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래드비치(Red Beach)
김바사 | 2013-05-05 13:07:59
조회 8157 | 추천 0 | 다운로드 1
한가한 주말에는 상일동에서 지하철을 타고 인천까지 갑니다.
두어권의 책과 카메라를 담은 배낭을 매고 가는데 오고 가는 길에 지하철내에서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인천역에 내려서는 주로 차이나타운을 거쳐 자유공원을 둘러보거나 아니면 월미도까지 걸어가 봅니다.
인천역에서 내려 월미도로 가는 길목에 커다란 대한제분 공장이 서 있고 이 공장 정문앞에 인천상륙을 기념하는 래드비치 기념비가 서 있습니다.
래드 비치(Red Beach-적색해안)는 인천상륙작전당시 상륙지점의 암호명이죠.
1950년 9월 15일 미명에 역사적인 인천상륙작전이 시작되면서 상륙군은 3개의 상륙지점을 설정합니다.
우선 새벽 만조시간에 월미도(그린비치)에 상륙하여 교두보를 확보한 후 저녁에 다시 만조가 되기까지를 기다렸다가 바닷물이 들어오면 지금의 북성동 대한제분 공장이 서 있는 래드비치와 연안부두 방향의 불루비치에 상륙하는 것이지요.
즉, 그린비치(월미도)에 상륙한 미 해병 1사단 5연대 3대대의 용사들은 저녁때가 되어 바닷물이 들어올 때까지 육지로 이어지는 제방을 지키며 적의 반격에 대비해야 했습니다.
아래의 사진이 월미도에 상륙한 미 해병대 H중대원들이 저녁의 만조시간을 기다리며 육지로 이어지는 제방길에서 적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쪽 제방길 너머가 인천역이며 제방의 왼쪽이 지금의 대한제분 공장이 있는 곳이고 오른 쪽이 챠이나 타운과 자유공원입니다.
이제 저녁 만조가 되면 제방의 왼쪽 방파제로 해병대가 쳐들어가게 되는데 그 방파제가 있는 해안이 바로 작전명 "래드비치"인 것입니다.
래드비치 해안가에 당도한 미 해병은 부산에서 준비해온 사다리를 대고 이 제방위로 올라섰습니다.
그 이름은 잊었습니다만 사진에서 맨 위에 올라선 소대장은 인천역과 외국인 묘지 방향에서 날아온 기관총탄에 전사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만리 이국땅, 고인의 희생에 감사드립니다. 아! 그 날, 종군기자로 유명한 마가렛 히긴스 여사도 이 시간 바로 여기 제방아래에 해병대원과 함께 상륙했지요.
<외국인 묘지의 탄흔>
여기에서 특기할 것은 방파제의 왼쪽(북성포구)까지 이어지는 대한제분공장의 사일로가 있는 뒷편에 작은 언덕이 하나 있었다는 겁니다.
이 언덕이 바로 외국인 묘지가 있던 곳이며 상륙을 저지하려는 북괴군의 사격은 주로 이 외국인 묘지 언덕과 인천역 건너편 언덕길에서 날아왔습니다.
이 언덕은 위에서 두 번째의 사진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이 언덕은 깎여져 평지가 되고 공장이 들어서면서 이 외국인 묘지는 청학동으로 올겨졌습니다.
이 외국인 묘지가 소중한 것은 인천 개항의 초기시절에 중요한 인물들이 거기에 영면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랜디스 박사, 타운젠트, 우리탕... 그리고 제물포에 머물렀던 이탈리아 함대의 수병들까지.
그런데 여기, "로버트 한스" 씨의 비석에는 총알자국이 선명하지요.
나는 이것이 래드비치 상륙당시 외국인 묘지에 매복한 북괴군을 향하여 발사된 미 해병의 총탄으로 봅니다.
역사의 기억은 우리의 뇌리에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그 땅에 새겨지며 생각보다 오래 오래 간직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이 래드비치와 월미도로 이어지는 제방길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그것은 한 민족의 장대한 역사가 새겨진 이 곳에 나의 작은 역사가 함께 간직되어있기 때문입니다.
1950년 9월 15일 미 해병대가 지키던 이 제방길을 나는 직접 걸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 제방길은 일제치하의 1918년에 월미도를 유원지화 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일본은 월미도에 벛꽃을 심고 바닷물을 끓여 사용하는 대형 목욕탕(조탕), 수영장, 어린이 여름학교(임해학교), 호텔, 사슴농장등의 위락시설과 볼거리를 만들어 월미도를 전국 최고의 위락명소로 만들었지요.
일본이 물러가고 한국에 주둔한 점령군(미군)에 의하여 통제되던 이 아름다운 섬은 상륙작전의 포격속에 불타버렸지만 월미도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어서 좋은 계절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았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아마도 1930년대의 제방길 모습으로 보여지는데 위의 제방길 모습과 크게 다를 것이 없지요.
전쟁이 끝난 여러 해 후 내가 이 제방길을 걷던 당시에도 모습은 여전했습니다. 그 때 제 나이 다섯살이나 여섯살....
아버님의 손에 이끌려 이 제방길을 걸어가던 시기가 아마도 5월이었습니다.
햇볕은 찬란했고 풀잎에 맺힌 물방울들은 보석처럼 빛났죠. 좌우에 펼쳐진 넓은 바다와 그 바다위에 떠 있는 배들의 모습은 황홀했습니다.
이 날은 세상을 아름다움의 관점에서 느낀 생애 최초의 날이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 내가 왕십리 동명 초등학교 3학년생이 되었을 때 내 동생이 입학하여 이 학교를 처음 구경했습니다.
동생은 학교 뒷마당에 만들어진 작은 연못과 머일리 아차산의 웅장한 모습을 바라보더니 "엄마, 여기가 미국이야?" 하고 묻더군요.
어머님과 나는 크게 웃었지만 나는 내가 동생보다 더 어린 시절에 월미도에서 아빠에게 물었던 질문 "아빠, 여기가 어디야?" 를 기억했습니다.
그 어린 소년이 미국이나 천국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었다면 아빠에게 물었던 질문은 당연히 "여기가 천국이야?" 였겠지요.
아주 먼 시간이 흘러 나는 다시 월미도 제방길이 있던 곳에 섰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위치가 위의 해병대원들이 앉아있던 그 자리지요. 제방길이었던 곳은 자동차가 분주히 오가는 큰 길이 되었습니다.
이따금 이 길을 찾아와 걸으면서 나는 월미도의 지난 역사들을 반추해보며 아주 작은 흔적 하나라도 찾으려고 여기 저기 뒤적여보곤 합니다.
내 나라의 옛 기억과 거기에 곁다리를 붙인 나의 기억을 찾아보려 말입니다.
아쉽게도 이 곳에 "천국"은 더 이상 강림하지 않을 것이지만 한 시대의 고통이 어린 땅을 아름다움의 감성으로 느끼던 시절이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두어권의 책과 카메라를 담은 배낭을 매고 가는데 오고 가는 길에 지하철내에서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인천역에 내려서는 주로 차이나타운을 거쳐 자유공원을 둘러보거나 아니면 월미도까지 걸어가 봅니다.
인천역에서 내려 월미도로 가는 길목에 커다란 대한제분 공장이 서 있고 이 공장 정문앞에 인천상륙을 기념하는 래드비치 기념비가 서 있습니다.
래드 비치(Red Beach-적색해안)는 인천상륙작전당시 상륙지점의 암호명이죠.
1950년 9월 15일 미명에 역사적인 인천상륙작전이 시작되면서 상륙군은 3개의 상륙지점을 설정합니다.
우선 새벽 만조시간에 월미도(그린비치)에 상륙하여 교두보를 확보한 후 저녁에 다시 만조가 되기까지를 기다렸다가 바닷물이 들어오면 지금의 북성동 대한제분 공장이 서 있는 래드비치와 연안부두 방향의 불루비치에 상륙하는 것이지요.
즉, 그린비치(월미도)에 상륙한 미 해병 1사단 5연대 3대대의 용사들은 저녁때가 되어 바닷물이 들어올 때까지 육지로 이어지는 제방을 지키며 적의 반격에 대비해야 했습니다.
아래의 사진이 월미도에 상륙한 미 해병대 H중대원들이 저녁의 만조시간을 기다리며 육지로 이어지는 제방길에서 적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쪽 제방길 너머가 인천역이며 제방의 왼쪽이 지금의 대한제분 공장이 있는 곳이고 오른 쪽이 챠이나 타운과 자유공원입니다.
이제 저녁 만조가 되면 제방의 왼쪽 방파제로 해병대가 쳐들어가게 되는데 그 방파제가 있는 해안이 바로 작전명 "래드비치"인 것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저녁 만조를 틈타 래드비치 해안으로 쇄도하는 모습입니다.
래드비치의 상륙에 맞추어 월미도(그린비치)에 상륙하여 대기하고 있던 셔먼탱크들이 제방을 따라 돌격하고 있군요.
래드비치 해안가에 당도한 미 해병은 부산에서 준비해온 사다리를 대고 이 제방위로 올라섰습니다.
그 이름은 잊었습니다만 사진에서 맨 위에 올라선 소대장은 인천역과 외국인 묘지 방향에서 날아온 기관총탄에 전사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만리 이국땅, 고인의 희생에 감사드립니다. 아! 그 날, 종군기자로 유명한 마가렛 히긴스 여사도 이 시간 바로 여기 제방아래에 해병대원과 함께 상륙했지요.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나는 지금도 월미도길을 걸어갈 때면 이 방파제가 있던 자리를 꼭 둘러보곤 하는데 놀랍게도 그 방파제의 위치는 거의 변하지 않고 제자리에 있습니다.
물론 축벽을 새로쌓는 정도의 공사는 있었겠으니 이 정도면 그 날의 역사를 기억하는데 충분합니다.
아래의 그림에서 오른 쪽이 최초의 상륙지점이 되지요.
<외국인 묘지의 탄흔>
여기에서 특기할 것은 방파제의 왼쪽(북성포구)까지 이어지는 대한제분공장의 사일로가 있는 뒷편에 작은 언덕이 하나 있었다는 겁니다.
이 언덕이 바로 외국인 묘지가 있던 곳이며 상륙을 저지하려는 북괴군의 사격은 주로 이 외국인 묘지 언덕과 인천역 건너편 언덕길에서 날아왔습니다.
이 언덕은 위에서 두 번째의 사진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이 언덕은 깎여져 평지가 되고 공장이 들어서면서 이 외국인 묘지는 청학동으로 올겨졌습니다.
이 외국인 묘지가 소중한 것은 인천 개항의 초기시절에 중요한 인물들이 거기에 영면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랜디스 박사, 타운젠트, 우리탕... 그리고 제물포에 머물렀던 이탈리아 함대의 수병들까지.
그런데 여기, "로버트 한스" 씨의 비석에는 총알자국이 선명하지요.
나는 이것이 래드비치 상륙당시 외국인 묘지에 매복한 북괴군을 향하여 발사된 미 해병의 총탄으로 봅니다.
역사의 기억은 우리의 뇌리에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그 땅에 새겨지며 생각보다 오래 오래 간직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이 래드비치와 월미도로 이어지는 제방길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그것은 한 민족의 장대한 역사가 새겨진 이 곳에 나의 작은 역사가 함께 간직되어있기 때문입니다.
1950년 9월 15일 미 해병대가 지키던 이 제방길을 나는 직접 걸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 제방길은 일제치하의 1918년에 월미도를 유원지화 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일본은 월미도에 벛꽃을 심고 바닷물을 끓여 사용하는 대형 목욕탕(조탕), 수영장, 어린이 여름학교(임해학교), 호텔, 사슴농장등의 위락시설과 볼거리를 만들어 월미도를 전국 최고의 위락명소로 만들었지요.
일본이 물러가고 한국에 주둔한 점령군(미군)에 의하여 통제되던 이 아름다운 섬은 상륙작전의 포격속에 불타버렸지만 월미도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어서 좋은 계절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았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아마도 1930년대의 제방길 모습으로 보여지는데 위의 제방길 모습과 크게 다를 것이 없지요.
전쟁이 끝난 여러 해 후 내가 이 제방길을 걷던 당시에도 모습은 여전했습니다. 그 때 제 나이 다섯살이나 여섯살....
아버님의 손에 이끌려 이 제방길을 걸어가던 시기가 아마도 5월이었습니다.
햇볕은 찬란했고 풀잎에 맺힌 물방울들은 보석처럼 빛났죠. 좌우에 펼쳐진 넓은 바다와 그 바다위에 떠 있는 배들의 모습은 황홀했습니다.
이 날은 세상을 아름다움의 관점에서 느낀 생애 최초의 날이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 내가 왕십리 동명 초등학교 3학년생이 되었을 때 내 동생이 입학하여 이 학교를 처음 구경했습니다.
동생은 학교 뒷마당에 만들어진 작은 연못과 머일리 아차산의 웅장한 모습을 바라보더니 "엄마, 여기가 미국이야?" 하고 묻더군요.
어머님과 나는 크게 웃었지만 나는 내가 동생보다 더 어린 시절에 월미도에서 아빠에게 물었던 질문 "아빠, 여기가 어디야?" 를 기억했습니다.
그 어린 소년이 미국이나 천국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었다면 아빠에게 물었던 질문은 당연히 "여기가 천국이야?" 였겠지요.
아주 먼 시간이 흘러 나는 다시 월미도 제방길이 있던 곳에 섰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위치가 위의 해병대원들이 앉아있던 그 자리지요. 제방길이었던 곳은 자동차가 분주히 오가는 큰 길이 되었습니다.
이따금 이 길을 찾아와 걸으면서 나는 월미도의 지난 역사들을 반추해보며 아주 작은 흔적 하나라도 찾으려고 여기 저기 뒤적여보곤 합니다.
내 나라의 옛 기억과 거기에 곁다리를 붙인 나의 기억을 찾아보려 말입니다.
아쉽게도 이 곳에 "천국"은 더 이상 강림하지 않을 것이지만 한 시대의 고통이 어린 땅을 아름다움의 감성으로 느끼던 시절이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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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바사 | 2013-05-06 | 추천 0
김바사 | 2013-05-06 | 추천 0
김바사 | 2013-05-06 | 추천 0
김바사 | 2013-05-06 | 추천 0
navy384 | 2013-05-05 | 추천 0
월미도와 소월미도에서 해군생활을 했던 한사람으로써 남다른 감회가 떠오르는 군요.
이토록 어렵게 사수한 자유이거늘... 이정희나 강정마을騷擾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월맹에게 먹혀버린 월남을 보는것 같아 더더욱...
萬事參見 | 2013-05-05 | 추천 0
레오나르도 다김치 | 2013-05-05 | 추천 0
필승의 윤병장 | 2013-05-05 | 추천 0
필력도 훌륭하시고요.추억의 아련함은 .....
빤스지기 | 2013-05-05 | 추천 0
김바사 | 2013-05-05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