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 http://blog.naver.com/imkcs0425/60167454349

13. 상륙주정의 부족현상 

제2차 세계대전 전 기간을 통하여 상륙주정의 부족 현상은 서방 연합군의 전략적 선택을 제약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미육군이 1942년에 영국해협을 건너 프랑스를 침공하겠다는 슬레지해머 작전을 기획하면서 상륙주정의 수요가 급증했다.

작전계획에 따르면 최초로 침공하는 2개 사단과 2개 전차여단이 모두 상륙주정을 타고 상륙해야 했는데 항해거리 때문에 상륙주정들이 영국에 되돌아와서 제2파를 수송하는 일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들 모두를 단번에 실어나를 만한 숫자의 상륙주정들이 필요했다.

후속하는 28개 사단은 선발대가 장악한 항구를 통하여 상륙할 것이었기 때문에 상륙주정은 필요가 없었다.

1942년 3월에 예측한 상륙주정의 숫자는 1,500 척이었으나 곧 대형병력상륙정(LCPL) 1,400척, 차량상륙정(LCV) 3,200척, 그리고 기계화상륙정(LCM) 3,500척, 합계 8,100척으로 불어났다.

미육군의 참모차장은 약 20,000 척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비공식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8,100 척의 상륙주정 중 미군 소속의 상륙정들은 대형병력상륙정 503척, 차량상륙정 1,200척, 그리고 기계화상륙정 600척으로 나머지는 영국군 소속이었으나 영국군 소속의 상륙주정들도 어차피 대부분 미국이 만들어서 넘겨줘야 할 물량이었다.

1942년 4월에 전쟁성은 프랑스 침공에 필요한 상륙주정 8,100 척을 9월 15일까지 준비해달라고 요청했고, 슬레지해머 작전을 중시하던 루스벨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군에게 기계화 상륙정 1,700 척, 대형병력상륙정 600척, 차량상륙정 1,200척, 전차상륙정 (LCT = Landing Craft, Tank) 100척, 상륙선거함(LSD = Landing Ship, Dock) 8척을 9월 1일까지 생산하라고 명령했다.

(루스벨트 대통령)

하지만 아직 미국의 산업력이 완전히 동원되기 전이었으므로 해군이 1942년 8월까지 약속할 수 있는 상륙주정의 숫자는 250척에 불과했는데 무엇보다도 엔진의 확보가 문제였다.

상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걸 깨달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1942년 5월 5일에 백악관에서 상륙주정 생산을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1942년 내에 생산가능한 상륙주정은 필요량의 20% 수준이며, 만일 미해군이 개조 중인 공격수송함들에 필요한 수요를 충족시킨다면 슬레지해머 작전에 동원할 상륙주정은 전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1943년의 전망도 마찬가지로서 만일 해군이 자체의 소요를 완전히 희생하지 않는다면 1943년 1/4분기에도 프랑스 침공을 위한 상륙주정의 확보는 불가능할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영국이 이 틈을 파고 들었다.

미국의 참전으로 전쟁의 승리는 이미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처칠 수상은 최대한 영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승리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미국을 어떻게든 영국의 이해가 걸린 지중해 방면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이제 영국해협을 건너 프랑스를 침공하는 계획이 상륙주정의 부족으로 1942년은 물론 1943년 봄에도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처칠 수상은 1942년 내에 비시프랑스령 북아프리카에 상륙하자는 제안을 들고 나왔다.

북아프리카 상륙은 강력한 독일군의 공세에 맞서면서 제2전선 형성을 절규하고 있던 스탈린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었으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

(처칠 수상)

1942년 7월에 미국과 영국은 비시프랑스령 북아프리카에 상륙하는 토치 작전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북아프리카 상륙은 거리 때문에 주로 대형 함정에 의존하고 상륙주정의 소요량은 훨씬 적었다.

토치작전에 투입된 상륙함들은 공격수송함(APA) 14척, 병력수송함(AP) 9척, 공격화물수송함(AKA) 9척이었으며, 상륙주정은 기계화상륙정(LCM) 105척과 각종 병력용 상륙정 707척이었다.

상륙주정이 필요한 곳은 토치 작전만이 아니었다.

토치 작전 당시 전투가 진행 중이던 과달카날에서의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서 기계화 상륙정 58척과 병력용 상륙정 160척이 필요했고, 과달카날에 대한 원활한 보급을 위하여 기계화 상륙정 37척과 병력용 상륙정 160척이 추가로 필요했다.

같은 기간 동안 공격수송함을 비롯한 상륙함들에 싣기 위하여 기계화 상륙정 229척과 병력용 상륙정 646척이 필요했고, 여기에 이미 영국에 보내진 상륙주정들 중 손실된 주정들을 보충하기 위한 수량이 추가로 필요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미군에 필요한 상륙함정의 수량이 1943년에 기계화 상륙정 1,625척, 각종 히긴스 보트 4,836척, 전차상륙정(LCT) 415척, 대형보병상륙정(LCIL) 294척, 그리고 전차상륙함(LST) 330척이라고 예상했다.

예상되는 미국의 생산량은 가까스로 수요를 채울 정도로 기계화 상륙정은 1,927척으로 347척이 남고, 전차상륙정은 606척으로 55척, 전차상륙함은 390척으로 60척이 남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보병상륙정은 294척으로 수요를 딱 맞출 것으로 예상했으나 각종 히긴스 보트의 생산량은 겨우 1,369척으로 무려 3,467척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했다.

미해군은 상륙주정의 대량 생산을 위하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진주만 기습 당시 미해군의 건조 우선 순위에서 상륙주정은 10위였으나 1942년 7월 4일에는 1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제쳐두고 상륙주정 생산에만 매달릴 수는 없었다.

대서양 전투가 가열됨에 따라 대잠함정의 건조를 위하여 상륙주정의 건조를 줄여야 한 적도 있었고, 합동참모본부가 전차용 디젤엔진을 확보하기 위하여 1942년 가을에 대형보병상륙정과 전차상륙정의 생산을 감축하기도 했다.

1943년이 되자 상륙주정의 생산 우선 순위는 다시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프랑스 침공은 1943년에는 실시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고, 미해군에게는 상륙주정 이외에도 긴급하게 건조해야만 할 함정들이 아주 많았다.

상륙주정의 생산 우선 순위는 1944년이 되어 해군에게 긴급하게 필요하던 전투함정들의 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되고 서방연합군의 반격이 본격화되면서 수요가 폭증하자 다시 올라갔다.

결론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내내 서방연합군은 상륙주정 부족에 시달려야 했는데, 그 이유 중의 일부는 상륙주정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차량/병력상륙정(LCVP)이 나무로 만들어져 내구성이 약한 것이었다.

혹독한 작전 조건 아래에서 차량/병력상륙정들은 사정없이 소모되어 나갔고 이러한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서만도 막대한 수량의 상륙주정들을 만들어야 했다.   

상륙주정을 포함한 상륙함정의 부족은 이탈리아 전투와 노르망디 상륙작전 입안 과정에서 서방연합군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애당초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동시에 실시할 예정이었던 남프랑스 상륙작전을 시차를 두고 실시했던 이유도 상륙주정의 부족 때문이었다.

니미츠 제독이 지휘하는 태평양해역군은 상륙주정의 부족 때문에 2개의 커다란 상륙작전을 동시에 또는 짧은 간격을 두고 실시할 수 없었으며, 맥아더 장군의 남서태평양지역군에서도 상륙주정의 부족 때문에 공세가 늦어지는 일이 수시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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