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에만 치우친 양성교육체계 대폭 뜯어 고쳐야

궁금해요 | 2012-10-16 01: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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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軍, 왜 이러나?
”조달”에만 치우친 양성교육체계 대폭 뜯어 고쳐야

 

이른바 '동부전선 노크 귀순'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오늘 오후 2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관진 국방장관이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의 조사 결과를 오늘 오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면서 "김 장관이 조사 결과와 함께 관련자 문책 범위와 징계 수준, 후속 대책 등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문책 범위는 큰 폭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제22사단장은 물론 제8군단장, 제1야전군사령관, 합참 상황실 관계자 등이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계작전 실패와 관련한 징계로는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러한 대규모 문책 규모는 최전방 경계근무 태세에 큰 허점이 드러나 국민에게 불안감과 실망감을 안겨준 데 대한 석고대죄(席藁待罪)의 성격이나, 국방부가 대국민 사과문 발표 계획을 공개한지 몇 시간만에 또 다른 대형 악재가 터져 국방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발생했으나, 허위 보고로 무마하고 은폐했던 북한군 중위 귀순 사건이 보도되는가 하면, 이어서 22사단 '노크 귀순' 사건이 벌어진 인접 지역에서 대민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2008년 북한군 중위 귀순 사건 당시 귀순한 이모씨의 귀순 과정은 가히 충격적이다. 

- 귀순자 아측 초소 100여미터 전방까지 접근, 백기 흔들며 허공에 실탄 7발 발사 
- 초소에서 아무 반응 없어 다시 500여미터 이동해 다른 초소로 이동
- 귀순 의사 밝혔으나 아무 반응 없음.
- 초소 앞에서 지쳐서 잠들었다가 2시간 후 깨어날 때까지 발견되지 않음.
- 이동한 초소 앞에서 허공에 실탄 1발 발사, 귀순의사 밝혔으나 반응 없음.
- 초소 관측창 앞으로 이동해 "장병, 장병" 소리치며 아군 경계병을 부름
- 비무장 경계병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달아나고 반바지 차림의 부사관이 나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라고 물음
- 초소 간부와 병사들이 "통문 쪽으로 귀순해 왔고, 우리측이 발견해 신병 확보한 것으로 하자"며 예행연습까지 시킴.
- 예행연습 후 정식 귀순, 상급부대에 허위보고


귀순한 이모씨는 "북한군은 전방 사단에서 매년 1~2차례씩 남측 초소 바로 앞까지 정찰하고 돌아가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나, 단 한번도 발견된 적 없다"고 폭로해 동부전선뿐만 아니라 서부전선 지역의 경계작전태세에도 구멍이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사실이라면 유사시 전방의 경계 병력이 일순간에 몰살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열상 감시 장비에 발견되지 않을 리 없다"고 반박했으나, 22사단 지역의 민간인 월북 사건이나 '노크 귀순' 사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열상 장비가 운영되더라도 뚫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국방부의 이러한 반응은 물론, 이 前 북한군 중위의 귀순 사건 당시 초소 간부들의 대응 절차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은폐와 허위보고, 조작의 연속이었다. 초급 간부부터 국방부까지 총체적으로 기강이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졌다는 말이다.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진 군 기강

22사단 '노크 귀순' 사건으로 동부전선 전 부대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발생한 '여대생 머리채 사건'도 이러한 기강 해이의 단면을 보여준다. 22사단 인접의 제12보병사단 A중위는 새벽 4시경 속초 시내 길거리에서 마주친 여대생 B양에게 이른바 '헌팅'을 시도했지만 B양이 거부하고, B양과 동행한 C양이 헌팅을 방해하자 C양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했다. A중위와 함께 술을 마시던 D중사는 A중위를 말리다가 또 시비가 붙었고, 길거리에서 A중위와 주먹다짐을 벌였다. 

위수지역 이탈에 음주 지침(22시 이전 음주 행위 종료하고 숙소로 복귀) 위반, 민간인 폭행, 하극상까지 군의 기강이 얼마나 엉망진창이 되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건 사고는 언론 보도가 되지 않는 것들이 대단히 많지만, 각급 헌병대가 관할 구역 지휘관들에게 매일 전자우편으로 발송하는 사고사례 전파를 보면 군의 군기문란 실태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군인의 道' 실종, 하향평준화 된 군 간부의 길

최근 잇단 군 기강 해이 문제는 역시 간부들의 자질 문제에 기인한 바 크다. 간부로서의 사명감이나 책임의식은 찾아볼 수 없는 자질 미달의 인원들이 잇따라 군 간부로 임관해 사건ㆍ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 원인에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군 경시 풍조와 함께, 직업으로서의 간부의 메리트가 대단히 줄어든 상황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은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많은 홍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관학교를 제외한 타 출신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진급할 수 있는 계급에 제약이 커 우수 인력들이 지원을 꺼리고 있다.

육군의 출신별 진급 구성비를 살펴보면 학군/학사 임관자가 육사 출신보다 25배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위 → 소령 진급 인원 비율은 공히 23~25% 수준으로 대등했으며, 소령 → 중령 진급 인원 비율은 전체 진급자의 40% 이상이 육사 출신으로 학군 출신의 2배, 학사 출신의 10~15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령 → 대령 진급은 육사 출신이 60~65%, 대령 → 준장 진급은 육사 출신이 75 ~ 80% 수준을 차지한다. 비사관학교 출신은 아무리 우수한 자원이라 하더라도 소령 이상 진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안정적인 직업으로서의 가치가 없어 고급 자원들이 굳이 지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육사 출신 장교들은 매년 전체 임관자 대비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수가 임관함에도 불구하고 전체 장성의 90% 가까운 비율을 자랑하고 있고, 이른바 '보직관리'를 받아 주요 핵심 직위를와 해외 교육 기회 등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국방부는 출신 구분 없이 공정하게 진급 심사를 실시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연대장급 이상 지휘관 80% 이상이 육사 출신인 상황에서 '지휘관 지휘추천'을 진급 심사 평가 점수 항목에서 가장 높게 개정하여 사실상 육사 출신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인사 시스템을 구축해 놓아 타 출신이 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을 원천 봉쇄해 버렸다. ROTC 출신 장성 진출자가 사관학교 출신보다 많은 미국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소위 말하는 서울ㆍ수도권 지역 명문대학들의 학군ㆍ학사장교 경쟁률은 매년 미달을 면치 못하고 있어, 미달 정원을 지방 대학에서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굳이 군대에 가지 않더라도 대기업에 취업이 용이한 명문대 졸업생들이 ROTC나 학사장교를 지원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당장 취업 문제가 시급한 지방 하급 대학들의 학생들이 군 장교 지원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률이 대학의 존폐 여부와 직결되는 지방 하위권 대학들은 육군과의 각종 제휴를 통해 경쟁적으로 학군단을 유치하고, 군사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여기에 군은 전역 장교들을 '교수'로 채용하는 조건으로 관련 학과 개설 협약을 무차별적으로 남발하고 있다.

물론 모든 지방대학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점수와 상관없이 등록금만 내면 들어갈 수 있는 일부 대학에 '장교 양성과정'이 개설되고, 여기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제대로 된 학위도 없는 예비역 장교들이 '교수'로 들어앉아 '병정놀이' 하다가 임관하는 형태로 간부 양성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병력 감축과 군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간부 비율 확충 정책까지 가세하면서 '민간 사관학교'는 지방 최하위권 대학까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14일 막을 내린 '2012 지상군 페스티벌'은 이러한 하향평준화된 예비 장교 전람회였다. 이들은 사관생도, 사관후보생의 제복을 흉내낸 유니폼을 맞춰 입고, 심지어 특전사 대테러복(흑복)에 공수기장, 레인저 기장(관련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까지 달아 줄 맞추어 다니며 '군인 행세'를 했다. 일부는 삼삼오오 모여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제복을 입고 있음에도 기본적인 공공질서조차 지키지 않는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여 필자를 당황케 했다.

이처럼 자질 미달의 인원이 무차별적으로 간부로 유입되니 폐해가 적지않다. 처음부터 역량이나 자질이 부족한 인원이 전문적인 교수법도 없는 자격 미달 교수진에게 교육을 받으니 전문 지식 습득은 고사하고 장교로서 갖추어야 할 인성이 함양될 리 만무하다.

장교는 '국제신사'지만, 적지 않은 장교들이 기초적인 띄어쓰기나 맞춤법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영어로 된 용어가 다수 기입된 작전계획서에 나온 기본적인 영어 단어조차 모르는 수준 미달 장교들이 적잖이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강우량을 표기하는 길이의 단위 'mm'의 영어 발음이 '미리미리'이고, 수준ㆍ등급을 뜻하는 'Level'을 '라벨'이라고 읽으며, 작전계획 회의 때 수시로 나오는 FSCL(Fire Support Coordination Line : 화력지원협조선)의 뜻을 모르는 것은 물론 발음조차 못하는 소령급 장교와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소령'이 다음 보직으로 '군사영어반'에 진출했다는 것이다.

기본 소양은 임관 이후에 스스로 노력하면 되지만, 인성과 몸ㆍ마음가짐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선발 과정에서 철저하게 검증해야 하지만, 장교의 수는 모자라는데 지원자들은 갈수록 수준 미달의 인원만 넘쳐나니 선발된 인원들의 하향 평준화가 일어나지 않을래야 안 일어날 수가 없다.

이러한 수준 미달 장교들이 전후방 각지에서 무단 근무이탈, 총기 절취 후 탈영, 성 범죄는 물론이고 2008년에는 수백억대 투자 사기까지 저지르며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군 고위층은 육사 출신이 헤게모니를 잡고 기득권의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고, 곁가지는 '하향 평준화된 장교'들이 채워지고 있으니 장교로서의 책무를 떠나 개인으로서의 인성 자체도 검증되지 않은 인원들이 각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니 잡음이 안 생길 수가 없다.

국방부나 방사청 등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비리 사건으로 떠들썩하고, 전후방 각지에서는 철책이 뚫리고, 성 범죄가 발생하고, 탈영에 자살에 폭행, 사기 사건 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노크 귀순' 사건 역시 이 같은 간부 자질 부족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 간부들부터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하고, 민간인에게 시비를 걸 정도로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술을 마시고, 폭행ㆍ하극상ㆍ사기ㆍ성범죄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데 부대 기강은 어떻겠는가?

물론 모든 간부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전후방 각지에서 불철주야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간부들이 이러한 문제 간부들보다 더 많다. 그러나 잘못된 선발ㆍ양성 체계하에서 임관해 군 전체를 욕보이는 일부 간부들 때문에 군 전체 기강이 문란해지고 국민들의 군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특정 출신의 진급ㆍ요직 독식 심화와 이로 인한 타 출신의 하향 평준화와 무분별한 장교 양성과정 확대에 기인한 바 크다. 즉, 군 스스로 지금의 상황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특정 출신'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장교 선발과 양성 과정에 대해 뼈를 깍을 각오로 전면적인 쇄신을 하지 않는다면, 오늘날과 같은 경계작전 실패, 사건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처 자주국방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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