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맞이하는 주말을 가능하면 의미없이 보내지 않으려고 대부분 인터뷰 한 내용들을

정리하는 일을 했는데 오늘은 아는 분들께서 모스크바 시내 구경하러 간다고 하셔서 모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따라 나섰는데 아무래도 유람선 타고 시내 구경한 후 전쟁 기념 박물관 가신다는

일정을 듣고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제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 확실합니다.


첫번째 사진을 보시면 앞에 보이는 광장을 따라 한참을 걸어간 후 대독 승전 기념 박물관이

나오는데 멀리서 찍을 때는 모르고 있다가, 실제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저 기념탑이 아주 높은 걸

알았습니다.


두번째 사진은 기념비 앞에 있는 조각상인데 아마 러시아가 독일을 물리친 걸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에는 잘 안 보이실테지만, 기념비 안에는 총을 든 군인들과 독일에게 점령 당했거나 치열하게

전쟁을 벌였던 도시들의 이름이 들어 있는 걸 보고 저 조각상이 가지는 의미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번째 사진은 박물관 앞에 전시된 두 대의 대포 중 하나인데, 설명이 없어서 어느 정도 크기의 대포인지

설명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혹시 이 대포에 대해 알고 계신 분께서 설명을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크기를 보아서는 전차를 공격할 때 쓰는 대전차 포가 아니라 적에게 대규모의 포격을 가할 때 쓰는 대포

같은데, 제가 무기에 대한 지식이 워낙 부족해서 설명을 못 드리네요ㅡㅡ;;;


네번째 사진은 세바스토폴 공격을 묘사한 기록화입니다. 이 박물관은 큰 방마다 모스크바 근교의 전투,

스탈린 그라드 전투, 쿠르스크 전차전 같이 독소 양국의 군대가 대규모로 싸웠던 전투를 그린 그림과

장비들을 갖다 놓아서 당시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쟁반 모양의 탄창을 총 위에 얹은 모습이 인상적인 데그차레프 경기관총입니다.

1926년에 처음 등장한 경기관총으로 빼어난 성능을 가진 기관총은 아니었지만 구조가 간단하고 조립이

쉬운데다 총열을 한 번 교환하면 상당히 오랫동안 쓸 수가 있어서 소련의 붉은 군대에서 대량으로 사용

했다고 합니다. 다만 47~49발이 들어가는 쟁반 탄창(정확한 표현일까요?) 의 무게가 2KG 으로 상당히

무거웠고 권총 손잡이가 없던데다 내열성이 떨어져서 완충 스프링이 늘어지는 문제가 있던 점이 옥의 티

였다고 합니다. 그래도 구조가 간단하고 사용하기가 쉬워서 군인들이 훈련받을 때랑 사용할 때 아주 좋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요일인 오늘, 전쟁 기념 박물관에 7천원이 넘는 돈(입장료 3,200원, 사진 촬영비 4,500 원) 을 내고 들어가서

사진들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좋아했는데, 대량학살 당한 유태인 사진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비밀에 무기 사진 올리는 생각만 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무기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고 전쟁이 얼마나

큰 비극을 가져오는지 그런 생각은 전혀 없이 사진을 찍은 제가 얼마나 철부지인가 하는 생각에...

그래도 잘 못 찍은 사진이지만 정성스럽게 찍어온 사진이니 사진을 보실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무거운 생각은 제가 이미 다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