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수도였던 서라벌, 지금의 경주엔 많은 성들이 남아있습니다. 왕궁으로 쌓은 성도 있지만, 수도인 서라벌을 방어하기 위해 왕성인 월성(반월성)을 제외하고도 동쪽엔 명활산성, 남산엔 도당토성, 남산토성, 남산신성, 고위산성을 서쪽 선도산엔 서연산성을 그리고 멀리 건천 쪽엔 삼국시대 김유신 장군이 군사를 훈련시키던 작성(작원성), 더 나가면 부산성, 경주와 포항 경계지점에 북형산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문성있습니다. 그외 서라벌 한 복판에 경주읍성과 안강에 귀성등이 남아 있지만, 그 두 성은 고려시대에 읍성과 조선시대에 세워진 성이라 서라벌 방위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산성들과는 구별이 됩니다. 또 현재 대부분의 성들은 신라 멸망 후 전략적 가치를 상실해 오랜 세월이 흘러 석축이 무너져 내려 성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지만, 관문성은 일부 구간을 복원해 놓았기에, 명황산성과 함께 성의 흔적을 찾기 수월합니다.



관문성



명활산성.

  관문성은 모벌군성, 모벌성으로 불리다가 조선시대 들어와 관문성으로 불리게 되었고 이지역 사람들은 만리성으로 불르기도 했습니다. 관문성의 길이는 치술령 부근에서 시작하여 모화리 동쪽 삼태봉까지 약 12km의 석관과 삼태봉 바로 아래 경주 양남면 신대리에 신대리성 또는 기박산성으로 불리는 약 1.8km의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관문성의 문헌 기록을 보면 삼국사기 신라본기 제8 성덕왕조에

"성덕왕 21년(722년) 모벌군성(毛伐郡城)을 쌓아 일본 도적들이 노략질하는 길을 막았다."

라고 나와있고 삼국유사 기이 편 효성왕조에는

  "개원(開元) 10년 임술년(722년) 10월에 처음으로 모화군에 관문을 쌓았다. 지금의 모화촌으로 경주 동남쪽 경계에 속하며, 바로 일본을 막기 위한 요새였다. 그 둘레는 6792보 다섯 자고 역사에 참가한 무리는 3만9262명이었으며, 관장한 사람은 각간 원진(元眞)이었다."

라고 적혀져 있지만, 개원(중국 현종의 연호) 10년은 성덕왕 21년에 헤당되므로 성을 축조한 왕을 일연이 잘못 적은 것으로 보고 33대 성덕왕 21년(722년)에 관문성을 축조하였다고 봅니다.



  경주에서 시작하여 울산 북구를 거쳐 태화강으로 빠져나가는 동천(예전엔 우박천)을 사이에 두고 우측으론 치술령까지, 좌측으론 삼태봉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사진상에 보이는 강은 동천으로 울산에서 경주까지 강을 사이에 두고 넓은 들이 형성되어있는데, 이 지점이 산과 산사이의 폭이 가장 좁은 지역입니다. 

  관문성은 우리나라 산성의 일반적인 특징인 태뫼식 산성(산 8부 능선 부근을 머리띠 두르듯 쌓은 산성)이나 포곡식 산성(산의 밑부분을 둘러 계곡등을 포함해 쌓은 산성)이 아닌 만리 장성처럼 길게 늘어진 산성입니다. 삼태봉 부근에 있는 신대리성(기박산성)은 물론 태뫼식 산성입니다. 현재 고려시대 쌓은 천리장성을 제외하고는 남한에 남아있는 가장 긴 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주시 석계리와 울산시 범서읍 두산리가 만나는 지점.

몇 년전 관문성의 일부를 복원하여 놓았다. 요 구간만...@@



복원 구간은 눈에 보이는 길 양옆 20 여미터가 전부입니다. 석축위에 수령 200 여년 정도의 팽나무 노거수가 눈에 띱니다.



  멀리(가장 멀리)보이는 곳이 일명 치술령으로 불리는 곳으로 그곳에서 관문성은 시작하여 이곳을 거쳐 다시 천마산 그리고 이화, 동천 건너 모화 마지막으로 삼태봉까지 연결됩니다. 현 지점에서 치술령까지 산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군데 군데 석축이 무너진 흔적을 찾을 수 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성곽은 흔적을 찾을 수가 없지만 성을 쌓기 전에 판축(흙을 다지는 작업)을 하고 그 위에 석성을 쌓았기에 성은 무너졌어도 성을 따라 판축한 곳은 지금은 임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임도 주위를 따라선 민묘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산 8부 능선을 따라 희미하게 보이는 길이 관문성의 흔적입니다. 봄, 여름, 가을엔 수풀이 우거져 관문성의 흔적을 느끼기 쉽지 않지만, 겨울엔 확실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답니다.



무너진 관문성의 돌들...



주위에 밤나무가 많습니다. 관문성 구간 중 중산동에서 천마산을 거치는 구간은 산책코스로 조성되어 있기에, 성미 급한 주민들이 밤이 익기도 전에 따 버립니다.



관문성에서 바라본 울산 방면.

  통일신라시대 관문성을 새로히 쌓은 것은 왜적의 침입루트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이전엔 대종천(동해천) 부근, 긍께 현재 문무왕 수증릉 부근의 동해구에 상륙해, 동대봉산과 토함산 옆 만호봉 사이의 계곡을 통해 보문을 거쳐 침입을 하거나 포항(도기야, 현재의 포항 1사단 상장대대가 있는 도구 해안)으로 상륙하거나 또는 배를 타고 형산강을 따라 올라왔었습니다. 동해구로 들어오는 왜적을 막는 성이 명활산성이었고, 포항 방면으로 들어오는 왜적을 막는 곳이 북형 산성이었습니다. 통일 이후 서라벌의 규모가 확장되고 울산이 신라의 무역항 역활을 담당하게 되자(물론 필자의 추측임) 왜의 침입루트도 울산, 염포나 태화강쪽으로 바뀐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성의 일부를 복원한 곳이 또 있는데, 바로 동천(예전의 우박천) 옆 울산-경주간 7번 국도 변에 있습니다. 다보탑 뒤쪽에 약 20 여 미터 복원을 하였습니다.



관문성은 이전에 쌓은 산성과는 달리 보다 발달된 축조기술을 보여줍니다.
잘 다듬은 돌과 자연석으로 맞물려 쌓기를 했다는 야그죠.. 내가 보기엔 그게 그건데..
위에 명활산성과 비교를 함 해보시면 좀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성 위쪽은 왜이리 성의없게 잡석으로 쌓았는지...뽀다구 없게시리..



복원구간은 요기까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울산- 경주간 철도.
철도위에 올린 작은 돌들 중 상당량이 관문성에 쓰인 돌을 깨 사용했다고 합니다.



관문성은 멀리 보이는 삼태봉까지 연결이 됩니다.



현재 관문성 중 어느 정도 원형을 볼 수 있는 구간이 남아 있는데, 바로 신대리에 남아 있습니다. 울산 매곡에서 신대리로 올라가는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가다가 보면 마우나오션리조트로 가는 길이 있는데, 그곳 못 미쳐 주차장이 나옵니다.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산으로 오르면 성을 볼 수 있답니다.



멀리 동해바다가 보입니다. 저쪽은 정자 바닷가쪽으로 바닷가에서 삼태봉까지는 워낙 산세가 험해 그당시 왜적이 들어오기도 힘들었기에 이곳에서 바닷가까지는 성을 쌓지 않았습니다.



주차장에서 산길을 따라 몇 분 정도 평지에 가까운 길을 오르면..
신대리성의 성문터로 추정되는 장소가 나옵니다.



신대리성 혹은 기박산성.

  신대리성은 관문성의 좌측 끝인 삼태봉 인근 신대리에 있는 약 1.8Km의 둥글게 쌓여진 산성으로 관문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관문성의 일부이지만 이 산성을 별도로 신대리성으로 부릅니다. 관문성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나 유사에 축조한 사실이 나온 이후 특별히 나오는게 없지만, 이 신대리성은 임진왜란 당시 승병들이 머물며 울산 지역의 왜적을 견제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신대리성은 다른 구간과는 달리 원형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복원을 하지 않았는데도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임진왜란 때 승병들이 머물며 새로 성을 보수한 것에서 기인되었다고 추측됩니다.









신라시대 쌓은 산성의 특징은 공사를 한 구간별로 책임자와 공사와 관련된 내용이 세겨진 명문이 곳곳에 남겨 놓았는데, 그러한 예는 명활산성 작성비와 남산신성 작성비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명활산성 작성비

  이 비석은 1988년 8월 내린 큰 비로 무너진 석성의 북서쪽 성벽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비문은 9행 148자가 새겨져 있는데, 해서체입니다. 신미년이라는 간지와 공사 총책임자, 실무자 이름, 공사를 담당한 구간과 위치, 공사 참가자 수, 공사 기간, 글쓴이의 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신미년은 진흥왕 12년(551)으로 추정됩니다. 그 내용은 오대곡(烏大谷) 주민이 동원되어 14보 3자(약 21m)를 쌓는데 35일 걸렸다는 것입니다.



  남산신성에 아직 묻혀 있을것으로 추측되는 약 190 여개의 작성비는 하나 발견하면 포상금이 500 만원이데, 2시간을 헤메며 허발나게 고생하며 2개 찾았는데, 문화재청에 전화하니, 그거 이제까지 10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발견해도 돈은 안준다고 하네요. 남산신성 작성비나 명활산성 작성비에 비교해 명문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누구 차별하는 건지..@@



성 주변엔 옛 건물지로 보이는 약간 넓은 공터도 남아 있습니다.





  신대리성은 위에 보인 성문 부근 양 옆으로 군데 군데 원형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냥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거의 평지길이 나오는데, 이길로 쭈욱가면 삼태봉을 지나 토함산으로 연결이 됩니다.



삼태봉가는 길에서 본 울산 방면



한동안 성의 흔적은 보이지 않다가 한참을 가면 다시 관문성의 흔적이 나타납니다.



성의 흔적을 찾아 계속 삼태봉 정상을 향해 가다가, 힘들고 지쳐서 이곳 쯤에서 다시 돌아갔습니다. 체력도 바닥이 났고 중요한 건 관문성과 관련된 다른 곳을 찾아 볼 일이 있어서.



인근 동해안쪽에 신흥사란 절이 있습니다.

신흥사

  옛 건흥사(建興寺)로 선덕여왕 4년 (635년) 명랑조사가 처음 건립했다고 전한다. 절의 기록에 의하면 문무왕 16년(678년) 승병 100여명이 이절에 머물며 무술을 닦았다고 한다.
 
 이절은 임진왜란의 의병활동과 관련이 깊다. 건흥사는 울산 지역에서 승군 동원 기록이 있는 유일한 사찰로 울산지역 승병활동의 거점이 되었다. 울산이 왜병에게 함락되자 의병들은 기박산성(신대리성으로 추측)에 진을 쳤는데, 이 절의 스님 지운(智雲)은 승병 100 여명을 이끌고 적극 참여했으며, 절의 양식 300 여석을 군량미로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정유재란 때 이절이 불탄 것을 안타갑게 생각한 병마절도사 이급이 인조 24년(1646년)에 절을 다시 세워 신흥사라고 했다.

앞에 보이는 대웅전은 약 20 여년 전에 새로 지은 것으로 임진왜란과는 관계 없습니다.




신라시대 자취를 그나마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대웅전 자리의 석축에 있는 돌에 세겨진 무늬(무슨 무늬인지 모르겠네요..)입니다.



새로 지은 대웅전 옆에 응진전(나한전).

  보통 응진전이라 하면 나한을 모신 법당인데, 이 법당은 정면 3칸, 측면2칸의 팔작지붕으로 정유재란 이후 병마절도사 이급이 새로 절을 지을 때 지은 것이라 합니다. 현재 울산 지역에 남아 있는 목조 건물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습니다. 

  주지 스님과 야그를 나누어 보니, 고려나 조선시대엔 비보사찰의 역활을 했다고 합니다.
비보사찰이란 지세가 엄한 곳에 땅의 나쁜 기운 등을 다스리기 위해 세운 사찰로, 안동 지역에 가면 특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풍수지리사상의 유입과 관계된 것이죠 ^^
사실 신흥사가 있는 곳은 요세 길을 딱았지만, 길이 진짜 험합니다. 경치는 정말 끝내줍니다만..



대웅전엔 신흥사 재건시 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옥돌로 조성한 불상이 있습니다. 개금을 이쁘게 했는데, 수인과 법당의 명칭으로 보건데 석가모니부처님이네여..



  관문성은 현재 사적 제48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성의 일부 구간이 울산광역시에 걸쳐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울산시와 울산의 향토역사학자들은

"경주는 사적이 절라 많으니 관문성 우리에게 주면 안돼? please ㅠ.ㅠ"

라고 하는데, 문화재관리법에 사적은 국가에서 대부분의 예산을 국가에서 내려보내주는데, 경주시가 넘겨줄리가 없죠. ㅋㅋㅋ

이상 우리나라의 현존하는 가장 긴 성인 관문성에 대해 소개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