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웨인라이트 4세 (1883. 8. 23 - 1953. 9. 2)

1883년 8월 23일, 웨인라이트는 워싱턴주 왈라왈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로버트 웨인라이트는 미국-스페인 전쟁에 참전한 기병 장교였고, 할아버지 웨인라이트 2세는 해군 장교, 백부 웨인라이트Jr와 숙부 웨인라이트 3세도 장교인 뿌리 깊은 군인 집안이었다.

1901년 하일랜드 파크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02년에 웨스트 포인트에 입대한다.

그는 키가 크고 깡마른 몸매를 가져서 친구들로부터 “말라깽이”라는 별명을 가졌는데 이것은 그에 상징적 별명이됐다.

1906년에 학급 수석으로 졸업하여 기병 장교로 임관하며, 첫 근무지는 텍사스주 제1기병연대로 1908년까지 복무한다.

 1908년에 필리핀으로 배치되며, 1910년까지 홀로섬에서 근무하며, 모로족의 저항을 진압하는데, 활약했다.

그 후 귀환하여 캔자스주 포트 릴리에 승마 학교에 들어가 1916년에 졸업한다. 또한 바로  대위로 진급하는데, 동기 중에서 가장 먼저였다.

1917년에서 1918년까지 뉴욕주 플래츠버그 훈련소 선임 장교로 복무하다 세계 제 1차 대전에 참전한다.

1918년 2월, 미국 원정군에 배치되어 유럽으로 향하며, 6월에 제82보병사단 참모장 보좌로 임명됐다.

1918년 9월 12일에서 19일 동안 벌어진 생미헬와 1918년 9월 26일에서 11월 11일까지 이어진 뫼즈-아르곤 공세에 참가하며, 종전 후 계속 유럽에 남아 1920년까지 독일 미군 점령지인 코블렌츠에서 제3군 소속 임시 중령으로 근무한다.

전후 전공으로는 공로 훈장(Distinguished Service Medal)이 수여됐다.

1920년, 귀환하여, 다시 대위 계급으로 복무하나, 얼마안가 소령으로 진급한다.

1920년에 포트 릴리로 배치되어 승마 학교로 개명된 기병 학교에 교관으로 1921년까지 근무하며, 1921년부터 1923년까지 일반참모로 활동했다.

1923년부터 1925년까지 버지니아주 포트 마이어에 제3기병연대 장교로 복무하며, 1929년에 중령으로 진급한다.

1931년에 캔자스주 포트 리븐워스에 일반참모학교를, 1934년에는 육군 대학을 졸업한다.

1934년, 포트 릴리에 기병 학교로 돌아와 이번에는 교장으로 1936년까지 부임하며, 1935년에 대령으로 진급한다.

1936년에서 1938년까지 제3기병연대장으로, 1938년에 준장으로 진급한 후 1940년까지 제1기병여단장으로 근무한다.

1940년, 웨인라이트는 필리핀으로 파견되어 필리핀 군관구 사령관인 맥아더 밑에서 근무한다.

맥아더와 웨인라이트는 같이 일하면서, 뜻이 맞아 빠르게 친구가 되었다.

웨인라이트와 맥아더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둘 다 세계 제 1차 대전을 참전했다는 것과 각각 생도 시절에 학급 수석으로 졸업했다는 것이다. 또한 웨인라이트에 아버지는 맥아더의 아버지 아서 맥아더Jr 장군 휘하에 고참 장교였다. 결국 둘은 형제처럼 친해졌고, 맥아더는 그를 신용하여 필리핀 군관구에 핵심 병력인 제12보병사단에 사단장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임명한다.

1941년, 6월 육군참모총장 마셜과 육군부 장관 스팀슨은 맥아더에게 필리핀에 방어에 대해 걱정하며, 맥아더를 극동군에 사령부로 앉히겠다고 예고한다.

1941년 7월 25일 스팀슨 장관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필리핀 방어 보강에 필요성과 필리핀 자치령에 대한 군사적 동원, 그리고 극동군 사령부 설립을 요청하며, 루스벨트는 이를 허가한다. 이는 필리핀 군관구와 필리핀군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구였다. 맥아더는 예정대로 극동군 사령관에 임명되며, 필리핀군에 군사 고문관 겸 최고 사령관이 되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확실하게 필리핀군을 보강할 수 있게 되었다.

1941년, 웨인라이트에 제12보병사단은 필리핀인 사단으로 개명하며, 필리핀 군관구에 가장 중요한 사령부인 북부 루손섬 사령부에 사령관직을 겸직하였다 이는 일본과 가장 가까운 전방 부대에 사령부였다. 웨인라이트는 이전보다 필리핀에서의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당시 필리핀은 전시 계획 오렌지-3에 따라 맥아더의 감독 아래 군대를 보강하고 있었으며, 극동군 사령부 창설 후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전시 계획 오렌지-3은 1928년에 해군에서 창안된 계획으로 새로이 강대국으로 떠오른 일본을 가상 적국으로 하여, 미국에 최전방 식민지인 필리핀을 방어한다는 것이었다.

목적은 일본군에 공격이 개시되면 병력을 방어에 유리한 바탄 반도로 철수하여, 최대 6달까지 버틴 후 태평양 함대에 도움을 받아 필리핀을 구한 후 일본을 향해 반격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일본만이 적이라는 설정과 태평양 함대가 필수요소라는 점이 큰 약점이었다. 거기에다가 일본만을 적으로 삼은 점과 태평양 전쟁 전까지 필리핀에다가 준비한 군사력을 보아도 계획 자체가 일본을 과소평가한것이다. 그리고 맥아더는 철수를 바로 하는 것보다 일단은 해안에서 저지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필리핀에 군대는 맥아더가 사령관으로 있는 미 극동 사령부에 지휘 아래 놓였으며, 산하에는 12개 사단으로 구성된 필리핀군(정규군 2개 사단, 예비군 10개 사단), 미 필리핀 군관구와 극동 항공군, 그리고 약4천2백 명에 보급대가 있었으며 총 15만이었다.

특히 정예 부대인 필리핀 군관구는 북부 루손섬 사령부, 남부 루손섬 사령부 그리고 비사얀-만다나오로 분할된 사령부를 두고 있으며, 편제는 필리핀인 사단(제12보병사단-약1만), 제26기병연대, 제43보병연대, 제86야전포병연대, 제88야전포병연대, 제808헌병중대, 마닐라와 수빅만 항구 방어대 그리고 주방위군에서 지원 받은 제200여안포병연대, 제192기갑대대, 제194기갑대대로 되어 있으며 총 3만1천95명으로 그 중 2만8천591명은 필리핀 스카우트대였다.

극동 항공군은 1941년에 확장한 것으로 약5천5백에 병력에 총 307기에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 중에 B-17C/D 폭격기 35기, B-18A 폭격기 18 기, A-27 전투기 9기, B-10B 폭격기 12기, P-40B/E 전투기 107기,  P-26와 P-26A가 섞인 전투기 16기, P-35A 전투기 52기, O-47 정찰기 12기 그리고 기타 항공기 46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필리핀 항공군에 규모는 미국 외에 지역에 주둔한 항공군 중에서 가장 컸으며, 그러나 가장 신기종에 주력인 B-17C/D 폭격기에 실제 비행 할 수 있는 수는 33기, P-40B/E 전투기는 54기, P-35A 전투기는 18기뿐이었다.

비행장은 총 4개로 루손섬 북부에 3개가 있었다. 이는 일본이 쳐들어올 경우 가장 먼저 선공을 취할 좋은 위치임과 동시에 반대에 경우에는 먼저 피해를 입을 위치에 놓였다.

맥아더는 9월 1일부터 필리핀군을 총 동원령을 내려 12월 15일까지 10개에 예비군 사단을 극동군 지휘 아래 활동하게 한다.

맥아더는 보강이 미국 주둔군은 1942년 4월에, 필리핀군은 7월이면 마칠 수 있고, 1946년이 되면 필리핀 방어가 완벽해질 거라 여겼다. 그러나 현실은 모든 계획을 저버렸다.

필리핀을 향한 지원이 예상외로 별로였던 것이다. 필리핀에 군대 운영을 위한 자금은 부족했으며, 미국에서 오는 물자에 질과 양이 형편없었다.

일단 병력 같은 경우에는 맥아더가 자처하여 주방위군에 제41보병사단만 따로 요구했을 뿐이며, 나중에 기갑부대에 대한 추가 병력을 요청했을 뿐이었다. 대신 필수 물자와 무기를 원했다. 그러나 제41보병사단은 오지 않았으며, 기갑부대도 2개 중대 규모만 도착했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기본 장비였다. 필리핀군에 군복은 질이 나빠 병사들이 입고 필리핀 밀림을 활동하기 어려웠으며, 군화는 2주면 닳아버렸다. 담요, 모기장, 군용 텐트, 가스 마스크, 철모, 삽도 부족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기본 무장이었다. 맥아더는 8만4천5백정의 개런드 소총과, 330정에 BAR 중기관총, 326정에 50 구경 기관총, 450문에 37mm 포, 217문에 81mm 박격포, 288문에 75mm 포와 총 8천대에 차량과 이외에 많은 식량을 요구했으나 거의 보급되지 못하며, 수송되는 것들도 정발한 수송선에 적재 한도로 도착이 더뎠다.

결국 극동군에 무장은 계속 사용하던 M1917 엔필드 소총, M1903 스프링필드 소총이 주력이 돼버렸다. 대신 석유만은 제대로 도착하여 바탄 반도에 1백만 갤런을 보유할 수 있었다.

이외에 다른 큰 문제꺼리는 필리핀인과 미국인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여 훈련에 차질이 있다는 것과 몇몇 필리핀인 하사관이나 행정 직원들은 글도 못쓴다는 것이었다. 극동군은 이런 조건 속에서 전쟁을 맞이하게 된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은 진주만을 공습한다. 진주만에 대기한 태평양 함대는 일본에 기습으로 병사들이 희생되고, 많은 함선들이 피해를 입었다.

태평양 함대에 타격은 오렌지 계획을 바탕으로 구성된 극동군에게 크나큰 타격이었다. 상황은 심각했지만, 아직 대규모에 극동 항공군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정박한 미 아시아 함대가 희망으로 남아있었다. 

이때 극동 항공군 사령관 브레리톤은 포모사(타이완)에 일본 주둔군에다가 선공을 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극동군 사령관 맥아더는 거절하며, 이것이 크나큰 화를 부른다

필리핀 시각으로 7일 밤에서 8일 새벽 사이에 일본 항공대가 기습을 감행한다.

처음 공격을 입은 곳은 루손섬 중부에서 약간 북서부에 위치인 클라크 비행장이며, 차례로 루손에 있던 다른 3개에 비행장들도 폭격을 당한다. 가뜩이나 비행장마다 대공포도 부족했으며, 비행장 위에는 출격 여부에 관하여 폭탄을 실었다가 내렸다가하며 방치된 비행기들이 가득하여 결과는 더 처참했다. 또한 일본군은 아시아 함대에 주요 기지인 카비테에 해군 공창과 마닐라만과 바탄 반도에 항구도 폭격한다.

필리핀을 치기위해 타이완에서 대기하던 일본 제14군의 흠마 장군은 필리핀 외곽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도록 선발대를 보낸다.

12월 8일에 루손섬 북쪽에 있는 바탄섬이 점령됐고, 10일에는 루손섬 북부 맨 끝에도 상륙한다. 북부에 상륙한 선발대는 일본군이 상륙할 예정인 링가옌만을 향해 진군하며, 링가옌만 북동쪽에 비간에도 다른 선발대가 상륙을 시도한다.

극동 항공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출격하여, 비간에서 상륙을 시도하던 함대를 공격한다. 그 결과 구축함 1척, 순양함 1척, 여러 척의 수송선을 격침시키는 공을 세운다. 그러나 이것이 극동 항공군의 마지막 성과였다.

12월 10일이 되었을 때는 항공기의 절반이 파괴됐으며, 12월 12일에 나머지 비행장에도 일본 항공대에 공습이 가해져, 그 후로는 정찰만 가능한 수준으로 전락한다.

결국 소수에 항공기가 남아 민다나오를 거점으로 싸우다가 오스트레일리아로 철수한다.

12월 11일, 팔라우섬에 주둔하던 일본군도 출항하여 민다나오섬과 루손섬 남동부인 레가스피에 상륙을 한다.

12월 22일, 루손섬 북쪽에 상륙했던 선발대가 링가옌만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상륙한 일본 제14군과 다시 결합한다.

북부 루손군에 지휘관 웨인라이트는 병력을 보내어 일본 상륙군과 싸우나 거의 패배하거나, 철수했다. 특히 링가옌만 서쪽 남아구산에 있는 로사리오에서 일본군과 836명의 미 제26기병연대가 전투를 벌였는데, 큰 희생을 치르고 기병연대는 퇴각했다.

12월 23일 저녁, 일본 제14군은 10마일에 거리를 남하하며, 24일에는 파커 장군이 지휘하는 남부 루손군이 레가스피에 상륙한 일본군에게 밀려 마닐라로 향하는 길을 내주는 실책을 범했다.

예상외로 일본군이 빠르게 전진하자 결국 그날 밤에 맥아더와 극동군 사령부, 케손 대통령과 필리핀 연방 정부는 바탄 반도 남쪽 요새인 코레히도르섬으로 급하게 철수하며, 마닐라는 비무장도시를 선언한다. 그 와중에 많은 물자와 무기, 약품과 식량을 챙겨오지 못했다. 바탄 반도와 코레히도르섬에도 물자를 쌓아놓기는 했지만, 대다수 물자는 마닐라에 있었다. 그 결과 극동군은 바탄반도에서 부족한 물자를 견디며 싸우게 되었다.

코레히도르섬으로 온 맥아더는 해안 방어의 실패를 깨닫고, 오렌지 계획을 발효할 때가 되었다고 여겼다.

마침내 전방에 병력들에게 철수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남부 루손군은 이미 적에게 길을 열어준 상황이라 철수가 어려웠고, 북부 루손군은 일본 제14군의 막강한 화력에 서서히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맥아더는 웨인라이트에게 병력이 철수할 때까지 적을 저지하라는 명을 내린다. 웨인라이트는 즉각 저지선을 차례로 만든 후 뒤로 철수했다.

12월 26일이 되자 제14군은 자신들의 첫 목표인 팡가시난도의 중부에 아그노강에 선봉부대가 도하하며, 루손섬에 비행장들을 장악하여 항공대에 기지로 삼을 정도로 적의 공세는 빠르게 진행됐다.

웨인라이트는 꾸준히 철수를 이루어 나갔는데, 반면 남부 루손군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웨인라이트는 즉각 병력을 루손섬 북부와 남부에 교차점이며 바탄으로 향하는 길을 가진 팜팡가주 산페르난도에 최후 방어선을 만들어 다른 부대가 모두 철수하도록 사수한다.

마침내 1월 2일, 남부 루손군과 후위대들이 산페르난도를 통과했으며, 웨인라이트는 후위대를 맡아 바탄으로 빠르게 철수했다. 그리고 이 날 마닐라에 일본군이 무혈 입성한다.

바탄 반도를 향한 철수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일본의 공세와는 달리 대다수 병력이 바탄으로 철수했기 때문이다. 허나 그 뒤에는 결코 적지 않은 수에 병사들이 희생됐으며, 탈영하거나 항복했다.

1942년 1월 1일, 마침내 바탄 반도의 전투가 개시되나 첫 전투는 바탄 반도가 아닌 팜팡가주에서 벌어졌고, 엄밀히 바탄 반도 전투는 아니었다.

전투는 산페르난도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 구아구아와 팜팡가주 서쪽 외곽 지대인 포락까지 이어지는 구아구아-포락 전선이었다. 이 전선은 아직 바탄 반도로 철수 못한 부대를 위해 급조된 전선으로 1월 5일까지만 유지됐다.

일본군은 자신들의 화력을 믿고 포격과 공습, 전차와 보병을 돌격한 무리한 공세를 했고, 그 결과 양측간에 크나큰 희생을 치렀다.

1월 6일부터 바탄 반도에서 전투를 치렀는데, 바탄 반도에 입구인 디나루피한과 라약을 거점으로 한 전선이었다. 그러나 아직 전선의 확립이 모호하여 결국 9일에 무너졌다.

극동군과 일본군 간에 제대로 된 전선이 확립된 곳은 바탄 반도 중부에서 좀더 북쪽인 나팁산을 중심으로 한 동쪽 마우반에서 서쪽 아부카이까지의 전선이다. 나팁산은 넓진 않지만 험준한 산이었고, 양쪽으로 평야가 해안까지 펼쳐져있다.

맥아더는 북부 루손군은 필리핀 제1군단, 남부 루손군을 필리핀 제2군단으로 개명한 후 제1군단에게 필리핀 31, 91 보병사단과 미 제26기병연대 그리고 야전 포병대와 자주포를 배치했으며, 제2군단에게는 필리핀 11, 41, 51, 57 보병사단을 배치했다.

웨인라이트가 직속 부대로 맡았던 필리핀인사단은 예비 병력으로 대기하게 했으며, 사단장직은 다른 사람으로 인계됐다.

전선은 겉보기에는 안정적으로 확립됐으나, 병력이 부족하여 전선을 다 메우지는 못했다. 또한 점차 물자가 병력보다 적어 식량 배급도 반으로 줄었다.

1월 9일, 1월 12일, 1월 14일에 일본군은 주기적으로 공세를 가하며, 그때마다 웨인라이트와 제1군단은 적을 격퇴했다. 반면 파커 장군의 제2군단은 병력을 많이 배치 받았음에도 전선이 넓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15일에 나팁산 중상류 강에 전선이 빈 것을 확인한 일본군을 이곳을 집중 공격하며, 마침내 22일에 전선이 무너졌다.

웨인라이트는 전선을 포기하고 즉각 후방으로 퇴각을 시도하나, 적이 물밀 듯이 몰려들었다.

전선이 무너진 22일에서 다시 전선이 세워진 2월 2일까지 양측간에는 돌격과 포위가 뒤섞인 난전이 벌어진다. 일본군은 미리 극동군에 퇴로를 막거나 몰아서 포위하거나 벌어지거나, 미군이 포위를 뚫거나 우회하여 후방으로 철수하는 전투가 벌어졌다. 결과는 미군의 새로운 전선 조직으로 끝났으며, 기회를 잡은 일본군은 최소 9백 명에서 2개 대대 병력에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극동군도 750명이 전사하고, 많은 병력이 전투 능력을 상실했다.

22일부터 바탄 반도 중부에서 좀더 남쪽에 위치한 동쪽에 오리온에서 서쪽에 바각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전선이 조직됐다. 이 전선은 퇴각하는 나머지 병력을 위한 것이며 제1군단이 사수했다. 전선은 26일까지 유지됐다.

그 와중에 일본군은 23일을 시작으로 바탄 반도 남서쪽 해안에서 몇 번이나 상륙을 시도하나 극동군은 이를 모두 격퇴했다.
26일 이후에 일본군의 공세로 천천히 전선이 밀렸으나, 앞에 전선들에 비해서 무너지지는 않았다.

1942년 2월 7일, 맥아더는 웨인라이트에 공을 기려 수훈 십자 훈장(Distinguished Service Cross)이 수여한다.

1942년 2월 8일, 제14군을 이끈 흠마는 병력 보강과 무기 지원 그리고 병사들의 사기와 휴식을 위해 전선에서 병력을 철수한다. 마침내 바탄 반도를 지키던 극동군 모두에 노력이 큰 성과를 이룬 것이다. 병사들은 기뻐했고 다시금 큰 희망을 가졌으나 이상으로 기쁨은 끝이 났다.

오래 전 1941년 1월 29일을 시작으로 3월 27일까지 미-영 간에 열렸던 참모회의에서 (일명 ABC-1) 미국과 영국 그리고 캐나다의 참모진들은 앞으로의 전략에 대한 서로 간에 회의 끝에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핵심 전선으로 정한지 오래였다.

그래서 진주만 공습과 일본에 필리핀 침공 이후에도 미국에서 직접 필리핀을 위해 군대를 동원하지도 않았으며, 대대적 지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필리핀이 빠르게 무너질 것을 염려하여 1941년에 루스벨트는 연말 연설에서 미국에 전력을 필리핀에게 몰아주겠다고 약속만 했을 뿐이며, 내막을 모르는 병사들은 그것을 모르고 열심히 싸운 거였다. 그래서 진실을 아는 미국인들은 필리핀에서 싸우는 병사들은 “바탄에서 버림 받은 사생아들”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극동군은 이제 지쳤고 식량과 탄약이 바닥났으며, 병사들은 질병, 특히 말라리아로 고생했는데 약품도 떨어져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맥아더는 웨인라이트와 파커에게 남은 병력 효율을 확실하게 평가하라고 지시를 내렸고, 그 결과 1군단은 75%, 2군단은 20%밖에 남질 않았다.

반면 흠마의 제14군은 일본군 손실을 입은 병력을 보충했으며, 새로이 부대를 증대 받았다.

허나 흠마는 그걸로 만족하지 못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버마에 파견된 다른 장군들이 빠르게 승리한 반면 자신은 확실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였기에 강박관념에 잡혀 더욱 준비를 철저히 하였다. 특히 일본군 본영에서 대량의 대포 지원을 요청하여 총 190문이 도착했는데 그중에는 150mm 캐논포, 96식 240mm 곡사포 같은 장거리포가 포함되어 있었다.

1942년 2월 22일, 맥아더는 루스벨트로부터 오스트레일리아로 가라는 명을 내렸으며, 27일이 되자 일본의 해상 봉쇄가 시작됐다.

마침내 3월 12일, 맥아더는 사령부인 코레히도르섬을 떠나 오스트레일리아로 향하며, 후임으로 웨인라이트가 올랐다.

웨인라이트는 극동군 사령관에 임명되며 자신이 맡았던 제1군단에 에드워드 킹 장군을 명했으며, 임시 중장으로 진급한다.

1942년 3월 22일, 이제 자신만만해진 흠마는 웨인라이트에게 최후통첩을 보낸다. 그러나 웨인라이트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싸울 의지를 다졌다.

3월 28일, 2차 공세에 대한 최종 점검을 마친 일본군은 4월 3일 공격을 재개한다.

오전 9시부터 오리온-바각 전선을 향해 100기의 항공기와 총 300문의 포로 공격을 가한 후 오후 3시부터 진격하는 전술을 보였다.

다음 날에도 같은 방식으로 6일까지 공세를 가하여 결국 제2군단을 시작으로 전선이 무너졌다.

다행히 제1군은 위치를 사수하며, 패주하는 제2군단 병력을 모아 계속 저항을 한다. 그러나 이미 전선의 반이 무너져 바탄 반도 끝 해안까지 일본군이 밀고 나갔으며, 제1군단은 포위를 된다.

1942년 4월 9일, 계속 버티던 제1군단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일본군에게 항복했다. 다만 킹 장군은 아침부터 반나절 가까이 협상을 했고, 작게나마 조건부 협상으로 항복한다는 조건으로 항복했다. 이제 바탄 반도가 함락된 것이다.

바탄 반도 전투는 극동군은 1만 명이 전사했고, 2만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7만 5천 명의 병사들이 포로로 잡혔다. 일본군은 7천 명이 전사하고, 1만 2천 명 부상에 1만 명이 병사하는 결과를 낳았다.

바탄 반도 함락 소식을 들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웨인라이트에게 철수를 권한다. 그러나 웨인라이트는 거절하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루스벨트는 그의 뜻을 이해하고, 계속 싸우는 것을 허락한다.

바탄 반도를 장악한 일본군은 아직 바탄 반도에 남은 극동군 게릴라들과 싸우며, 극동군 사령부인 코레히도르섬 공략을 계획한다.

코레히도르섬은 바탄 반도 남쪽에 위치한 섬으로 필리핀 극동군 최후의 사령부였다. 섬 서부에 밀스 언덕 위에는 포트 밀스 요새가 있는데 통상 코레히도르 요새로 불렸다. 이곳은 요새화된 섬으로 밀스 언덕 정상에는 해안포가 섬 요새 내부에 설치되어 있으며, 밀스 언덕 중부에는 병영을 비롯한 군사 시설과 포대가 있는 언덕이 있었다.

섬 중앙에는 평지로 부두가 있는 마을 산 조세가 있으며, 동부로는 다시 언덕과 해안이 펼쳐진 반도가 있다.

섬 중부에서 요새로 향하는 길엔 단 하나의 터널이 있었는데, 이것이 유일한 통로이다. 터널 밑으로 여러 개의 방과 1천명이 수용 가능한 병원이 있으며, 복잡한 미로로 구성되어 있다.

터널을 통해 나가면 밀스 언덕 중부에 병영과 군사 시설들이 나오며 다른 방향으로 내려가면 해군 연료 보급창이 있다.

섬에는 45문의 해안포와 박격포가 23개의 포대에, 71문의 대공포 13개의 포대에 나누어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12인치 대포가 2문이 있었는데 이들은 26km를 넘을 정도에 사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외에 155mm 포도 4문이나 있었다.

병력은 1만 3천명이 주둔해 있으나 전반적인 수비대의 훈련이 부족하고, 물자도 장기전에 대비해서는 부족했으며, 무엇보다 적의 상륙에 대비할 무기가 부족했다.

코레히도르섬에 폭격이 가해진 것은 1941년 12월 29일부터였으며 계속 주기적 폭격을 당했다. 그러면서 병영과 해군 연료창을 비롯한 시설이 파괴되거나 피해를 입었다.

4월부터는 일본 함대의 함포 사격을 받게 되며, 피해로 점차 식량 배급이 줄고 식수 구하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계속해서 시설들과 포대가 피해를 입었다.

5월 1일이 되자 일본군의 장거리 대포들이 이동하여, 반도 끝에서 섬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 이제 코레히도르섬은 다방면에서 공격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1942년 5월 5일, 코레히도르섬에 상륙하기 위해 일본군은 전 병력을 동원한다.

바지선과 상륙정에 병력을 실은 일본군은 계속 섬을 포격하며 해안을 향해 접근한다. 상륙 지점은 요새에서 먼 동쪽에 있는 해안이며, 790명의 1진이 상륙했다.

요새 외부에 포대와 진지에서 일본 상륙군을 향한 공격이 가해졌고, 일본군은 많은 양의 후방 사격 지원을 받음에도 진격하지 못했다. 그러나 89식 중척탄통을 이용하여 극동군에 포대와 진지를 향해 포격을 가했고, 약간씩 일본군은 나아갈 수 있었다.

785명에 2진 상륙부대는 바탄과 코레히도르 사이 조류에 밀려 힘겹게 상륙하나, 위치가 적절치 못하여 대다수 병력이 상륙하자마자 극동군에 포격과 사격을 당했다.

이날 시작한 접전은 쉬지 않고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6일 새벽 1시, 마침내 일본군 극동군의 동쪽 포대 하나를 점령했다. 극동군은 이를 탈환하기위해 돌격했고, 서로 간에 백병전이 벌어졌으며 여기서 가장 많은 희생을 냈다.

오전 5시 30분, 880명에 새로운 상륙대가 도착했고, 9시 30분에 3대의 일본군 전차와 포들이 상륙했다.

이제 전세는 역전됐다. 일본군은 도착한 포를 점령한 포대에 배치하여 요새 입구에 극동군을 향해 포격했고, 전차들도 보병들을 지원했다.

결국 터널의 입구가 점령되었고, 1천명 가까이 되는 부상병들도 모두 포로가 되었다.

웨인라이트는 남은 병사들에게 하루 만 더 버티자고 부탁하며 계속 싸웠다. 그러나 더 이상 부하들에 싸울 기력이 없자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무선을 보냈다. “사람의 인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계는 이미 넘은지 오래입니다.” 결국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항복해야겠다고 말했고, 루스벨트는 이를 승낙했다.

오후 1시 30분, 웨인라이트는 2명의 장교에게 백기를 흔들며 일본군에게 항복 의사를 전한다.

코레히도르섬이 함락된 것이다. 이것은 곧 필리핀이 일본군에게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극동군 8백 명 전사에, 1천 명 부상, 1만 1천명이 포로가 되었다. 일본군도 전투를 치르며, 투입한 병력에 비해 9백 명 전사, 1천 2백 명 부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5월 8일에는 필리핀 남부에 민다나오섬에 주둔한 사얀-만다나오군에게도 항복 방송을 보내라고 협박한다.

두 차례에 방송으로 남은 저항군은 전의를 상실하여 6월 9일까지 모두 일본군에게 항복했다. 

항복 방송중인 웨인라이트

이후 웨인라이트는 바탄에서의 죽음의 행진 참가한다.

바탄에서의 죽음의 행진은 1942년 4월 시작했다. 바탄 반도를 지키던 극동군 병사들을 시작으로 잡힌 극동군 포로들을 모두 루손섬 중북부에 미군 시설이었던 캠프 오도넬로 이송하는 작업이었다.

첫 행군에서 바탄 반도 중부에 발랑가를 향해 19마일을 걸었으며, 두 번째 행선지는 카바네였다. 여기서는 2백대에 트럭에 타서 마닐라에서 북쪽에 떨어진 페르난도로 33마일에 거리를 지났다. 페르난도에서는 기차를 파고 30마일 거리에 카파스로 향했는데 잠시나마 걷지 않아도 되었지만 화물칸에 포로들을 짐짝처럼 밀집 수용하여 이 때 포로들이 더 많이 질병이나 열기로 죽었다.

카파스에서 8마일을 더 걸어서 최종적으로 약 5만4천에서 그 이하인 포로들이 목적지인 캠프 오도넬에 도착했다.

그 과정에서 식량 배급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포로들에게 배급된 것조차 빼앗아가는 일본 병사들도 있었다. 그리고 배급된 식량도 워낙 적어서, 포로들은 여유가 날 때마다 주변을 뒤지며 뱀, 도마뱀, 쥐 같은 동물이나 야생 열매와 채소, 과일을 겨우 구해다가 먹었다.

물은 거의 연못물이나 시냇물을 마셨는데, 그 속에 든 세균들은 포로들을 더 괴롭혔다.

길은 미국이 예전에 깔아 놓았던 아스팔트길을 걸었는데, 뜨거운 열기로 포로들은 고생했다.

무작위로 죄수들이 선정되어 구타를 당하거나 총검 연습용으로 찔렸으며, 가장 많이 포로들을 학대하거나 죽였던 방법은 “탈수법“으로 포로를 묶어 뜨거운 햇볕에 말리는 거였다.

종종 어떤 일본 병사들은 포로들을 밀어 벼랑에서 떨어뜨리기도 했으며, 그냥 쏴 죽이기도 했다.

낙오자들은 총검으로 찔리거나 쓰러진 대로 내버려두어 죽게 했다. 말라리아, 열기, 이질과 탈수현상으로 포로들은 더 많이 죽었다.

중간에 의료 막사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포로들을 위한 약이나 의술행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웨인라이트를 비롯한 이후에 잡힌 포로들도 이러한 고난에 행군에 참가했다.

얼마 후 웨인라이트는 캠프 오도넬에서 있다가 포모사(타이완)으로 이송됐고, 다시 수용소를 옮겨 최종적으로 만주 펑톈(봉천) 수용소에 도달한다. 여기까지의 여정 속에서 매 수용소마다 미군 포로 중에 가장 계급이 높은 포로임에도 고문과 구타, 모욕을 당했으며, 배식도 다른 병사들처럼 부족하게 받았다.

웨인라이트는 만주 수용소에 면도칼을 가는 일로 식량을 더 얻었으며, 같은 만주에 수용된 퍼시발과 만나기도 했다.

수용소에서 지내면서, 웨인라이트는 항상 자신이 항복한 것에 대해 국가와 국민이 자신을 겁쟁이 취급할 것이라 생각하며 괴로워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보낸 후 1945년이 찾아왔다.

이제 전쟁이 막바지에 도달했다. 전세는 역전되었고, 8월이 되었을 때는 이미 유럽은 해방된 상황이었다. 미국은 때를 맞추어 만주에 포로가 된 군인들을 구조해야한다는 판단이 임박했다. 그리하여 전략첩보국(OSS)에서 특수부대를 조직하여 만주를 향한 구조대를 투입한다.

구조대는 펑톈(봉천) 수용소에 도달하여 웨인라이트를 구출했다. 이제 웨인라이트는 자유에 몸이 된 것이다. 
 

웨인라이트는 비행기를 타고 8월 31일되어 일본 요코하마에 도착했다. 일본이 항복한 후 일본 본토는 이미 미군에 점령 하에 놓인 때였다. 웨인라이트는 요코하마에 호텔에서 기다리던 맥아더와 재회한다. 둘은 그 자리에서 감격했고, 눈물을 흘리며, 세기에 남을 인상적인 포옹을 하며 서로에 재회를 기뻐했다.

그럼에도 웨인라이트는 맥아더를 영원한 친구로 여겼고, 후에 맥아더가 1952년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가했을 때 지지해주기도 하였다.

1945년, 웨인라이트는 "General Wainwright's Story"라는 회고록을 펴냈으며, 1946년 1월부터 제4군 사령관을 맡았다.
1947년이 8월 31일이 되자 웨인라이트는 제4군 사령관직을 비롯한 직책을 관둔 후 군에서 퇴역했다.

퇴역 후에는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1953년 9월 2일에 70세로 세상을 떠났으며 그의 시신은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