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 http://blog.naver.com/imkcs0425/60166281169

4. 전간기의 병력수송함(AP)

 

미해병대가 나중에 상륙작전용 수송함으로 발전하게 되는 전용 수송함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느끼게 된 것은 미서전쟁 이후에 미국이 카리브해와 중미 지역에 공식 및 비공식적인 식민지를 가지게 되면서였다. 

1903년부터 미해병대는 카리브 해에서 약 500 명으로 이루어진 1개 대대를 항상 해상에 대기시켜 두고 있었다.

이들 해병대원들은 3-4척의 전투함에 분산 수용되어 있어서 전투함의 해상전투에 걸림돌이 되었고, 유사시에 투입될 때에는 한꺼번에 투입되지 못하고 일단 상륙하여 전열을 정비해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병대는 수송함을 요구했으나 당시 해군이 보유한 수송함은 예비 2척을 포함하여 모두 5척 뿐이었으므로 다른 일로 항상 바빴다.

해병대의 줄기찬 요구가 이어지자 해군위원회는 1908년에 해병대를 위한 수송함 2척을 장기건함계획에 포함시켰으나 보조함보다는 전투함을 선호하는 의회는 수송함을 위한 예산을 배정해 주지 않았다.

 

해군위원회는 매년 수송함 예산을 요청하면서 1910년 가을에 해병대를 위한 수송함의 특성을 제시했다.

해병대를 위한 수송함은 어뢰의 공격에 대비하여 방뢰격벽, 이중 바닥 및 방수 갑판 등과 같이 강력한 수중방어력을 가져야 했으며, 2개의 프로펠러를 사용하여 14노트를 낼 수 있어야 했다.

임무의 유연성을 위하여 중유와 석탄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야 했고, 요구된 항속거리는 10노트로 15,000km 였으며, 식량은 60일 치를 실을 수 있어야 했다.

해군의 다른 보조함들과 달리 이 수송함들은 해안에 접근하기 위하여 흘수가 얕아야 했으며, 해병대를 장시간 수용해야 했으므로 거주성이 좋고 함상훈련을 위한 공간이 있어야 했다.

8문의 야포와 견인용 말 32필을 위한 시설도 필요했다.

수송함에 장착된 5인치 포 6문은 간단히 분리해서 하역한 다음 전진기지의 방어용 포로 전용할 수 있어야 했고, 전진기지 부근에 기뢰원을 조성하기 위한 기뢰 50발도 실을 수 있어야 했다.

이 수송함은 항만 설비가 미비한 해안에 보급품과 장비를 양륙하기 위하여 상륙주정들을 다수 싣고 다닐 예정이었다.

 

미의회는 1912년 가을에 이러한 수송함 1척의 건조를 승인했다.

이 배가 제1호 수송함(Transport No.1) 헨더슨이며, 나중에 병력수송함 1호(AP-1  =  Auxiliary, Personnel) 가 된다.

해군위원회에서는 1913년 2월에 헨더슨에 대한 특성을 완성하여 건조수리국(C&R)에 통보했는데 거기에 따르면 수송인원은 장교 64명과 부사관 및 사병 1,250명이었고, 함상 훈련을 위하여 4열로 행진할 수 있도록 주갑판의 양쪽에 최소한 3m 이상의 폭을 가진 빈 공간이 있어야만 했다.

기존의 수송함과 다른 점이 많은 헨더슨의 건조를 위하여 건조수리국(C&R)의 국장 리처드 와트 소장은 해병대는 물론 해군위원회, 병기국, 그리고 육군 수송함 건조 책임자들에게까지 폭넓게 의견을 구한 다음 1913년 8월 18일에 기초 설계를 완성했다.

 

헨더슨의 건조 도중에 해병대와 해군위원회는 실을 수 있는 병력과 말의 숫자를 늘리는 등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건조수리국은 어떤 것은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거부하는 등 줄다리기를 하면서 건조를 끝냈다.

헨더슨은 1917년 5월 24일에 취역했는데 제1차 세계 대전에서는 원래 목적인 상륙작전이 아니라 미국 항구에서 프랑스 항구로 미군을 실어나르는 항만간 수송(point-to-point transport)임무에 투입되었다.

헨더슨은 항만간 수송 임무시 여름에는 56명의 장교, 20명의 준사관과 사병 2,100 명을 수송할 수 있었는데 겨울에는 수송 가능한 사병의 수가 1,600 명으로 줄었다. 

 

(AP-1 헨더슨)

 

미해병대는 헨더슨에 만족했다.

이중바닥을 가진 헨더슨은 상륙작전시 장교 75명과 부사관 및 사병 1,620명, 그리고 말 60필을 수송할 수 있었으며, 각종 무기와 장비 및 보급품들을 실을 수 있는 화물창의 부피는 약 3,770㎥ 였다.

헨더슨은 5인치 함포 6문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는데 4문은 필요시 간단하게 하역하여 전진기지에 배치할 수 있었고, 전진기지의 방어를 위하여 기뢰 100개도 운반할 수 있었다.

야포와 보급품들을 하역하기 위하여 기계화 상륙정(LCM = Landing Craft, Mechanized)의 조상뻘인 대형 평저선(scow) 2척을 보유했고, 병력의 상륙을 위하여 12m 짜리 런치(launch) 6척, 11m 짜리 모터 바지(barge) 1척, 9m 짜리 구명보트(whaleboat) 2척, 그리고 6.4m 짜리 모터 도리(dory) 1척을 보유하고 있었다. 

 

(런치)

 

(도리)

 

2개의 프로펠러를 사용하여 13.5노트의 속력을 낼 수 있었으며, 항속거리는 중유를 사용할 경우 10노트로 15,000km, 석탄을 사용할 경우 10노트로 9,300km 였다.

 

헨더슨과 제1차 세계대전시 일반수송선들의 제원

 

(출처 :U.S. Amphibious Ships and Crafts, P.33 )

 

헨더슨에게 아쉬운 점이라면 해병 1인당 공간이 2.7㎥ 정도로 너무 좁다는 것이었다.

정박 중일 때에는 강력한 환기장치 때문에 이 정도 공간으로도 별로 불편함이 없었지만 일단 항해에 나서면 환기장치의 가동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증류를 통한 담수 생산 능력이 하루에 34,000리터 정도로 1인당 20리터가 채 안 된다는 점도 불편한 점의 하나였다.

 

헨더슨은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항만간 수송함으로 운용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에 병원함 바운티풀(AH-9, Auxiliary, Hospital)로 개장되었다.

바운티풀은 1946년에 퇴역하여 1948년에 해체되었다.

 

해병대와 해군위원회는 1913년부터 매년 헨더슨의 후계함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의회로부터 모조리 거절당했다.

현실적인 대안은 제1차 세계대전때 건조되었던 수송선들을 개조하는 것이었다.

 

가장 유망한 후보는 535피트(약 163m) 짜리 수송선(디자인 1029)이었다.

헨더슨보다 훨씬 크고 빠른 535피트-수송선은 총 16척이 건조되어 10척이 병력수송함(AP)으로 개조되었으며, 이들 중 6척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격수송함(APA)으로 개조되었다.

535피트-수송함은  167명의 장교, 18명의 준사관, 그리고 3,030명의 사병을 4,360㎥ 의 화물과 함께 수송할 수 있었고, 화물 수송에 집중할 경우 7,820㎥ 의 화물을 1,900 명의 사병과 함께 수송할 수 있었다.

이 수송함은 앞쪽에 30톤짜리 기중기를 1개 가지고 있었고, 다른 기중기들은 6톤 - 8톤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었으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5인치 또는 6인치 함포 6문과 3인치 대공포 4문을 장비했다.

 

535피트-수송선의 염가형인 502피트(약 153m)짜리 수송선(디자인 1095)은 총 6척이 개조되었는데 5척은 육군수송함이었으며, 해군에는 1척이 제공되어 AP-62 켄모어가 되었다.

켄모어는 나중에 병원함 AH-11 리퓨지가 된다.

증기터빈이 아니라 왕복형 증기기관을 장비한 502피트-수송함의 속력은 14노트였다.

 

또 하나의 중요한 수송선은 호그아일랜드 B형(디자인 1024)이었다.

원래 70척을 대량 건조하려 했으나 실제로는 12척만 건조되어 11척은 육군수송함으로 개조되었고 1척은 해군에 제공되어 비행선모함 라이트(AZ-1) 가 되었다.

라이트는 나중에 수상기모함(AV-1, Auxiliary, Volplane)으로 재분류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하게 된다.

B형 수송함은 1,140명을 수송할 수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예산이 줄어든 미육군은 1923년에 B형 수송함 중 아르곤(AP-4)와 쇼몽(AP-5)을 미해군에 넘겼다.

미해군에서 아르곤은 잠수함 모함으로 개조되었고, 쇼몽은 헨더슨과 함께 병력수송함으로 쓰이다가 나중에 육군에 다시 넘겨져 병원함이 되었다.

미육군은 1940년에도 B형 수송함 샤토티에리(AP-31) 와 생미헬(AP-32)을 해군에 넘겼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이 운용한 수송함 중에는 영국에서 건조한 11,800 중량톤(Dead Weight Tonnage = DWT)짜리 수송선 8척이 있었는데 1931년에 볼티모어 우편회사가 이들 중 5척을 사서 여객선으로 개조했다.

이 5척은 나중에 헤이우드 급 공격수송함이 되어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했고, 나머지 3척 중 1척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해안에 끌려가 침몰하여 방파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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