이 메르카바 개발이 결정된 1970년도에  바로 등장한 것으로 보아 파워팩의 전방 배치는 개발 착수 시점에 이미 결정이 된 듯 합니다.

▲ 메르카바 전차 목업 모델. 프로토타입 보다는 훨씬 날렵한 형상입니다..

이스라엘에게 최신 전차란?

이스라엘이 70년대초 미국으로부터 최신 전차인 M60을 도입하면서도 최신 전차 도입을 거론했던 것은 이미 63년부터 미국과 독일이 공동으로 MBT 70 전차를 개발하고 있었고 70년대 개발이 완료될 시 미국과 독일 모두 이스라엘에게는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MBT 70은 과도한 신기술 도입에 따른 생산 단가 급증으로 인해 69년에 독일이 이탈하여 레오파드2 개발로 선회하고 미국도 71년에 결국 의회에서 개발예산을 취소 당한 후 72년부터는 현재 M1 전차의 모태가 되는 XM1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합니다.

바르샤바 조약군의 전차에 맞설 서방의 전차 개발 열풍은 72년을 기준으로 영국은 치프텐 개발 완료, 독일은 레오파드2 시제차 생산, 미국은 XM1 개발 착수로 그 정점에 이르는데 최신 T-62를 앞세운 시리아와 이집트를 상대해야 하는 이스라엘로서는 수입 가능한 유일한 전차인 M60으로 국가의 미래를 확보하는 것에 대해 당연히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 60년대말 70년대초 상황이었습니다.

▲ 미국과 독일이 공동 개발하던 MBT 70(KPZ 70)은 신기술의 과도한 도입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로 인해 독일이 먼저 사업에서 철수 하고 미국 의회도 개발에 제동을 걸게 됩니다. 하지만 7년여에 걸친 MBT 70 개발 경험은 미국의 M1, 독일의 레오파트2 개발의 초석이 됩니다.

▲ 독일은 MBT 70 프로젝트에서 철수한지 2년만인 1971년 레오파드2 시제 차량 생산에 착수합니다. 1973년에 독일과 미국 양국간 전차 구성품의 표준화 계약에 따라 독일은 레오파드2 AV 모델로 미국의 XM1과 주포,엔진,궤도 등의 공유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합니다만 미국이 이런 저런 이유로 레오파드의 궤도와 디젤엔진 등을 거부하는 등 공동 구성품 표준화가 유명무실화 되자 76년 각자 개발로 전환합니다.

당시 독일은 바르샤바 조약군의 전차 러쉬를 온 몸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전차 개발에 있어서도 이스라엘만큼이나 몸이 달아 있었지만 50년대 프랑스와의 공동 전차 개발 무산, 60년대 미국과의 공동 전차 개발 무산, 70년대 미국과의 전차 구성품 표준화가 무산 되고 결국은 자국산 전차 개발의 길을 가게 됩니다.

1973년 : 프로토타입의 생산을 앞에 두고...

70년 하반기에 착수한 메르카바 전차 개발은 3년의 개발 끝에 73년 하반기에 이르러 프로토타입의 생산을 개시할 수준까지 진행됩니다.

▲ 1973년에는 프로트타입 생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이 진척됩니다. 자체 개발한 차체에 M48의 포탑을 얹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M48 포탑의 주포는 L7 105mm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토타입의 생산 및 예산 승인을 앞두고 10월 6일 4차 중동전(욤 키푸르 전쟁/라마단 전쟁)이 발발합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총 540대의 M48/M60, 340대의 M4, 300여대의 센츄리온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800여대의 전차가 피해를 입고 400여대는 수리 후 전선에 복귀 했지만 400여대가 완전 파괴되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됩니다.

전쟁에서 승리는 하였지만 4차 중동전을 통해 메르카바 전차 개발 컨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당시 이스라엘군 전사자 총 2,600여명 중 전차병이 1,500명에 근접한 결과가 나왔던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숙련된 전차병을 양성하는 시간과 이스라엘의 인구를 놓고 볼 때 전차병의 손실을 줄이지 않으면 아랍과의 소모전을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닫고 메르카바의 개발 컨셉을 전면 수정하는 조치를 단행합니다.

105mm 주포가 T-62를 격파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었지만 RPG 7 이나 AT 3 같은 대전차 무기에 대한 방호력이 문제가 되어 블레이저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반응장갑을 개발하게 되고, Zippo라 별명이 생길 정도로 빈번한 화재가 발생하는 패튼 계열 전차의 문제점도 메르카바 개발에 반영 됩니다.

▲ 4차 중동전 전쟁 당시 합참 상황실의 탈 장군. 탈 장군은 전쟁 발발시 합참 차장과 작전 사령관으로 재직 중이었고 전쟁 말기 남부지역 사령관으로 이집트 침공을 담당합니다. 종전이 선포된 후 모세 다얀 국방장관이 포위된 이집트 제3군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렸으나 비윤리적인 조치라며 공격을 거부하고, 결국 그 여파로 유력한 차기 합참의장 후보였음에도 74년에는 전역을 선택하게 됩니다.

실전 경험의 반영

탈장군은 전차 승무원의 생존성이 화력,기동성에 최우선 함으로 목표 설정을 하고 기존 개발안을 전면 폐기합니다.

그에 따라 전차의 장갑 뿐만 아니라 파워트레인, 연료탱크, 배터리팩, 서스펜션 등을 포함한 모든 전차의 구성품들은 해당 부품이 파괴 되더라도 피탄시 탄두의 위력을 약화시켜 승무원의 피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고 배치됩니다.

대전차 무기(HEAT탄)에 대한 방어, 피탄시 유폭 문제, 대규모 전차전 상황에서 적재 포탄의 부족 문제 해결, 전투 상황 하에서의 신속한 포탄 보급 및 전차의 수리 문제, 피탄시 화재 예방을 위한 승무원 구역 내의 인화 물질 억제 등 전쟁 결과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대책이 설계에 반영 됩니다.    

아울러 파괴된 자국의 전차와 소련 전차에 대한 치밀한 조사를 통해 탄두의 종류, 탄착 부위, 피해 상황 등 치밀한 데이타 베이스를 축적 하고 이를 활용하여 메르카바의 전체적인 형상, 장갑 배치, 세부 설계에 반영합니다.

파괴된 전차의 사례 연구를 통해 피탄시 전차 전면의 60도 범위가 치명적 피해 우려가 높으며 피탄 부위의 45%가 그 범위에 해당하는데 차체보다는 포탑에 집중되어 있다는 결과를 도출 했습니다. 그 결과를 반영하여 전면에서 봤을 때 포탑의 피탄  면적을 최소화 하는 메르카바1의 독특한 포탑 디자인이 완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