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 http://blog.naver.com/imkcs0425/60168168333

19. 상륙선거함(LSD) 

제2차 세계대전에서 새로 등장한 상륙함 중 가장 성공적이고 많이 건조된 것은 전차상륙함(LST = Landing Ship,Tank)이었지만 종전 이후의 발전 상황을 볼 때 가장 의미가 큰 함종은 상륙선거함(LSD = Landing Ship, Dock)이었다.

그 이유는 속력을 증가시키는데 상륙선거함이 전차상륙함보다 훨씬 유리했고, 커다란 함체 후방의 선거(dock)에 다양한 상륙주정들을 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상륙선거함들은 주로 기계화상륙정이나 전차상륙정들을 실었지만 오늘날의 상륙선거함들은 공기부양상륙정(LCAC = Landing Craft, Air Cushion) 등도 싣는다.

상륙선거함의 기본 개념은 1920년대 중반에 이미 나와 있었다.

오토 포퍼라는 인물이 1925년 10월 30일에 다뉴브 강의 바지선을 운반하기 위한 새로운 배를 제안하여 발명특허를 땄다.

이 배는 선수와 선미 사이가 푹 패인 형상이었으며, 밸러스트 탱크를 채우면 선수와 선미만 남겨놓고 중간 부분은 물에 가라앉았다.

그러면 바지선이 선수와 선미 사이에 들어가고 그 상태에서 밸러스트 탱크를 배수하여 바지선을 싣고 다뉴브 강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었다.

포퍼의 다뉴브 바지운반선은 비록 실제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으나 설계도 자체는 여러 나라의 조선소로부터 충분히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받았으며 로이드 선급에도 등록되었다.

1941년 9월 초에 영국합동작전 사령부의 토머스 후세이 대령이 포퍼의 바지운반선을 개량한 새로운 함정을 영국해군성에 제안했다.

후세이 대령의 안은 포퍼의 바지운반선과 달리 선거(dock)의 양옆을 막아 대양항해능력을 부여한 것이었다.

함체 길이의 약 60% 를 차지하는 선거에는 전차상륙정들이 전차를 실은 상태로 탑재되었으며 좌우로 드나드는 포퍼의 다뉴브 바지운반선과 달리 전차상륙정들은 함미를 통하여 선거에 드나들어야 했다.

상륙해역에 도착하여 선거의 문을 열고 밸러스트 탱크에 물을 채우면 함체가 가라앉으면서 전차상륙정은 자력으로 함미로 빠져나와 해안으로 향하는 방식이었다.

선거 앞쪽 40% 의 공간에 승무원과 선거에 수납된 상륙주정 및 전차 승무원들을 위한 숙소가 마련되었고, 주 밸러스트 탱크, 연료 탱크, 보일러실과 기관실은 선거의 좌우를 둘러싸고 있는 함체 내부에 수납되었다.

영국해군성은 후세이 대령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나 영국에는 이 새로운 함정을 건조할 여력이 없었으므로 미국에 의뢰해야 했다.

1941년 10월 2일에 영국해군성은 미국에 주문했던 위넷 7척 중 4척을 우선 이 새로운 함종으로 바꾸어 건조해달라고 요청했으며, 11월 10일에는 그동안 영국이 연구했던 모든 자료들을 빠짐없이 미해군 함선국에 넘겼다.

나중에 영국은 3척의 위넷도 모두 이 새로운 함정으로 바꾸어 달라고 요청했다.

미해군은 영국해군이 들고 온 이 낯선 함정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으나 1941년 11월 26일에 보조함 위원회는 이 함정이 최소한 영국으로부터 주문받은 위넷보다는 낫다고 판단하여 건조를 결정했다.

영국이 제공한 설계도를 검토한 미해군은 전체적으로 약간 크기를 키운 다음 건조에 들어갔다.

처음에 전차상륙정 운반함(Tank Landing Craft Carrier = TLC Carrier)으로 불리던 이 새로운 함종은 1942년 7월에 상륙선거함(LSD = Landing Ship, Dock)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상륙선거함 제1호 애쉬랜드는 1943년 6월 5일에 취역했다.

(LSD-1 애쉬랜드. 캘리포니아 주의 메어 아일랜드에 정박한 모습으로 함체 후방 60% 를 차지하고 있는 선거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상륙선거함의 경하배수량은 약 4,000 톤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새로 개발된 상륙함정 중에서는 가장 대형이었다.

최고 속력은 17노트로 전차상륙함에 비하여 상당히 빠른 편이었는데 함형 자체가 고속발휘에 유리하여 나중에라도 기관 출력만 증가시키면 속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했다.

반면 전차상륙함은 밑에서 보았을 때 거의 직사각형에 가까운 함형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함수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개폐식 문을 가지고 있어서 기관 출력을 높이더라도 고속 발휘에 여러모로 불리했다. 

상륙선거함의 승무원은 장교 17명, 부사관 17명, 수병 309명이었으며, 별도로 선거에 실은 상륙주정과 전차 승무원을 위하여 장교 22명과 부사관 및 사병 310명을 위한 숙소를 갖추고 있었다.

선거에는 전차상륙정 3척이나 기계화 상륙정 14척을 실을 수 있었고, 전차를 실을 경우 24대를 실을 수 있었다. 

아래는 상륙선거함을 비롯하여 영국의 영향을 받은 상륙함정들의 제원이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상륙함정들. 출처 : U.S. Amphibious Ships and Crafts, P.104)

미해군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상륙선거함의 유용성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는데, 그것은 종전시까지 건조한 상륙선거함의 숫자가 25척이라는 점에서 확인된다.

물론 상륙선거함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새로 나타난 상륙함정 중 가장 대형으로 경하배수량이 4,000 톤이 넘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25척이라는 숫자가 그리 적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일단 확신이 서면 배수량이 8,000톤에 가까운 호위항공모함들도 124척이나 뽑아낸 미국의 생산력을 생각해 보면 역시 25척이라는 숫자는 너무 적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양산한 함종 중에 30척 미만의 소량으로 뽑은 함종은 중순양함 이상의 대형 전투함들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원래는 25척 중에 7척을 위넷 대신에 영국에 공여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먼저 건조한 4척만 공여하고, 나중에 취역한 3척은 영국에 공여하지 않고 미해군이 사용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실시된 상륙선거함의 가장 큰 개조는 48시간 만에 설치와 철거가 가능한 노천 갑판의 채용이었다.

이러한 노천 갑판을 채용하면 선거에서 상륙주정들을 발진시키는 것은 불가능했으나 대신 상륙장갑차나 DUKW 의 적재량을 거의 2배로 늘릴 수 있었고, 필요하면 선거의 바닥과 노천 갑판 중간에 갑판을 하나 더 설치할 수도 있었다.

상륙선거함에 노천 갑판을 설치했을 경우 상륙장갑차 64대나 DUKW 74대를 운용할 수 있었고, 만일 중간에 갑판을 하나 더 추가하면 상륙장갑차 92 대나 DUKW 108 대를 운반할 수 있었다.

(노천갑판을 부착한 상태의 LSD-19 콤스톡. 사진은 1956년에 남베트남 근해에서 찍은 것으로 좌현에 붙어 있는 상륙주정은 전차상륙정의 직계 후손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 개발된 LCU 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상륙선거함은 상륙주정이나 상륙장갑차 이외에도 어뢰정들을 비롯한 소형 함정들도 싣고 다니는 등 커다란 선거의 다양한 용도를 자랑했다.

일부에서는 커다란 주정도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선거에 주목하여 상륙주정을 비롯한 소형 함정들의 수리함으로 사용하려고 했으나 본격적인 수리함으로 활용하기에는 각종 작업실을 설치하고 부품을 보관하기 위한 공간이 부족했다.

상륙선거함의 등장 이후 대형 상륙함에서 선거의 존재는 거의 필수요소가 되었다.

오늘날 상륙함정의 하이엔드인 미국의 상륙헬기선거함(LHD = Landing ship, Helicopter, Dock)은 헬기나 수직이착륙기를 운용할 수 있는 넓은 비행갑판과 함께 LCAC 를 비롯한 상륙주정이나 상륙장갑차 등을 발진시킬 수 있는 선거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독도함은 대형상륙함(LPH = Landing Platform, Helicopter)으로 분류하는데 미국의 상륙헬기선거함과 같은 종류이다.

미해군이 가장 최근에 획득한 상륙함도 합급의 이름만 LPD( = Landing Platform, Dock)로 바뀌었을 뿐 사실상 상륙선거함인 샌 안토니오 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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