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 http://blog.naver.com/imkcs0425/60166432828

5. 표준선형과 고속수송함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6년에 해사위원회(Maritime Commission)를 설립했다.

전신인 선박위원회(Shipping Board)와 달리 해사위원회는 예산을 직접 집행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민간 조선소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해사위원회는 1939년 - 1945년 사이에 5,600 만 중량톤(Dead Weighht Tonnage)에 달하는 5,601 척의 선박을 건조했다.

미국은 1943년 한 해 동안에만 1,800 만 중량톤의 선박을 건조했는데 이는 1939년에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1,200 만톤의 1.5배에 해당하는 물량이었다.

 

선박을 효율적으로 건조하고 군사용으로 전용하기 쉽도록 미국은 1933년부터 표준 선형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해사위원회는 이러한 표준 선형들을 정리했다.

표준선형은 크게 12 가지로 분류했는데 그 아래에 추진방식 등에 따른 소분류를 포함하면 표준선형의 종류는 120가지에 달한다.

 

이러한 표준선형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리버티 선으로 알려진 EC2 형으로 종전시까지 2,708 척이 건조되어 연합군의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리버티 선은 대량생산을 위해 증기 터빈이 아닌 왕복형 증기 기관을 사용하여 속력이 11노트로 느렸으므로 상륙함정으로는 부적합했다.

 

상륙함정으로 주목을 받은 선형은 일반 화물선으로 합계 541척이 건조된 C1, C2, C3 형이었다.

C 는 일반화물선(Cargo)를 의미하며 뒤의 숫자는 선박의 길이를 의미하는데 C1 형은 400피트(약 122m) 미만, C2 형은 400피트 - 450 피트(122m - 137m), C3 형은 450피트 - 500 피트(137m - 152m), C4형은 500피트 - 550피트(152m - 168m)였다.

해군은 일반화물선 중에서 크고 속력이 빠른 C3 형을 선호했지만, 나중에는 상륙용 수송함의 대량확보를 위하여 C2 형을 기본으로 구조를 단순화한 리버티선의 후계로서 414척이 대량 건조된 빅토리 선(VC2형)을 개조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크고 속력도 20노트 이상으로 압도적인 성능을 가진 C4 형도 있었지만 예정보다 건조가 많이 늦은 데다가 너무 커서 1척이라도 침몰하면 피해가 너무 컸다.

그리하여 건조된 75척의 C4 형 중 30척이 개조되었지만 해군은 공격수송함(APA)으로는 개조하지 않고 병력수송함(AP)으로서 종전시까지 항만간 수송(point-to-point tranport)에만 사용했다.

 

해사위원회가 건조한 일반화물선들의 표준적인 성능은 다음과 같다.

 

(출처 :U.S. Amphibious Ships and Crafts, P.33 )

 

선형의 기본적인 표기법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VC2-S-AP2 형의 경우 우선 첫머리를 보고 C2 형 일반화물선을 바탕으로 설계를 단순화하여 대량생산한 빅토리 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리버티 선의 첫머리 EC2 에서 E 는 emergency 의 첫글자이다.

 

두번째는 추진기관을 의미하며 S는 증기(steam)를 이용하는 선박이라는 뜻으로 빅토리 선은 증기 터빈이지만 리버티 선이 채택한 왕복형 증기 기관도 역시 S 를 쓴다.

만일 디젤엔진이면 M(Motor), 터보일렉트릭이면 SE, 디젤일렉트릭이면 ME 를 쓴다.

S 뒤에 아무 표시도 없다는 것은 이 배의 프로펠러가 1개라는 뜻이다.

만일 프로펠러가 2개라면 S 뒤에 T(Twin)를 붙인다.

 

마지막에 나오는 문자와 숫자들은 일종의 일련번호로서 배의 종류와 추진기관이 같다면 뒤쪽의 문자가 앞설수록 먼저 설계한 배이며, 만일 문자가 같다면 번호가 앞설수록 먼저 설계한 배이다.

 

하지만 이러한 표시에도 예외가 많은데 예를 들면 C1-B 같은 경우 위에 설명한 명명방식이 확정되기 이전에 설계된 선박으로 두번째의 B 는 기관의 종류와 상관없다.

(해사위원회 표준 선형의 표기법과 관련하여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여기로)

 

이 무렵부터 해병대는 구축함을 개조하여 상륙용 수송함으로 쓰는 방안을 실험하고 있었다.

이러한 고속의 수송함들은 밤사이 360km 이상을 이동하여 적을 기습할 수 있었는데, 필요하면 초호에 들어가서 병력을 상륙시키고 4인치 함포로 화력지원을 해 줄 수 있었다.

수송함 1척에 보병 1개 중대와 기관총 및 박격포 반들을 실을 수 있었으며 5척으로 1개 대대를 수송할 수 있었다.

물론 전차같은 중장비의 수송이 불가능했지만 해병대는 구축함을 개조한 이러한 수송함들이 주력부대의 상륙을 보조하는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하다고 보았다.

 

1938년에 벌어진 제4회 함대상륙훈련(FLEX 4)에서 구형 구축함 제이콥 존스가 100 명의 해병대를 19시간 동안 수송했는데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그러자 해병대는 상륙임무를 위하여 구축함을 개조해 줄 것을 해군에게  정식으로 요청했고 해군은 구형 구축함 맨리를 개조했다.

 

맨리는 병력을 수송할 공간을 만들기 위하여 전방보일러 2개를 제거하여 속력이 27노트로 줄어들었다.

어뢰발사관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상륙주정 4척을 실었으나 기뢰투하장치는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대잠능력은 유지했다.

선실을 만들기 위하여 상부구조물을 확장했고, 새로운 환기장치도 설치했다.

냉장고의 용량은 3배로 커졌으며 증류용량도 하루 11,400 리터로 늘어났다.

상륙주정들을 다루기 위하여 승무원 수도 다소 늘어났다.

 

개조를 마친 맨리는 1939년에 실시된 제5회 함대상륙작전에 참가하여 만족할만한 성능을 보였다.

DD-74 였던 맨리는 개조되고 나서 AG-28 이 되었고, 나중에 고속수송함(APD = Auxiliary, Personnel, Destroyer)을 뜻하는 APD-1 이 되었다.

 

(APD-1 맨리)

 

통상적인 고속수송함은 148명의 해병과 25톤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었으며, 4척의 상륙주정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1940년에 5척의 구형 구축함이 추가로 고속수송함으로 개조되었으며, 이후로도 많은 함정들이 개조되었다.

처음에는 구형 구축함을 개조했으나 나중에는 주로 호위구축함(DE = Destroyer, Escort)들을 개조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구형구축함 32척과 호위구축함 95척, 합계 127척이 고속수송함으로 개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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