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쟁
3-1. 개요
이 전쟁은 전쟁 치고 특이한 점이 많습니다.

첫째, 우선 1874년의 볼리비아-칠레간 협정을 스스로 깸으로써 전쟁의 구실을 만든 볼리비아-페루 연합군의 경우 전쟁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점이 너무나 의아한데요.
우선 당시 볼리비아는 안토파가스타 지역 등 태평양 연안의 항구 도시들을 확보하여 태평양에 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군력이 사실상 全無한 상태이었으며, 동맹국인 페루 역시 극심한 경기침체(지속적인 재정위기)로 군대의 훈련상황이 극히 저조하였고 특히 해군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전투함들이 너무 낡고 구식이었으며 실질적인 전력은 철갑선인 와스카르 호(ironclads Huascar)와 인데펜덴시아 호(Independencia)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었읍니다.
반면 칠레의 경우, 군대의 훈련이 상당히 잘 되어 있었고 해군의 경우도 여러 척의 현대적인 군합을 보유한 상태로 이와 대조적이었읍니다.

둘째, 각국이 전쟁을 선포하기 전에 일부 충돌(예: Battle of Topater)이 있기는 하였지만, 일단 전쟁이 선포된 후에는 해전(페루 vs 칠레)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는데 이 해전이 칠레 측의 승리로 귀결되기 까지 수개월간 육지에서는 전혀 군사충돌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주 전장터가 아타카마 사막지대인데 이 지역에 접근할 수 없는 도로나 철도가 전혀 없었고(더 정확하게는 페루 남부지방으로부터 항구도시인 아리카 까지만 철로가 부설되었을 뿐, 그 밖의 지역은 육로가 거의 없는 상황.) 더군다나 이 아타카마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인데다가 주위가 4,000 ~ 5,000미터급 산들이 겹겹이 둘러싼 관계로 관계로 이 지역에 수만명의 군인들이 완전군장을 한 채 육로로 접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에 있었읍니다.
즉, 이 사막지대에 병력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군함(수송선)을 이용한 바닷길이 유일한 방법이었던 관계로 이 아타카마 지역의 여러 항구들을 군함을 이용하여 먼저 확보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였기 때문이지요.

셋째, 전쟁의 양상은 정작 전쟁의 원인 제공자인 볼리비아 보다는 칠레 對 페루의 양자간의 대결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급기야는 칠레군이 페루의 수도 리마를 함락하고 全페루를 점령하는 방향으로 전쟁의 방향이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3-2. 전쟁선포
3-2-1. 전쟁선포 전의 소규모 무력충돌 - 토파테르 전투(Battle of Topater)
이미 2월14일 안토파가스타 항구를 무혈점령을 하였던 칠레군이 1879년 3월23일 당시 볼리비아 영토이었던 칼라마市(Calama)를 점령하기 위해 진격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칠레군은 약 약 550여명이었고 이에는 기병대와 2문의 크루프 대포도 포함되었읍니다. 반면 방어를 하는 볼리비아의 경우 당시 지역의 정치가인 리디슬라우 카브레라(Dr. Ladislao Cabrera)의 지휘 하에 수비 병력이 130여명에 불과하였는데, 구체적인 전투는 칼라마 시의 외곽을 흐르고 있는 토파테르 강에서 펼쳐졌읍니다.
결국 이 전투에서 볼리비아 측은 결사적으로 항전하였으나 병력 수에서 이미 중과부적인 상태이고 비축 탄환도 거의 바닥을 보이는지라 오래 버티지 못하고 일부 소수 병력을 남기고 퇴각하게 됩니다.
이 때 에두아르드 아바로아 대령(Colonel Eduardo Abaroa)의 지휘 하에 철수하지 않고 볼리비아의 요새에서 끝까지 싸운 소수의 수비대는 거의 전원 전사하였는데 훗날 이 전투에서 전사한 이 에두아르드 아바로아 대령은 볼리비아의 전쟁영웅으로 추앙되기고 합니다. 이 전투에서 칠레군은 7명이 전사한 반면 볼리비아 수비대는 약 20명 이상이 전사하게 됩니다.

이 전투 후에 육지에서의 전투는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페루와 칠레 간의 치열한 해전이 종결되기까지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3-2-2. 전쟁 선포
볼리비아의 경우 칠레군에 의하여 자국의 항구인 안토파가스타가 무혈 점령당한 후 1879년 3월1일에 에 칠레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게 됩니다.
반면, 칠레의 경우 볼리비아-페루의 연합군에 대해 1879년 4월 5일 전쟁을 공식 선포하는데, 칠레의 선전포고가 상당히 늦게 이루어진 것은 볼리비아의 선전포고 와중에도 페루 측의 필사적인 중재노력이 있었고 이에 따라 칠레 정부에서 이 중재의 결론을 기다려 보게 된 결과입니다. 물론 중재는 실패로 끝나고 이에 따라 칠레 역시 볼비비아-페루 측에 선전포고를 하게 됩니다.
한편, 페루의 경우 전쟁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끝까지 칠레와의 전쟁에 휩싸이지 않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하였지만 결국 볼리비아와의 비밀 동맹에 따라 전쟁에 개입하게 된 것이었던 바, 특별히 칠레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지는 않습니다.



3-3. 페루와 칠레간의 해전
3-3-1. 칠레 해군의 이키케 항구 봉쇄작전과 페루의 반격
칠레의 경우 전쟁 선포 후 해군 소장인 후안 윌리암스(Juan Williams) 제독의 지휘 하에 페루와 볼리비아의 해안가에 군함을 출동시켜 항구 봉쇄작전을 전개니다. 즉 볼리비아와 페루의 여러 항구를 봉쇄하여 이들 항구로부터 초석과 구아노 등의 수출을 차단하고 동시에 외국으로부터의 무기 수입을 저지함으로써 볼리비아-페루 연함군의 전쟁의지를 꺽으려고 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칠레의 철갑 프리깃트 함인 알미란테 코크라네 호(Almirante Cochrane)와 블랑코 엔칼라다 호(Blanco Encalada)가 볼리비아와 페루의 여러 항구에 포격을 가하고 봉쇄작전에 돌입하는데, 이에 따라 페루의 이키케 항구(Iquique)가 봉쇄되고 기타 여러 작은 항구들이 포격을 당합니다.
이에 페루 해군이 반격에 나서는데, 특히 페루 해군 역사상 최대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미구엘 그라우 제독(Admiral Miguel Grau)의 지휘 하에 페루 해군은 기함인 와스카르 호(Huascar)를 필두로 역으로 칠레 북부의 여러 항구에 포격을 가하고 역봉쇄를 함으로써 이키케 항구의 봉쇄를 풀도록 노력을 합니다.
이러한 페루 해군의 작전은 상당히 효율적이어서 칠레군의 경우 이키케 항구의 봉쇄를 풀고 퇴각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이키케 항구를 통해 볼리비아-페루 연합군은 원할한 물자수송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무기 공급도 차질없이 진행되게 됩니다.



3-3-2. 치파나 해전(Battle of Chipana)
1879년 4월12일에 페루와 칠레 간에 벌어진 소규모 해전인데 이 전투가 태평양 전쟁 최초의 함대함 전투가 됩니다.
이 전투는 볼리비아의 해안가인 와니요스(Huanillos) 인근에서 벌어지는데 당시 이 지역을 순찰중이던 페루의 코베트함인 우니온 호(Union)와 무장경비함인 필코마요 호(gunboat Pilcomayo)가 페루 이키케 항구를 공격하러 항해중는 칠레 해군의 코벳트함 마젤란 호(Magallanes)를 발견하고 이를 추격하면서 전투가 시작됩니다.
약 2시간의 포격 전이 있었는데 이 때 페루 해군의 우니온 호가 엔진고장을 일으켜 더 이상의 추격을 포기하고 이에 따라 칠레 해군의 마젤란 호는 약간의 손상을 입은 채 포위망을 뚫고 달아나게 됩니다.



3-3-3. 이키케 해전(Battle of Iquique)과 푼타 그루에사 해전(Battle of Punta Gruesa)
1879년 5월21일 페루의 철갑 프리기트함인 와스카르 호(Huascar)와 인데펜덴시아 호(Independencia)는 격렬한 함대함 전투를 통해 칠레 해군의 목조 군합인 에스메랄다 호(Esmeralda)와 코바동가 호(Covadonga)가 행하였던 이키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풀게 됩니다. 이 때 페루 해군의 기함인 와스카르 호는 칠레 해군의 구형 전투함인 에스메랄다 호를 침몰시켰는데 반면, 칠레의 구형 군함인 코바동가 호는 보다 대형의 페루 해군의 최대 전투함인 인데펜덴시아 호를 푼타 그루에사(Punta Gruesa) 근처에서 좌초시키게 하는 전과를 올리기도 합니다.
하여튼 이 전투에서 칠레는 구형 목조 코벳트 함 한 척을 상실하였고 반면 페루로서는 대형 신형 전투함인 인데펜덴시아 호를 상실하는 피해를 봅니다.

보통 이 전투를 둘로 나누어 페루 해군의 와스카르 호와 칠레의 에스메랄다 호간의 전투를 '이키케 해전(Battle of Iquique)'이라고 부르고 반면, 인데펜덴시아 호와 코바동가 호 간의 전투를 '푼타 그루에사 해전(Battle of Punta Gruesa)'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당시 칠레의 신형 전함들은 페루의 또 다른 항구인 카야오(Callao)의 봉쇄작전에 나선 상태이었으므로 이 이키케 항에는 칠레의 구형 전투함인 목조 선박인 에스메랄다 호와 코바동가 호만 출동한 상태이었읍니다.
한편 이에 맞서는 페루의 전투함은 신형 철갑 전투함인 와스카르 호와 인데펜덴시아 호이었읍니다.

이키케 해전(Battle of Iquique)
이키케 해전(Battle of Iquique)은 1879년 5월 21일 아침, 칠레 해군의 코바동가 호가 두 척의 페루 전투함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이어서 함대함 사격이 시작되는데 칠레 해군의 대포에서 발사된 몇발이 와스카르 호의 선체에 명중되기도 하지만 이 대포들의 위력도 약하였고 또 와스카르 호가 철갑으로 무장되어 있는 관계로 와스카르 호는 큰 피해들 입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와스카르 호 역시 어찌된 일인지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여 제대로 반격을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던, 이 와중에 칠레 해군의 구식 전투함인 에스메랄다 호는 한쪽 엔진이 정지하는 사고를 당하는데 이로 인하여 거의 속도를 내지 못하게 되어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이 절대절명의 순간에 에스메랄다 호의 선장인 아르투로 프라트 대령(Arturo Prat)은 에스메랄다호를 와스카르 호와 페루의 이키케 항구의 정 가운데에다가 위치시킵니다.
즉, 어차피 기동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정면 대결은 불가능하고 그렇다면 한번 이 에스메랄다 호를 맞추어보라는 배짱인데, 와스카르 호는 이 에스메랄다 호를 제대로 공격하지를 못합니다. 왜냐하면, 당연한 것이 만약 한번에 에스메랄다 호를 맞출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페루의 기함인 와스카르 호의 대포가 빗나갈 경우에는 페루의 이키케 항으로 포탄이 작렬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축구로 비유하자면) 일종의 자살골을 집어넣는 형국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칠레의 아르투르 프라트 함장은은 이런 부분을 계산한 것이지요.
이런 가운데 페루군의 해안 포대에서 칠레의 에스메랄다 호를 향하여 대포 사격이 있게 되고 이로 인하여 에스메랄다 호의 선원 중 상당수가 죽거나 다치게 됩니다. 이에 아르투로 프라트 대령은 이 이케케 항구를 빠져나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게 됩니다.

한편 그러는 동안 페루의 와스카르 호의 미구엘 그라우 제독은 칠레 해군에 의해 바닷가에 기뢰가 설치되었다는 잘못된 보고를 받게 되고 이로 인하여 상당 시간 동안 에스메랄다 호 족으로 접근을 하지를 못합니다.
그러나 이후에 바닷가에 기뢰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와스카르호는 전속력으로 에스메랄다 호를 향하여 전진하게 되는데, 이는 와스카르 호의 철갑 무장을 이용하여 목조 함선에 불과한 에스메랄다 호와 충돌하여 에스메랄다호를 가리앉힐 계획이었읍니다. 와스카르 호가 에스메랄다 호에 가까이 근접하였을 때, 미구엘 그라우 제독은 불필요한 인명손실을 최대한 막기 위해 에스메랄다 호의 아르투로 프라트 선장에게 항복을 권유하는데 이에 대해서 아르투로 프라트 대령은 단호하게 항복을 거부한 채, 죽기 살기로 싸우겠노라 선언합니다.
이에 와스카르 호의 충돌작전(ramming)이 시작되는데 결국 2 ~ 3차례의 충돌로 말미암아 에스메랄다 호는 가라앉게 됩니다. 이 때 아르투로 프라트 대령은 갑판 선두에 서서 배가 가라앉을 때 까지 전 선원들을 지휘하였는데 파편이 그의 몸을 뚫고 지나갈 때에도 이를 끝까지 참고 마지막까지 위엄을 잃지 않고 지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읍니다.
결국 이르투로 프라트 선장은 거의 죽음 직전의 혼수상태에서 페루 해군에 의해 구조되어 미구엘 그라우 제독의 선실로 옮겨지는데 이 때 미구엘 그라우 제독은 프라트 대령에게 죽기 전에 아내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게 되는데 이에 프라트 대령은 (아마 계속 혼수상태이엇던 듯 한데) 계속 " 우리 에스메랄다 호는 어떻게 되었나" 하는 말만 반복하였고 이후에 사망합니다.

결국 와스카르 호의 충돌작전으로 에스메랄다는 침몰하게 됩니다. 결국, 페루의 철갑선인 와스카르 호가 소위 충돌전법(ramming)으로 목조 전함인 에스메랄다 호를 들이 받게 되었고, 그 상황 하에서도 아르트로 프라트 대령은 부하들 앞에서서 의연하게 지휘를 하다가 전사하게 된 것이지요.
이후 와스카르 호는 침몰한 칠레의 에스메랄다 호의 승무원들을 위한 구조작업에 나서게 됩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후 이 태평양 전쟁에서 칠레군의 잇따른 승리는 바로 이 아르투로 프라트 대령의 숭고한 죽음을 가슴 속 깊이 새긴 칠레 군인들의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굳은 결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런 연유로 오늘날 칠레에서는 이 아르트로 프라트 대령을 태평양 전쟁의 순국 선열로 대대적으로 추모하고 있으며 오늘날 칠레의 도시 곳곳에서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으며 칠레 해군의 전투함 중 4척 정도가 그의 이름을 따서 차레대로 명명되기도 하였으며 칠레 남극기지의 이름도 아르투로 프라트 기지(Arturo Prat Station)입니다.

푼타 그루에사 해전(Battle of Punta Gruesa)
한편, 푼타 그루에사 해전(Battle of Punta Gruesa)은 상황이 다릅니다.
칠레 해군의 구형함인 코바동가 호는 또다른 페루의 신형 철갑군함인 인데펜덴시아 호를 상대로 매우 힘든 전투를 치루고 있었읍니다.
코바동가 호의 선장인 카를로스 콘델 대령(Carlos Condell)은 자신들의 구식 전함으로는 도저히 페루의 신형 전투함인 인데펜덴시아 호를 상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작전을 바꾸게 되는데, 즉 상대방 인데펜덴시아 호는 무장과 화력이 잘 구비되어 있지만 반대로 순간적인 기동성이 떨어지고 철갑무장 등으로 지나치게 무겁다는 점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다시 말하면 (상당히 위험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보다 가볍고 순간 기동성이 좋은 자신의 코바동가 호를 이용하여 해안가 수심 낮은 곳으로 인데펜덴시아 호를 최대한 유인하여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들의 배는 빠져나오고 대신 무거운 인데펜덴시아 호를 해안가에 좌초시킬 계획을 하게 됩니다.
이에 코바동가 호의 이러한 작전이 실시되는데 물론 그 와중에서도 양측간의 치열한 함대함 포격전이 계속 이어졌읍니다.
어찌 되었던 3시간이 넘는 추격과 도망 작전 끝에 코바동가 호는 인데펜덴시아 호를 해안가 가까운 수심이 낮은 푼타 그루에사 지역으로 유인하게 됩니다.

물론 인데펜덴시아 호로서도 이러한 코바동가 호의 작전을 어느 정도 알수는 있었는데 이 때 인데펜덴시아 호의 선장인 후안 기예르모 모레 제독(Adm. Juan Guillermo More)은 상당히 위험하기는 하지만 이 기회에 칠레 해군군함을 완전히 침몰시키고야 말겠다고 결심하여 충돌작전(ramming)을 실시하기로 하고 코바동가 호에 계속 접근합니다.
이 충돌작전도 거의 성공할 뻔 하였는데 2차레에 걸친 충돌이 이루어졌고 이제 마지막으로 한 두번만 더 충격을 가하면 적의 배를 침몰시킬 정도까지 이르르게 됩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코바동가 호에 최대한 접근하여 세번째 충돌을 가하려고 하는데 이 때 인데펜덴시아 호가 드디어 암초에 좌초되게 됩니다.
반면 코바동가 호는 재빨리 몸을 피하여 그 지점을 벗어났고요.

이제 상황이 거꾸로 되는데 코바동가 호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함포 사격을 하게 되는 반면, 인데펜덴시아 호은 좌초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운데에서 대응 사격을 해야 하는 아주 불리한 위치에 빠지게 됩니다.
이에 후안 기예르모 모레 제독은 배를 포기하기로 결심하고 폭약을 채워 배를 자침시키려고 하였는데 불행하게도 이 폭약 또한 배가 죄초될 때 같이 침수되어 이 자침계획도 불발이 됩니다.

다만 이 때 에스메랄다 호를 침몰시킨 와스카르 호가 위기에 처한 인데펜덴시아 호 쪽으로 구조를 위해 빠른 속도로 오게 되면서 코바동가 호의 공격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와스카르 호가 인디펜덴시아 호의 상태를 파악하고 구조작업을 하는 그 귀중한 시간 동안에 칠레의 코바동가 호는 무사히 이키케 항구를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 해전은 페루 측에서 신형 전투함 1척(인데펜덴시아 호)를 (좌초로)상실한 관계로 전술적으로는 페루 측의 승리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이 해전으로 말미암아 계속된 칠레 해군의 이키케 항구 봉쇄작전이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페루측의 전략적 승리라고 볼 수도 있읍니다.
그리고, 이 전투에서 미구엘 그라우 제독Admiral Miguel Grau)이 지휘하는 와스카르 호의 활약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읍니다. 특히 미구엘 그라우 제독은, 침몰하는 칠레 해군의 에스메랄다 호의 승무원들을 비록 적이지만 열과 성을 다하여여 구조하였고 특히 전사한 아르트로 프라트 대령의 부인에게는 심심한 조의의 뜻을 전하는 전보를 치는 등 '바다의 신사'로서의 행동을 십분 발휘하지요.



3-3-4. 와스카르 호의 활약
여하튼 이 해전 이후 6개월 이상 미구엘 그라우 제독이 지휘하는 와스카르 호는 여기저기 바다를 누비면서 칠레 해군의 공급 라인을 차단하는데 주력하였고 이러한 미구엘 그라우 제독의 작전은 상당히 효율적이러서 페루의 와스카르 호 한척의 활약으로 全칠레 해군의 발이 공꽁 묵이는 꼴이 되기도 합니다.
또 산발적인 칠레 해군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한 여러 페루, 볼리비아의 항구들을 구하기도 하고 또 나포되거나 손상을 입은 페루의 여러 전투함을 구하기도 하는 등 그 활약이 두드러졌읍니다.

이러한 미구엘 그라우 제독 휘하의 와스카르 호의 선전을 특히 'Correrias del Huascar(Huascar's Exploits);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칠레 해군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한 많은 항구들을 구하였으며(ports of Cobija, Tocopilla, Platillos and Mejillones, Huanillos, Punta de Lobo, Chanaral, Huasco, Caldera, Coquimbo & Tatal),
또 16척의 크고 작은 칠레 해군의 전투함을 침몰시켰으며, 몇몇 칠레 해군의 신형 전투함에 상당한 피해를 안기기도 합니다.(상당한 피해를 입은 칠레의 전투함: Blanco Encalada호, Abtao, Magallanes호, Matias Cousino호)
또한 몇몇 칠레의 무장 수송선들을 나포하기도 하였읍니다.(나포된 칠레의 해군함정: Emilia호, Adelaida Rojas호, E. Saucy Jack호, Adriana Lucia호, Rimac호, Coquimbo호)
그리고 위기에 처한 페루의 여러 전투함들을 구조하기도 하였고(도움을 받은 페루의 함정: Clorinda호, Caqueta호) 또한 이미 칠레군대가 무혈 점령한 안토파가스타 항구의 요새를 함포사격으로 대파시키기도 하고 안토파가스타와 발파라이소 간의 칠레 해군의 전선망을 끊어 버리기도 하고요.

결국 미구엘 그라우 제독의 놀랄만큼 효율적인 작전으로, 해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다음 본격적인 자상전을 펼치겠다는 칠레 측의 작전을 상당히 무력화시키게 되고 또 이로 인하여 페루와 볼리비아로서는 6개월 이상 칠레와의 지상전을 회피할 시간적 여유을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단, 이 귀중한 6개월 이상의 시간 동안 페루와 볼리비아 측으로서는 기대 이하의 전쟁준비를 함으로써 훗날 육지에서의 여러 전투에서 연다른 대패를 하게 되어 이 미구엘 그라우 제독의 헌신적인 노력이 빛을 잃게 되기도 합니다.)
특히 와스카르호의 전과를 보면 나포한 선박이 상당히 많은데, 이는 대부분 무장이 빈약한 수송선들로 이 때 미구엘 그라우 제독은 이들 수송선들이 적국 소속이지만 이들을 격침시켜 필요 이상의 인명을 희생시키는 것은 가급적 피하였기 때문에 이들 무장 수송선들에게 항복할 여유를 주어, 선박은 나포하고 승조원들은 무사히 구조하는 식의 노력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국, '바다에서의 신사도 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하여 이 미구엘 그라우 제독의 고귀한 인역에 대한 찬미가 페루 뿐만 아니라 적국인 칠레에서도 자자하였읍니다.

어찌되었던 이 미구엘 그라우 제독의 활약상이 페루인들에게 깉은 감명을 주었고 이로 인하여 페루 의회에서는 만장 일치로 그에게 당시 페루 해군의 최고 지위인 해군 소장(Rear Admiral) 계급을 수여하게 되는데 이에 대하여 미구엘 그라우 제독은 이를 정중하게 거절하지요. 왜냐하면 해군 최고 계급을 수여받을 경우 전투 일선(와스카르 호)에서 떠나야 할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그 대신 그는 페루 정부에 만약 승진을 고려하고 있다면 자신이 아닌 그의 全부하장병들에게 1계급씩 특진시켜 사기 진작을 하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읍니다.



3-3-5 앙가모스 해전(Naval Battle of Angamos)
따라서 이러한 맹활약으로 칠레 해군은 6개월 이상 발이 묶이게되는데, 칠레 해군으로서는 어떻게해서든지 이 와스카르호를 침몰시키거나 나포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마침내 1879년 10월8일에 안가모(Angamo) 지역에서 칠레 해군 전투함인 블랑코 엔칼라다 호(Blanco Encalada), 코바동가 호(Covadonga), 코크라네 호(Cochrane) 등과 페루 해군의 기함인 와스카르 호 간에 두 시간 이상의 치열한 함대함 전투가 벌어집니다.

이 전투의 목적은, 칠레 해군으로서는 어덯게 해서든지 페루의 미구엘 그라우 제독과 그의 기함인 와스카르 호를 침몰 또는 나포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하여 칠레 해군의 6척의 전투함이 동원되게 됩니다. 칠레 해군은 이를 위하여 여러 경우를 가정하여 매복작전을 계획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6척의 전투함을 둘로 나누어 하나는 볼리비아 해안 가까이에서 대기하여 유인하는 역할을 맡고 나머지 하나는 와스카르 호에 대한 집중적인 매복작전(ambush)을 펼도록 계획되었읍니다.

1879년 10월8일 푼카 데 앙가모스(Punta de Angamos) 지역에서 둘로 나뉜 칠레의 해군함정들 중 첫 부분에 속하는 코크라네 호(Cochrane)가 페루의 와스카르 호와 우니온 호를 발견함으로서 전투가 시작됩니다.
불행하게도 와스카르 호에서 발사된 대포가 코크라네 호를 명중시키지 못한 반면, 칠레 해군의 쿠크라네 호에서 발사된 대포(2번째 탄환)가 와스카르 호에 명중되면서 메구엘 구라우 제독이 전투 초반에 전사를 하고 맙니다. 이어 코크라네 호로부터 수발의 탄환이 발사되어 명중되었고 이로 인하여 와스카르 호는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 전투에서 페루의 와스카르 호는 76발 이상의 대포공격을 받았고 결국 해군 영웅 미구엘 그라우 제독은 전사하고 페루 해군의 기함인 와스카르 호가 칠레 해군에 나포됨으로서 페루 해군은 완전히 붕괴됩니다.
이 전투에서 와스카르 호를 나포하게된 칠레 해군은 이 와스카르 호를 자국 칠레 해군 전함에 편입시켜 볼리비아-패루 연합군을 공격하는 해상 기지로 활용하게 됩니다.


드디어 오랜 기간 끌어온 칠레 대 페루의 해전은 결국 칠레 측의 대승으로 막을 내리게 되고 이제부터 육지에서의 전투가 이어지게 됩니다.

이 전투에서 전사한 미구엘 그라우 제독은 오늘날 페루 최고의 전쟁 영웅으로 널리 추앙받으며 페루인들로부터 최고의 페루인(Peruvian of the Millennium)으로 기억되고 있읍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페루 해군의 기함인 순양함(9,700톤급의 De Zeven Provincien class)의 이름도 이 미구엘 그라우 제독의 이름을 따서 그라우 호(BAP Almirante Grau)로 명명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