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봉 휘두르는 중국선원들, 권총 든 해경 특공대도 겁 안 내

칡즙 | 2011-11-18 18: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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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유지호 기자, 서해 불법조업 단속 현장을 가다

“중국 어선 13척이 불법 조업 중이다.”

　16일 오후 1시40분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서 서쪽으로 160㎞가량 떨어진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목포해경 3009함(3000t)에 긴급 무전이 들어왔다. 인근 해역을 순찰 중이던 서해지방경찰청 소속 헬기에서 보낸 무전이었다. 헬기에선 ‘조업 허가판’이 없는 배들이 고기 잡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채증을 끝낸 상태였다. 무전을 받은 3009함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함장 김국성(55) 경정은 조형곤(55) 부함장과 박희범(42) 서해지방해양경찰청 특공대 전술팀장 등을 조타실로 불렀다. 긴급 작전회의였다. 김 함장이 작전을 짜는 동안 일제 단속에 나선 목포·군산·태안·평택해양경찰서 소속 경비함정 12척과 항공기 4대, 특공대 20명이 전열을 정비했다.

　오후 2시40분 경비함이 5.4㎞ 앞까지 접근하자 중국 어선 2척이 도주하기 시작했고, 남은 11척이 모선을 중심으로 서로 밧줄을 묶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연환계였다. 집단 저항으로 자칫 인명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최근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은 갈수록 지능화·흉포화하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갑판에 쇠꼬챙이를 박아 해경의 접근을 막고, 도끼·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다. 2008년엔 중국 어선을 검문하던 해경 대원이 둔기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김 함장은 함정을 바로 붙여 일제 단속을 하는 대신 정예 특공대 투입을 결정했다. 특공대원들은 K-5 권총과 방패·유탄발사기·전자충격기 등으로 무장했다. 오후 3시5분 중국 어선 600m 앞까지 접근한 김 함장은 특공대원들에게 “협공해 조타실을 장악하라”고 명령했다. 특공대원 10명이 고속단정 1·2호에 나눠 탄 채 중국 어선들의 좌현으로 접근했다. 7노트의 속도로 도주하던 배에 고속단정에 탑승한 특공대원들이 올라타자 중국 선원 3∼4명이 긴 대나무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들은 곧바로 제압됐다. 기선을 잡은 특공대원들은 배를 옮겨다니며 중국인 선장과 조타실을 제압했다. 김 함장은 “중국 선원들이 겁을 먹었고 우리 측 화력이 우세했기 때문에 특공대 투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후 3시20분쯤 마침내 오른쪽 끝에 묶여 있던 중국 배 3척이 밧줄을 풀고 서북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대기하고 있던 헬기가 최루액을 뿌리며 추격했고, 얼마 못 가 해경 함정에 검거됐다. 이 작전으로 해경은 중국 어선 12척(1척 도주)과 선원 126명을 검거했다. 작전에 참가한 이명수 경위는 “팀원들이 함께 쌓은 경험과 동료애가 작전을 수행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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