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B 조기도입하죠.(요즘 마음 가는데로 글 쓰는게 트랜드 같으니 유행 따라갑니다)

이정현 | 2010-03-03 15: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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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어제 조국의 영공 수호에 이바지하다 젊은 나이에 뜻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순직한 故최보람 소위, 경력 좀 쌓고 슬슬 베테랑 소리 들으며 핵심 재원이 되었어야할 故어민혁 대위, 마지막으로 나라 지키는 게 뭔 대수라고 날씨도 안 좋은데 어린 후배 잘 키워보겠다고 애쓰다 그리 가셨는지 모를 故오충현 중령의 유가족분들과 강릉 기지 여러분들께 그저 죄송하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솔직히 이런 글을 제가 쓰게 될거라는 건 저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기분도 그렇고 요즘 비밀 트랜드가 내키는 대로 발제하고 내키는대로 남의 의견 필터링해서 내키는대로 편가르고 싸우는 것 같으니, 저도 시대의 유행에 따라 한 번 내키는대로 요즘 들어 생각하고 있던 걸 써보겠습니다. 

일단... 비행기 떨어졌습니다. 또 입니다. 1년마다 주기적으로 떨어집니다. 사람 안 다치면 다행이고 사람 다치면 비참함만 있을 뿐, 더 이상 뭐라 할 것도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그럼 근본적인 대책은 있는가. 인류 역사상 사건사고 없는 유토피아는 한 번도 없었으니 그 정도는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차선책은 분명히 있습니다.

좋습니다. 나라가 부강하지 못하고 당면한 위협이 하나 둘이 아니니, 돈 들어갈데 많고 이것저것 따져가면서 신경써야한다는 점도 이해합니다. 그래서 예산 집행과정 하나씩 지켜보면서 이리저리 이해해보려 하고 옹호도 해봤습니다만...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니 아무래도 이러다간 제 스스로가 열 뻗쳐서 먼저 죽겠군요.

원래 군대라는게 승리라는 목적을 지향하고 군인이라면 목숨보다 임무를 우선하기 마련이니 임무중 순직하더라도 애써 담담이 받아들이시겠지만, 전 군인도 아니고 승리의 목적이 결국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살려보기 위함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 이런 소리 좀 해야겠습니다.

최우선적인 사항이... 시계도 안 좋은 기상 상황에서 유효한 비행정보획득과 상황인식도 하지 못한 채 산과 충돌하거나, 근접경보시스템도 제대로 없는 기체는 전부 교체해버려야겠습니다. 아니, 적어도 데이터링크 하나만 있어도 아군기 위치를 대략이나마 파악할 수 있으니 시야가 불량해서 쌍방이 충돌할 가능성 같은 건 조금이라도 줄어들 거 아닙니까? 갑작스런 돌풍으로 스톨이 걸리는 거야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라지만 나머지는 위험을 줄이거나 아예 배제할 수 있는 요소들입니다.

기체 성능? 미래 전장에 대한 대비? 효율적 군사역량 건설? How to fight? How보다 What for가 먼저 아닐까요.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조기경보기는 또 뭐고 공중급유기는 또 뭡니까.

웃기는 소리입니다. 일단 사람 먼저 생각하는 게 옳은 거 아닌가요? 이건 뭐 아무리 날개가 있는 건 떨어지기 마련이라지만 일단 방비는 했는데 사고가 나는 것과, 대비도 안하고 당하는 것은 백만광년쯤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작전에 실패한 것은 용서해도 초계에 실패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군문의 금과옥조가 있는데, 매일 내 사지육신 같은 사람들 임무랍시고 낮이고 밤이고 하늘로 밀어 올리면서 충분히 우선순위를 두고 대응할 수 있는 문제를 매번 그놈의 미래지향적 군사역량 건설이라는 핑계로 무시하면 되겠습니까?

떨어지는 것도 한 두번이고 견디고 참는 것도 삼 세번이면 양반인데, 1~2년을 주기로 떨어지고 사람 생사가 오락가락하니 보는 사람 피 말려 죽이려고 하는지 아니면 내 남편 내 아들 일하러 보내는 공군 가족 여러분 심장을 티타늄으로 코팅시켰는지, 그것도 아니면 예산이 없어서 나노 텅스텐-구리 라이너로 포장을 했는지 구분이 안 가는군요.

하여간 전 앞으로 한동안 무기도입사업을 이야기할 땐 경제성이나 효율성이니 합목적성이라는 말 같은 건 멀찍이 던져 놓겠습니다. 그냥 무조건 파일럿 생존율을 최우선 지표로 삼겠습니다.

그리고 KFX도 과감히 접고 남는 역량과 관심을 F-35B 도입에 보자고 주장하겠습니다. 왜냐구요? 그게 더 빠를 것 같으니까요. KFX는 언제 시작될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기체고,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지 않는다는 격언에 따라 F/A-50만으로 다 채우자고 말하지도 않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이 도입할 수 있는 기체중 가장 적당한 것을 고르다보니 F-35 시리즈가 떠오르더군요. 물론 비행안정성을 증명할만한 비행기록이 불충분하다는 점이 걸리기는 합니다만, 그나마 앞으로 부품 쉽게 구해서 [돌려막기] 안 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높이 샀습니다.

그럼 왜 F-35A가 아니라 F-35B냐구요? 록마든 미정부, 미공군이든 F-35A의 경우엔 양산 스케쥴에 다급하고 계약 늘리는 것에만 관심있지 한국이 원하는 시기에 물량을 조달시켜줄 가능성도 역량도 없습니다.

게다가 F-35A로 할 수 있는 다목적 임무라는 것도 어찌보면 전부 다른 자산으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임무들이구요. 끽해야 좀 더 기대헤볼만한 것은 기존 전투기보다 향상된 제공전투능력외에는 없습니다.

F-35A에 대해서 너무 부정적인 거 아니냐구요? 한 번 따져봅시다.

CAS? F/A-50에 생존장비 두둑히 발라서 양산하면 됩니다. CAS하는데 뭐하러 그 비싼 F-35A를 씁니까. 상대가 s-300시리즈로 도배한 것도 아니고 말이죠. F/A-50 비난하시며 완전히 접자는 분들은 정말 다시 생각하셔야합니다. F/A-50를 현재 계획된 수량정도라도 양산 안 해두면 나중의 한국 공군 전술기보유량은 300여대가 아니라 200여대 수준으로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높으니까요.

F/A-50 60여대마저 접어버리고 F/X-3차 조금만 말려버리면 금세 그렇게 됩니다. 근데 말이죠. 200여대면 일본항자대 F-15만 따져도 200대입니다. 순수제공임무로만 투입할 수 있는 200여대의 항자대 F-15를 해상차단임무까지 해야하는 F-16/F-15로 상대하라는 게 좋겠습니까. 

다음으로 F-35A의 항공차단능력? 항공차단을 F-35 혼자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평시 항공차단을 스텔스 기체로 하겠다고 하면 다른 국가들은 한국이 갑부인 줄 알겠지요. TRENT님이 올려주신 네델란드쪽 자료에 나온대로 F-16보다 비행시간당비용이 오히려 40% 증가했다면 F-35를 가지고 항공차단을 하겠다는 건 돈이 얼마나 많아야 할까요. 게다가 북한을 상대로 하는 전시엔 비싼 스텔스기로 한가로이 항공차단임무나 부여하지도 못합니다.

요즘 대세인 스마트탄 운용능력? JASSM 뺴고는 F-35B도 똑같이 스마트탄 운용합니다. 게다가 JASSM은 이미 날아간 사업이 되버렸죠.

스텔스 기체를 활용한 적지종심타격? F-35 샀으니 은밀한 적지종심타격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입니다. 순항미사일이나 장사정 로켓이 오히려 F-35보다 훨씬 은밀하고 즉응성 있는 적고정자산 적지종심타격이 가능합니다.

1차 걸프전과 2차 걸프전에서 미군이 제일 먼저 날린 게 F-117이나 B-2가 아니라 토마호크라는 걸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설령 적지종심에서 이동표적을 잡아야하는 임무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그 임무는 F-35가 아니라 F-22라고 해도 감시&정찰 자산없이는 유효한 선택지가 아닙니다.

그럼 좀 더 복잡하게 문제를 꼬아서 적지종심에서의 고가치 이동표격타격능력? 2차 걸프전에서 F-15E로 스커드 헌팅을 했지만 그것도 먼저 스커드가 어디 있는지 JOINT기에서 발견하여 알려주고 나서 행한 것 아닙니까. 한반도 전역에 걸친 감시&정찰 자산이 먼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동표적 공격을 어떻게 하려고 한다는 건가요.

F-35의 스텔스 성능을 살려서 적지종심에서 은밀기동하며 그 넓은 지역을 혼자서 알아서 탐색/추적하여 표적을 발견하고 공격한다? 이런 작전계획을 짜는 지휘관이 과연 있을지부터가 의문인데다가...제공권을 완벽히 장악한 상태에서의 미공군의 F-15E와 적 방공망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스텔스 기동으로 조심스레 표적을 찾아 헤매는 F-35중에 어느 것이 상황적으로 유리해 보이시나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F-15E의 스커드 헌팅도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죠.

F-15E에 장거리/장시간 감시 정찰 기능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정찰/감시 장비인 프레데터에 타격능력을 부여함으로서 의사결정프로세스의 즉응성을 높인 미군의 선택지를 보면서 여러분은 느끼는 것이 없습니까. 미군도 오죽 답답했으면 그 망신스러웠던 스커드 헌팅때문에 급속대응무기라는 이름으로 항공기와 함정에서 발사하는 마하 3짜리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하려 했을까요.

결국 한국이 F-35A의 잠재성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메리트를 느낄만한 것이 제공전투능력밖에 없다면 F-35A든 F-35B든 제공전투능력면에서 그리 큰 차이 없습니다. 항속거리가 보다 짧고 기총대신 건포드라는 문제가 있지만 스텔스 기체는 원래 동급의 전투기를 상대로 하는 게 아닌 이상, WVR(유시계내공중전투)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겁니다. 무엇보다 F-35로 WVR 했다간 F-35A든 F-35B든 공중전 기동성 측면에서 애로사항 꽃 피는 건 똑같습니다.

따라서.. 어차피 F-35A 사봤자 그닥 신통치도 않다면 오히려 F-35B를 도입하는 편이 훨씬 이롭습니다. 일단 F-35A 경우보다 강력하게 도와줄 원군이 존재하지요. F-35B의 적은 물량으로 인해 도입비용 증가와 예산압박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미해병대라면, 한국이 F-35B 도입의사를 타진하는 것만으로도 발 벗고 나설 겁니다. 상업구매든 FMS든 자신들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다해주려고 하겠죠.

미해병대가 F-35B 양산 수량 좀 늘려보겠다고 그 높은 자존심을 꺽어가며 미공군과 미해군에 매달리는 입장이니 한국이 관심 있고 정말 사려고 하는 의지만 보인다면 10년전 잃어버린 자식 대하듯 한국을 대할 겁니다. LHA-R 등 꼭 미해병대 입장에서 긴요긴급한 사업들을 F-35B에 발목 잡혀 있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자신들에게 배정된 물량을 한국에 우선적으로 돌려주는 선택까지도 가능하겠죠.

게다가 전시에 전국 활주로마다 스커드 3~4발씩 떨어질 걸 걱정하는 공군 입장에서 STOL 기능이 있는 F-35B야말로 최선의 선택이니 유사시 전력지수가 하락할 가능성도 줄일 수 있습니다. 벙커만 좀 더 보강하고 NBC 방호대책을 강화함으로서 F-35B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세력에 대항하여 보다 효과적인 운용효율성을 담보해줄 수 있는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F-35B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하여 보다 작은 함정에서도 얼마든지 이륙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한국의 항모보유를 지지하시는 분들 많으니 당연히 F-35A보다 F-35B를 지지하시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F-35B가 F-35A보다 25% 정도 더 비싸다는게 뭐가 중요한가요. 하이엔드급 누군가 결심만 하시면 얼마든지 들여올 수 있다고 여기시는 분들 많으니 가격도 크고 아름다운 것으로 가는 겁니다.

그러니 말도 많고 비난만 높아져가는 사업 다 접어버리고 F-35B를 조기도입합시다. 물론 최우선 평가항목은 스텔스니 뭐니 다 잊고 파일럿 생존장비를 충실히 갖추었는가가 되야하고 악천후 극복능력과 납기가 그 다음 가중치를 가져야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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