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출처 :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 http://blog.naver.com/imkcs0425/60168516224

22. 중형상륙함(LSM = Landing Ship, Medium) 

1943년 봄에 미육군이 중량이 늘어난 신형 전차를 생산하기 시작하자 늘어난 중량을 지탱할 부력을 얻기 위하여 전차상륙정(LCT = Landing Craft, Tank)의 길이를 약 7.3m 정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미 상륙주정으로서는 너무 큰 전차상륙정을 다시 7.3m 나 늘린다는 것은 큰 문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우선 그렇게 길어진 전차상륙정은 전차상륙함(LST = Landing Ship, Tank)에 싣기 곤란했다.

또한 늘어난 길이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선체를 강화해야 했는데 그러면 중량이 너무 늘어나서 150톤짜리 대형 기중기로도 들어올리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많았다.

그러자 미해군 일각에서 이참에 아예 전차상륙정에 대양항해능력을 부여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전차상륙정에 대양항해능력을 부여하여 15노트를 낼 수 있는 상륙함정을 만들면 영국해군의 요청으로 건조 중이던 대형보병상륙정(LCI(L) = Landing Craft, Infantry, Large)들과 훌륭한 조합을 이룰 수 있었다.

1943년 중반이 되자 미해군 함선국에는 전차상륙정에 항해용 설비와 밸러스트 탱크를 달아서 대양을 건널 수 있는 60m 길이의 새로운 상륙함정에 대한 기본 개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LCT(7) 이라고 불리던 이 새로운 상륙함정은 곧 중형상륙함(LSM = Landing Ship, Medium)이라는 자신의 특성을 보다 잘 드러내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1943년 6월 말이 되자 해군참모총장인 킹 제독이 이 계획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과달카날 전투와 북아프리카 상륙작전에서 상륙함정들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깨달은 킹 제독은 이후 바람직한 상륙함정의 특성을 보다 작고 빠른 함정으로 정하고 있었다.

전차상륙함을 그대로 줄인 듯한 작고 빠른 중형상륙함은 이런 킹 제독의 바람에 딱 들어맞는 함정이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킹 제독의 지원을 받은 중형상륙함의 개발은 급속도로 진행되어 1943년 8월 말에는 함선국에서 이미 기본적인 개념을 확정했다.

중형상륙함은 대양을 항해하기 위하여 전차상륙정의 건현을 높이고 함체를 크게 강화했다.

전차갑판의 현측을 둘러싼 함체 내에는 장거리 항해를 위하여 승무원 58명의 숙소와 함께 수송 중인 전차 및 차량의 운전수와 정비 직원을 위한 48명 분의 숙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225마력짜리 디젤엔진 3개를 장비한 전차상륙정에 비하여 중형상륙함은 훨씬 강력한 1,440 마력짜리 10기통 페어뱅크스-모스 디젤기관 2개가 2개의 프로펠러를 돌려 상륙상태인 928톤의 배수량에서 13.2 노트를 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경하배수량도 520톤으로 크게 늘어나서 143톤에 불과한 LCT(6)의 3.5배가 넘었으나 수송가능한 무게는 전차상륙정의 150톤보다 불과 15톤 늘어난 165톤에 그쳤다.

중형상륙함은 보다 무거워진 신형 셔먼전차 5대나 상륙장갑차 6대 또는 DUKW 9대를 그 승무원 및 정비병들과 함께 수송할 수 있었는데 전차상륙함과 달리 노천갑판이 없었으므로 대양을 항해할 때에는 수송 중인 차량이나 보급품에 방수포를 씌우는 등 방수 처리를 해야만 했다.

(중형상륙함)

중형상륙함 제1호는 1944년 5월 5일에 취역했다. 

킹 제독의 지원에 힘입어 중형상륙함은 여러 함정들의 건조 요청이 빗발치면서 우선 순위 싸움이 치열하던 1944년 5월부터 종전시까지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558척이 건조되었다.

중형상륙함의 건조는 카사블랑카 급 호위항공모함, 빅토리 급 수송선, 그리고 호위구축함의 건조와 함께 전쟁 중에 기획되어 빠른 시간 내에 대량 생산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48척은 건조 도중에 상륙로켓함(LSMR)으로 개조되었으며, 14척은 완성된 이후에 상륙로켓함으로 개조되었다.

태평양전쟁 후반기의 상륙작전에서 중형상륙함은 전차상륙함 및 전차상륙정들과 함께 트랙터 전대를 형성했는데, 이때 중형상륙함(LSM)의 주요 임무는 전차상륙이었다.

트랙터 전대에서 전차상륙함(LST)의 임무는 그 이름과는 달리 주로 상륙장갑차(LVT)를 상륙시키는 것이었다 .

중형상륙함은 일선부대로부터 몇 가지 면에서 비판을 받았다.

함체가 너무 약하여 큰 배 옆에 붙어서 화물을 받을 때 걸핏하면 접촉하면서 망가졌다.

전차갑판을 둘러싼 형태의 함체가 좁아서 평소 기관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으며 특히 화재시 소방활동을 위한 공간이 좁았다.

함수의 문은 자주 망가지거나 아귀가 잘 맞지 않았으며, 배수량에 비하여 적재량도 너무 적은 편이었다.

속력 또한 전차상륙함에 비하면 빠른 편이었으나 전후에 미해군이 추구하던 20노트 상륙함대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중형상륙함은 이러한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범용성이 강하여 전쟁 이후에도 오래도록 살아남았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우방국에 다수가 공여되어 상당 기간 현역으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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