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차 개발사

나이스 | 2013-05-21 03: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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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이스라엘 메르카바 전차에 관심을 갖고 자료를 모으다 보니 어떤 과정을 통해 메르카바 전차를 개발하였는지도 궁금해지고 더 나아가서 왜 국산전차를 개발 하게 되었는가로 자연스럽게 관심 영역이 계속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모았던 자료들 중에서 이스라엘 독립전쟁에서 메르카바 전차 개발을 확정하기까지의 과정을 졸필이나마 간략하게 정리해서 비밀 회원님들과 공유해 보려 합니다.

 

1940년대 : 전차를 확보하라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의 독립선언으로 독립전쟁(1차 중동전쟁)이 발발하였을 때 이스라엘 군은 35대의 M4 셔먼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소량이나마 전차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2차 대전 중 영국군 소속의 팔레스타인 유대인 여단으로 참전했던 실전 경험이 작용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당시 이스라엘에게 전차를 판매하려는 국가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간신히 이스라엘의 병참장교가 수소문 끝에 미 육군이 스크랩 처리하여 고철로 판매하기 위해 대기 중인 M4 셔먼 전차를 이태리에서 발견하여 구매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무장은 제거된 상태라 궁여지책으로 독일제 Krupp 75mm M1911 곡사포의 포신을 장착하여 사용합니다. 포탄은 여기저기 재고가 있었겠지만 판매를 하려는 곳을 찾기 어려워 유럽을 뒤지고 다니다 스위스에서 겨우 확보를 합니다. 이나마도 독립전쟁 후에는 14대만이 작전 가능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 독립전쟁 중에 촬영된 M4 셔먼전차

 

 

그리고 전쟁 중 Hotchkiss H39 경전차를 노획하여 주포를 2파운드 포로 교체하여 50년대 중반까지 운용합니다.

 

▲ 노획한 Hotchkiss H39 경전차를 살펴보는 이스라엘군. 아랍국들은 이후에도 전차를 그냥 놓고 가는 걸 보면 후퇴가 아니라 패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이스라엘군의 상징처럼 회자 되는 개조하여 마르고 닳도록 사용한다는 신화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현실과 파괴도 하지 않고 멀쩡한 전차를 버리고 가는 적국의 기이한 습성(?)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1950년대 : 프랑스와의 밀월

50년대에도 팔레스타인 주변국들간의 긴장은 수그러들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이스라엘에게 신형 중형 전차를 판매하려는 국가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M4 계열 전차들은 2차 대전 중 5만대 가까이 생산되어 적지 않은 수량이 여러 국가에 공여된 덕에 M4를 다양한 루트를 통해 꾸준히 구매하게 됩니다. 그 중에는 M47 도입으로 퇴역한 한국의 셔먼도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꺼리던 시점에 적극적으로 접근을 한 나라가 바로 프랑스입니다. 프랑스와의 밀월은 1967년 6일전쟁(3차중동전)까지 이어지는데 특히 공군전력은 프랑스 공군이라 해도 될 정도로 프랑스가 확실한 공급원이 됩니다.

 

1953년 프랑스의 초청으로 AMX13 경전차를 둘러볼 기회가 생깁니다. 이스라엘 군은 AMX13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못 했지만 그 주포인 75mm (CN 75-50)에 대해서 만큼은 높은 관심을 갖게 되는데 75mm CN 75-50 주포가 당시 아랍권이 보유한 T34 전차를 관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75mm CN 75-50은 독일의 판터 전차에 장착된 7.5 cm KwK 42 L/70 가 원형입니다.)

 

그래서 결국 AMX 13전차를 구매하고 프랑스 측의 도움을 얻어 기존 M4 전차의 포탑을 75mm CN 75-50을 장착한 신형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새로운 포탑과 주포를 장착한 M4가 바로 M50(Super Sherman) 전차입니다. 프랑스는 공짜는 아니지만 친절하게도 아직까지는 개발 능력과 생산 설비가 일천한 이스라엘을 위해 새로운 포탑의 설계와 시제품 제작까지 해줍니다.

 

▲ 1967년 6일 전쟁 당시 촬영된 AMX 13 경전차. 프랑스가 2차대전후 독일에서 습득(?)한 주포 기술만 아니었어도 이스라엘이 구매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차를 팔겠다는 국가도 없고 전차 자체는 맘에 안 들어도 적 전차를 격파할 수 있는 주포가 달려 있고, M4 셔먼의 주포도 교체할 수 있기에 도입을 결정합니다.

 

 

1955년 60대의 M47 구매를 미국에게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합니다.

 

1956년 수에즈 운하 위기라 불리는 2차 중동전쟁이 발발합니다. 전쟁 발발시 200대의 AMX13과 205대의 M4/M50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전쟁을 승리하긴 했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당시 AMX13을 운용한 이스라엘군의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고 합니다.

"전차의 기동성은 화력과 방어력에 우선할 수 없다."

 

▲ 1967년 6일 전쟁 후 퍼레이드 중인 M50 전차. 56년 2차 중동전에는 1개 중대가 참전합니다.

 

▲ 56년 2차 중동전에서 이스라엘군이 파괴한 이집트 군의 M4 셔먼전차.

 

 

1958년 다시 한번 미국에게 100대의 M47 구매 의사를 타진 했으나 거절 당합니다.

 

1959년 영국으로부터 중고 센츄리온 전차 50대 구매 계약을 체결하여 전차 전력에 대한 갈증을 다소나마 해결합니다.

 

 

1960년대 : 영국의 배신과 도전

드디어 꿈에 그리던 중고 M48 전차 도입 계약을 서독과 체결합니다. 모두 150대를 구매 하기로 하였으나 도입 사실이 노출되면서 아랍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64년까지 40대만 도입되고 계약은 취소됩니다.

서독과의 계약 이면에 미국이 있었던 관계로 결국 그 동안 전차 판매를 거부해 왔던 미국이 어쩔 수 없이 잔여 물량인 M48A1 110대와 더불어 추가로 M48A2 100대를 제공하기로 합니다.

 

1960년도부터 시작된 중고 센츄리온 도입은 1967년 6일 전쟁(3차 중동전쟁) 발발 전까지 모두 385대가 도입됩니다.

 

1962년

독립전쟁 세대인 이스라엘군 장성들은 향후 아랍권과의 전쟁이 전차 중심의 기동전이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으나 소련의 신형 T계열 전차를 꾸준히 공급받는 아랍권에 비해 전차 확보에 계속 어려움을 겪어 오며 해결책 마련에 부심합니다. 그 때 정비창에서 전차를 담당하던 장교 Yisrael Tilan이 제안을 합니다. 이스라엘에서 고유의 전차를 설계하여 차체와 포탑만 제작하고 주요 부품들은 수입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 판단하여 라이센스 생산 추진을 하는 것으로 정리합니다.

 

1963~65년

노후하고 빈약한 무장의 센츄리온과 셔먼 전차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합니다. 센츄리온의 주포는 영국제 L7 105mm로 교체하고 M51(Super Sherman 또는 Isherman)로 불리는 M4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는데 엔진/서스펜션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주포도 프랑스제 CN 105 F1 105mm로 교체합니다. M4 셔먼에 장착하는데 필요한 주포의 개조는 프랑스가 해결해 주었으나 주포의 반동이 너무 세서 정차 한후 기어를 중립에 놓고 차체 전체로 반동을 흡수해야 사격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 1967년 6일 전쟁 중 촬영된 M51. M51은 1973년 4차 중동전까지 참전하여 T-62를 상대하게 됩니다.

 

64년에는 이스라엘 탈 장군이 프랑스로 가서 생산을 시작한 AMX30을 둘러봅니다. 프랑스로서는 판매를 기대했지만 탈 장군은 깊은 관심이라는 립서비스로 대신합니다. 이스라엘은 프랑스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AMX30을 차세대 전차의 플랫폼으로 선택하지도 고려하지도 않았습니다.

같은 해에 이스라엘은 M48 인수를 위해 교육 요원들을 서독에 파견했지만 아랍권의 반발로 결국 40대 도입에 그치게 됩니다.

 

▲ 1967년 6일 전쟁 중 기갑사단장이었던 이스라엘 탈 장군. 그 당시 탈 장군은 장군임에도 이스라엘 군 내에서 최고의 전차 포수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60년대 시리아와의 수로 분쟁 당시 포수로 직접 전차에 탑승하여 신기에 가까운 포술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이스라엘 탈 장군은 이스라엘 기갑 독트린의 창시자로, 영국과 진행한 이스라엘형 치프텐 전차 공동개발 프로젝트의 이스라엘측 대표로, 이후에는 메르카바 전차 개발의 총 책임자로 메르카바의 아버지라 불리며 이스라엘 전차 개발의 전설이 됩니다.  

 

1966년

66년까지 서독/미국으로부터 총 250대의 M48을 도입되고 프랑스제 CN 105 F1 105mm 주포를 탑재한 M4 개량형인 M51도 배치가 시작됩니다.

 

어렵사리 구매한 중고 M48과 센츄리온/M4를 꾸준히 개량하면서 받은 설움과 더불어 공군은 프랑스의 협력 하에 최신형 전투기의 구입은 물론 라이센스 생산까지 추진되면서 확실한 제공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시점이라 지상전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최신형 전차와 자국 생산이라는 화두가 더 절박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영국이 귀가 솔깃할 수 밖에 없는 제안을 합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66년도에 초도 생산을 시작한 따끈 따끈한 최신형 전차인 치프텐의 공동 개발 및 시험, 개량형의 이스라엘 라이센스 생산이었던 것입니다.

 

Sam Katz가 그의 저서에서 "치프텐 개발 마무리를 위한 개발자금 확보를 위해 영국이 이스라엘에 제안 하였다"고 한 내용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 국내의 블로그들과 출판 자료에는 간단 명료하게 Samuel Katz의 주장만이 실려 있는데요, 당시 상황은 좀 더 복잡한 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영국은 노동당 정군이 집권하면서 국방비에 대한 긴축이 있었고 영국군은 새로 개발한 치프텐 전차의 아랍 수출에 대단한 의욕을 보이고 있었는데 국방비 긴축으로 더 급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2차대전 이후 20년간 전차전의 실전 경험이 없던 영국으로서는 꾸준한 전차전 경험과 함께 주요 판매 예상처인 아랍권의 지형,기후에 대해서도 경험이 풍부한 이스라엘이 최적의 대상이었던 것 입니다.

 

▲ 이스라엘에서 테스트 중인 치프텐 전차. 중동에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영국은 이스라엘의 경험과 협력이 매우 중요 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은 치프텐 전차의 라이센스 생산이라는 목표를 위해 그간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아낌 없이 제공했습니다. 심지어는 이스라엘 탈 장군이 치프텐 전차의 이란 판매 계약을 직접 추진하여 성사시킬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라이센스로 전차 판매도 하고 돈 안들이고 이스라엘의 경험을 전차 개량에도 반영할 수 있으니 어느 면으로나 영국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이긴 하지만 수 백대의 중고 센츄리온 전차 판매까지 조건으로 내걸었으니 영국으로서는 선심 쓰는 척하며 여러모로 이득을 챙기는 제안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이스라엘도 노동당 정권이어서 영국의 노동당 정부와 상당히 우호적인 협력 관계에 있었던 것도 중요한 역활을 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자국산 전차 확보를 위해 고심하고 있던 이스라엘군으로서는 영국의 제안을 수락하고 곧 갖게 될 자국산 치프텐 전차의 꿈을 키워갑니다.

 

드디어 1966년 10월 2대의 프로토타입 치프텐이 영국 기술자와 함께 도착하고 11월에는 기갑부대와 군수부대에서 차출한 2명의 이스라엘 요원이 치프텐 연구를 위해 영국으로 파견 됩니다.

 

▲ 1969년 탈 장군과 영국군 관계자가 테스트 중인 치프텐 전차 앞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하지만 1969년은 아주 암울하게 막을 내리게 됩니다.

 

 

내용이 너무 길어지네요. 이후의 상세한 치프텐 공동개발 과정과 메르카바 개발사는 부득이 다음에 이어서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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