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zer님 문자 받았습니다. 고마워요 ^^

사실 北京 시내 한 복판에서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그리고 이 전에 중국에서 시위 하자고 인터넷에 올린 것도, 기실 중국 정부가 시위 세력을 끌어 내기 위한 올가미일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만반의 대비를 위해서 저렇게 하고는 있지만요.

원인은 시위가 확산력과 지속성을 가지려면, 대중의 지지가 필요한데, 王府井은 우리로 치면, 명동 거리와 같은 곳입니다. 부연하면, 외국 관광객과 자국 쇼핑객들 천지인 곳이죠. 사실 이런 장소에서 정치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는 동조자를 얻기도 어려울뿐더러, 거기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시위자를 외면할 겁니다. 그리고 그 날의 결과도 수많은 취재진과 정말 시위자인지, 아니면 경찰의 위장 요원인지 모를 소수의 시위자, 그리고 그들을 간단히 체포하는 것으로 사건은 끝이었죠. 마치 무슨 행사처럼...

한편 시위에 어쩐 일인지, 미국 대사가 나타났는데, 가죽 항공 잠바에 팔뚝 위에는 성조기까지 넣은 형태로 미국인임을 확연히 드러내는 복장이었죠. 그런데 중국 일반 사람들은 그를 잘 못 알아봅니다. 다시말하면, 미국 대사가 누군지 잘 모른다는 이야기죠. 여기에 그 날, 미국 대사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중국 카메라가 그를 알아봤고, 촬영을 했으며, 인터뷰까지 시도합니다. 여기에 인터뷰 내용도 매우 자극적인 내용으로서, 당신은 중국에 動亂이 일어나길 바라냐고 물어봤죠. 거기다 마지막에 자막으로 미국이 중국의 시위인지, 분열인지를 책동하고 있다고 써놓더군요.

이 건, 중국이 미국 대사가 王府井에 오는 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고, 이 상황을 철저히 시위 무드를 차단하는 선전용으로 활용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실 중국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시위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친 다는 걸, 모르는 중국인은 없습니다. 여기에 중국인들은 사람을 그렇게 쉽게 믿지도 않구요. 그런데, 자기 신세를 완전히 망칠 수도 있는 시위에 참가하는데, 서로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 인터넷 메시지 하나에 모일 중국인은 개인적으로 없다고 봅니다.

물론 원인이 되는 사안에 따라서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수 있지만, 중국의 이 번 시위 기획자들은 특별한 중국 국내적 원인을 시위의 테마로 정한게 아니라, 그 저 北아프리카 시민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중국의 시위를 준비한 것에 불과합니다. 즉 다시말하면, 튀니지에서와 같이 정말 살길이 막막한 젊은이가 생계를 위해 노점에 사과를 팔러 나왔다가 단속되자, 절망한 나머지 분신하는 것과 같은, 그런 절박함이 보이질 않고, 또 중국 內에는 현재 어떤 민심의 폭발을 가져올 사건이 알려진게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아마 일반적인 중국인이라면, 시위하자고 인터넷에 올린 그 사람들을 의심할 겁니다. 사실 중국 공산당은 정말 무서운 집단입니다. 과거 1950년대 중국 공산당은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보다 많이 부여한다는 명목으로 百花齊放, 百家爭鳴 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중국의 지식인들이 공산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산당 집권의 사회를 정면으로 비판하게 하였습니다. 그 후, 지식인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중국 공산당은 이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우파로 낙인찍고, 그들을 박해하였습니다. (여기서 박해는 그냥 못살게 구는게 아니고, 심지어 자살을 선택하게 할 정도로 혹독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임)

기실 중국의 역사에서 어떤 정치적인 結社는 비밀을 엄수한 상태에서 어떤 거사를 꾸미지, 그 것을 공개적으로 모의하지 않았습니다. 원인은 일부가 공개되어도 연관된 사람은 다 죽으니까요. 물론 시대가 달라지고, 여론의 형성이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또 표출된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죽는 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설사 이 전과 같이 죽지 않는다 해도 신세 망치는 건 매 한가지 이구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중국에서 혁명의 불씨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곳은 도심지의 쇼핑街가 아니라, 취약 계층이 사는 도시 외곽지역이나, 농민공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지역, 그리고 공장지대와 같은 곳들입니다. 이런 곳은 어떤 절박함 속에 특별한 사건이 대중의 심중을 강타하여 봉기를 야기할 요소가 비교적 많은 곳이죠. 여기에 지식인들의 지지와 지도를 받을 수 있다면, 확산력과 지속성이 배가 되겠죠. 특히나 중국의 北京大는 중국의 근현대사와 굴곡을 같이한 학교입니다. 5.4운동 때도 그랬고, 비록 극좌적인 공산당 정풍운동이기는 하지만, 문화혁명 때도 그러하였으며, 89년 천안문 때도 마찬가지로, 중국 청년 혁명의 핵심이 바로 그 학교입니다.

그런데, 혁명의 불을 당길 중차대한 사건이 아직 없고, 불씨가 뿌려졌을 때, 이들을 조직化하고, 이끌 집단과의 연계성도 현재 중국 상황으로서는 가늠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여기에 현재 인터넷에 시위 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이 생생한 중국인들로선, 정말 믿을 수가 없는 사람들이죠.

끝으로 某신문사 기사에 아래 율시를 번역한게 올라왔던데, 사실 예전부터 중국에서 유행하는 오언율시 입니다. 중국은 원래 고대 봉건 시대에 국가에서 採詩官이란 직책을 두었습니다. 이 사람이 하는 일은 시중에서 흥얼 거리는 노랫소리를 채집하는것으로, 이는 민심을 읽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다시말하면 아래의 싯구를 현재 중국 민심의 한 단편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중국에 혁명의 원인이 될 만한 요소는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민중 봉기로 확대되고, 또 조직化되고, 확산성과 지속력을 가지느냐의 문제는 좀 다른 문제입니다.

* 아래 싯구는 현재 중국 일반 노동자의 삶을 풍자한 내용입니다.

起得比鷄早 (닭보다 먼저 일어나고 )

睡得比狗晩 (개보다 늦게 자며)

吃的比猪少 (돼지보다 적게 먹고)

干得比牛多 (소보다 많이 일한다)

그래도 남는게 있고, 미래가 보이면 좋으련만, 현재 중국의 물가 상승률은 임금 인상 비율을 뛰어 넘고 있고, 각종 사회 모순은 서민의 눈높이에선 그냥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