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전경 복무... 2010년 10월 구미 KEC 점거 농성현장 작전 [2탄]
미시건들개 | 2012-01-30 08:05:56
조회 7424 | 추천 0 | 다운로드 0
(이게 당시 노들섬에서 있었던 훈련입니다. 대충 매년 상-하반기 펼쳐지던 지휘검열 수준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듯.)
당시 현장에 도착해보니 점거농성중이던 일부 인원이 이탈한 상황이었고 (일부는 자수, 일부는 건강상 문제로), 더군나나 1공장동 건물에 갇혀 지낸지 2주가 넘어가던 상황인지라 내부 인원들의 스트레스가 엄청났던 상황이었습니다.
KEC는 반도체 및 각종 전자 부품을 생산하던 기업으로, 공장 내 엄청난 양의 인화성 물질이 있던 지라 경찰측에선 섣불리 진입을 못하고 있던 실정이었죠. 지휘부에서 고작해서 생각해 낸 방법은 앞서 1탄에서 언급한 지방청 헬기를 동원한 위력순찰, 그리고 1공장 건물의 각 비상 출입구 별 배치된 (건물 밖으로 나올시 체포 목적) 전의경 대원들의 교대시 위력구보 (전의경들 특유의 찢는 목소리로 자대별 군가 제창하면서 단체로 구보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게 대원들은 죽을 맛이거든요. 게다가 진압복 착용하고 장구까지 들고 뛰려니...) 정도?
당일에 도착해보니 이미 일부 노동자들이 염산통과 반도체 웨이퍼 (네. 장당 100여만원 한다고 하더군요.) 다수를 메인 비상구 창문 밖으로 마구 던졌던 상황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사건' 당일 새벽, 1공장/2공장 사이 비상출입구에서 촬영)
바로 전 교대한 중대에서 별 생각 없이 근무하다 대원 하나가 염산액 뒤집어 쓸 뻔 했다는 해당 중대 지휘병 이야기를 듣고는 대원들을 바싹 긴장시킨 상태에서 투입하였고, 실제 노조원들도 저 깨진 창문으로 경찰 배치 현황을 수시로 파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근무를 시작한지 8시간이 지나고... 밤 10시. 피곤에 지친 대원들을 데리고 식사 시킨 후, 숙영지로 복귀시킨 뒤 잠을 좀 재웠습니다. 새벽 6시부터 다시 투입될 대원들이지만, 일단 씻기고는 자야겠기에 제3숙영지에 있는 샤워시설에서 씻기고 나선 1숙영지 공장 탈의실에 복귀.
당시 위문금으로 들어온 예산이 좀 있던지라, 매일마다 요딴 수준의 전국 최악 수준 도시락을 먹다가 (정말 역대 시위진압 및 교통/방범근무 다니며 먹어봤던 수백개의 도시락 중 단연코 최악의 수준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에 나온 도시락보다 조금 나은 정도?) 지친 대원들에게 피자 치킨 좀 먹이자는 각 소대 부관/소대장들의 의견으로 건너편 대형마트에서 잔뜩 사다가 먹이는 와중이었습니다. 새벽 10시 30분 정도 되었을까? 당시 식당 건너편에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공간이 있던지라 대원들 일부를 데리고 1공장 근처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KEC 구미공장 위성사진입니다)
당시 정문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측에 의한 도로점거 시위가 있었고, 최소 2차례 이상 경찰과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정문 우측 공터는 주차장으로, 당시 노총측 텐트가 설치되었다가 이런 불상사가... http://kr.sports.yahoo.com/news/golf/view?aid=2010102816513481980
경찰버스로 정문을 기점으로 1공장 전체를 경찰버스 차벽으로 차단, 도주 자체를 못하도록 막아놓은 상황이었고, 1공장 차단 근무를 맡은 중대들은 2공장으로 이어진 비상 출입구까지 완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민노당 이정희 의원을 필두로 다수의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정문을 통과해서 1공장 점거시위중인 대열에 음식 및 장기농성을 위한 용품 전달 / 일부는 시위대 가담을 목적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터라 대다수의 공장측 용역직원과 경찰측 경력들은 정문에 배치, 1개 중대는 후문 경비를 맡고있던 중이었습니다.
(사건 당일 근무중 중대장과 대화중)
갑자기 소지하고 다니던 지휘망에 "빨리 앰뷸런스 불러, 3개 중대 1공장 정문방향에 집결시키고!" 라고 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약 5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후문쪽에서 앰뷸런스와 경비교통과 소속 교통순찰차 3대, 그리고 정문 방향에서 긴급 투입되는 중대들 어수선한 소리에 정신이 버뜩 들었습니다. '어 이거 ㅅㅂ 뭔가 냄새가 난다' 하고는 부리나케 숙영지로 복귀. 아니나 다를까, 마구 뛰어서 숙영지 입구에 도착하려는 즈음 무전으로 떨어진 청천벽력같은 한 마디
"전 경력 비상대피시켜! 공장 반경 500m 밖으로 전원 비상대피! 점거농성중인 시위대 측에서 인화물질 폭발시키겠다고 위협중!"
이 무전이 떨어지자마자 중대장에게 보고하니... 치킨 뜯어먹던 직원 일동 부리나케 튀어나가서는 탈출준비를... (......)
당시 얼마나 혼란스러웠던지, 근무 투입중이던 모 중대(같은 지방청의 다른 전경대)는 차량 운전요원이 대원들을 버리고 튀어버리는 통에 해당 소대 소대장과 대원 20여명을 조금 늦게 대피하던 우리 중대 버스에 태우고 가는 불상사가... 이 뿐만 아니라, 당시 공장 각 처에 방패, 무전기 (정말 무전기도 있었습니다 ㅋㅋ), 하이바 등 각종 진압장구들까지 소수 굴러다니는 모습까지 목격을... (아 이런 나가리들 ㅅㅂ)
(사건 전 날 어쩌다 TV에 찍혀버렸네요. 집에서 방송 보시던 엄니가 바로 알아보고는 '푸홬ㅋㅋ' 하셨다는 ㅋㅋ)
사건의 개요는 대략 이렇습니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01031201507256&p=newsis) 10월 30일 당일, 경찰측과 협상을 벌이던 김준일 KEC 노조 지부장이 협상이 결렬되자 원래 농성지이던 1공장으로 복귀를 시도하였고, 이에 구미경찰서 정보과와 형사과가 합동으로 김준일 지부장 검거를 시도하였습니다. 이에 화장실로 도망간 김 지부장이 품에 지니고 있던 신나를 얼굴에 뿌리고 '체포하려고 하면 불 붙혀버리겠다'라며 탈출을 시도, 구미서 측에선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제로 문을 부시고 진입하다가 정말 불을 붙힌 김 지부장이 얼굴과 상체 부위에 3도 화상을 입게 되었던 것이죠.
그 좁은 동선조차 통제하지 못했던 무리한 작전이었던 데다가,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최악의 사태였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더라도 이건 경북청장, 차장, 구미서장 및 이하 수뇌부의 너무나도 무모한 시도였죠.
결국 전 대원이 잠도 못자고, 먹던 음식도 반도 못먹고 구미 IC 방향으로 대피하였습니다. 이 와중에 1개 격대(3개 중대)는 시위대에서 화염병 제작을 한다는 첩보 덕에 대피도 못하고 정문 수비를 했던 것으로 기억을 (...)
대구 푸른병원으로 이송된 김지부장을 따라 꽤나 많은 인원들이 몰려들었고, 당시 1개 소대를 잃어버린 그 중대(...)가 병원 응급실 정문 경비를 맡던 상황. 가족들에게 생수병 물벼락을 맞은 소대장 및 대원들을 포함, 근 100여명의 시위대 및 김 지부장의 가족들로 인해 엄청나게 혼잡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김 지부장이 한강 성심병원으로 이송된 약 1시간 직후 다시 공장으로 복귀, 후문에서 아침 8시까지 추위에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결국 우리 중대는 11월 2일 아침까지 꼬박 연장근무 (10시간씩 2교대로 근무시간이 늘어났습니다 (...) ) 한 뒤 철수, 다음날 바로 협상 타결이 되는 '미취버리겠는 시츄에이션'을 그냥 눈 뜨고 지켜봐야 했습니다 ㅋㅋ
* P.S 1: KEC 공장 폭파 위협이 당시 언론에선 보도가 전혀 안 된 부분이었는데요. 실제로 사건 다음날 민노총 트위터에서도 본인들이 증거 인멸 목적으로 해당 메세지를 삭제했었고요.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4050759 하지만 이미 증거는 남아있죠.
* P.S 2: 개인적으론 경찰측 지휘부가 얼마나 무능한지를 증명했던 사건이라고밖엔 생각할 수 없습니다. G20을 앞둔 시점에서의 무모한 체포작전, 일선 부대에선 대피 중 장비 망실, 게다가 모 중대는 대원들 버리고 튄 운전요원까지... 희대의 코메디라고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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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coly | 2012-01-30 | 추천 0
사실 경찰에서 시위진압하는 의경들에대해 경찰의 자질구레한 업무에 대한 보조로만 보고 소모품으로만 보고있는건 아닌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의경에대해서 동료의식을가지고 소속감을 느낀다면 이렇지는 않을텐데 하는게 군생활을 하면서 한두번이 아니였거든요.
양산형 아티스트 | 2012-01-30 | 추천 0
저랑 친한형도 전경인데 무려.. apec이랑 경기도 농민 시위막으러 갔었드랩니다...
운이좋게도 촛불시위는 아슬아슬하게 피했다고 함 ㅋㅋ...
미시건들개 | 2012-01-30 | 추천 0
당시 좀 웃겼던게... 막상 근본적인 문제점 개선은 둘째치고, 간부들에게 예전 기율경부터 기타 대원들이 관여하던 지휘 업무를 어떤 교육이나 준비도 없이 니들이 하라고 던져준 무책임한 행위부터, 간부들 군기잡는답시고 좌천인사나 남발하던 조 청장의 이기적 인사집행이 만나게 되니... 막내들은 막내들 대로 눈치보이고, 고참들은 무개념 후임에게도 말 한마디 못하고 조용히 짜져있다가 하나둘씩 나가게 되고. 이게 한 6개월 넘게 지나고 보니, 상하관계가 아니라 그냥 학교 선후배 관계보다도 못해지고. (실제로 당시 배포한 본청 메뉴얼 중 '선후배처럼 지내라'는 구절도 있었죠 ㅋㅋ)
아무튼 당시만 하더라도 실제적인 지휘는 각 중대 지휘병(일부 중대에선 기율경 겸임) 들이 각 소대 무전병들을 통솔하는 식이었고, 체계적인 지휘계통 확립 없이 상황 따라 간부 혹은 대원이 맡아서 하는 식이 되다보니 일선에서는 이런 일이 터지면 좀 어벙한 간부나 무전병이라도 끼어있다면 이건 대혼란이죠.
또 하나, 경찰대 출신 신임 경위들이 체계적인 시위진압 전술/전략 교육도 안 받고 각 중대로 배속되는 것도 문제가 큽니다.
coly | 2012-01-30 | 추천 0
후레자식 아서스 | 2012-01-30 | 추천 0
아직도 무능한 것은 여전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