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 http://blog.naver.com/imkcs0425/60166151989

3. 상륙전술의 발달 

 

전간기 동안 미해병대가 상륙전의 모델로 삼은 것은 1915년에 영국이 실시했던 갈리폴리 상륙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갈리폴리 상륙작전은 일반적으로 상륙을 가로막는 기관총의 위력을 보여준 전투로 평가받았지만 미해병대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이 보기에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상륙 시기가 늦추어짐으로써 터키군에게 방어선을 강화할 시간 여유를 준 것이었다.

심지어 상륙이 늦었어도 상륙부대는 해안에 견고한 진지를 형성하는데 성공했으며 조금만 더 많은 병력이 증원되었다면 터키군을 패배시킬 수 있었다.

미해병대가 보기에 갈리폴리 전투의 패배 원인은 서부 전선에서 더 많은 병력을 빼낼 수 없었던 영국의 근본적인 역량 부족이지 상륙작전의 실패가 아니었다.

 

갈리폴리의 교훈 중 하나는 상륙작전 시에는 보급품과 장비들을 전투부대가 꺼내기 쉽도록 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민간 화물선은 화물을 최대한 빽빽하게 싣는다.

상륙작전에서 부대가 빠른 시간 내에 수송함이 싣고 온 장비와 보급품들을 꺼내 쓰려면 화물을 훨씬 여유있게 실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같은 양의 화물을 운반하기 위하여 더 많은 수송함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며, 또한 상륙작전용 수송함은 민간 화물선과 구조가 달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민간 화물선은 최대한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하여 커다란 단일 화물창을 선호하지만 상륙작전용 수송함은 보급품을 빨리 꺼낼 있도록 3-4개 정도로 구분된 화물창을 선호한다.

또한 민간 화물선은 화물창의 부피가 중요한 반면 상륙작전용 수송함은 부피 못지 않게 바닥면적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민간 화물선은 깊고 커다란 단일 화물창을 선호하지만 상륙작전용 수송함은 상대적으로 얕고 바닥면적이 넓은 복수의 화물창을 선호한다.

당연히 같은 크기라면 상륙작전용 수송함이 민간화물선보다 화물 적재능력 자체는 훨씬 떨어진다. 

 

1930년대에 들어와 미해병대는 적재 방식을 상업 적재(commercial loading), 부대 적재(organization unit loading), 그리고 전투 적재(combat loading)로 나누었다.

상업 적재는 민간 화물선처럼 장비와 보급품들을 최대한 빽빽하게 싣는 방법이다.

부대 적재는 수송하는 부대는 원래 편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보급품과 장비는 상업 적재처럼 빽빽하게 싣는 방식이다.

전투 적재는 최대한 빨리 하역할 수 있도록 장비와 보급품들을 여유있게 싣는 방식이다.

갈리폴리에 투입된 상륙부대는 부대 적재 상태였기 때문에 장비와 보급품들을 하역하느라고 치명적인 지연이 발생했다.

미해병대는 여기서 상륙작전시 수송함은 전투 적재를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영국과 미국 해병대는 거의 교류를 갖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상륙전술을 발전시켰다.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1940년에 영국이 유럽 대륙에서 완전히 쫓겨나면서 이제 미육군은 독일을 패배시키기 위하여 상륙작전을 통하여 독일 지배 하의 유럽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육군은 상륙작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히 주로 태평양에서의 상륙 작전을 연구한 미해병대보다는 유럽 대륙에 상륙한다는 같은 목적을 가진 영국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미해병대는 주로 먼 곳으로 가서 상륙을 했기 때문에 전통적인 형태의 수송함을 선호했다.

하지만 미육군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처럼 주로 짧은 거리를 건너 상륙할 예정이었으므로 병사들의 거주성이나 장거리 항해 능력은 우선적인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전차상륙함처럼 바로 해안에 접안하여 상륙함으로써 적의 눈앞에서 상륙주정으로 옮겨타는 거추장스러운 과정이 필요없고 항공 공격에도 상대적으로 덜 취약한 새로운 형태의 상륙함정들을 선호했다.

 

무엇보다 전차상륙함처럼 해안에 바로 접안하는 형태의 새로운 상륙함정들은 보다 많은 전차들을  보다 빨리 해안에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주로 고립된 작은 섬을 공격하는 해병대와 달리 미육군은 적이 빠른 시간 내에 기갑전력을 포함한 강력한 부대를 반격에 투입할 수 있는 유럽 대륙에 상륙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량의 전차를 빨리 상륙시키는 일은 상륙작전의 성패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였다.

 

또한 해병대의 목표인 작은 섬들은 미리 완전히 고립시켜 놓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미해병대는 야간 상륙에 따르는 혼란을 피하기 위하여 아침에 상륙하는 것을 선호했다.

반면 유럽 대륙에 상륙해야 하는 육군은 상륙지점의 완전한 격리가 어렵기 때문에 적의 반격부대가 도착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병력들을 재빨리 해안에 올릴 필요가 있었고, 따라서 전술적 기습을 위하여 밤에 상륙하는 것을 선호했다.

상륙하기 직전에 폭격으로 적의 방어선을 무력화시키기 위하여 아침에 상륙한 노르망디의 경우는 미육군 입장에서는 예외적인 경우였다. 

 

미육군은 상륙의 규모가 크고 종심이 깊어서 후속되는 병력과 무기 및 장비, 보급품의 양도 많았으므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인공항구를 사용했다.

비교적 작은 태평양의 섬에서는 그 정도의 하역능력은 필요없었으므로 해병대는 대부분 자연 항구를 그대로 활용했다.

 

미육군은 상륙하는 병사들에게 보급단절에 대비하여 최대한 많은 보급품을 가지고 상륙하게 했으므로 육군병사들은 36kg 에 달하는 무거운 군장을 지고 상륙했다.

비교적 좁은 섬을 점령하는 해병대는 상륙하는 병사들에게 며칠 분의 전투식량과 탄약을 비롯한 보급품을 잔뜩 짊어지고 상륙하도록 강요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해병대원들은 훨씬 가벼운 군장을 메고 상륙했다.

 

미해병대는 상륙부대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을 해안의 참호에 배치된 적의 기관총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상륙주정들은 적의 참호에 최대한 가까이 병사들을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어야 했는데 이러한 상륙주정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소형의 속사포인 대주정포(antiboat gun)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대주정포는 주위깊게 위장되어 있다가 상륙주정들이 사정거리 내에 들어오면 발포하기 시작할 것이므로 함포로 제압하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따라서 미해병대는 상륙주정과 같이 진입하면서 이러한 대주정포들을 제압할 화력지원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해병대는 1930년에 함포사격위원회(Gun Fire Board)를 창설하여 해군과 함께 상륙작전시 함포 사격에 대하여 연구했다.

1931년 말에 미해군과 해병대는 상륙작전시 함포사격에 대한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했다.

상륙작전시 함포 사격은 사전에 미리 확인한 적의 표적을 제거하고 (준비포격, preparation fire), 상륙주정이 해안에 다가가면 참호 속의 적이 머리를 못 들도록 만들며(제압포격, suppression fire), 일단 병력이 상륙하면 교두보 주변에 탄막을 펴서 적의 접근을 막는 역할을 했다.

해병대는 이러한 과정 중에서 준비포격 단계를 가장 중시했으나, 해군은 제압포격을 가장 중시했다.

1943년 11월의 타라와 전투에서 해병대가 커다란 피해를 입자 해군은 생각을 바꾸어 해병대의 요구대로 준비포격 단계에서 최대한 많은 적을 파괴하는데 집중하게 되었다.

 

해안을 지키는 적의 저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하여 미해병대는 상륙작전시 전차가 병력과 동시에 상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924년에  시험한 크리스티 수륙양용전차는 실패작이었으나 해병대는 병력과 전차가 거의 동시에 해안에 도달해야 한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이러한 신념의 결과로 태어난 것이 셔먼 전차를 수송할 수 있는 기계화상륙정(LCM = Landing Craft, Mechanized)과 상륙장갑차(LVT = Landing Vehicle, Tracked)의 공격형인 LVT(A)였다.

 

(LCM)

 

미해병대는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륙작전에서 1척의 주정에 너무 많은 병사들이 타게 되면 상륙시 적 기관총의 좋은 표적이 될 뿐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병사들이 타는 상륙주정은 가급적 작을수록 좋다고 생각했으며 해병대가 생각한 이상적인 크기는 1개 분대를 실을 수 있는 크기였다.

물론 이럴 경우 상륙시 지휘통제 문제가 복잡해지지만 해병대는 감내해야 한다고 믿었다.

진짜 문제는 수송함에 실을 수 있는 상륙주정의 숫자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해병대는 가급적 단번에 최대한 많은 병력이 상륙하기를 바랐는데 그러려면 1개 분대씩 싣는 소형 상륙주정의 경우 숫자가 너무 많이 필요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병력의 상륙에 사용된 주정의 크기는 대부분 1개 소대 정도의 병력이 탑승하는 크기였다.

 

함대해병부대(FMF)는 미함대의 일부였으므로 매년 초에 열리는 함대 훈련에 해병대도 참가하게 되었는데, 미해군은 해병대가 참가하는 상륙훈련을 함대상륙훈련(Fleet Landing EXercise = FLEX) 라고 불렀다.

함대해병부대가 1934년의 함대훈련에 참가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으므로, 제1회 함대상륙훈련(FLEX 1)은 1935년 1월부터 2월까지 푸에르토리코의 쿨레브라 해안에서 실시되었다.

이때 1,500 명의 해병대가 2척의 전함에 타고 참가했으며 함정의 모터 런치 (motor launch) 및 모터 구명정(motor whaleboat) 18척과 무동력의 야포수송정(artillery lighter)을 타고 상륙했다.

 

(Whaleboat)

 

제2회 함대상륙훈련(FLEX 2)은 1936년 1월 - 2월에 걸쳐 역시 쿨레브라에서 실시되었다.

1,800 여명의 해병대원들이 2척의 전함을 타고 와서 23척의 함정용 보트를 사용하여 상륙했는데 야간 상륙 및 연막 하에서의 상륙은 결과가 나빴다.

제2회 훈련을 마친 해병대와 해군 지휘관들은 상륙작전 전용의 수송함과 상륙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제3회 함대상륙훈련(FLEX 3)은 1937년 1월 - 3월에 걸쳐 태평양 연안인 샌클레멘트 - 샌디에고 지역에서 실시되었다.

여기에는 함대해병부대의 2개 여단 2,700 명과 육군 800 명이 참가했다.

역시 전함 3척과 순양함 1척이 수송함 역할을 대신했고, 병력들은 대부분 함정이 보유한 보트로 상륙했다.

이번 훈련에서는 최초로 해안에 상륙한 함포사격통제반이 함포사격을 지시했으며 개발 중이던 상륙주정 5척이 참가했다.

또한 83대의 해병대 항공기가 최초로 공중지원을 담당했다.

 

제4회 함대상륙훈련(FLEX 4)는 1938년 초에 쿨레브라 지역에서 실시되었다.

해병대 1,850명과 육군 600 명이 참가했으며, 역시 전함과 해군의 보조함들이 수송함을 대신했다.

병사들은 대부분 28척의 함정 보트들을 타고 상륙했으나 건조수리국이 채택한 상륙주정 4척도 참가했는데 그중에는 나중에 기계화상륙정(LCM) 으로 발전하는 자가추진형 전차수송정도 있었다.

또한 구형구축함 제이콥 존스가 해병대를 시험적으로 수송했다.

 

제5회 함대상륙훈련(FLEX 5)은 1939년 1월 - 3월에 걸쳐 쿨레브라에서 실시되었다.

제1해병여단(약 2,200명)이 참가한 이번 훈련에서는 입찰을 위해 경쟁하는 여러 회사의 상륙주정 18척이 참가하여 서로의 성능을 겨루었다.

 

제6회 함대상륙훈련(FLEX 6)은 1940년 1월 - 3월에 걸쳐 쿨레브라에서 실시되었다.

이번 훈련에서는 야간에 구축함에서 고무보트를 이용하여 정찰대를 상륙시키는 훈련이 실시되었다.

 

제7회 함대상륙훈련(FLEX 7)은 1941년 2월에 쿨레브라-비크 지역에서 실시되었다.

미국이 참전하기 전에 실시한 마지막이자 최대 규모의 이 상륙훈련에는 해병제1사단과 육군 2개대대가 참가했다.

곧 대서양 함대로 승격되는 미해군의 대서양 전대(Atlantic Squadron)는 화력지원을 위하여 항공모함 3척, 전함 3척, 순양함 7척, 구축함 12척을 동원했으며, 처음으로 상륙작전용 수송함 5척(2척은 육군 소속)과 고속수송함(APD = Auxiliary, Personnel, Destroyer) 2척이 참가했다.

 

훈련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미해군과 해병대는 해병사단 1개를 상륙시키는데 최소한 공격수송함 10척(APA = Auxiliary, Personnel, Attack), 공격화물수송함(AKA = Auxiliary, Cargo, Attack) 4척, 고속수송함(APD) 4척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수송함은 훈련 직전에 개장되어 승무원들은 전혀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고, 상륙주정도 싣지 않았으며, 충분한 담수를 생산하지도 못했다.

참가한 수송함 중 1척은 전차수송정을 들어올리지 못했고, 다른 1척은 엔진이 시원찮았으며, 상륙주정이 부족하여 전함의 보트들을 총동원하고서도 2개 대대를 동시에 상륙시킬 수가 없었다.

이 훈련에서 미해군과 해병대는 공격수송함 이외에도 상륙 전용의 공격화물수송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의 상륙전술은 전쟁에 뛰어든 후에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을 계속했다.

특히 1943년 11월의 타라와 전투 이후 미해병대의 상륙전술은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나아갔으며 따라서 타라와 전투는 현대 상륙전의 효시로 불리게 되었다.

 

원본 :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 http://blog.naver.com/imkcs0425/6016615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