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 http://blog.naver.com/imkcs0425/60168445653

21. 전차상륙정(LCT = Landing Craft, Tank) 

강력한 기갑전력을 가진 독일을 상대해야 했던 영국은 전차를 상륙시킬 수 있는 상륙함정의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

영국 해군성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인 1938년부터 전차 4-5대를 상륙시킬 수 있는 상륙주정을 개발하여 1940년 9월에는 TLC(Tank Landing Craft)라는 이름으로 생산을 앞두고 있었다.

TLC 는 1942년 7월에 전차상륙정 Mk1(LCT(1) = Landing Craft, Tank)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1940년 말에는 LCT(1)의 개량형인 LCT(2)가 만들어졌고, 1941년 초에는 길이를 약간 늘린 LCT(3)가 나왔다.

1941년 8월에 프랑스 북해안의 경사도가 대부분 1:100 이하로 얕다는 것이 알려지자 부랴부랴 흘수를 줄여 1:150 의 경사도에서 전차를 상륙시킬 수 있는 LCT(4)가 개발되었다.  

영국은 전차상륙정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으나 문제는 영국의 생산 능력이 필요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영국해군성이 1941년 10월에 계산해 본 결과 독일이 지배하는 유럽으로 돌아가려면 2,150척의 전차상륙정이 필요했는데 영국의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숫자였다.

그러자 처칠 수상은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1941년 11월 21일에 워싱턴에서 미해군과 회합을 가진 영국의 군사사절단은 전차상륙함(LST)과는 별도로 자국의 소니크로프트(Thornycroft) 사가 그린 전차상륙정의 설계도를 가져왔다.

미해군 함선국에서도 1941년 8월부터 비슷한 개념의 상륙주정을 연구하고 있었으므로 함선국 예비설계반에서는 영국 설계도를 참조하여 42년 초까지 개념 설계를 마쳤다.

미국이 만든 전차상륙정은 225마력짜리 디젤 엔진 3개를 사용하여 3개의 프로펠러를 돌리며 중형전차 5대나 보급품 150톤을 상륙시킬 수 있었다.

전차갑판은 해면보다 높아서 함선국의 기계화 상륙정(LCM = Landing Craft, Mechanized)을 대형화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함선국의 기계화 상륙정은 무게 중심이 너무 높아서 불안정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지만 전차상륙정은 충분히 크고 넓었으므로 그런 단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건조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1942년 3월 2일에 최초로 400 척이 발주되었고, 최초의 전차상륙정이 5월 4일에 건조가 시작되어 6월 29일에 취역했다.

미해군은 처음에 이 상륙주정을 YTL(Yard Tank Ligter)로 불렀으나 1942년 7월에 LCT(5)라는 이름을 받았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1,435척의 전차상륙정을 생산하여 렌드리스로 영국에게 178척, 소련에게 17척을 공여했다.

아래는 전차상륙정을 비롯하여 영국의 영향을 받은 상륙함정들의 제원이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상륙함정들. 출처 : U.S. Amphibious Ships and Crafts, P.104)

전차상륙정은 대양항해능력이 없어서 대서양을 건너려면 다른 배에 실려가야만 했다.

함선국은 3개로 분리하여 수송선에 싣고 대서양을 건나간 다음 물에 띄워놓은 상태에서 볼트로 간단히 재조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재조립시에 잔잔한 해면만 있으면 굳이 건선거(Drydock)나 특별한 선대가 필요 없었다.

물론 상륙선거함(LSD = Landing Ship, Dock)은 완전한 상태의 전차상륙정들을 선거에 집어넣고 대양을 건널 수 있었고, 전차상륙함(LST = Landing Ship, Tank)도 노천갑판에 전차상륙정 1척을 완전한 상태로 싣고 대양을 건널 수 있었다.

전차상륙함(LST)에 전차상륙정(LCT)을 싣고 내리려면 150톤짜리 대형 기중기가 필요했는데 영국에는 이런 커다란 기중기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미해군은 전차상륙함의 밸러스트 탱크를 이용하여 함체를 옆으로 기울여 전차상륙정을 해면으로 미끄러뜨리는 방식을 개발했고, 1943년 2월에 노퍽 항에서 실험을 실시하여 성공했다.

실제로 태평양 전선에서 많은 전차상륙함들이 상륙작전시 전차상륙정을 이런 식으로 해면에 띄웠다.

미해군은 야전에서 전차상륙정을 전차상륙함에 싣기 위하여 5척의 급유함에 160톤짜리 기중기를 설치했다.

전차상륙정은 엄연히 모함에 실려다니는 상륙주정으로 만들어졌으나 사실 주정으로 쓰기에는 너무 컸다.

상륙선거함만이 유일하게 무리없이 운용할 수 있었으나 그 숫자가 너무 적었다.

결국 전차상륙함이 주로 모함 역할을 했는데 전차상륙함 1척당 전차상륙정 1척 밖에 실을 수 없었으며 그나마 작전지역에서 함체를 기울여 물에 띄우고 나서 다시 수용하려면 전 해군에 5척 밖에 없는 160톤 짜리 기중기를 가진 급유함이 있어야만 했다.

결국 전차상륙정은 대형보병상륙정(LCIL)과 마찬가지로 주정보다는 독립적인 함과 비슷하게 운용되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전차상륙정은 주로 영국과 노르망디 해안을 오가면서 전차와 보급품 및 인원을 수송했으며, 태평양에서도 주로 정박지에서의 화물 수송에 종사했다.

문제는 전차상륙정이 원래 주정으로 만들어져서 숙소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장거리 항해시에는 승무원들이 교대로 전차갑판 한구석에서 대기에 노출된 채로 잠을 자야만 했으며, 이런 사정은 수송 중인 차량이나 전차 승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전차상륙정의 항속거리는 7노트로 2,200km 가 넘었으나, 실제로는 1,100km 이상 항해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 거리를 넘으면 대부분 예인되었다.

전차상륙정은 조종하기 힘들었다.

바닥이 평평하고 흘수가 얕아서 바람이 조금만 불면 해면에서 이리저리 떠밀리면서 비틀거리기 일쑤였다.

미해군의 일선 부대들은 곧 전차상륙정을 특이한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즉 얕은 해안에서 전차상륙함을 위한 부교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었다.

흘수가 얕은 전차상륙정이 해안에 평행하게 정박하면 전차상륙함이 전차상륙정의 측면에 램프를 내린다.

그러면 램프를 내려온 전차가 전차상륙정을 횡단하여 상륙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하여 모든 전차상륙정들의 현측 함체를 낮추고 간단히 떼고 붙일 수 있도록 개조했다.

(LCT(5) 급 전차상륙정)

미해군은 전차상륙함이 보다 멀리서 램프를 걸칠 수 있도록 1943년 12월 12일에 인도된 전차상륙정 제501호 부터는 함교를 아예 우측 후방으로 옮겼다.

따라서 전차상륙함을 나온 전차는 이제 전차상륙정의 길이 방향으로 통과하여 상륙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의 전차상륙정들은 LCT(6) 라 불린다. 

(LCT(6) 급 전차 상륙정)

전차상륙정들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150톤에 달하는 적재량과 넓은 전차갑판 덕분에 범용성이 좋았다.

따라서 전쟁 중에는 여러가지 분야에서 요긴하게 활용되었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오래 살아남았다.

전차상륙정은 전쟁 중에 중형상륙함(LSM = Landing Ship, Medium)으로 발전하였으며 1956년 이후에는 직계 후손인 다목적 상륙정(LCU = Landing Craft, Utility)으로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전차상륙정의 직계 후손인 다목적 상륙정. 후방 램프가 있다는 것이 전차상륙정과의 가장 큰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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