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서 세번째 이민붐이 일고 있다. 사진은 영국 이민 비자를 받으려고 영국 대사관 앞에 줄을 선 중국인들.

글/ 스핑(石平 산케이신문 기고문)    

[시사중국] 중국지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10일, “중국에서 현재 1970년대말 이래 3번째로 되는 이민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실시한 관련 조사에 따르면, 2009년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주민은 6만5천명에 달하며 이들 대부분이 엘리트나 부유층이다. 이들은 주로 미국과 캐나다나 호주, 싱가포르 등 선진국들을 선호했다.
 
올해 4월 발표된 중국사회과학원의 관련 보고서도 “중화인민공화국 사상 3번째 이민붐이 일어나고 있으며,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이민 수출국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70년대말 덩샤오핑(鄧小平)의 ‘개방 노선’ 실시로 해외 정보가 유입됨에 따라, 많은 중국인들이 선진국과의 경제적 격차에 충격을 받아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던 것이 최초의 이민 붐이었다. 90년대 초반에 있었던 두번째 이민붐은 천안문사태 직후 폐쇄적인 정치·경제 정세가 그 배경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세번째 이민붐의 경우,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여느 선진국보다도 ‘번영하는’ 양상을 나타내면서 지금이야말로 ‘태평성세’를 구가해야 할 중국 엘리트나 부유층이 오히려 무더기로 해외로 도망가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여기에 대답하기 위해 ‘경제참고보’는 당사자들과 일련의 취재를 실시했는데, 환경오염이나 식품·의약품 안전 문제, 열악한 공공서비스와 사회적 불평등, 미비한 법체제와 권력의 횡포로 인한 불안감, 투자·비즈니스 환경 악화 등이 많은 사람들을 해외로 몰아낸 주요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 보면, 중국의 자연·사회·정치·경제 환경 전체, 즉 ‘중국’ 그 자체에 대한 중국인들의 혐오감과 불신감이 현재 이민붐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발간된 ‘영재(英才)’라는 월간지에는 베이징사범대학 금융연구센터 중웨이(鐘偉) 교수의 관련 논문이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과거 10년간, 중국인들의 해외 이민자는 연평균 45만 명에 달하며, 그들이 해외로 갖고 간 자산은 2,5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중국 정부와 기업이 지금까지 쏟아부은 해외 직접 투자액의 2배에 달한다.
 
중웨이 교수는 여기서 ‘발 투표’라는 재미있는 단어를 사용해 최근 이민붐의 본질을 설명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 때, 사람들이 양손을 사용해 투표용지에 내용을 기입해 투표함에 넣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정치 의사를 표명하지만, 중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손이 아닌 발을 사용해 ‘투표’한다는 뜻이다. 즉 발을 움직여 중국을 탈출하는 것을 통해 이 나라의 현주소에 대한 인식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가 어떤 정도인지 나타낸다는 것이다.

요컨대 중국의 많은 엘리트들은, 이 나라의 미래에 단념해 중국으로부터 ‘대탈출’을 실행하고 있다. 그것은 중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위험도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을 보고도 중국의 ‘장미빛 미래’에 희망을 걸고 중국 진출을 시도하려는 일본 기업이나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 스핑 프로필: 1962년 중국 쓰촨성 태생. 베이징대 철학부졸. 88년 일본 방문해 고베대학 대학원 문화학연구과 박사 과정 수료. 민간 연구기관을 거쳐 평론가로 활동. ‘나는 마오쩌둥의 작은 전사였다’ 등 저서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