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

소래산 | 2013-05-28 15: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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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國軍포로의 전쟁] [中] 애타는 가족들- 1951년 戰死했다던 형 찾는 동생美서 생존 가능성 정보 찾았지만 韓 정부는 10년째 깜깜 무소식- 형 소식 들으러 생업 그만두기도"아오지서 형 봤다" 듣고 중국行… 98년부터 편지 보내도 答 없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김환식(77)씨는 "형님과 헤어져 산 63년의 한(恨)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벌써 10년 넘게 63년 전 헤어진 형을 찾고 있다. 김씨는 "나이가 들수록 형 얼굴을 한 번이라도 봤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진다"고 말했다.김씨의 형은 1950년 7월 카투사(미군에 배속된 한국군)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경기중학교 6학년 때였다. 공무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대구로 내려갔다가 학도병으로 입대했다. 김씨 가족은 1953년 국방부로부터 실종자였던 김씨의 형을 전사(戰死) 조치했다는 통보를 들었다. '이병, 1951년 1월 2일 사망.' 그뿐이었다. 아버지는 이산가족 상봉이 있을 때마다 상봉장에 나가는 사람들에게 큰아들의 생사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지만 소용없었다.50년 가까이 지난 2000년. 예순을 넘긴 김씨는 미국 정부가 6·25 때 전사한 군인의 시체를 발굴해 가족에게 보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카투사였던 형의 기록이 미국 국방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김씨는 딸을 통해 미 국방부 전쟁 포로·실종자 담당관실에 문의했다.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국군 포로의 동생인 김영보씨가 경기도 부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국군 포로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방에 걸린 지도에다 국군 포로가 근무했던 북한 내 광산 위치 등을 표시해놓았다. 그는 지도에 형을 찾으면서 알게 된 내용도 메모하고 있다(위). 김씨는 2002년 형 앞으로 쓴 편지의 사본을 간직하고 있다(아래). /박수찬 기자

'1950년 12월 북한의 평안북도 박천 전투에서 총상을 입었으며 군 전략상 후퇴하라는 명령에 동참할 수가 없어 부대와 헤어졌음. 그 후 정보망을 통해 확인 결과, 부상으로 후퇴를 못하고 있다가 중국군에 잡혀가 인민군에 넘겨졌다는 것까지 확인했으며, 이를 1959년 한국 정부에 통보하였음.'김씨가 "형이 살아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며 이를 곧장 한국 국방부에 알렸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연락 한 통 없었다. 김씨는 최근 시민 단체가 세운 국군포로신고센터에 형의 사연을 보냈다. 그는 "부모님이 2003년 돌아가실 때까지 형을 애타게 찾았다"며 "형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국군 포로들이 북한에서 겪은 고통만큼이나 남아 있는 국군 포로 가족이 겪은 고통도 크다. 경남 창원에 사는 황형규(50)씨는 60년 전 할아버지 때부터 살던 집 근처를 떠나본 적이 없다. 6·25전쟁 때 국군으로 복무하다 실종, 전사 처리된 큰아버지 때문이다. 큰아들을 평생 그리워했던 황씨의 할아버지·할머니(모두 작고)는 큰아들이 돌아올 수 있다며 이사를 하지 않았다. 황씨는 "정부에 큰아버지의 남은 행적만이라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큰아버지를 찾을 때까지 이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영보(65)씨도 1998년부터 형을 찾고 있다. 탈북해 한국에 온 국군 포로 양순용(2001년 작고)씨로부터 "형을 아오지 탄광에서 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벌써 16년째다. 그는 생업이었던 화물트럭 운전도 그만두고 중국으로 형의 소식을 듣기 위해 찾아나섰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국군 포로 5명이 김씨의 직접·간접적인 도움으로 한국에 왔다.김씨는 "일부 활동가처럼 국군 포로들을 한국으로 모셔올 때 커미션(수수료)을 받으면 큰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그런 마음을 먹으면 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직 형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지난주 찾은 김씨 방에는 한반도 지도 한 장이 걸려 있었다. 형이 있는 북한 탄광 위치를 비롯해 국군 포로 관련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김씨는 지금까지 몇 차례 형님에게 편지를 부쳤지만 답장을 받지는 못했다. 그는 보낸 편지를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2002년 3월에 쓴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형님 내 편지 받으셨오. 아오지 탄광에도 진달래 철쭉 피었습니까? 꿈에 그리던 고향에서 봄기운 따라 올라가는 진달래 철쭉에게 고향 소식 실어 보냈건만 형님 내 편지 받으셨오."

국군포로 평균 나이 87.3세… 가족 80%가 "生死라도 알았으면"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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