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9.11 이후에 알카에다를 격멸하기 위해 아프칸을 침공한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미국이 아프칸에 메달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실 미국의 의도가 파키스탄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통로를 확보하고 중앙아시아의 천연자원에 대한 안정적인 접근을 확보함과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설이 실제로 힘을 얻고 있죠. 

전쟁은 사실 많은 요소가 결합되어 결과가 복합적으로 도출되어 집니다. 그 중에서 전장을 둘러싸고 있는 국제 역학 관계는 실질적으로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에 직접적 영향을 주죠. 사실 아프칸에 직접적인 영향을 상호간에 주고 받는 국가는 대표적으로 러시아, 중국, 이란, 파키스탄 등의 국가입니다. 이들 국가 가운데 과연 미국이 아프칸을 장악했을 때, 자국에 유리한 국가가 몇 이나 될까요. 물론 미국 단독이 아닌 서구의 여러 국가가 "테러세력 격멸"라는 취지에 호응하여 아프카니스탄에 진주하였고, 이들 국가는 미국이 아프칸을 완전 장악하였을 경우, 일정한 떡고물을 얻을 수 있겠지만, 아프카니스탄 주변국들은 그 걸 넋놓고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이런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하여서도 회의감이 들구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원인은 미국의 아프칸 진주 목적이 시간이 갈수록 모호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단순히 테러집단에 보복성 타격을 가하거나, 전체적으로 테러집단을 약화시키는 수단은 군대를 직접 파병하여 주둔 시키는 것 외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으며, 군대를 직접 파병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하고 이를 제한적으로 수행해야 일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례로 미국은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리비아人의 테러로 공중분해된 팬암기 사건에 대응할 때, 리비아에 대한 보복으로 영국기지에서 출격한 공군기와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해군 항공기로 타격 작전을 수행하여 리비아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보복 공격은 당연히 정당성을 인정 받을 수 있었고, 미국에 피해가 다시금 발생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 리비아의 공격과 미국의 보복 공격을 현재의 아프칸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미국이 단순히 테러세력을 반대하고 무고한 자국 시민의 희생을 보복하는 의미에서 아프칸에 대응하는게 아니라는 심증은 갈수록 굳어지게 됩니다.

저는 미국이 아프칸에서 탈리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全세계에 알카에다의 파괴적 이미지를 각인 시키며 알카에다에 대한 全세계적인 반대 여론을 만들었을 때, 전쟁을 끝냈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전쟁의 목적이 확대되면서, 미군이 아프칸에 장기 주둔하게 되면, 미군은 베트남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원인은 매우 복잡하지만 기본적으로 아프칸人 자체도 미국이라는 국가에 호의적이지 않고 주변국도 미국의 아프칸 완전 장악을 달가워 하지 않은 상황이고, 아프칸 정부는 자국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의 자체 역량은 그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전쟁을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는 것은 미국의 목적 실현에 있어서 일정한 결과를 도출해내기 어렵고 어쩌면 실현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요전 번에 자사방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미군이 전진기지에 대한 보급을 고정익 항공기를 사용하여 낙하산 투하 방식으로 많이 하던데, 아프칸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살피다 보면, 미군이 왜 그런 보급작전을 수행하는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을 얻을 수 있고, 이에 따른 미군의 한계도 일정 부분 드러납니다. 산악지역 전진 기지에 대량의 물자 공급을 지상 연결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적의 일정한 공격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데다가, 해발고도가 6천m이하가 나오는 산악지역에 헬기 수송을 추진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고 합니다. 첫째 고산지대라 산소가 희박하여 내연기관 출력이 저하되는 부분이 있고, 두번째 탈리반이 고산지형을 이용해 산 정상부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일정한 화력을 배치하여 공격하게 되면, 역시나 헬기는 일정한 피해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여기다 산악지대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돌풍은 큰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이미 구소련 군대가 아프칸 침공 시, 이미 경험했던 상황입니다.

또한 미군이 만약 산꼭대기에 주둔 한다고 하면, 현재 미군의 항공기 공수 보급체계에 있어서 전진 기지의 보급품 접수가 큰 골치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산 정상과 산지 비탈면은 면적이 크지 않으며, 산악지역의 바람이 거센 상황에서 보급 물품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낙하될 수 있는 상황이고, 이에 따라 전진기지 병사는 보급품 확보에 큰 난관이 생기고, 전투력 유지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는겁니다. 실제로 병력도 모자라는 판국에 산 정상에 있다가 보급품 줏으러 산아래로 내려가거나 혹은 산 건너편으로 이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이에 비해서 산 아래에 조성된 분지 지형은 그나마 비교적 산 정상부 보다는 보급품 접수 상황이 낳을 수 있죠. 물론 이러한 상황은 미군이 지상 보급 추진에서 상황을 완전하게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겠죠.

사실 미군은 아프칸에서 자기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전쟁, 즉 장비 위주로 상대를 타격하는 전쟁을 과학의 힘을 빌어서 겨우 끌고 나가는 상황이지만, 아프칸에서는 그 뛰어난 과학의 힘으로도 상대하기에 역부족인게 자연의 힘과 탈리반이 수십년 동안 외세와 싸워오면서 축전한 자연을 활용한 전술과 정신적 역량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