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올릴 때 괜찮은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글의 절반 이상이 잘려 있음을 알고 중복으로 다시 올립니다. 뭣 때문에 이렇게 글이 잘리는지 운영자님 께 문의를 해야겠습니다.

 

1943년 쿠르스크 전투에서 돌출부 제거에 실패한 독일군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소중한 기갑 부대의 상당 부분을 잃었고 같은 시기에 시실리 섬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남부에서 연합군의 상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이탈리아 전선을 지원하기 위해 동부 전선에 배치되어있던 병력 중 일부를 이탈리아로 이동시킵니다. 또한 병력과 장비의 손실이 심각한 사단들을 서부 전선으로 이동시켜 휴식과 무기를 보충하게 함으로써 동부 전선에 포진한 독일군은 소련군에 비해 병력이 부족해서 공세로 나서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독일군은 쿠르스크 전투 이후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이러한 병력 열세를 보충하기 위해 독일군은 소련군과 대치하고 있던 지역을 요새화하여 소련군의 공격을 저지하는 방안을 내게 되고 히틀러의 승인 하에 계획을 진행시킵니다. 입만 열면 후퇴하지 말고 자리를 지키라는 히틀러의 마음에 드는 방법이었지만 독일군 특유의 기동성을 살린 유연한 전투 방식을 포기하게 되어 소련군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 소련군의 배후를 치는 기동 방어 전술을 더 이상 구사할 수 없게 되는 무모함을 안고 있었습니다. 물론 테르노플 방어전에서 보았듯이 소련군의 진격을 묶어두고 반격을 가하는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후퇴와 반격을 병행하는 기동 방어만큼 융통성이 없었던 데다 소련군에게 포위를 당했을 경우 퇴로가 차단되는 위험한 전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소련에 비해 고질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던 추축국 진영으로서는 소련 내 점령지를 상당히 많이 잃은 상태였지만 여전히 방어 지역이 넓은데다 한 곳이 무너질 경우 이를 수습하기 위한 예비 병력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고착 방어가 위험한 방어 전법이 될 수 있었습니다.

 

쿠르스크 전투 이후 계속된 패배와 병력 부족이라는 상황에서 동부 전선이 붕괴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라고 판단한 만슈타인 장군은 히틀러에게 소련의 나머지 점령 지역을 포기하고 전선을 축소시켜 폴란드를 중심으로 동유럽 지역에 병력을 집중시켜 방어력을 높이자는 건의를 하지만 점령지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히틀러의 고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맙니다.

 

오히려 소련군에게 포위되더라도 현 위치를 지키며 소련군을 후방에서 괴롭히다가 독일군의 반격이 시작될 때 구원군과 합류하면 된다는 말도 안되는 명령을 내립니다. (자기가 전선서 그렇게 싸울 것도 아니면서…)

 

사실 히틀러가 전쟁을 치르면서 여러 가지로 억지와 고집을 부렸지만 무조건 잘못했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만슈타인의 건의를 받아들일 경우 전쟁을 계속하는데 필요한 자원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었고 동맹국들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부분을 감안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집을 부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있는 점을 생각해 보면 군인과 정치가의 관점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쿠르스크 전투 실패 이후 계속된 소련군의 반격 작전으로 우크라이나 지역의 상당 부분을 비롯해 많은 점령지를 잃은 독일군이었지만 치열한 저항을 계속한 끝에 소련군의 진격을 최대한 저지해서 동부 전선을 안정시키고 소련군은 독일군을 완전히 몰아내기 위한 새로운 작전을 구상합니다.

 

동부 전선이 안정되어 있던 시기인 1944년 4월에 독일군은 소련군의 대규모 공격이 여름에 있을 것임을 예측하고 있었고 어디를 공격할지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는데 발틱 지역의 북부 집단군을 공격하는 경우와 백 러시아 지역의 중앙군 집단을 무너뜨리고 폴란드 지역까지 치고 들어가는 경우 그리고 북우크라이나 집단군을 공격해서 카르파티아 (CARPATHIA) 산맥을 넘어 동유럽으로 진격하는 세 가지 경우를 가정했고 이 중 모델 원수가 이끄는 북 우크라이나 집단군으로 공격이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1943년 내내 소련군의 동계 공세는 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고 추축 진영의 연료 창고인 루마니아 국경까지 근접했을 만큼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 여세를 몰아 계속 남쪽으로 밀고 내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고 이 공격이 성공할 경우 발칸 반도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에 들어갈 수가 있어 발칸 반도에 위치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독일 동맹국들이 추축 동맹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군은 소련군의 공격이 남부 지역에서 가해질 것으로 판단하여 많은 기갑사단들을 제1 기갑군과 제4 기갑군 소속으로 편성 후 북우크라이나 지역에 배치함으로써 소련군의 공격이 있으면 방어에 나설 준비를 갖춥니다. 그러나 실제로 북 우크라이나의 소련군들은 일시적으로 공격을 중단시켜 휴식 시간을 가지게 하고 백러시아 지역에서 공격을 개시하여 이 공격이 성공한 후에 북 우크라이나 집단군을 공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43년 9월에 있었던 소련군의 반격으로 모스크바 앞에 있는 교통의 요지라 할 수 있는 스몰렌스크를 탈환하고 비텝스크와 흑해 연안의 드네프르 강 유역의 오르샤까지 되찾는데 성공하지만 동서 철도와 간선 도로를 이어주는 모스크바로의 육교라 불린 비텝스크의 문은 독일군이 계속 점령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련군에게 유리한 싸움을 계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중앙군 집단을 제거하고 베를린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백러시아를 탈환하는 것은 소련군의 전략상 매우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백러시아는 깊은 늪지대와 울창한 삼림 지대가 있어 대규모의 군인들이 쳐들어 가기엔 어려운 지형이어서 전차 부대가 돌격할 수 있는 지역도 제한적이라 당연히 독일군의 방어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지형이었습니다. 하지만 옛날 제정 러시아의 명장 알렉산드르 스볼로프는 “사슴이 다니는 길이라면 그곳은 러시아군도 갈 수 있다”라고 말했고 이 말의 의미를 소련 장군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백러시아 지역을 공격하기로 결정을 합니다. 특히 이 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은 훗날 폴란드의 국방 장관이 되는 콘스탄틴 로코소프스키로 상당히 신중한 공격 방법이었기에 의견이 분분했지만 끝까지 스탈린을 설득시켜 중앙군 집단을 공격하는데 찬성을 얻어냅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소련군이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공격을 개시할 테니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한 원인은 독일군의 정보 수집 능력 부족으로 독일군의 정보 부서는 북 우크라이나 방면군에 비해 중앙군 집단과 대치 중인 소련군은 별다른 병력 증원이 이루어 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였고 중앙군 집단에 배치된 독일군은 85만에 달했기 때문에 방어선 전면에 포진한 100만의 소련군의 공세를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던 데다 그 전까지의 전투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소련군의 공세 지속 능력이 그리 높지 못하다는 결론을 얻고 있었기 때문에 중부 집단군의 전력이면 소련군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한 술 더 떠 상당수 독일 장군들이 히틀러의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했음에도 북우크라이나 집단군은 1943년 초에 있었던 하르코프 공방전 때와 같이 소련군의 공격을 충분히 받아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독일군 총 사령부는 연합군의 상륙 작전에 대비하기 위해 폴란드에 배치되어 있던 예비 전차 부대들을 프랑스로 보냅니다.

 

이는 독일군의 명백한 판단 착오로 중앙군 집단의 병력이 80만 명이 넘는 규모였지만 비전투 병력이 40만 명에 달했던 데다 병력 부족이 심해지면서 무리한 징병을 하게 되어 군인들의 능력 또한 개전 초기와 비교했을 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동맹군이라고 헝가리 군 사단이 몇 개 있었지만 이들의 전투 능력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기동성이 좋은 예비 부대도 모자라서 제 20 전차 사단이 보브루이스크 (Bobruisk) 근처 남쪽에 있었고 기계화 사단인 Feldherrnhalle 와 어느 정도의 기동성을 가진 제 14 보병 사단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독일군의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도 소련군이 계속해서 공격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요새 지대를 건설하면 소련군의 공세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고 히틀러는 중앙 집단군 전선에 요새 지대 건설을 지시합니다. 손자 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긴다고 했는데, 소련군의 능력은 과소 평가하고 자신들의 능력은 과대 평가를 했으니 바그라티온 작전으로 독일군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군에게 다행이었던 점은 다른 지역처럼 큰 전투가 없었고 1944년 3~4월에 중앙 집단군이 포진하고 있던 백러시아 지역의 날씨가 비교적 포근해서 지뢰를 대량을 땅에 묻고 참호를 비롯한 방어 시설을 만들 수 있었던 덕에 조금이나마 독일군이 소련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한편 남부 지역에서의 공세를 예상하고 이에 대비를 하고 있던 독일군의 판단과 달리 소련군은 여러 가지 정황을 분석한 끝에 중앙군 집단을 전멸시켜 독일에게 뺏긴 모든 영토를 찾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작전 명령이 내려지자 5월31일부터 대규모 병력을 중앙군 집단의 점령 지역인 벨로루시 지역으로 은밀하게 이동시키는데 44년 봄까지는 중앙군 집단과 대치하고 있는 소련군에 전차 부대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몰다비아 전선과 루마니아 전선의 전차 부대들을 벨로루시로 이동시켰고 크림반도에 배치되어 있던 병력 또한 벨로루시로 이동시켜 중부 집단군을 전멸시키기 위해 최대한 전력을 끌어 모아 약 230만의 대병력이 중부 집단군 전면에서 공격을 준비하게 됩니다.

 

이 때 소련군은 통신 보안에 철저히 주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군은 대규모 병력이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6월에 접어들면서 소련군의 공세 징후가 중부 집단군 눈앞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았지만 우크라이나 공격 때 독일군의 주의를 돌려놓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북 우크라이나 집단군 (구 남부 집단군)과 대치한 러시아군은 여전히 대규모 병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군은 중앙군 집단에서 소련군의 대규모 공세를 끝까지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제 9군의 정보 부대가 소련 전투기가 1, 850 대나 집결하고 있다는 것과 4월에 243대의 소련군 대포가 6월에는 340대로 증가된 상황을 파악하고 있기는 했지만 정찰 능력의 저하로 소련 기갑 부대가 대규모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으며 특히 제 5방면 전차군이 중앙군 집단을 공격하기 위해 추가로 배치되고 제 6 방면군이 비텝스크 지역 공격을 위해 진영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중앙군 집단의 정보 부대는 전혀 모르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연합군의 안지오 상륙을 그대로 허용해 버리고, 노르망디가 아닌 파드깔레로 연합군의 대규모 상륙이 이뤄질 것이라 판단하는 등 독일 정보부의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모습은 이전에도 계속 보이지만 동부 전선에서 벌어진 중앙군 집단의 전멸 전의 상황을 보면 독일군 정보부 능력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네요. 물론 이 바그라티온 작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던 사람은 소련군 내에서도 스탈린을 비롯해 다섯 명 내외였던데다 소련군에게 물자를 보급하기 위한 화물 열차의 운전수도 출발 직전에야 도착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여느 때와 달리 보안에 철저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독일군이 전혀 눈치채지 못 하도록 보란 듯이 중앙군 집단의 정면에 방어 시설을 건설함으로써 중앙군 집단에 대해 공격을 하기보다 방어전을 벌임으로써 오히려 중앙군 집단이 반격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소련군이 가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 방어 시설 뒤로는 100만 톤의 전쟁 물자와 30만 톤의 연료가 중앙군 집단 공격에 쓰일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100만 명 규모의 소련군이 갑자기 2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나고 그만큼 비행기와 전차도 늘어나는 걸 보면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을 텐데도 우크라이나가 주 공격 목표일 것이라고 끝까지 믿은 걸 보면 사람의 고정 관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느껴집니다ㅡㅡ;;;

 

무엇보다 상황을 더 나쁜 쪽으로 몰고 간 것은 북 우크라이나 집단군과 중앙 집단군이 산맥에 의해 지형상 분할되어 있어서 예비대 배치가 어려웠고 독일군 총 사령부 역시 북우크라이나 집단군으로 소련군이 공격을 할 것이라고 굳게 믿은 탓에 중앙 집단군에 배치된 기갑 부대의 핵심인 제 56기갑 군단까지 북 우크라이나 집단군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당시 노르망디에서 베를린까지는 1,040km(650마일) 그리고 동부 전선에서 베를린까지는 가장 가까운 거리가 1,200 km (750 마일) 였다고 하니까 서부 전선이 더 급한 곳이라 생각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긴 해도 이것도 모자라 폴란드에서 만일을 위해 대비하고 있던 예비 전차 부대들까지 연합군의 상륙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프랑스로 이동시키기까지 합니다. 이로 인해 중앙 집단군이 가지고 있던 전차 부대, 대포 부대 등 전투가 벌어지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부대들은 대포의 3분의 1, 전차의 88% 그리고 절반의 돌격포를 남부 집단군으로 보내서 껍데기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이 떄 중앙군 집단에는 제 6 항공함대가 839대의 비행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전투기는 단지 40대에 지나지 않았고 그나마 전쟁 첫날 전멸한데다 나머지는 움직임이 둔한 JU-87G STUKA 급강하 폭격기 106대 등이었고 553대의 전투 차량 중 480대가 3호 돌격포 (자주포가 맞는 표현인가요?)였을 정도였으며 포의 경우 박격포까지 합해도 9,500 문 밖에 안되어 모든 것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특히 포병 전력의 경우 도저히 소련군의 무식한 포격에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거기다 연료도 많이 모자라서 전차 부대의 경우 제대로 된 훈련이 힘들었고 비행기의 경우 말들이 활주로까지 비행기를 끌고 가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때까지만 해도 루마니아랑 헝가리의 유전 지대가 추축 진영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을 때인데, 두 나라의 유전에서 나오는 석유로는 수요 충족을 다 할 수가 없었던 모양인가 봐요.

 

전차, 대포, 비행기 모든 면에서 부족했던 독일군은 소련군 전차에 대항하기 위해 75미리 대전차 포와 88미리 대전차 포(대공포 아닌가요?)외에 판쩌 파우스트를 대량으로 사용했고 88미리 포를 장비한 소수의 호르니셰 자주포를 포함해서 수백 대의 대전차 자주포에 의존하게 됩니다.

 

사람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인데 전차, 비행기, 대포도 숫자에서 상대가 안되었으니 독일군이 진 건 당연할 수 밖에 없었네요. 결국 소련군의 공격이 시작되던 시기에 독일군은 34개 보병 사단과 7개 보안 사단 (군인 경찰로 보아야 하나요?)과 2개 공군 전투 사단과 1개 전차 사단과 튜란 전차를 보유한 헝가리군 병력이 몇 개의 사단 규모로 함께 방어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달리 소련군은 모든 것이 풍족했습니다. 병력은 물론이고 물자까지 모자람이 없어서 1개 사단 당 2천 500명에서 4천명 규모였던 편제는 6천명까지 보충이 되었고 우랄 산맥 동쪽에서 쏟아져 나오는 전차와 트럭에 더해서 미국에서 원조해 준 트럭과 지프까지 가세하면서 기동력에서도 독일군을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소련군의 공격이 개시되던 시기에 소련군은 4개 전선군에 118개 보병 사단 (그런데 왜 소련은 보병 사단을 저격 사단이라 불렀을까요?)과 8개의 전차 군단 및 기계화 군단 그리고 6개 기병 사단과 13개 포병 사단을 비롯해서 14개 대공포 사단으로 구성된 소련 군인들이 독일군을 몰아내기 위한 준비

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주목의 대상이 된 부대가 6개 기병 사단이었습니다. 독일이 폴란드를 공격했을 때 폴란드 기병대가

독일군 전차 부대에 일방적으로 학살을 당했지만 광활한 러시아 지대에서는 소련군에 있어 무척 귀한 군대

였습니다. 우선 기동력이 부족했던 소련군에게 전차 부대와 기마병들이 함께 구성된 기병 사단은 돌격포

(자주포?) 연대를 비롯한 각종 포병 부대의 지원을 받으며 독일군의 방어선을 돌파하는 선발대 역할을 했다

고 합니다.

 

독일군을 전멸시키기 위한 170만 명(어떤 자료에는 200~230만까지로도 나옵니다)의 소련 군인들을 지원하

기 위해 2,715 대의 전차와 1,355 대의 자주포를 끌어모은 소련군은 이 정도 화력이 성에 안 찼는지 10,563

대의 대포와 2,306 대의 카추사 로켓포 그리고 4,230 대의 대전차 포와 11,514 대의 박격포를 동원하여 공

격 첫 날 에 독일군의 방어 진지와 지뢰밭 등 각종 시설을 단숨에 없애 버리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과시하면

서 소련군 포병은 숫자만 많았지 질적으로 떨어진다고 무시했던 독일군에게 양적 우세는 질적 우세를 압도

한다는 진리(?) 를 직접 가르쳐 줍니다. 그런데 독일군 방어 진지를 포격만으로 저렇게 쑥밭을 만들 정도였

으면 지뢰 제거 장치를 단 전차나 돌격 공병 부대 그리고 화염방사 전차들은 쓸모가 없었겠어요.

 

여기에 더해서 21개 전투기 사단 (2,318대)과 IL-2 지상 공격기를 가진 14개 공격기 사단(1,744대) 에 655

대의 쌍발 폭격기를 가진 8개 폭격기 사단과 1,007 대의 쌍발 폭격기를 갖춘 전략 폭격기 사단과 431대의

경 폭격기를 갖춘 야간 폭격기 사단에 199 대의 정찰기가 합세해서 총 5,327 대의 비행기가 839 대의 독일

비행기를 공격할 준비를 갖추었습니다.

 

이렇게 대규모의 군대를 중부군 집단 공격에 동원한 소련군은 서두르지 않고 독일 동맹국 중 가장 똘똘하게

소련군과 싸우고 있던 핀란드를 먼저 KO 시켜 추축국 진영에서 떨어져 나가게 만든 후 프랑스에 상륙한 연

합군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독일군 특히 전차 부대가 프랑스로 이동해서 동부 전선의 독일군 전투력이 떨어

지면 보로디노 회전에서 나폴레옹 군대와 싸우다 전사한 러시아 장군이자 그루지야의 왕자였던 이름을 딴

바그라티온 작전을 시작해서 백러시아 지역의 독일군을 몰아낸 후 그 기세를 몰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

를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이반 바그라미얀 장군이 이끄는 제1 발틱 전선군이 북부군 집단을 견제하

여 중앙군 집단을 돕지 못하게 하는 동안 제 1, 3 백러시아 전선군이 공격을 담당하고 제 2 백 러시아 전선

군은 소련군이 진격하면서 미처 전멸시키지 못한 독일군을 공격하는 임무를 맡겼습니다.

 

소련군이 북 우크라이나가 아닌 백러시아 지역을 공격 목표로 설정한 이유는 중앙 집단군을 공격하는데 성

공하면 북부군 집단과 북우크라이나 집단군의 연결을 끊어 놓을 수 있고 백러시아 지역이 우크라이나처럼

대규모 평야가 있는 곳이 아니어서 전차 부대가 마음껏 돌아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빨치산들이 활동

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그들의 도움을 받기가 쉬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머릿수가 많다고 무조건 전쟁에서 이기는 건 아니고 공격하는 쪽이 방어하는 쪽보다 세 배는 많아야 이긴다

고 하지만 군인은 두 배 수준에서 차이가 나도 비행기나 전차 등 무기가 세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규모였기

때문에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승패가 결정 났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 없겠네요.

 

이런 상황에서 훗날 폴란드의 국방 장관이 되는 콘스탄틴 로코소프스키를 비롯해서 여러 장군들이 이끄는

벨로루시 전선군들이 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이 때 소련군들이 걱정했던 것은 독일군이

재빨리 후퇴를 해서 전멸을 못 시키면 어떡하나 하는 점이었지만 나찌당과 히틀러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였

던 부쉬 원수는 히틀러가 고안한 강화된 지역 개념을 받아들여 중앙 집단군 소속 부대들을 전략적 요충지가

아닌 오르샤(ORSHA), 비텝스크 같은 주요 도시들에 군대를 주둔시켰고 27만 명이나 되는 빨치산 토벌에

전체 병력의 15%가 동원되는 등 군인이 모자라 각 부대마다 맡은 구역이 적정 면적을 초과하고 있었으며

예비 부대가 부족한 상태로 전투를 벌여야 해서 유사시에는 전선 중 한 곳이 붕괴되었을 때 수습하기가 어

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부쉬 원수는 원수로 진급할 만큼 유능한 인물이긴 했지만 모델이나 롬멜같은 장군들에 비교했을 때

난국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인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어떤 자료에는 예스맨이라고도 묘사되어 있는 걸 보

면 결과적으로 소련군의 대규모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영 아닌 인물이었던 건 확실한 것 같네요ㅡㅡ;;;

 

마치 그걸 입증이나 하듯이 소련군의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치밀한 방어전을 벌이지 못하고 몇 안되는 예비

부대들을 눈앞의 급한 상황부터 수습해야겠다는 생각에 여기 저기 보내는 바람에 적절한 방어전을 벌이지

못했다고 합니다. 물론, 후퇴 불가를 고집하던 히틀러 때문에 제대로 된 작전을 구사할 수가 없었고 충분한

병력과 장비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군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제가 봐도 일 처

리를 잘못했다 싶었어요ㅡㅡ;;;

 

요약하면 1944년 소련의 하계 공세가 계획되던 시기에 독일은 잘못된 판단을 거듭하던 시기였습니다. 독일은 연합군이 노르망디가 아닌 파드 깔레로 상륙할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고 소련군의 공격 역시 모델이 이끄는 북우크라이나 집단군 (남부 집단군) 혹은 북부 집단군으로 집중될 것이란 판단을 내린 히틀러를 비롯한 장군들은 모델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 56기갑 군단을 북우크라이나 집단군으로 보내고 제 5 기갑 사단을 비롯한 많은 전차 부대들을 북부 집단군으로 보내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중앙군 집단의 피해 규모를 더 크게 하는데 많은 기여(?) 를 했고 후퇴 불가를 무조건 고집하던 히틀러 때문에 상관 잘못 만난 죄로 독일군의 피해는 더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원 부대랑 무기나 많이 주고 그럴 것이지ㅡㅡ;;;

 

나폴레옹을 러시아에서 몰아내는 데 큰 공을 세운 바그라티온의 이름을 딴 바그라티온 작전이 본격적으로 개시되기 전에 26만 명의 군인과 600대의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7,500대의 대포와 천 대의 비행기를 동원한 소련군은 6월9일에는 핀란드 전선에서 대규모 공세를 벌여 탈리-이한탈라 전투에서 2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오는 큰 피해를 입긴 했지만 핀란드의 무조건 휴전 요청을 받아내고 중앙군 집단 후방에서 활동하던 빨치산들에게 ‘철도전쟁’ 과 ‘콘서트 작전’ 을 명령합니다. 원래는 소련군의 공격이 예정되어 있던 6월 19일을 전후하여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공격 개시일이 4일 늦어진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생각만큼 효과를 보지 못한데다 독일군 보안 부대가 소련군의 무선을 감청하고 철도 점검을 해서 3,500 개나 되는 폭발물을 찾아냈지만 나머지 14,000 개의 폭발물이 터지는 바람에 독일의 철도 운행이 하루 동안 중단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각종 통신 시설을 파괴하여 제 3 기갑군의 전선에 53km의 헛점을 만들기도 했고 소련군의 공격이 본격화 되었을 때 패잔병 처리와 각종 정보 수집 및 제공에 있어 진가를 발휘합니다.

 

첫번째 사진은 모스크바 거리를 행진하는 독일군 포로들입니다. 소련의 승리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독일군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를 선전하는 도구 역할을 한 후 시베리아 포로

수용소로 이송되어 많은 이들이 강제 노역과 영양 실조로 인해 사망합니다.

 

두번째 사진은 소련 동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독일군 포로들입니다. 저렇게 끌려가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