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마지막까지 독일군이 남은 힘을 쥐어짜서 방어를 하고 있던 이 때 황당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7월 3일에 제 2 방면 전차 군단이 남쪽에서 공격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 부대에 소속된 제 4 전차 여단이 보병들과 같이 민스크 시내로 쳐들어갔고 오후가 되자 제 1 방면 전차 군단도 남동쪽에서 합세를 했습니다. 이 때 본격적인 공격을 하기 전에 독일군의 방어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 1개 전차 소대를 보내 정찰을 하도록 했는데 디미트리 프롤릴코프 중위가 이끄는 이 전차 소대가 시내 외곽에서 소련군을 공격하기 위해 있던 독일군 포병 진지를 무너뜨리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던 대전차 포까지 부수는 괴력을 발휘합니다. 뜻밖의 결과에 신이 났는지 디미트리 중위가 데려온 전차들은 소련군 3개 대대 (3천명?) 의 도움을 받아 시내로 쳐들어갔고 시내의 중심지인 자유 광장을 점령하면서 공격을 시작한지 만 하루 만에 3년 동안 독일군의 중에 들어가 있던 민스크를 되찾습니다. 이 때를 기념하기 위해 민스크 시내에 가면 당시 디미트리 중위가 몰던 전차가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민스크 함락을 보면 일본이 싱가포르를 침공했을 때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만 그런 걸까요? 당시 일본군이 공격을 하기 전에 1개 소대 규모의 군대를 정찰 부대로 내보냈는데 의외로 방어가 약하다는 것을 안 일본군 소대장이 영국군의 상수도 시설을 점령해서 싱가폴을 지키고 있던 영국군을 항복하게 만들었고 일본 장군이 영국군보다 더 놀랐다는 이야기가 있는 걸 생각해 보면 소련군도 민스크 점령 결과에 많이 놀랐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민스크를 독일군으로부터 뺏어낸 소련군은 민스크 동부의 독일군 잔존 부대 소탕에 나섰고 후방에서 소련군을 괴롭히라는 히틀러의 명령을 수행하기에는 식량과 무기도 없고 사기도 바닥까지 떨어진 독일군들은 항복을 택하거나 소련군의 진격로에 있지 않았던 최전선에 배치되어 있던 군인들은 북부군 집단으로 탈출에 성공합니다.

결론을 내리면 남 부럽지 않게 두들겨 맞은 독일군은 소련 영토에서 완전히 쫓겨나서 폴란드까지 밀려나게 되고 연료 공급 기지 역할을 하던 루마니아에서 정변이 일어나 안토네스쿠가 미하이 국왕에 의해 체포되고 소련군과 강화를 맺으면서 추축국 진영에서 탈퇴하게 됩니다. 덕분에 소련군은 루마니아를 넘어 헝가리와 불가리아까지 진출이 가능하게 되어 소련군의 최초 작전계획보다 더 큰 성과를 올리게 되는데 히틀러의 무리한 사수 명령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소련군의 성과가 더 컸을 것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바그라티온 작전이 끝났을 때 독일군은 약 25개 사단이 지도상에서 사라졌고 이중에 17개 사단은 완전히 전멸당하고 맙니다. 이 때 최소 30만에서 35만 명의 독일군이 전사 혹은 행방불명이 되었고 19 명의 장군이 죽거나 행방불명되고 12 명의 장군을 포함하여 15만 명이 포로로 잡혀가서 결국 독일군의 중앙 집단군은 완전히 붕괴해 버리고 전투가 벌어지기 이전에 85만이나 되던 병력이 작전이 종료된 후에는 다른 집단군에서 보충된 병력을 포함해도 딸랑 40만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포로가 된 이들은 7월 중순에 모스크바에서 거리 행진을 하는 굴욕을 겪었고 이들이 지나간 자리를 모스크바 시민들이 물을 뿌리는 행사를 경험하는 이중의 굴욕을 겪었다고 합니다 (재수없다는 뜻이겠죠).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시베리아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혹은 포로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었고 살아서 독일로 돌아온 인원은 약 5만 명 뿐이었습니다. 특히 독일군 제 4군의 경우 15,000 명의 군인 중 독일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단지 900명에 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독일군과 일본군의 포로 학대가 유명했지만 소련군 역시 포로 학대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시베리아에서 많은 인원들이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바그라티온 작전이 끝난 후 있었던 이 행진은 소련의 승리가 크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행해진 것이며 20명씩 가로로 줄을 지어 걸어가도록 해서 3시간 동안 걸린 이 행진은 소련의 승리가 확실해졌다는 생각을 소련 사람들이 갖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 베트남, 북한도 전쟁 포로들에게 이런 행진을 시키는 일을 똑같이 했다고 하던데 이렇게 행진시키는 것도 포로 학대 아닌가요?

어쩄든 큰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소련군 역시 인명 피해가 커서 3개 전선군의 피해를 모두 합할 경우 약 17만 명의 전사자가 나오고 약 60만의 부상자가 병원 신세를 져야 했지만 병력 보충이 어려웠던 독일군과 달리 3년 만에 다시 찾은 백 러시아 지역에서 새로 신    병을 군대에 입대 시켜서 재빨리 손실된 병력을 보충합니다. 그리고는 북부 집단군과 북우크라이나 집단군에도 공격을 개시하여 가뜩이나 군인이 모자라는 독일군을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2주 남짓한 전투에서 깊이 140km, 폭 400km 에 이르는 독일군의 방어선을 무너뜨림으로써 소련군은 3년 동안의 혈전을 통해 독일군의 전격전을 완전히 배웠음을 증명해 보입니다 (정말 비싼 수업료를 냈네요). 그리고 소련군도 놀랄 정도의 큰 승리를 거두자 스탈린은 평소에 하지 않던 농담도 부하들에게 할 정도로 기분이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모두 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같네요.

여담이지만 독일군은 끝까지 착각을 했고 그 중 하나가 독일군의 고정 관념이었습니다. 3년 동안 손에 쥐고 있던 민스크가 함락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히틀러가 완전히 충격을 받아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대며 방 안을 휘젓고 다니고 있을 때 (완전히 정신줄 놓았나 봐요ㅡㅡ;;;) 소련군의 보급로가 통상적 한계인 200킬로미터를 넘었으며 이로 인한 보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 5~6일은 진격을 정지할 테니 그 때가 독일군이 반격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라는 모델 원수의 보고를 받은 히틀러가 정신을 차리고 수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1944년 여름만큼은 독일군의 확실한 착각이었습니다. 실제로 소련군은 작전 목표를 달성하면 보급과 전열 정비를 위해 잠시 진격을 멈추기는 했지만 이 때의 스탈린은 뺏긴 영토를 찾는 일 이상으로 동유럽의 독일군 점령지와 추축국들의 영토를 뺏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그 강 전투에서 독일군의 제 48전차 군단의 절묘한 기동 방어로 상당한 타격을 입고 모델 원수의 절묘한 작전으로 동프로이센으로부터 24km 떨어진 지점에서 연료가 떨어진 소련군 전차 부대가 신나게 얻어 맞고 50킬로미터나 후퇴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루마니아와 폴란드를 향해 힘찬 전진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1940년에 통째로 삼켰다가 히틀러에게 뺏겼던 발트 3국을 향해서도 공격을 시작합니다. 이 때 발트 3국 출신의 독일군 무장 친위대가 죽음을 각오한 방어전을 벌이지만 소련군의 무식한 전투 능력 앞에서는 한낱 의미 없는 몸부림일 뿐이었습니다.

또한 북부 집단군과 남부 집단군을 소련 땅에서 몰아내기 위해 7월 13일의 르포프-산도미옐쯔 공격과 7월 18일의 루블린-브레스뜨 공세로 독일군이 다른군 집단에서 예비부대를 빼오는 것을 처음부터 막아 버리는 방식의 작전을 입안하는 동시에 중앙군 집단에 가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항독 빨치산들의 공격으로 독일군의 후방 교통을 교란시켜 혹시라도 있게 될 부대의 이동을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소련군은 서부 전선에서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 벌어지는 것과 같은 시기에 바그라티온 작전이라는 대공세를 감행함으로써 독일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지만 결과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큰 승리였고 계속해서 독일군에게 공격을 가함으로써 이듬해 1월에 오데르 전선에서 독일군 잔존 병력들을 전멸시켜 사실상 독일군의 저항력을 무너뜨립니다. 많은 분들이 미국과 영국 중심의 연합군이 독일군을 무너뜨린 것으로 알고 계시지만 2차 대전 전사를 읽어보면 실제로 독일군을 망가뜨린 것은 소련군인 걸 보면 이것도 역사 왜곡이 아닐까 싶네요^^;;;

첫번째 사진은 탱크에 올라탄 채 강을 건너는 소련군들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전차에 올라타고 이동을 했다고 하던데 소련군은 수송용 장갑차가 많이 모자랐나요? 그리고 1944년이 되면 미국에서 보내준 트럭과 우랄 산맥 동쪽에서 쏟아져 나오는 트럭 때문에 기동성이 독일군보다 좋아졌다고 하던데 제가 잘못 알았던 모양입니다.

두번째 사진은 소련군과 독일군의 전투 상황 지도입니다. 독일군과 소련군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고 있고 날짜별로 소련군이 어디만큼 진격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비불모 회원님들을 위한 사진입니다. 마리나 린척(Maryna Linchuck) 이라는 백러시아 출신 모델로 보그 이태리 판과 포르투갈 판의 표지 모델이기도 했고 베르사체와 크리스찬 디오르 그리고 Gap 의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길기만 하고 두서없이 산만한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리며 혹시 제가 쓰면서 빠뜨린 부분이 있거나 용어를 잘못 쓴 부분이 있으면 조언 부탁 드립니다. 이 글 하나를 쓰려고 3개월 동안 여러 가지 자료를 읽어가면서 정리를 했는데 어딘가 정리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에 많은 걱정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