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키(Petropavlovsk-Kamchatsky; Петропавловск-Камчатский)


러시아 극동지역 캄챠트카 지방의 주도입니다.(아시다시피 캄챠트카 지방은 험준한 화산들, Geyser라고 불리는 간헐천 및 온천,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으로 유명하고요 특히 연어와 검은 곰의 집단 서식지로도 유명합니다.)

이 도시의 설립은 덴마크의 탐험가인 비투스 베링(Vitus Bering)이 1740년 이 도시의 앞 바다인 아바챠 만(Avacha Bay)을 발견한 것(소위 비투스 베링의 2차 캄챠트카 탐험)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에 발견의 징표로 현재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키 항구가에 추축돌(foundation stone)을 놓게 됩니다.(정확하게는 1741년부터 러시아인이 상주하기 시작.)

이 도시는 러시아 극동 캄챠트카 반도의 동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인구 약 20여만명입니다.(이는 1989년의 인구 29만여명에 비하여 많이 줄어 든 상태임.)
위치는 53°1′0″N, 158°39′0″E 로서 상당히 북쪽에 위치하지만 기온은 비교적 온난한 편으로 1월 평균 -7도(섭씨), 7월 평균 20도로서 이러한 온난한 기후 덕에 러시아 극동지방의 부동항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읍니다.(특히 19세기 말에 러시아가 청나라로부터 지금의 연해주 지방을 할양받기 전 까지는 러시아 극동지방의 거의 유일한 부동항이자 해군 기지이었음.)

이 도시의 이름인 페트로파블로프스크는 말 그대로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Peter(베드로; 러-표트르) & Paul(바오로; 러-파벨)'인데 직접적으로는 비투스 베링의 캄채트카 2차 탐험 때 그의 함대의 배 이름이 각각 표트르호와 파벨호 이었던 것에 기인합니다.(현재 이를 기념하기 위한 몇 개의 모뉴멘트가 이 도시에 건설되었음.)

이 도시의 지형은 항구 쪽은 굉장히 수심이 깊어서 천혜의 요새라고 할 수 있는데, 즉 항구는 아바차 만(Avacha Bay)을 통해 北태평양에 접하고 있으며 특히 항구 앞에 몇 몇 작은 섬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이 섬들이 항구를 보호함과 아울러 이 섬에 설치된 관측소를 통해 북태평양 전반을 관측할 수 있으며 , 한편 몇몇 높은 화산들이 이 도시를 빙 둘러싼 모양이어서 이 도시 자체가 일종의 해안 요새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주변을 둘러 싼 높은 눈덮인 산들 때문에 이 도시에서는 좀처럼 지평선을 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거의 모두 활화산이고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질학적 구조인 바, 이 도시는 늘 화산분출 및 지진의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 도시는 2가지 점에서 유명합니다.
하나는 러시아 유수의 연어 및 게(crab)의 산지로 이를 가공한 수산업이 크게 발달되엇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항구에 면한 아바차 만을 가로질러 러시아 최대 규모의 잠수함 및 수상함대 기지(Rybachiy Nuclear Submarine Base)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도시는 1741년 베링이 발견한 이후 부침을 거듭해 왔읍니다. 우선 이 지역이 러시아의 변방 중의 변방이라서 인구가 좀처럼 늘지를 않았는데 그나마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던 인구가 러시아 혁명 및 뒤를 잇는 치열한 적-백 내전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 1920년대 초기에는 그나마 남아 있는 인구도 대폭 줄고 도시 자체가 황폐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1925년의 경우 상주인구가 1,500여명에 지나지 않고 제대로 된 도로도 서너개에 지나지 않는 상황이었읍니다.
이후 내전이 종결되고 중앙집권적인 소비에트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지역을 다시 되살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 지역이 연어 및 게의 보고라는 사실을 이용하여 외국(주로 일본과 미국)과의 수산업 합작기업을 세우게 됩니다. 1928년에 최초로 외국과의 합작 수산업 가공 공장이 들어서게 되고 이후 1934년에는 선박 수리공장이 들어서고 1936년에는 수산물 통조림의 원료가 되는 주석 공장이 들어섭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인구가 다시 늘게 되고 도시는 활기를 찾게 됩니다

참고로 이와 관련하여, 2차 대전 이전에 이 도시에 거주하게 된 일부 일본인의 경우를 보면, 이들 일본인들은 주로 소련과의 합작 수산업 가공 공장의 경영진 및 그 종업원들이었는데 이들은 1930년대 이후소련과 일본 간의 합작투자 결과 체류하게 된 자들이었읍니다.(물론 2차 대전 이후에는 안보상 이유로 전원 추방됨.)
역사적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면, 1875년 체결된 러시아와 일본간의 상트 페테르스부르그 조약(Treaty of Saint Petersburg) 조약에 따라 사할린을 러시아 영토로 하는 대신 쿠릴 제도를 일본에 넘기는 영토교환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에 따라 페트로파블로프스크市의 바로 앞의 섬까지 일본인이 거주하게 됩니다. 이 도시의 인구는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20세기 초반까지 아주 적은 상태이었고 특히 소비에트 정권 수립 초기에는 적-백 내전 등 내부 투쟁의 여파 등으로 소련 측에서 사실상 이 페트로파블로프스크市를 방어하기에 굉장히 힘이 부친 상황이 됩니다. 이 때 일본 측으로부터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키市에 수산업 가공공장 설립 등의 합작 요구가 나오게 되는데, 이에 소비에트 정부는 안보상 이유로(일본과 불필요한 적대관계를 피한다는 의미) 일본과의 전략적 평화 관계를 일단 수립하기로 하고 이러한 투자 제의를 받아 들인 결과가 주된 원인이었읍니다(그러나 늘 이들 일본인들을 잠재적 침입자로 간주하고 경계하고 있었음. 私見으로 이들 일본인들을 잠재적 침입자로 간주한 부분은 매우 옳은 판단으로 보임.) 물론 이들 외국과의 합작사업을 통해 이 도시의 경제를 되살리려는 경제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 것은 물론이고요.

그러나 1945년 8월9일 소련군의 對日전쟁 참여 후에는 이 도시 근처에 있는 러시아 태평양 함대 기지로부터 쿠릴열도 탈환 작전(소련측 표현으로는 해방 작전)이 본격 개시되어 일본군의 몇 몇 산발적인 저항을 뚫고 全 쿠릴열도를 점령하게 됩니다. 현재 이 쿠릴열도 해방(탈환)을 기념하는 모뉴멘트가 건립되어 있읍니다. 현재 全 쿠릴제도도는 러시아 영토입니다.

이 도시가 오늘날에 보이는 것처럼 비교적 현대적인 외양을 갖추게 된것은 2차 대전 이후 50년대 초 부터입니다. 그러니까 소비에트 정부는 이 지역의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되고 이 도시로의 인구 유입을 촉발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유인책을 실시합니다. 가령 모스크바 보다 근로자의 임금을 2~3배 준다던지 하는 식으로...
그래서 50년대 이후에는 인구가 급속하게 늘게 되는데(예: 1959년 8만5천명의 인구 ---> 1970년 15만3천여명), 다만 소련 붕괴 후에 전반적인 극동지방의 인구 감소 현상에 따라 이 도시의 인구도 전성기에 비해 많이 줄게 되지만 그래도 오늘날 이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키의 인구는 20여만명 정도 됩니다..

냉전시기에는 이 도시가 소련의 해군 기지 중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재평가되면서 도시 자체가 폐쇄도시(closed city)로 지정받게 됩니다. 폐쇄도시로의 지정은 구소련 몰락 시기까지 계속되는데 1990년에 비로소 이 도시가 폐쇄도시 지정에서 풀려나게 됩니다.(참고로 특히 소련 태평양 함대(본부는 연해주 블라디보스톡 소재)가 1947년부터 1953년까지는 둘로 분리되어 각각 블라디보스톡(5함대)과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키(7함대)에 본부가 별도 수립되기도 하는데 이 때에는 이 도시에 7함대의 사령부가 소재하였었읍니다.)



이 도시의 역사 전개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1854년 크리미아 전쟁 때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이 도시를 포위하고 공격을 퍼부었으나 당시 이 도시의 수비군과 주민이 일치단결하여 결국 영국-프랑스 연합군을 격퇴시켰다는 점을 들 수 있읍니다,(일명 Siege of Petropavlovsk-Kamchatsky)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1854년 8월 18일에 영국-프랑스군의 함대가 아바차 만에 도착하면서 포위가 시작되는데 당시 러시아의 변방 중에 변방인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키 에는 사실 도시방어를 위해 필요한 물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었읍니다. 병력 숫자라던지 혹은 보유 대포의 수를 보더라도 침략군인 영국-프랑스 쪽이 훨씬 우세한 상황이었고(예: 병력: 영국-프랑스 2,500여명 vs 러시아측 1,000여명 / 보유 대포수: 영국-프랑스 218문 vs 러시아 67문) 보유 군함의 수를 보더라고 영국-프랑스 연합군은 중무장한 전함 6척인 반면 러시아측은 남미 페루로부터 태평양을 횡단하여 막 도착한 輕프리기트함 1척(Aurora호)과 해군 연락선 1척(Divina호) 등 2척에 불과한 상황이었읍니다.
다만 한가지 러시아 측에 다행인 것은 영국-프랑스 연합군의 침입 정보를 비교적 일찍 파악한 후 부족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輕프리기트함인 오로라 호의 경우, 당시 남미 페루에 정박중이었었는데 이 때는 아시다시피 전보나 전신이 발명되기 전이어서 아직 남미 대륙에 크리미아 전쟁 소식이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이 정박중이었던 영국-프랑스 함대를 방문하고 또 반대로 영국-프랑스 함대에서 오로라 호를 예방한 적이 있게 되는데 이 때 오로라 호의 선장이 영국-프랑스 함대로부터 무엇인가 러시아 극동지방의 타겟을 노리고 있다는 불길한 징조를 느끼게 되어 급히 태평양을 횡단하여 당시의 극동지방의 요새인 이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키로 향하게 되고 이후 경비를 한층 강화합니다. 또 크리미아 전쟁 발발 사실이 이 극동지방에 알려진 뒤에 태평양을 향해하던 미국 포경선으로부터 영국-프랑스 연합군의 다음 타겟이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키 일 것 같다는 정보를 획득하기도 하고요, 또 전설적인 러시아의 시베리아 총독인 니콜라이 무라비요프(Nikolay Muravyov) 로부터 이 도시방어전을 위한 최고 경계령을 하달받기도 한 것이 그것입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측은 대대적으로 全 도시의 요새화 작업에 착수하고 부족한 자원이나마 해안 포대를 대폭 강화합니다. 예를 들어 오로라 호 등의 군함으로부터 대포가 완전히 제거되어 해안포대로 쓰이게 됩니다.(결국 오로라 호 등 러시아측의 군함들은 완전 비무장인 채 대단히 위험한 상황 하에서 정찰 혹은 일종의 미끼 역할을 수행하기도 함.) 또 지형지물을 최대한 이용하여 가령 영국-프랑스 군의 예상 상륙지점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혹은 도로 등을 폭파시켜 예상되는 상륙을 최대한 어렵게 만드는 작업 등을 합니다. 그리고 군-관-민일체로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도시를 사수하겠다는 결의를 보입니다.
즉, 러시아 측은 바실리 자보이코(Василий Завойко; Vasily Zavoyko) 주지사 겸 총사령관, 푸트야틴(Yevfimy Putyatin) 제독, 드미트리 막수토프(Dmitri Petrovich Maksutov; 훗날 러시아 알래스카의 마지막 주지사가 됨.) 등의 지휘 하 해안가 포대에 은신하며 방어를 하면서 적이 오기를 기다리는 형국이었읍니다.

1854년 8월 30일에 영국-프랑스 연합군의 본격적인 함포사격이 시작되어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는데 이 와중에 당시 영군군 사령관인 David Price제독이 선상에서 사망(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의 일련의 사건이 있게 되어 영국-프랑스 연합군은 일단 퇴각하게 됩니다. 특히 러시아 측에서 드미트리 막수토프(Dmitri Petrovich Maksutov) 제독이 이끄는 해안 포대가 많은 활약을 하여 도시 방어에 큰 공헌을 하기도 합니다.
다음 날 다시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아바차 만으로 들어와서 공격을 퍼붓는 가운데 9월4일에는 영국-프랑스 연합군 약 700여명으로 구성된 상륙부대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시내로 상륙을 감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영국-프항스군의 상륙작전은 지형지물을 적절히 이용한 러시아 측의 매복작전에 걸려서 약 200여명의 사상자만 내고 실패로 끝나게 됩니다.
다시 9월 20일에는 다시 영국-프랑스 연합군 약 900여명으로 구성된 2차 상륙부대가 서쪽 항구쪽으로 상륙을 감행하는데 이는 이 지역에 매복중이었던 약 300여명의 러시아측 수비군에 의해 완전히 격퇴되어 실패로 끝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영국-프랑스 군은 별다른 소득 없이 완전히 퇴각하게 됩니다.(인명피해: 러시아측 100여명 vs 영-불 연합군 500여명) 오히려 러시아 측의 대담한 기습작전을 통해 영국-프랑스 연합군측은 군기를 탈취당하는 등의 망신을 당하기도 합니다.
1855년에는 시베리아 개척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니콜라이 무라비요프(Nikolay Muravyov) 총독은 이 지역의 남아 있는 물자가 크게 부족한 것을 염려하여 영국-프랑스 측의 추가 침입에 대비하여 이 지역의 수비군을 교외지역으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물론 추가 침입은 없었읍니다...

결국 이 전쟁은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러시아의 변방 중에 변방이라고 쉽게 생각하여 안이하게 공격을 한 반면, 러시아측은 객관적으로 불리한 가운데 그러나 제한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여 마침내 승리를 한 것으로 오늘날 러시아 군의 역사에 있어서 매우 자랑스러운 순간이 됩니다.
그래서 이 도시에는 오늘날 이 1854년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크를 방어한 수비군을 기리는 모뉴멘트 등이 많이 건립되어 있읍니다.



사진은 도시의 경관과 몇몇 전쟁 기념 모뉴멘트 위주로 간략하게 올립니다.

*** 참고
위키피디어
yandex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크의 시가 사진 등)
구글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크의 시가 사진 등)

http://www.fegi.ru/prim/flot/flot1_3.htm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키 방어전)
http://photo.kamforum.ru/ (러, 캄챠트카의 자연 및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키市 의 사진 등 수록)
http://www.kamforum.ru/(러, 페트로파블로프스크 및 캄챠트카으ㅔ 대한 사진 및 여러 포럼 자료 등)
http://kamtravel.abdesign.ru/photos/?coll=monuments_of_petropavlovsk-kamchatsky (러,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크스크의 여러 풍경사진 및 모뉴먼트 사진등)
http://www.kamchatsky-krai.ru/photografii/photgrafii_main.htm (러,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크스크의 여러 풍경사진 및 모뉴먼트 사진등)
http://www.vsam1.ru/library/piragis_ulicy/ulicy_main7.htm (러,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크스크의 여러 현재 및 과거의 풍경사진 및 건설의 주역들 등)
http://www.putniktravel.ru/kamchatka/photos.php?link=ph1 ((러,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크스크의 여러 사진)
http://www.kamchatkatravel.net/eng/museum.shtml (캄챠트카 지방의 볼 것들 소개 등)
http://www.sannikov.org/en/fotocity.htm (사진 등)
http://www.travelkamchatka.com/azulay.htm (영;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크 시에 대한 사진과 글)
http://www.sannikov.org/en/fotocity.htm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챠트스크 시에 대한 여러 사진 등)


http://www.atrinaflot.narod.ru/81_publications/0_vmf_rkka.htm (러, 2차 대전 중의 각종 소련 해군의 잠수함 및 수상함들 사진 등 다수- 제가 군함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지만 평소 잘 못보던 2차대전시 소련 해군 함정의 사진들이어서 관심이 많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