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 게릴라

tilover | 2009-12-16 18: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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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의 예언자 모하메트의 어록인 '하디트'에서 모하메트의 제자이자 절친한 동료 중 한명이 모하메트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선한 행동이 어떤 것이냐고 묻자, 모하메트는 첫번째로 선한 행동은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올리는 것", 두번째 행동은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충직할 것" 그리고 세번째로는 "알라를 위하여 지하드(성전)에 동참할 것"이라고 답합니다. 여기서 '무자히드(mujahid)' 즉 '지하드에 동참한 이슬람교 전사', 그리고 복수형인 '무자헤딘(mujaheddin)'이란 용어가 탄생합니다.

1970년대 말 아프가니스탄의 친소 괴뢰 정부는 소련의 사회주의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일반 아프간 대중에게 권위를 갖고 있는 집단인 '물라(종교 지도자)'들과 '아야톨라(율법학자)'들을 소외시키고, 종교를 '인민의 아편'으로 규정하는 등 신앙심이 깊은 아프간 민중들의 반감을 부르는 일련의 조치들을 단행합니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당연히 아프간 사람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1979년 소련군이 무능력하고 부패한 하피줄라 아민 정권을 전복시키고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꼭두각시에 불과한 '아프가니스탄 민주공화국'을 세웁니다. 

신앙의 삶의 전부이며 사회,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영역이 종교와 연관된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교도들에게 무신론자, 유물론자, 반종교주의자들인 공산주의자들에게 점령당하는 것만큼 치욕스러운 것은 없었고, 결국 대규모 무장 저항이 일어납니다. 1980년대 말에 약 125,000명의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했던 반면, 이들에 대항하는 게릴라의 수는 약 250,000명 정도로 추산되니 무장저항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겠죠. 이들의 저항은 아프간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이교도 열강에 대항하는 성전의 차원으로까지 확산되고, 그 결과 최대 약 35,000명의 해외 무슬림들이 아프가니스탄에 자원해 싸우게 됩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청년 오사마 빈 라덴은 이 전쟁에 '무자히드'로 지원해 싸우면서 과격한 이슬람 근본주의와 철저한 반서구 교리를 키우죠.

당시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는 전세계적으로 반공, 반소 집단들을 지원하는 '레이건 독트린'에 따라 엘살바도르나 앙골라, 니카라과 등에 군사적으로도 깊숙히 개입하고 있었고, 아프간의 무자헤딘을 지원하기 위해 CIA 요원들과 소수의 특수부대원들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프간에 비밀리에 파견된 CIA 요원들은 소련군의 Mi-8 및 Mi-24 헬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스팅어 대공미사일을 지원하는 동시에 중국제 무기들을 대규모로 구매, 무자헤딘들에게 건네주는 중개상 역할을 하고 이들을 훈련시키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죠.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주로 금전적, 물질적 지원에 치중했다면 파키스탄 정보부는 아프가니스탄 국경으로부터 24km 떨어진 국경도시 페샤와르에 야전병원과 무자헤딘 훈련소를 설립, 비정규전 및 게릴라 전술을 가르치고 아프간 게릴라들에게 부족한 전술과 전략을 제공합니다.

본래 아프가니스탄의 저항 운동은 지역적으로, 종파 이해에 따라 사분오열되어 있었고 대체로 지역 군벌이나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이끄는 식으로 진행되었지만, 소련군과의 싸움이 장기화됨에 따라 7개 주요 무자헤딘 단체들이 파키스탄 정보부의 중개로 '아프가니스탄 무자헤딘의 이슬람 연합'이라는 느슨한 연횡을 맺고 합동 전선을 펼칩니다. 이들 무자헤딘은 험준한 산악지대와 자신들에게 익숙한 지형지세를 이용해 소련군을 끊임없이 공격하는 유격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죠. 결국 1989년 소련군은 아프간에서 전면 철수하고, 소련의 마지막 꼭두각시였던 나지불라 대통령은 1992년 카불에서 무자헤딘에게 잡혀 잔인하게 처형당합니다.

소련군을 몰아내고 소련의 괴뢰정부를 무너뜨린 무자헤딘이지만, 결국 통일된 새 정부를 만들지 못한 채 또 다시 군벌들간의 분란에 휩싸이고 맙니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이 또 다른 내전에 빠진 동안 이슬람 근본주의에 경도된 어린 학생들은 탈레반('학생')이란 무장조직을 결성하고 이슬람교의 율법인 샤리아에 의해 철저히 다스려지는 새 나라를 건설할 것을 요구하며 군벌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결국 1998년경 아프가니스탄 영토 대부분을 정복하고 맙니다. 한때 소련군을 상대로 싸우며 힘을 모았던 무자헤딘은 결국 분열로 스스로를 망친 셈이죠. 일부 무자헤딘은 탈레반의 세력에 편입되기도 했으나, 많은 무자헤딘 역시 탈레반의 적인 군벌들이나 소수민족 군대들, 마수드 장군의 '북부 동맹'에서 탈레반을 상대로 싸웠습니다. (따라서 '무자헤딘'을 '탈레반'과 동의어로 쓸 수는 없겠죠.)

아프간에서 무자헤딘으로 싸운 외국의 이슬람교도들은 당시 전투의 경험과 근본주의에 대한 더욱 강한 믿음을 가지고 훗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친서방적이고 코란의 율법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세속 정부와, 이슬람교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군대를 주둔하고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미국을 상대로 제2의 성전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로부터,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인과 크로아티아인을 무자비하게 처형한 무자헤딘 여단, 그리고 체첸 반군 등... 오늘날 중동과 아프리카, 체첸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란의 씨앗은 오래 전부터, 9.11 테러 이전부터 심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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