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때 생각.

관산포 | 2008-07-21 15: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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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서문을 들어가자마자 말금하게 교복(전투복)을 차려입은 교관(DI)은 까까머리 젊은녀석들을 독려해 보기좋게 대열을 만들더군요.......물론, 대문 밖에서 지켜보는 부모형제들에게는 절대로 들리지 않았겟지만 함께 있는 우리는 난생 처음듣는 육두문자에 적잖히 당황했던 것같습니다.

"줄마춰, 씨팔느마!!!!"
"쥐기까????"

서문에서부터 훈단까지는 길어야 수백미터거나, 아니면 1000미터가 조금 더 될것 같은데, 아침 10시에 들어가서 도착하는데까지 무려 4시간이 걸렸습니다, 가다보면 그렇게 시간이 걸립니다, 가는 도중에 여러가지 할 일들이 많더군요.....인솔하는 교관은 우리들에게 대략 두가지를 요구했던 것같은데, 큰 목소리와 빠른 행동이엇던 것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재빨이 움직여도 그들은 항상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엿습니다.

"이런 개 쒸팔쉐키들반나!!!!,눙깔에 빨대를 바가서 먹물을 쪽, 빠라버리까!!!!!!"

"헤~~이, 씨발늠덜 바라!!!!, 배때기가 불렀지?????"

차려자세로 세워놓고 양손으로 양쪽 얼굴을 그냥 내리 쳐버리면 선채 뒤로 나가떨어집니다.

"이, 씨발늠덜, 오늘 그냥 개한마리 잡자!!!!"


그때는 이런 것도 그냥 훈련의 일부이거니 하고 생각했던 것같습니다, 그렇게 생각 않하면 또 달리 생각할 것도 없었지만요.(인권이니, 권리니 하는 것은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솔직히 입대전까지 "인권"이란 말을 어디서 듣기야 듣기는 했겠지만 그것이 중요하다거나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시국에서 고뇌하던 다른이들보다는 철이 덜 들었거나, 생각이 모자른 젊음을 살고있던 셈이었지요)


컴컴해진 연병장에 모인 우리들에게 종이를 나누어준 교관이 말했습니다.

"노희들 중에 친척이나 부모 등 아는 사람이 직업군인으로 높은 사람이 있으면 써 내"

우리는 서로 수근대며 과연 어디까지가 간부인지, 높다면 얼마나 높아야 하는지를 서로 눈짖으로 물었지만 명확하게 알고있는 신병은 없었던 것같습니다.(아무로 대구빡을 굴려도 우리가문에 군인이 돼서 높아진 누군가가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않나더군요)
잠시 후 다들 써낸 종이를 뒤에서부터 걷은 교관이 한장한장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채 몇장을 넘기기도 전에 한넘을 호명하더니 앞으로 튀어나오라고 했습니다.

"야~~이, 개색꺄!!!!, 해군중사가 간부야??!!, 눈가머 씨발느마!!!!"

그러더니 양 손으로 그넘의 얼굴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까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가 했던 말....

"중사 이상은 해병대만 써, 씨발늠덜아!!!!!, 타군은 상사부터 쓰고 개쉐끼덜아!!!!!"

죄없이 얻어터진 그넘은 훈련소에서의 첫날밤을 내 옆에서 함께 보냈습니다, 저 역시 적지않게 얻어터진 녹녹해진 몸으로 눕자마자 잠이 들었지만, 그 첫날밤의 중간쯤 강제로 깨워진 후 이른바 빤쓰바람으로 아침을 맞았고, 이후 이런 동트는 모습에 익숙해졌음은 물론입니다.

4주후, 위로휴가를 다녀와 주특기교육에도 동기였던 그넘은, 4주 내내 우리를 갈궜던 그 교관을 가르키며 제게 말했습니다.

"저쉐끼, 조대따......우리 외삼촌이 해군중산디, 보안대 댕기거든......."


그후, 그 교관이 어찌됐는지는 모릅니다, 소문도 들은바가 없습니다.

훈단을 수료하고 실무에 올라가 막내로 뺑이를 치고있던 초겨울의 어느날, 인접 중대의 소대와 함께 M60사격을 나갔는데, 그 소대의 선임하사가 그날의 60사격을 통제한다고 나와있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이라 힐끔거리며 보게되었는데, 바로 그 교관이었습니다.
나름 졸라리 반가웠지만, 선임들이 지켜보고 있던터라 이병의 몸으로 아는체는 물론 인사도 못하고 그냥 생깐채 사격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당시 해병대 중사는 매우 높은 간부였습니다, 하사만 13년을 달고있는 분대장도 보았습니다.(군대생활 13년이면, 유사시 HMC총열을 입에 물고 독침을 쏠 수도 있답니다, 그냥 2년만 해도 야삽으로 시계를 고친다더군요, 저는 병장이 됐을때도 그런 기술이 좀처럼 생기질 않더군요....)


하드를 정리하다가 보니, 훈련병의 모습이 촬영된 사진이 있네요.....제 어렸을적 그때가 생각나서 함께 보려고 올리다가 횡설수설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제 2년후면 아들이 군에 입대할 나이가(소년병 이지만) 되는데, 군대사진을 보면 내 마음은 아직도 그시절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마 해병대를 댕긴 사람들은 대부분 그럴 것같습니다.

더운 여름날, 포항의 훈련장에서, 김포의 전선에서, 백령도 오지 등에서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화이팅!!!!!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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