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 http://blog.naver.com/imkcs0425/60168800432

23. 도옌 급(APA-1)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영국 및 영연방 국가들에게는 징발하여 수송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선들이 미국보다 훨씬 많았다.

미국의 해사위원회에 해당하는 영국의 ISTDC(Inter Service Taraining and Development Centre)에서는 1920년대부터 유사시 징발 가능한 영국 및 영연방 국가들의 상선에 대한 방대한 목록을 미리 확보하고 있었으며 전쟁이 임박하자 차례로 징발하여 개조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개장된 수송함 중에서 주로 여객선을 개조한 병력수송함들은 처음에 ILS(Infantry Landing Ship)이라고 부르다가 1942년 7월에 보병상륙함(LSI = Landing Ship, Infantry)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러한 보병상륙함들은 미국의 공격수송함(APA)과 비슷했으나 공격수송함과 달리 차량을 거의 실을 수 없었다.

보병상륙함 중에서 글렌 사의 소형 여객선들을 개조한 3척이 루스벨트 대통령의 관심을 끌었다. 

글렌 보병상륙함들은 속력이 18노트로 비교적 빨랐고, 장교 34명과 사병 627명을 수송할 수 있어서 보병상륙함치고는 소형이었다.

1940년 7월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해사위원장인 랜드 해군중장을 은밀히 불러 나중에 도옌 급으로 불리게 되는 글렌 보병상륙함과 비슷한 소형 공격수송함에 대한 연구를 지시했다.

1940년 11월에 대선을 앞두고 있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고립주의 성향의 의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하여 일부러 해군이 아닌 해사위원회를 택했으며, 해군장관이 도옌 급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은 8월 5일에 해사위원회로부터 개발 중인 함선에 대한 보고를 받은 이후였다.

해사위원회는 1940년 8월 말에 해군성에 도옌 급의 설계도를 제출하여 검증을 받은 다음 9월 4일에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여기에 따르면 도옌 급은  장교 60명과 부사관 및 사병 672명을 수송할 수 있었는데 글렌 보병상륙함과 다른 가장 특징적인 면은 후방 갑판에 경사로를 만들어 그곳에서 전차를 실은 상륙정을 발진시킬 수 있다는 점이었다.

도옌 급은 10톤짜리 기중기 이외에 전차를 다루기 위하여 30톤짜리 기중기도 장비할 계획이었다.

소형 공격수송함인 도옌의 설계도를 본 해군과 해병대는 관심을 나타내었다.

해병대는 당시 1,600 명에 달하는 1개 대대를 동시에 상륙시킬 수 있는 대형 병력수송함을 원했지만 만일 2척씩 운용된다면 도옌 급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도옌 급 2척은 대형 공격수송함 1척의 커다란 화물창 4개 대신 8개의 작은 화물창을 가지게 될 것이었으며 그러면 상륙시간이 훨씬 짧아질 것이었다.

1940년 10월 14일에 해군성이 도옌 급의 건조를 정식으로 허가함에 따라 2척이 해군위원회의 책임 아래 건조에 들어갔다.

초도함 도옌은 AP-2 였다가 나중에 APA-1 이 되었고, 2번함 펠란드는 AP-18 이었다가 나중에 APA-11 이 되었다.

도옌 급의 건조는 도중에 해병대와 해군의 끊임없는 요구에 의하여 수많은 변경을 겪었으며 마침내 완성되었을 때 실패작임이 드러났다.

배수량은 예상보다 550톤을 초과했고, 흘수는 90cm 가 깊어졌으며 너무 불안정하여 대양 항해가 곤란할 정도였다.

비판에 직면한 해사위원회는 해병대와 해군의 일선부대가 수송가능한 병력 수와 무장을 늘리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한 것과 건조 도중에 전차용 상륙정이 13.7m 짜리에서 15.2m 짜리 LCM(3)로 바뀐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해사위원회의 이런 주장에 대하여 해병대와 해군의 일선부대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함선국은 해사위원회가 작은 배 안에 너무 많은 기능을 우겨넣는 등 건함의 기본 관리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각자의 주장은 모두 일말의 진실을 내포하고 있었다.

사실 건함을 맡은 조직과 그 배를 사용할 일선 부대와의 관계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부모 손을 잡고 커다란 장난감 가게에 들른 꼬마와 그 부모 사이의 관계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이때 꼬마가 자기 눈에 좋아 보이는 장난감들을 모두 사 달라고 부모에게 떼를 쓰듯이 일선 부대는 건함 상의 골치아픈 문제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들을 주장하기 마련이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건함을 담당한 조직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배의 특징을 알려줄 수 있었다.

이때 건함을 담당한 조직은 꼬마의 부모들처럼 일선 부대의 요구 중에 들어 줄 수 있는 요구는 들어주고 약간 도를 넘은 요구는 설득하여 타협점을 찾고 터무니없는 요구는 과감하게 거부하면서 건조를 진행시켜야 했다.

따라서 해병대와 해군의 일선부대 입장에서 자신들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실패작이 나왔다고 주장하는 해사위원회의 태도는 꼬마가 사달라는 대로 장난감을 다 사주고는 다음 달에 카드 값이 많이 나왔다고 꼬마를 닦달하는 부모와 마찬가지였다. 

함선국의 경우는 책임 문제에서 훨씬 복잡했다.

애당초 도옌 급이 건조에 들어갈 때부터 함선국은 10톤 짜리 기중기가 과도하다며 2톤 짜리로 바꾸라고 권고하는 등 요구되는 능력에 비하여 다소 작은 느낌을 주는 도옌 급의 안정성에 분명히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함선국은 도옌 급의 안정성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해사위원회가 해병대 및 해군 일선 부대의 무리한 요구를 억지로 받아들여 안 그래도 부족한 도옌 급의 안정성을 계속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구조를 변경하면서 건조하는 동안 사실상 수수방관했다.

1942년 가을부터 함선국은 소형 공격수송함을 건조하라는 해군참모총장 킹 제독의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소형 공격수송함의 문제점을 보여주기 위하여 도옌 급의 실패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해사위원회 입장에서 함선국은 군함 건조에 관한 한 감히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는 대선배에 해당했으며 실제로 도옌 급의 건조 과정에서 해사위원회는 함선국의 의견을 대단히 존중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책임은 해사위원회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군함 건조에는 경험이 없다고 해도 선박 건조 분야의 전문가들을 다수 보유한 해사위원회가 건함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함정의 안정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큰 잘못이었다.

물론 건조 도중에 전차용 상륙정이 LCM(3) 로 바뀌는 등 불가항력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역시 가장 큰 요인은 군함 건조 경험이 없어서 일선 부대의 무리한 요구를 다루는데 서툴렀던 해사위원회의 경험 부족이었다.

어쨌든 제대로 항해하기도 힘든 물건이 나오자 어떻게든 이 사태를 바로잡아야만 했고, 결국 함선국이 전면에 나서야만 했다.

그리하여 함선국의 직접 지도 하에 해사위원회가 도옌 급을 대대적으로 개량했다.

우선 1,100 명까지 늘어났던 수송인원을 845명으로 줄이고, 과도한 무장을 제거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방 경사로를 폐지함으로써 전차 운용 능력을 포기한 것으로 이에 따라 필요가 없어진 30톤 짜리 기중기도 제거했다.

도옌 급은 이런 식으로 대대적인 군살빼기를 실시하여 겨우 항해에 필요한 최소한의 안정성을 확보했으나 아직도 많이 미흡했다. 

1943년 10월에 실시된 성능 시험에서 도옌 급은 원래 실어야 할 16척의 상륙주정 중에 2척만 실은 상태였는데도 최고속력인 19노트로 항진하다가 급회전하자 배가 13도나 기울었다.

결국 도옌 급은 실패였다.

(APA-1 도옌)

도옌 급의 실패는 해사위원회와 함선국 모두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킹 제독의 요청으로 다시 도옌 급과 비슷한 크기의 소형 공격수송함을 개발하게 된 해사위원회는 무엇보다 안정성을 기본으로 두고 일선 부대의 요구를 취사선택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함선국은 도옌 급의 실패를 비단 해사위원회의 실수로만 보지는 않았으며 소형 공격수송함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고 보았다.

따라서 함선국은 1942년 가을부터 공격수송함들을 소형으로 교체하라는 킹 제독의 막강한 압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소형 공격수송함의 채용에 끝까지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함선국은 해사위원회가 영국에 인도하기로 했던 C1 선형 4척을 공격수송함으로 전용하려 하자 공격수송함 1척이라도 아쉬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연하게 반대하여 결국 무산시켰다.

출처 :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 http://blog.naver.com/imkcs0425/60168800432

아래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해군이 사용한 소형 공격수송함들의 제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