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평가는 아주~ 아주 개인적인 평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밝힙니다.

현재 한국의 군사적인 위협을 평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북한 핵문제입니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군사적 대응방안이란 거의 없거나 제한적이라는 점은 분명하고.. 딱히 이것이야말로 정답이라고 꼬집어서 이야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여기어집니다.

다만 현재 한국군이 취하고 있는 대북 감시&정찰자산 획득계획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군요.

북한의 탄도탄을 추적하기 위한 장거리 대포병레이더 확보는 필수적인 사항이고 주요시설 방어를 위한 패트리어트 도입 사업도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여기어집니다.

다만 북한 핵무기 사용시 최후의 군사적 옵션으로서 F-15K를 이용한 SEAD 편성은 먼나라 이야기라고 생각되어지며 오히려 장거리 탄도탄을 활용한 시설 무력화 혹은 지연 방안이 현재로선 더 타당하다고 보여집니다.

번외의 이야기이지만 특작부대나 소수의 상륙군을 통한 핵시설 파괴의 경우 기본적인 능력은 한국보다 오히려 일본이 앞서고 있다고 생각되니 잊어버리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몇 대 안되는 AH-64D를 어떻게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요?

하여튼 북한 핵문제에 대해선 이정도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딱히 할 말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별반 없어보이니까요.

일단, 개별군의 무기체계획득계획을 대략적으로 살펴보자면 3군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곳은 육군입니다.

1. 육군의 경우

뭐, 당연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요. 현재 육군의 무기체계획득계획을 보면 접근방향이나 사업내용이 가장 잘 구성되어져 있다고 여겨지는군요. 포병 세력의 현대화 및 대규모 증강, 수송형 헬기 도입을 통한 작전템포상승, 기계화사단 증강을 통한 화력과 기동성의 확보.

위의 계획들은 대규모 지상군을 상대로 하는 방어 및 역습 계획에 적합한 구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C4ISR과 같은 네트워크 중심전 측면에서도 Link-K 도입 결정 등의 의미있는 계획들을 시행하는 것 같고 말입니다.

모든 계획이 제대로만 완료되면 세계 전체에서 봤을 때에도 미 육군을 제외할 경우, 규모면에서도 기술면에서도 그리고 합목적성면에서도 가장 균형이 잘 잡힌 군대가 될 것 같습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말이지요.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면 예산편성에 있어서 지출시기가 좀 편중된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차기전차 도입수량 축소와 한국형 다련장로켓도입 사업, K-55 개조개량사업을 보면 적당히 조절한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여전히 걱정은 됩니다.

반면, 해군과 공군의 경우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내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공군의 경우, 시급한 노후기체 대체수요에 발목이 잡혀 공중급유기 사업과 조기경보통제기가 밀려난 형국입니다. 해군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울산/포항급/참수리급 대체 소요로 인해 FFX 사업과 윤영하급 도입사업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KD-3급 구축함 획득 사업과 FFX 사업으로 인해 전체적이 예산편성에 있어 단기적인 한계까지 내몰려 있는 듯 합니다.

2. 공군

사실 이번 KF-16의 업그레이드 축소 사업도 따지고보면 공군의 뼈를 깍는 선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가용한 전투기댓수가 낮아지는 현재 상황으로 인해 노후기대체사업 및 보유기체의 수명연장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 대응과 보유기체들의 운용효율성 재고를 위해 조기경보기 사업과 공중급유기 사업도 무시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죠. 결국 공군의 입장에선 조기경보기 사업을 더이상 연기하지 않기 위해 KF-16 업그레이드 사업을 축소시켜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전체 예산이 깍여나가는 상황 속에서 KF-16 개조개량과 조기경보기도입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자면 공군은 조기경보기도입을 우선할 거라는 판단입니다. 게다가 KFX 사업의 불투명성은 더더욱 그러한 선택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만약 KFX 사업을 시행하고 운이 나빠 조금이라도 사업 진행이 더디어진다면 공군은 당초 예상보다 적은 수의 기체로 최대한의 효율을 무조건 이끌어내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더더욱 운용효율성과 전력지수를 높여줄 수 있는 조기경보기 사업의 추가 연기는 반드시 막아야만 하는 셈이죠.

따라서 공군은 수명연장사업과 현대화개량을 통해 최소한의 운용기체댓수를 확보한 이후 [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동안 하이급 전투기 도입 계획을 지연시켜야 한다고 해도 말이지요. 공중급유기 사업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조기경보기 도입 사업만은 어떻게든 지키고자 할 겁니다.

3. 해군

가장 큰 애매한 것은 해군인데... 사실 해군은 딱히 뭐라고 할 말도 없습니다. 그저 잘 되기만;; KD-3의 획득기간과 FFX 사업이 시기적으로 너무 밀집되어 예산편성에 부하가 걸리는 것은 어찌보면 해군이 자초한 일이니까요.

FFX 계획변경과정을 보면 해군이 느껴야할 예산부족 현황은 더욱 가슴에 와닿습니다. 이러다가 자칫 잘못하면 프리깃이 아닌 콜벳급을 뽑는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말이지요.

가장 큰 문제는 [신규고급함정을 운용할 고급인력의 육성]인데 필연적으로 증가할 인건비 소요와 훈련비용증가를 감안할 때 해군의 예산부족 문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당연히 함정들에 대한 추가 업그레이드는 더욱 어려워질 것 같고 해군측에서도 일단 최소 소요수량을 확보하는 것에 만족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4. 결론

지금까지의 제 개인적인 평가를 보자면 현재 상황에서 가장 잘 짜여진 계획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육군입니다. 전략적인 판단인지 아니면 정치적인 판단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그것은 확실해 보이는군요.

육방부라느니, 대륙정벌군이라느니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개개인의 자유겠으나... 저의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자면 해군과 공군의 문제는 명확한 목표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되어집니다.

육군의 경우 향후 북한의 지상군을 홀로 감당해야한다는 절박함과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걸맞는 획득계획을 구상했다면..

공군의 경우엔 날로 증가하는 공군의 역활에 대한 기대치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꿈과 현실속의 딜레마를 온 몸으로 격고 있는 와중인 것 같습니다. [요즘 공군은 이것저것 다 할 수 있어야하는게 트랜드야]라는 중압감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지 아니면 타인에 의해서 주어진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매우 힘들어하는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고려하고 있는 명확한 도입 우선순위가 있다면 공개해서 적절한 지지를 얻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판단되어지는군요. 이런 문제를 혼자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서로 다 알만한 사정인데 숨기거나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 되나요..;;

하지만 앞으로 공군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도 확실히 해야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해군의 경우엔... 신규함정 도입계획을 원안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는 것도 좋지만 인력확보문제를 충분히 감안하길 바란다는 소박한 희망이 있습니다. 특히 FFX의 경우엔 장교와 부사관만(초도함의 함정운용요원 거의 전부를)으로 구성된 전담평가단을 구성해서 개념설계부터 건조, 시범운행, 메뉴얼작성까지 전담하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또한 공군과 마찬가지로 명확한 목표를 제시함으로서 향후 새로운 능력을 갖춘 신규함정을 활용한 전략구성을 지금부터라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할 것 같습니다.

결국 공군과 해군은 [명확하고 지속적인 전략 목표]를 제시해야한다는 동일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