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서 겪은 호흡기 질환에 대한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이재욱 | 2011-06-17 16:44:47
조회 9190 | 추천 0 | 다운로드 23
지난 3월 17일 논산 육군훈련소에 보충역 4주과정으로 입소해
4월 14일날 퇴소하고 현재 경상북도 OO군에 근무 중인 공중보건의 입니다.
비록 현역에 비해선 군사훈련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강도의 훈련이었습니다만
(다들 30이 다 되어가는 노땅들-_-이라서 훈련소에서 꽤 배려하기는 했습니다...)
나름 국가에 일조하기 위한 자원으로서 훈련받기 위해 최대한 열심히 임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훈련기간을 아름답게만 추억할 수 없는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을 꼽으라면,
정신이 오락가락하면서 이 악물고 걸었던 야간행군도 아니고,
정화통을 못 끼워서 미칠 것 같던 화생방훈련도 아니고,
삭풍이 몰아치는 아침에 웃통을 훌렁 벗고 연병장을 뛰던 알통구보도 아니었습니다.
(각개가 가장 힘들다고는 합니다만 전 안했습니다. 곧 보시면 사정이 나옵니다)
바로 기침. 그 망할 기침이었습니다.
한 번 터지면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이러다가 피를 토하고 가슴이 터지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까지 들 정도...
전 훈련연대가 운집한 연대장 정신교육 시간에 온 강당을 쩌렁쩌렁 울리면서도 멈출 수 없는 그 고통...
하루 일정 후 취침시간에도 도무지 기침이 멈추지 않아서 몇 날 며칠 동안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급기야 각개전투 훈련 때는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불가피하게 차등조를 자청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만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속한 소대의 인원 절반 이상이 저와 같은 폭발적 기침을 주 증상으로 하는 호흡기 질환에 고통받았습니다.
밤에 불침번을 서면 생활관 전체에 기침소리가 진동을 하는지라
훈련소가 아니라 전염병 수용소에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훈련소 들어오기 이전부터 소위 '논산 감기'라고 불리는 기이한 호흡기질환이 있단 말은 들어보았지만
이렇게 힘들 줄은 짐작 못했습니다.
그래도 연대 내 훈련병 전부가 의사들이라서 서로 준비한 상비약들을 나눠 먹으며 겨우겨우 버텨냈습니다만,,,
같이 있던 훈련병-즉 다른 의사들도 이게 도대체 왜 이런 건지 짐작을 못해서
'논산감기'가 아닌 '논산괴질'이라고 까지 부를 정도였습니다.
퇴소 후 여러 참고자료들을 이 잡듯 뒤지면서 제가 겪은 호흡기질환이
신병훈련기관에서 유행하는 특정 병원균들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음 같아선 질병관리본부에서 훈련소에 역학조사라도 한 번 세게 해 줬으면 좋지만
뇌수막염 실태 파악도 지지부진한 마당에 너무 욕심인 것 같고...
그래서 우선은 훈련소에서 비슷한 질환에 시달리신 분들의 경험들을 취합해 보려 합니다.
요즘 현대의학이 첨단 영상장비와 검사장비로 무장하고는 있습니다만
환자가 이야기하는 정보만큼 가치있는 건 없습니다.
논산훈련소 뿐만 아니라, 해군, 해병대, 공군, 기타 사단 내 신병교육대 등에서
'감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첨부한 동영상은 2004년에 개봉한 영화 'In Enemy Hands(한국 출시-유보트 익스플로젼)'의 trailer입니다.
밀리터리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그렇게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저에게는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뇌수막염이 얼마나 위험한지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 영화입니다.
짤방들은 제가 현재 의심하고 있는 병원체명입니다.
모두 신병훈련소에서 유행이 잘 되는 것으로 알려진 호흡기 병원체들입니다.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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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0]
원칙적으로, 환경변화에 의한 면역력약화로 인해 각종 질병에 걸리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일반감기로 오인되기 쉬운 패혈증이나 폐렴은 면역력회복된다고 치유되나요.
'정신력'이나 '체력'으로 때우다가 뇌수막염으로 줄줄이 사망한 사건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1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정기적인 역학조사와 함께 예방조치에 신경써야 할 것입니다.
이재욱 | 2011-06-20 | 추천 0
날까막 | 2011-06-20 | 추천 0
ooyoo01 | 2011-06-18 | 추천 0
개망초 | 2011-06-18 | 추천 0
moresaza | 2011-06-18 | 추천 0
The Undertaker | 2011-06-18 | 추천 0
OS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분이었다고 다들 기억하고 있습디다...
자세한 건 저도 잘^^;;
특 | 2011-06-18 | 추천 2
원칙적으로, 환경변화에 의한 면역력약화로 인해 각종 질병에 걸리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일반감기로 오인되기 쉬운 패혈증이나 폐렴은 면역력회복된다고 치유되나요.
'정신력'이나 '체력'으로 때우다가 뇌수막염으로 줄줄이 사망한 사건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1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정기적인 역학조사와 함께 예방조치에 신경써야 할 것입니다.
빤스지기 | 2011-06-18 | 추천 0
타코 | 2011-06-18 | 추천 0
저의 기억으로는 가입교기간에 감기환자 조금 많았구요, 급격하게 변화된 환경적 요인이라 생각....
먹고 쉬는 것 보다 육체적으로 힘들었던......(이건 뭐 전부 체력단련~~~~흐걱!!)
잼있는건 논산에서 훈련병 소대장하는 울 부장 이야기로는 기간병, 훈련소대장 등은 그런일 없더라는
3사교에서 교육과정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교육은 화산!!!!!(전 보병 장교출신입니다.......)
0구병원 OS과장님 혹시 이지0대위 맞나요? 전역 하셨나?!?!
이재욱 | 2011-06-17 | 추천 1
다른 훈련병이 가져온 항생제(보통 연대에서 비치한 것과는 다른 종류)를 먹고선
갑자기 증상이 호전되더라는 겁니다. 기존에 먹고 있던 진해제를 끊어도 될 정도로...
(참고로 Macrolide계 항생제였습니다. 연대에 비치된 건 Amoxicillin이구요.)
이재욱 | 2011-06-17 | 추천 1
연대에서 마스크를 여벌로 많이 지급해 주고 해서 먼지를 별로 마시지도 않았구요.
오히려 매일 생활관 청소를 2번씩 시키는 통에 창틀의 황사까지 모두 닦아냈고,
아침과 저녁 체력단련 시간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쓰게 했구요.
그냥요 | 2011-06-17 | 추천 0
The Undertaker | 2011-06-17 | 추천 1
그 때부터 pneumonia 환자가 급증했죠.... 차이점은 "먼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3사는 내부에 아스팔트 포장이 잘 되어 있고, 사격 등을 하러 멀리 도보이동을 해도
먼지를 잘 안마십니다... 일단 저는 둘다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이재욱 | 2011-06-17 | 추천 1
물론 기침은 고통스럽기 그지없었지만
2월부터 고생고생하고 있었을 군의관 분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을지도...
The Undertaker | 2011-06-17 | 추천 0
화산유격장 토탈 80km행군을 하면..... 천원짜리 물집 생기는 사람도 있습디다...
육군 군의관 기준으로 공산당, 공보의, 공군 군의관 이렇게 3공이 주적이죠 ㅋㅋㅋ
의무병 | 2011-06-17 | 추천 0
먼지를 많이 마시구 오래된 장비(?)속에서 생활해서 그런가 했는데 지금생각해보면... 일종의 스트레스성 천식 같은것두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갑자기 환경변화에 낮잠같이 편히 휴식할수 있는 여건두 없긴 하니..
천사의반란 | 2011-06-17 | 추천 1
- 환경은 지금보다 좋지 못했지만 습도관리에 아주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내무반에 50명)
- 습도관리를 위해 내무반 통로에 길이 1m이상의 수족관 설치
- 1월임에도 감기 환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함
개인적으로 기관지가 않좋은데다 심한 흡연으로 매년 가을-봄까지 심한 천식증세를 동반한 감기로 흡입형 기관지 확장제(벤토린)없으면 잠을 자지 못할 정도였는데 이상하게도 훈련소에서는 감기 증세, 천식증세는 없었음.
그리고 20대 초반 청년들 면역력이 떨어져서 병균이 우글거릴 정도로 훈련시킨다? 좀 말이 않되는 것 같고 재욱님 말처럼 뭔가가 있는 것 같음......
이재욱 | 2011-06-17 | 추천 1
앗흥앗흥 | 2011-06-17 | 추천 1
(전 육군훈련소출신은 아닙니다만..)
이재욱 | 2011-06-17 | 추천 1
옳다 | 2011-06-17 | 추천 0
면역약화질환자의 피를 검사하면 수많은 바이러스와 균들이 발견됩니다.
그리고 의사가 그 수많은 바이러스와 균때문에 이사람의 질병이 생긴거다라고 주장한다면
정말 답답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당연히 호흡기질환을 호소하는 훈련생들의 피에도 수많은 종류의 균과 바이러스가 침투해있을
겁니다. 이를 이유로 논산훈련소가 전염병의 출몰지라고 주장한다면 정말 우수운 주장일겁니다.
그런 개소리는 하지 말라는 겁니다.
옳다 | 2011-06-17 | 추천 0
훈련생의 감기질환의 거의 대부분은 면역약화에 의한 면역질환입니다.
그들의 혈액을 검사하면 별의별 균과 바이러스가 나올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균과 바이러스때문에 감기질환이 걸렸다고 주장한다면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단견이라고 봅니다.
핵심은 면역력의 저하이고, 따라서 수많은 종류의 백신과 항생제를 투입한다 해도
당장의 감기증상은 잡아줄지 몰라도, 핵심을 해결해주지는 못하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많은 종류의 약제를 투입하는게 건강에 좋은지, 아니면 그로 인해서
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수많은 바이러스가 완전히 제압되는 것은
아직도 요원한 일입니다.
호흡기질환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은 격리시켜 쉬게 해주는것도 상관은 없다고 봅니다.
그사람이 꾀병으로 그러한것이더라도 쉬게해주는게 낫겠지요. 정신적 스트레스도 바이러스질환
못지 않게 무서운거니깐요. 물론 어느정도의 규모까지 이를 허용해줄지는 논의가 필요하겠지요.
훈련소가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군인화를 꾀하는 장소인지라 목적을 잘 고려해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꼬 | 2011-06-17 | 추천 1
- 다른 훈련병 역시 동일한 증상을 보였고
- 의사인 이재욱님과 역시 의사인 다른 훈련병들은 이 증상의 원인을 짐작하기 힘들었다.
- 퇴소 후 각종 자료를 찾아 본 결과 몇몇 병원체들을 의심하게 되었다.
- 그러므로 개인적으로 조사를 하기 위해 다른 분들의 증상을 듣고자 한다.
라는 글을 쓰셨는데 옳다님께선 그건 그냥 일시적으로 약해진 면역체계와 수많은 병원균들으로 인한 증상일 뿐이다. 라고 적으셨습니다.
이재욱님께서 다른 분들의 증상을 듣고자 하시는건 여러 사람들의 증상을 취합하여 경향성을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과관계를 밝히시기 위함으로 생각되는데 옳다님께선 이 단계에서 부터 부정하고 있으신것 같아서 적은것입니다.
옳다 | 2011-06-17 | 추천 0
네 정말 제대로 군의료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수많은 종류의 백신을 투입하면 됩니다.
그러나 효율성의 문제나, 빈발정도의 문제, 경제적 여유의 문제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되겠지요.
이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미군 얘들도 훈련소에서 감기증상을 호소하는것은 마찬가집니다.
감기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한종류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rokisthebes님 // 네 체대생이라고 모두다 감기에 안걸리는 것은 아니지요.
제가 위에서 언급드렸듯이 제 추정에 의하면 체대생들은
글리코겐이나 단백질 버퍼가 일반인들보다는 많기 때문에
면역력 둔화가 좀더 늦게 나타난다는 것 뿐입니다.
이재욱 | 2011-06-17 | 추천 0
그리고 뇌수막염도 알고 보면 걸릴 사람은 걸리고 죽을 사람만 죽습니다
ROKISTHEBEST | 2011-06-17 | 추천 0
기침때문에 몇날 몇일을 잠을 못자고 정말 고통스러운 순간이지만, 제대하니 나았네요. 근데 이건 질문자 분의 경험과 상관 없는거죠? 죄송합니다. ^^
옳다 | 2011-06-17 | 추천 2
증폭될 겁니다. 그후에 다른 훈련생들은 그런 호흡기질환에 걸리 확률은 높아지겠지요.
그러나 그 다른 훈련생이 면역력이 높은 상황이라면 동반해서 걸리질 않습니다.
결국 면역력 낮은 훈련생들이 덩달아 걸리는 것 뿐입니다.
이것을 무슨 전염병처럼 인식한다면 굉장히 잘못된 상황판단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는 구별하시는 현명한 의사가 되시길 바랍니다.
옳다 | 2011-06-17 | 추천 0
이재욱님 // 네 호흡기 질환이 유행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해보면됩니다.
훈련소에서 1명씩만 훈련시켜보십시오. 그리고 훈련생을 호텔에 넣고 훈련을 시킵니다.
그러면 안걸릴 것 같습니까? 체력 안좋은 얘들은 100퍼센트 걸립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드렸듯이, 균때문에 호흡기질환이 걸린게 아니라, 호흡기질환이 걸릴정도로
면역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그 틈을 타고 온갖 균들이 들어온다는 거지요..
핵심은 면역력의 약화지요...항생제를 투여해봐도 면역력이 극단적으로 약화되면
낫질 않습니다. 그걸 몰라서 군의료기관에서 안하는줄 아십니까?
그런 환자들은 한 1주일 쉬게하면 100퍼센트 낫습니다.
그러면 훈련소에서 감기걸린 40% 정도의 훈련생을 1주일 쉬게 해줄까요??
그리고 훈련을 지속하다보면 어느순간 감기환자들이 거의 대부분 사라지는 기현상을 보게됩니다.
물론 일반병 훈련은 기간이 짧아서 그런걸 못보시겠지만, 장교같이 14주 정도 장기간 훈련을
하다보면 그런 기현상들이 나타나죠.. 결론은 면역의 자연스런 향상의 문제지
항생제 등의 치료제로는 해결이 안된다는 겁니다.
물론 뇌수막염 백신이나, 패혈증백신정도는 맞추는게 낫다고 봅니다.
그런건 개선할 여지가 있겠지요...
safer. | 2011-06-17 | 추천 0
이재욱님의 말씀 역시 무시 하지 못하는 사항이 뭐냐면 논산훈련소 훈련병들에게만 발생한다면 간부들은 접촉하지 못하는 훈령병들만 접촉하는 뭔가에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 의문의 증상이 옳다님이 말씀하시는 단순히 환경적응에 따른 일시적 문제인지, 이재욱님이 말씀하시는 문제인지는 확인해봐야 할 사항은 아닐까요.
이재욱 | 2011-06-17 | 추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