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 http://blog.naver.com/imkcs0425/60166501252

 

6. 공격수송함(APA)

 

미해병대는 AP-1 헨더슨을 운용해 본 경험을 살려 1919년 5월에 그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수송함의 특성을 제시했다.

이상적인 수송함은 장교 100 명과 부사관 및 사병 1,600명을 수송할 수 있으며 함상에서 상륙부대를 지휘할 수 있도록 지휘부를 위한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필요한 화물창의 크기는 2,830㎥ 였으며, 기중기의 능력은 15톤, 최고속력은 18 노트였다.

건조되었으면 헤이우드 급으로 불렸을 이상적인 수송함들은 1척도 건조되지 않았다.

 

약 20년이 지난 1938년 7월 14일에 해병대는 그동안 변화된 여건을 감안하여 다시 이상적인 수송함의 특성을 해군에 제시했다. 

병력 수송능력은 장교 100 명, 부사관 및 사병 1,600 명으로 같고, 화물창의 크기도 2,830㎥ 로 같았으나 이번에는 각 화물창의 중간에 갑판을 두어 높이 3.6m 의 공간 2개로 만들어야 했다.

이는 늘어난 차량 때문에 화물창의 전체 부피는 같아도 바닥 면적이 더 넓어야 한다는 의미로서, 당시 해병사단은 831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식량은 30일 분을 싣고, 드럼통에 든 휘발유와 10일 간의 탄약도 운반해야 했다.

 

이 수송함과 1919년에 제시했던 수송함과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병력과 장비 및 보급품들을 최대한 빨리 상륙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하여 수송함은 1개 소대를 태울 수 있는 상륙주정 6척, 전차를 실을 수 있는 상륙주정 3척, 12m 짜리 모터 런치 2척과 거룻배 1척을 보유해야 했고, 이들을 해상에 내리기 위하여 30톤짜리 기중기 1개와 10톤짜리 기중기 3개를 보유해야 했다.

이러한 수송함들은 2개의 프로펠러를 사용하여 순항속력 20노트로 11,000km 를 항해할 수 있어야 했다.

해병대는 이러한 이상적인 수송함이 총톤수 12,000톤에 길이는 600피트(약 183m)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939년 3월에 해병대가 1개 소대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상륙주정을 포기하면서 병력을 상륙시키는데 필요한 상륙주정의 숫자는 36척으로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 더하여 전차를 상륙시킬 주정 5척, 15m 짜리 모터 런치 7척, 그리고 12m짜리 모터 런치 7척을 추가로 실어야 했다.

해병대의 지나친 요구는 건조수리국에 의하여 일부 삭감되었지만 어쨌든 이런 상륙주정에 대한 욕심은 해병대가 이제 병력과 물자를 최대한 빨리 상륙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적전 상륙작전 전문의 수송함을 원한다는 뜻이었다.

 

이때부터 병력수송함(AP = Auxiliary, Personnel)의 성격이 크게 바뀌게 되었다.

기존의 병력수송함은 주로 전진기지 건설을 위한 것으로 병력과 보급품을 최대한 빨리 양륙하는데 집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병력수송함의 주요 임무는 적전 상륙작전이었다.

적전 상륙작전에서 수송함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최대한 빨리 병력과 무기, 그리고 보급품을 상륙시키고 적의 항공기와 잠수함으로부터 반격을 받기 전에 상륙해안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에 집중할수록 수송함 고유의 역할인 최대한 많은 병력과 물자를 운반하는 능력은 떨어졌다.

 

이렇게 상륙작전에 특화된 병력수송함들은 1943년에 공격수송함(APA =Auxiliary, Personnel, Attack)으로 재분류되었다.

미해군은 이후 병력수송함은 항만간 수송 (point-to-point transport) 에 투입하고, 공격수송함은 상륙작전에 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는데, 화물수송함(AK = Auxiliary, Cargo)과 공격화물수송함(AKA= Auxiliary, Cargo, Attack)도 마찬가지였다.

공격수송함(APA)은 병력수송함(AP)에 비하여 상륙주정과 기중기의 숫자가 훨씬 많았다.

 

공격수송함에 최대한 많은 상륙주정들을 탑재하기 위하여 미해군은 새로운 대빗(davit)을 고안했다.

원래 대빗은 1척의 상륙주정 밖에 매달지 못했지만 영국에서는 2척을 매달 수 있는 대빗을 만들었다.

영국의 시도에 자극받은 미해군은 웰린 보트 및 대빗 회사(Welin Boat and Davit Corporation)에 3척을 매달 수 있는 대빗의 개발을 의뢰했고, 웰린 사는 1941년 7월에 3척의 상륙주정을 동시에 매달 수 있는 대빗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3중 웰린 대빗(triple Welin davit)은 이후 미군 상륙함들의 표준 대빗이 되었다.

 

(APA-141 햄블렌의 모습. 굴뚝의 양 옆과 그 뒷쪽으로 3척의 상륙주정을 매달고 있는 웰린식 대빗 4조가 보인다.)

이번에도 해병대가 제시한 이상적인 수송함은 1척도 건조되지 않았다.

돈줄을 쥐고 있는 미의회는 보조함보다는 전투함에 관심이 많았으며, 우선 순위가 훨씬 높은 전투함들도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이었다.

실현가능한 유일한 방안은 이미 존재하는 화물선들을 개조하는 것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해병대가 제시한 이상적인 수송함의 특성은 중요한 길잡이가 되었다.

 

1940년 6월에 프랑스가 독일에게 굴복하자 미국 내에서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제 카리브 해의 프랑스 식민지나 심지어는 영국 식민지가 독일 손에 넘어갈지도 몰랐는데 유사시 이들 지역을 공격할 해병대를 위한 병력수송함은 낡아빠진 헨더슨과 쇼몽, 단 2척 뿐이었다.

1940년 7월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건조되었던 535피트(약 163m)짜리 수송선 2척과 영국이 건조한 그레이스 해운의 화물선 2척을 공격수송함으로 개조하도록 명령했다.

 

개조 작업은 애당초 5일이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낡아빠진 535피트짜리 수송선 2척은 14개월이 걸렸다.

여기에 놀란 해병대는 이후로는 제1차 대전 당시 건조한 낡은 수송선들을 개조하는데 반대했지만 표준 선형의 새로운 화물선들이 충분히 건조되기 전까지는 낡은 수송선들을 개조한 공격수송함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535피트-수송선을 개조한 해리스(AP-8, 나중에 APA-2 로 바뀜)와 제일린(AP-9/APA-3)은 장교 90명과 부사관 및 사병 1,410명을 수송할 수 있었다.

탄약보관고 1,020㎥ 를 포함하여 6,520㎥ 의 화물창을 보유했으며, 드럼통에 채운 45,000리터의 휘발유를 보관할 85㎥ 의 공간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식수 운반량은 655톤으로 1인당 하루 15리터씩 계산하여 20일치로 다소 부족했다. 

(APA-2 해리스)

상륙주정의 숫자는 최대한 많이 실으려는 해병대와 적정선에서 제한하려는 건조수리국이 첨예하게 대립했으며 일단 개조된 이후에도 시기에 따라 변화가 있었다.

1945년 7월 현재 LCM(6) (= Landing Craft, Mechanised) 6척, 차량/병력상륙정(LCVP = Landing Craft, Vehicle, Personnel) 18척, 대형병력상륙정(LCP(L) = Landing Craft, Personnel, Large) 2척, 램프병력상륙정(LCP(R) = Landing Craft, Personnel, Ramped) 1척을 싣고 다녔다.

무장은 개장 당시에는 51구경장 5인치 포 1문, 3인치 포 4문, 12.7mm 기관총 8정이었는데 전쟁이 진행되면서 적의 항공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1943년 중반에 5인치 포는 40mm 보포스 대공포 2문으로 교체되었고, 12.7mm 기관총은 20mm 기관포로 교체되었다.

이후 40mm 보포스 대공포와 20mm 기관포가 2문씩 증설되어 1945년 7월 현재 3인치 포 4문, 40mm 보포스 대공포 4문, 20mm 기관포 10문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들 때까지 많은 화물선들이 공격수송함으로 개조되었는데 그 제원은 아래와 같다.

 

(출처 : U.S. Amphibious Ships and Crafts, P.44)

1928년에 영국이 그레이스 해운을 위하여 건조한 디젤엔진 화물선 산타바바라와 산타마리아도 이때 같이 개조되어 맥콜리(AP-10/APA-4) 와 바넷(AP-11/APA-5)이 되었다.

이 2척은 535피트-수송선들보다는 상태가 훨씬 양호했지만 그래도 개조하는데 약 2달이 걸렸다.

(APA-5 바넷)

루스벨트 대통령은 영국에게 영향을 받아 1940년 7월에 해사위원회에 소형 수송함 2척을 설계하여 건조하라고 명령했는데 이것들은 나중에 도옌 급(APA-1)이 된다.

 

1940년 육해군 합동위원회(Joint Board)는 미해군에게 15,000 명을 상륙시킬 수 있는 숫자의 상륙함들을 갖추라고 명령했다.

미해군은 이 명령에 따라 1940년 10월에서 12월 사이에 볼티모어 우편회사(Baltimore Mail) 소속의 화물선 5척을 공격수송함으로 개조했다.

헤이우드 급으로 명명된 이 공격수송함들은 AP 12-16 까지의 번호를 받았고 1942년 8월에 과달카날에서 격침된 조지 엘리엇(AP-13)을 제외한 4척은 1943년에 공격수송함으로 재분류되어 APA 6-9 까지의 번호를 받았다. 

(조지 엘리엇의 격침에 대한 내용은 여기로)

(APA-6 헤이우드)

 

1930년에 건조된 미국수출해운사(American Export Line)의 익스코다는 '4척의 에이스'(4 aces) 라 불리면서 지중해 항로에 취항하던 4척 중 하나인데 공격수송함으로 개조되어 해리 리(AP-17/APA-10)가 되었다.

4척의 에이스 중 남은 3척도 1942년에 모두 공격수송함으로 개조되었다.

 

(APA-10 해리 리)

이로써 미해군은 1940년말까지 10척의 상륙수송함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1941년에 들어서자 새로 건조한 표준 선형의 일반화물선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1941년 6월에는 프레지던트 잭슨(AP-37/APA-18)을 비롯한 C3 형 화물선 4척이 개조되어 각각 AP 37-40/APA 18-21의 번호를 받았다.

프레지던트 잭슨은 최초로 3중 웰린 대빗을 장착한 공격수송함이다.

이후 아메리칸수출회사의 4 에이스 중 3척(AP 50-52)을 제외한 미해군의 모든 공격수송함들은 3중 웰린 대빗을 장착했다.

(APA-18 프레지던트 잭슨)

 

1941년에 접어들면서 국제 정세가 정세가 한층 더 긴박해지자 해군은 육군으로부터 수송함을 넘겨받아 개조했다.

해군은 41년 5월에 3척의 병력수송함을 가져와서 개조한 다음 AP 21-23의 번호를 주었다.

육군은 그 대신 1941년 11월에 C3 형이나 535피트짜리 화물선 7척을 얻어갔는데 그 중의 3척(프레지던트 클리블랜드, 프레지던트 피어스, 델라겐티노)은 나중에 다시 해군이 가져와서 AP-42. AP-43, 그리고 AP-64/APA-31을 부여했다.

 

미해군은 1941년 말까지 24척의 병력수송함을 보유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진주만 기습 1달 전인 1941년 11월 현재 보유한 병력수송함은 18척이었다.

원본 :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 http://blog.naver.com/imkcs0425/6016650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