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제정 러시아와 소비에트의 실험용 탱크에 대해 글을 쓰는 김에 또 하나 올립니다.


그 전에 과연 최초의 탱크는 어느 나라의 것일까요?
이 물음에 오늘날 확립된 대답이 있지요.... 바로 영국의 Mark I 탱크(참호전의 수렁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는) 라는 것이 그 대답인데요....
그러나 러시아(과거에는 소비에트)에서는 다른 대답이 나온다고 합니다.
바로 1914년에 개발된 제정 러시아의 Vezdekhod tank((Вездеход)라는 것이지요.
(참고로, 이는 마치 최초의 비행기 발명가가 누구냐 라는 물음과 비슷합니다. 보통은 미국의 라이트 형제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브라질을 위시한 중남미에서는 브라질의 산토스 두몽(Alberto Santos-Dumont; 1872 ~ 1932) 이라고 하고요, 반면 루마니아에서는 '무슨 망발이냐? 라이트 형제나 산토스 두몽의 비행기는 이륙시 내리막 경사진 곳에서 사람들이 이끌어서 인력의 힘으로 이륙을 하는 것인데 이게 무슨 비행기냐, 진정한 비행기는 이륙부터 스스로의 엔진의 힘으로 해야 되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최초의 비행기는 바로 루마니아의 트라이안 뷔이아(Traian Vuia)의 1906년도의 비행기가 그 최초이다.' 라고 대답을 한다지요.)



어찌되었던 이 베데즈호드 탱크(Vezdekhod)의 경우 1914년 당시 제정 러시아의 항공기 엔지니어인 24살의 젊은 알렉산더 포로호프쉬치코프(Alexander Porokhovshchikov; 1890 ~ 1943?)에 의하여 개발된 탱크입니다.
그는 1914년 진흙탕길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크로스-컨트리용 탱크에 대한 개략도를 러시아 정부에 제출하게 되는데, 구체적인 설계도는 1915년 1월에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설계도는 제정 러시아 군부의 관심을 받게 되어, 제조 승인을 얻게 되었고 이에 따라서 러시아 정부는 포클레프스키-코젤로 대령(Colonel Poklevskij-Kozello) 이라는 장교를 파견하여 이 베데즈호드 탱크의 제작을 지원, 감독하게 됩니다.


이 베데즈호드 탱크의 특징은 폭이 넓은 무한궤도(트랙)를 동체 중앙에 하나 설치하고, 이 무한궤도의 양 옆에 밖으로 돌출한 바퀴를 장착한 것이 그 특징이었읍니다.
베데즈호드 탱크에 쓰인 무한궤도(트랙)의 경우, 오늘날의 기준으로 엄격하게 볼 때 무한궤도 라고 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 무한궤도에는 네개의 드럼통 형태의 무한궤도용 고무바퀴가 아래에 있었고 다시 이들 위에 드럼통 형태의 무한궤도용 고무바퀴가 다시 달려 있는 형태이었읍니다.(아래 세번째 그림 참조)
이 위에 달려 있는 다섯번째의 드럼통(무한궤도용 바퀴)의 경우 위 아래로 수축이 가능하게 되어 충격을 흡수토록 되었읍니다.
그리고 무한궤도 바깥으로 돌출된 바퀴(좌우에 각 1개씩)는 역시 위 아래로 이동이 가능하여 균형을 잡거나 혹은 굳은 땅위에서 전진할 때에 주로 사용되었읍니다.


이 베데즈호드 탱크의 경우 딱딱한 땅 위를 달릴 때에는 무한궤도(트랙) 옆으로 돌출된 바퀴를 통하여 전진하도록 되어 있었고 반면, 진흙탕 같은 부드러운 곳(크로스-컨트리)에서는 이 바퀴가 위로 올라가고 대신 무한궤도(트랙)으로 전진토록 설계되었읍니다.
그리고 방향 조정은 자동차에 쓰이는 핸들(스티어링 휠)로 조정하도록 하였읍니다.
엔진은 10마력의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였으며 동력전달의 경우, 원래 알렉산더 포포호쉬치코프가 구상한 것은 동력 전달은 무한궤도(트랙) 뒤쪽에 달려 있는 드럼(고무바퀴)을 통하여 이루어지도록 설계를 하였읍니다.


어찌되었던 최초의 포로토타입이 1915년에 개발되는데 이어서 1915년 5월에는 최초의 주행 테스트가 이루어집니다. 현재 주행 테스트 등에 대한 많은 자료가 유실된 상태이어서 정확한 실상을 알기는 힘들지만 진흙탕 같은 크로스-컨트리 에서 약 시속 26.5마일까지 속도를 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주행 테스트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그러니까 진흙탕 같은 크로스-컨트리에서는 도대체가 방향 조절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읍니다.
이에 따라 개발자인 알렉산더 포로쉬치코프는 이를 개선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 부분이 좀처럼 개선이 되지를 않아 결국 제정 러시아 당국에 의하여 그 개발계획이 포기되게 됩니다.(물론 이에 대해서는 다른 목소리도 있는데, 의외로 주행 테스트는 성공적이었다는 것이지요. 시속 16 마력 이상의 속도도 나오고 또 너비 3m, 깊이 3/4m의 도랑도 통과할 수 있었다는 등...)


그 전체적인 외관을 보면, 이 탱크의 동체는 강철판으로 용접을 하여 만들었는데 그 모양이 영국의 최초의 전차(라고 알려진) Mark I과는 다르게 상당히 둥글둥글하게 만들어진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이후 1차대전이 본격화되고 이어서 영국에서 최초의 전차라는 Mark I이 등장하게 되자 러시아 언론에서는 이를 최초의 전차라고 보도를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이 베데즈호드의 개발자인 알렉산더 포로쉬치코프는 이에 대하여 굉장히 화를 내고 자신이 최초의 탱크 개발자라고 크게 항의를 하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던 이 베데즈호드 탱크는 시제품으로 끝나게 되었고 이후 이어지는 러시아 혁명의 와중에 그 자료 등이 상당부분 소실되어 오늘날에 그 자세한 내막을 알기 어렵게 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개발자인 알렉산더 포로쉬치코프의 경우 러시아 혁명 후에도 볼쉐베키 정부와 계약을 맺고 계속 탱크 개발 및 테스트 파일롯의 역할을 하였던 것 같은데(참고로 볼쉐비키 정부의 경우 기술개발을 위하여 정책적으로 고급 기술자를 특히 우대하였음.), 불행하게도 그 이후의 성과는 대단히 미미(거의 全無)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소비에트 정부가 지불하는 개발비 중 상당 부분을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소비에트 정부의 분노을 일으켜(즉, 뭐 하나 만드는 것 없이 돈만 밝힌다는 의미) 결국 1941년 혹은 1943년에 비밀경찰 조직인 NKVD에 의하여 살해당합니다.


참고
위키피디어
http://www.nemo.nu/ibisportal/5pansar/index.htm (베데즈호드에 대한 간략한 설명)
http://www.landships.freeservers.com/vezdekhod_aleksandr.htm (베데즈호드에 대한 여러 사진과 글)
http://www.irvania.com/downloads/TBOTRus1.pdf (여러 제정 러시아, 소비에트의 탱크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등)
http://forum.axishistory.com/viewtopic.php?t=117007&start=15&sid=f9b25b26d86972e57aae66b622855e5b (베데즈호드에 대한 그림과 설명)

*****************************************
세번째 그림의 숫자들 관련, 참조 요
Picture from magazine "Tankist" No 5, 1952
Legend: 1 √ Skeleton; 2 √ Carried drum; 3 √ Drum with tension gear; 4 √ Pressure Drum; 5 √ Fabric caterpillar; 6 √ Side wheel; 7 √ Steering wheel; 8 √ Seat; 9 √ Engine; 10 √ Transmission shaft; 11 √ Body; 12 √ Turret (You can see, that the turret was indicated with dotted lines on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