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美가 요구한 제재수준, 한국에 특별히 과한 것 아니다"
전문가들 "제재 동참 하더라도 이란에 우리입장 충분히 설명을"
대(對)중동 외교가 이란과 리비아라는 난제(難題)를 만났다. 이란과는 핵개발 의혹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문제로, 리비아와는 국정원 직원 추방사건으로 불거진 외교 갈등으로 모두 불편한 관계에 놓였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의무'와 두 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외교 방정식을 풀어야 하지만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이란은 이슬람권 중심 국가이면서 우리나라의 중동지역 최대 수출시장이다. 그러나 이란이 핵개발에 착수하자 국제사회는 지난 6월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이란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핵개발과 관련된 41개 이란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됐다. 미국도 이달부터 '포괄적 이란 제재법'을 가동시켰다. 미국이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란 기업·은행과 거래를 하게 되면 미국과의 금융 거래가 중지된다.
- ▲ 이란의 테헤란증권거래소에서 한 여성이 3일 모니터를 보며 일하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란 주식시장에선 아직 그 영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테헤란증권거래소측은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저평가됐던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엔 결의는 유엔 회원국이라면, 미국의 '이란 제재법'은 미국과 금융 거래를 하는 국가라면 예외 없이 지켜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과 거래하던 우리 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있지만 일본·중국 등 다른 나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며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한다고 해서 이란이 한국에 특별히 더 나쁜 감정을 갖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은 우방들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이란 제재를 요청했고, EU(유럽연합)·호주·캐나다가 자국 내 이란 기업의 자산 동결과 수출·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독자 제재안을 발표했다. 일본도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이란·북한 제재 담당 조정관이 일본을 방문한 지난 3일에 맞춰 이란 핵 관련 기업과 단체에 대한 자산 동결을 내용으로 하는 독자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국가 중 중국과 러시아 정도가 추가 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미국은 한국에도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자산 동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기업과 은행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멜라트은행과 거래하면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스스로 거래를 중단했지만 서울지점의 자산 동결 조치는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 요구한 추가 제재 수준과 비교하면 우리에게 요청한 것이 특별히 과하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북한 핵 문제로 유엔과 국제사회의 협조를 구해왔던 정부 입장에선 이란 핵 문제를 방치할 수도 없는 처지다. 하지만 정부로선 제재 국면 이후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선뜻 독자 제재의 칼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2005년 한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 결의안에 찬성하자 일정기간 한국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보복'을 한 적이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멜라트은행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란과 지속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중동 전문가는 "이란측에 정부의 입장과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란의 해명도 모두 들어가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문제가 복합적 요소가 얽힌 문제라면 리비아 문제는 국정원 직원 추방사건에 대한 협상이 마무리되면 곧 풀릴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외교 당국자들의 설명과 달리 리비아 현지에선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언급한 보도가 나오고 있어 사태가 악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부인에도 일부에선 리비아가 사태 해결의 조건으로 10억달러를 요구했다는 말도 나왔다. 외교 소식통은 "리비아가 표면적으론 국정원 요원의 활동을 문제 삼고 있지만 카다피 원수에 대해 한국이 편향된 시각을 가져온 것에 대해 쌓인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정원 요원 사건뿐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오해를 푼다는 자세로 적극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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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saza | 2010-08-06 | 추천 0
vc_army | 2010-08-05 | 추천 0
vc_army | 2010-08-05 | 추천 0
vc_army | 2010-08-05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