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에뜨랑제 이동훈 작가님을 통해서 알게된 책 [전쟁본능] 을 읽고 많이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어

이렇게 올려 봅니다. 본 책은 올 7월에 플래툰 컨벤션 행사때 받았었습니다. 작년 플컨때 에뜨랑제님

부스에서 응모권에 당첨되어서 이렇게 .....  ^^

책 소개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전쟁본능: 전쟁의 두 얼굴 - 왜 인간은 전쟁을 거부하면서도 전쟁에 매료되는가

저자 마틴 판 크레펠트 | 역자 이동훈 | 출판사 살림

<목차>

[머리말]  
I. 전쟁 준비
1. 전사의 화장에서 타이거 위장복까지
2. 부메랑에서 성채까지
3. 전사의 교육
4. 전쟁 속의 게임

II. 전투와 전쟁의 와중에
5. 개전
6. 전투의 즐거움
7. 전쟁의 규칙
8. 종전

III. 전쟁의 기억
9. 역사와 전쟁
10. 문학과 전쟁
11. 미술과 전쟁
12. 전쟁 기념비

IV. 전쟁이 사라진다면?
13. 간단하게 살펴본 평화의 역사
14. 대전쟁의 종말
15. 경계를 넘어서
16. 인간들이여, 어디로 가는가?

V. 대립
17. 무법자 무리들
18. 영혼 없는 기계
19. 마음 없는 병사
20. 페미니즘
결론: 커다란 역설

감사의 말
역자 후기
미주
색인

주 내용

책을 읽어보면 참 여러가지로 재미있고 군사문화에 이런게 있나 하는 것까지도 드러납니다.

각설하고 이 책에서 말하는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본 책의 결론은 이겁니다.

p.501~506 '결론' 인용 발췌.

‘이론적으로 볼 때 전쟁이란 최종적인 수단이다. 즉, 특전 인간 집단의 이익에 반하는 사람들을

살상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무력화시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매우 과격한 행위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전쟁이 극도로 흥분을 주는 명백한 이유는 그것이 목숨을 건 싸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쟁문화는 수천

년 전에 생겨난 이후 현재까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맞서왔다.

전쟁문화의 표면적인 기능은 병사들이 자발적으로, 또는 열성적으로 죽음과 대면하는 것이다.

전쟁문화를 느끼고, 경험하고, 전사의 영혼과 하나로 합쳐 전쟁문화와 그 문화를 보유한 사람들이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혼연일체로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쟁, 무기, 전술, 전략 그 외의 전쟁에 관련된 모든

것들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더라도 인간 심리에 깊은 뿌리를 둔 전쟁문화가 거의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가장 뛰어난 평화주의자라도 자신들이 정의라고 믿는 것을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면 평화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고 전쟁을 찬양했다.

선진국이나 그 외 지도자들과 여론 주도층들이 이른바 ‘군국주의’ 로 빠져드는 사람들을 깎아

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나라에서도 상무정신은 분명 살아있다.

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에 살았던 중국의 전략가이며 『손자병법』의 저자로 알려진 손빈은 이렇게 말했다.

“나라가 비록 크더라도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한다.”

이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역시 이런 말을 한 것도 사실이다.

“전쟁이 100년 만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더라도, 내일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대비해야 한다.”

인간세계에서 전쟁을 해야 한다면, 그리고 그 전쟁에 이겨야 한다면 전쟁문화를 보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 즉, 저자의 결론은 전쟁문화를 억제하고 경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으로 전쟁문화는 저자가 선택한 다른 주제만큼이나 흥미롭고 중요하며 연구할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역설합니다.

이러한 좋은 내용을 가진 책을 번역한 에뜨랑제 이동훈 작가님 역시 이에 같이 번역하면서....

그 역시 진심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바는 바로 이겁니다. 사실상 제일 핵심이 되고 저역시

가장 무릎을 탁 치면서 공감하는 내용이지요.

p. 509~516 '역자 후기' 인용 발췌

군대와 전쟁에도 문화가 있는 것일까? 저자는 단연코 그러하다고 주장하며, 역자 역시 거기에 동의한다.

전쟁이란 목숨까지 내 걸고 하는 인류 최대의 도박이자 생존경쟁이며, 군대는 평시에 그러한 경쟁

을 위한 훈련을 받다가 전시에는 그간 배운 것을 활용해 경쟁에 뛰어드는 조직이다. 그렇다면 전쟁에 대비하고 싸워 이겨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특정한 생활방식 - 즉, 전쟁문화 역시 존재한다는 것이 논리적인 귀결이며 또한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한, 건전한 전쟁문화가 자리 잡은 군대만이 유사시 조국을 방어하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해낼 수 있으며, 전쟁 문화가 지나치게 비대해져 본말이 전도되거나 또는 전쟁 문화가 지나치게 위축되어 버린 군대와 사회는 패배와 괴멸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도 경고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전쟁문화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어떤 모습인가?

하드웨어적으로는 비록 주변국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의 군대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소총 한 자루 조차도 국산화할 기술조차 없어서 수입해서 써야만 하는 중소국가의 군대에 비하면 그야말로 굉장히 강한 군사강국에 속한다고 본다. 심지어는 그 잘난 서유럽의 선진 국가들의 군대와 비교해도 재래식 전력만 놓고 본다면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에 전쟁문화도 이러한 하드웨어에 걸 맞는 대단한 문화가 존재할까?

역자의 답은 “아니오.” 이다.

징병제를 채택하여 거의 모든 성인남자가 현역 또는 예비역 군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전쟁문화의 빈곤함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리나라에서 전쟁문화는 극우보수 (아니, 건전한 보수와 구별하기 위해서 ‘수구꼴통’ 쯤으로 불러야 하는) 세력들이나 마초주의에 심취한 일부 남성들이 약자를 탄압 및 착취하고 자신들의 그릇된 욕심을 채우기 위해 휘두르는 하위문화 이자 ‘자룡이 헌 창’ 정도로 전락한 지 오래이다. 또한 전쟁문화를 필요 이상으로 신성시하고, 결코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공유하지 않으려는 점도 이 두 세력의 공통점이다.

수구꼴통들은 권력의 획득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전쟁문화를 곡해하고 오용한다. 이를 유식한 말로 ‘안보 상업주의’ 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들이 정권을 잡고 나면 진정으로 국방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왜? 그들은 국익을 우선시하는 진정한 보수가 아니니까 .....

마초주의에 빠진 남성들은 전쟁문화를 오용해 병역 미저자 들과 여성들. 자기보다 ‘덜 빡센’부대 출신들을 깔아뭉개고 업신여기는 데서 상대적 우월감을 느낀다. “내가 더 빡센 훈련을 많이 받았다.” 하다못해 “구타와 가혹행위를 더 많이 당했다.” 며 회사에서 구 방위나 공익, 상근역, 면제 출신 동료를 대놓고 업신여기는 현역 출신의 얼굴은 마치 유태인 수감자들을 바라보는 나치 SS 병사들처럼 벅차오르는 환희와 자부심으로 빛난다. (여기 비밀에서도 딱 그런 부류의 분들이 있지요. 누구라고 말은 안하겠습니다. 특히 .... 뭐~! "공익은 아웃오브 안중이라나?' 하는 드립 친 분이 계시죠.) 그러나 그들도 뒤돌아서면 예비군 가기 싫고, 민방위 가기 싫고 전쟁나면 무서워 도망가고 싶은 그저 그런 평범한 ‘아저씨’ 들일 뿐이다.

이러한 전쟁문화의 곡해와 오용에 대한 반발로 더욱 큰 부작용이 생겨났다. 바로 전쟁문화에 대한 극단적인 무관심과 배척이다. 전쟁문화와 자신 간의 접점을 찾지 못하며, 그래야 할 필요도 못 느낀다. 특히 여성들이 이런 점은 더욱 심하다. ....

하지만 이러한 전쟁문화에 대한 무관심이 배척에 배하면 도리어 나을지도 모른다. 급진적인 입장을 취하는 일부 진보 세력의 눈에 비친 군대는‘강간범과 폭력배를 양산하는 악마의 집단이자 세금도둑'으로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대상들이다. 하지만 또 재미있는 아이러니는 이들 진보세력 내에서도 신참 길들이기 방식은 군대의 그것과 똑같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전쟁과 군대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이 거의 없기에 정치적으로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과의 논쟁에서 이길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도 못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모든 사태의 궁극적인 원인은 굳이 지적하자면 지난 20세기 한반도에 존재했던 ‘군대’ 라는 집단(대한제국군 이건 일본제국군이건 한국군이건 북한군이건)이 근대 시민국가에 어울리는 ‘국민의 군대’ 보다는 ‘소수 권력자들을 위해 국민을 억압하는 군대’ 에 더 가까웠으며, 그동안 한국인들이 벌인 전쟁 역시 한국인들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수행한 전쟁이라기보다는 강대국들의 대리전에 더 가까웠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는 우리 민족이 전쟁문화와 멀어지게 한 결정적 시기였다. 일본의 통치로 인해 조선시대까지 전해져 내려온 우리 민족의 유구한 군사적 전통은 단절되었고, 해방 이후에도 만주군과 일본군 출신 간부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한국군대의 정체성 전쟁문화는 심각하게 흔들렸던 것이다. 일부 정치군인(박정희, 전두환)들이 군대를 동원해 정권을 빼앗은 것도 전쟁문화와 국민들 사이의 심리적인 거리를 더욱 벌려 놓았다. .....

역사속에서 전쟁문화가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사회와 국가는 하나같이 비참한 길을 걸었다. 그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월맹군이 수도 사이공으로 진격해오자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지휘관들로부터 콩 튀듯 외국으로 달아난 뒤 나라가 없어진 구 남베트남일 것이다.

그들은 이념문제를 떠나서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남베트남 군대의 정통성 부재와 그에 따른 전쟁 문화 부재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었고, 많은 이들이 말하듯 그들의 패배는 어쩌면 뻔히 예견된 수순이었다. 군 장비에서 하드웨어 면에서 주변 강대국들을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우리의 상황에서라면 전쟁문화라는 소프트웨어에도 충분히 투자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결론은 “건전한 전쟁문화 정착이야말로 어쩌면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무형의 국방력이 될 수 있다.” 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쟁문화가 일부 ‘수구꼴통’들의 전유물도 아닌, 극단적인 무관심과 배척의 대상도 아닌, 다른 문화와 같은 하나의 문화로써 그 장점도 단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전 필자의 결론보다도 역자분께서 말씀하신 후기가 제일 구구절절이 공감하는 말같고 페이지 넘기는 내내 너무나도 공감가는 내용이 많아서 이렇게 서평을 남깁니다. 진정으로 밀리터리 마니아라면, 정말로 우리나라의 군대를 사랑하고 이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가 가슴에 손을대고 생각한다면 한번쯤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화두'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