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초기 남 북간의 전력 격차를 상징하던 북한군 전차부대]

 하지만 당시 공군력에서의 격차에 비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양호한 수준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가동할 수 있는 군용기가 20여기지만 전투기가 단 한 기도 없었던 한국 공군에 비한다면 침략자는 전투기, 공격기를 포함한 200여기의 전술기를 보유하였습니다. 성능이 미흡한 대전차무기라도 보유하였던 육군에 비한다면 공군은 단순히 수적으로 10대 1의 격차라고 할 수 있던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전쟁 전에 한국 공군은 전투기를 보유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L-4연락기)]

 그런데 이렇게 공군이 가장 크게 격차를 보인 상황에서 전쟁이 개시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먼저 북한을 제압한 분야도 공군이었습니다. 주한 미국인의 철수를 위해 즉시 서울에서 작전을 펼쳤을 만큼, 참전이 결정되자마자 가장 빨리 한반도에 등장한 것은 미 공군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쟁 발발 2일도 되지 않아 6ㆍ25전쟁사에서 북한 공군에 대한 이야기가 사라졌을 만큼 하늘의 상황은 순식간 역전되었습니다.

[북한 공군과 최초로 공대공 전투를 벌여 승리를 이끈 F-82 Twin Mustang]

 정찰 용도로나 사용되던 비행기가 1차대전을 거치며 본격적인 전투 수단으로 진화되면서 전쟁은 새로운 양상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하늘을 장악한 자가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커지면서, 제공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서서히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리고 2차대전이 되어서는 제공권을 확보하지 않고 전쟁에서 이길 수 없음은 하나의 명제가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일본 본토를 맹폭하여 전쟁을 종결한 미국의 전력폭격기 편대.
이처럼 하늘을 장악하지 못하고 전쟁을 이기기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6ㆍ25전쟁은 바로 이러한 ‘제공권’의 중요함이 극명하게 드러난 전쟁이었습니다. 7월 초에 미 지상군이 참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선의 상황은 암담하였고, 낙동강까지 밀려나 방어선을 구축한 다음에야 적의 진격을 겨우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만일 이 당시에 제공권마저 아군이 확보하지 못했다면, 9월 이전에 부산을 북한군이 점령하였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것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소멸을 의미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였습니다.

[낙동강 전선에서 공습에 의해 피폭 된 북한군 전차]

 미 공군이 연일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공격을 가하자 북한군은 벌건 대낮에 진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는데, 남침의 선봉장이었던 북한의 전차들을 가장 많이 격파한 것도 공군이었습니다. 이처럼 전선은 낙동강 선에 형성되어 우리가 불리한 위치였지만, 북한의 후방인 평양도 안전지대가 아니었을 만큼 한반도 전체를 작전 지역으로 삼았던 아 공군의 활약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북한의 전진을 막아낸 최고의 수단이었습니다.

[전쟁을 겪으며 대한민국 공군도 발전을 거듭하였다.]

 중공군의 참전이후에도 UN군은 대한민국을 수호할 수 있는 커다란 힘인 ‘제공권’을계속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병력에서 앞선 공산군을 저지한 수단은 아군의 강력한 화력이었는데 그중에서도 공군의 역할은 컸습니다. 대부분 산악지형인 한반도에서 포병은 이동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하늘에서 불벼락을 내리꽂고 제때 보급을 하여주던 공군의 지원 덕분에 압도적인 적에게 포위된 위험한 순간에도 두려움 없이 저항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국산 T-50 훈련기 편대 비행. 제공권의 확보는 대한민국을 지킨 힘이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승호리철교 폭격작전 같은 쾌거를 이루며 대한민국 공군 또한 발전을 거듭하여왔습니다. 이처럼 개전 당일을 제외하고 한순간도 적에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장악한 하늘 덕분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강산이 바뀌어도 전쟁 당시나 지금이나 결코 변하지 않는 진리라면 하늘을 지키지 못하면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이고 이것은 잊지 말아야 할 명제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