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의 신군도(新軍刀)

tilover | 2009-06-27 14:41:42

조회 15169 | 추천 0 | 다운로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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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지 유신을 시작으로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을 배우자'며 각종 서구적인 법과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정작 1930년대에 들어와서는 민주주의나 법치주의를 비롯한 서구적인 가치들을 모조리 부정하고 천황과 국가의 권위를 신성시하는 군국주의 국가로 변하면서 도리어 일본 고유의 것, 아시아적인 것을 추구하고 그 일환으로 '대동아공영권'을 제창합니다. 즉, 백인들의 식민 지배로부터 벗어나 일본의 지도 하에 아시아인민들이 공존하며 살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게 태평양 전쟁의 거창한 명분이었죠.

 새롭게 일본제국의 권력을 잡은 조슈나 사쓰마 무사 출신의 대본영의 장교들은 기존의 구군도(舊軍刀)가 맘에 안들었을 겁니다. 유럽식 사벨을 그대로 복제해서 만든 모조품이었고, 무엇보다도 '일본의 혼'을 드러내는 칼이 아니었으니까요. 결국 1934년에 기존의 구군도 대신 가마쿠라 막부 시절의 일본도를 연상시키는 칼을 '신군도'라는 이름으로 채택합니다. 신군도는 당시 일본군의 군기와 무인정신의 상징인 동시에, 국수주의와 일본제국주의의 광기를 연상시키게 합니다.

 신군도는 장교용의 94식 군도와 하사관용의 95식 군도, 그리고 1938년에 94식 군도를 단순화한 98식 군도가 있습니다. 95식이나 98식은 94식에 비해 대량생산이 쉽고 장식이 단순합니다. 1945년 패전까지 일본이 겪은 자원부족 때문에 전쟁 후기로 갈수록 칼들은 더 열악한 재질로 만들어지거나 기존의 철 칼집 대신 나무 칼집으로 대체되는 등 그 품질이 갈수록 조잡해지게 됩니다. 참고로 일부 장교들은 대량생산본 대신 집안 대대로 전해지던 칼날이나 검을 가지고 참전하는 경우가 있었다죠.

 군도를 앞세운 일본군의 보병돌격은 개전 초기에 일본군의 기습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영연방군이나 미군에게 큰 피해를 주지만, 이후 우세한 화력과 공군력의 지원 그리고 해병대의 정글전 전술에 밀려 아군에게 회복 불가능한 희생만을 강요하게 됩니다. 물론 긴 칼을 휘두르는 장교가 이끄는 돌격이 어느 정도 심리적인 효과는 있었겠지만, 오로지 정면 돌격밖에 모르고 유연한 보병전술을 구사할 줄 몰랐던 일본군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죠.

 참고로 48년 여순사건이나 한국전 초기에도 구일본군의 영향을 받은 일부 국군 장교들이 지휘도를 휘두르면서 돌격하는 사례가 있었죠. 김포공항 전투에서 소대장이 군도를 휘두르면서 관제탑의 북한군 기관총을 향해 돌격하던 에피소드는 유명할 겁니다. 물론 이런 용맹하지만 무모한 전술은 곧 사라지고 선진적인 미군의 보병전술을 전수받게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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