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김원준기자】“연구용 원자로(Research reactor)와 ‘스마트(SMART·중소형 원자로)’ 수출로 한국 원자력의 새 장을 연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자체 개발한 국산 원자로의 해외 건설사업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국내기술로 상용화한 연구용 원자로 개발을 완료하고 사업체계 구축 단계에 있는 스마트의 해외판매를 통해 ‘원자력 수출산업화’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원자력연구원은 국산 원자로가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고 보다 공격적인 세일즈 전략을 마련,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연구용 원자로는 우라늄 핵분열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용 원자로와 달리 핵분열 때 생성되는 중성자를 활용,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는 원자로. 향후 15년 안에 50여기의 연구용 원자로가 각국에서 국제 조달 발주돼 10조∼20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게 연구원측의 분석이다.

세계 10위권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자력으로 설계·건설·운영한 경험은 원자력연구원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산.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해외 마케팅을 위한 원자력연구원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양명승 원자력연구원장(사진)은 지난 9월 말 요르단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나흘간의 일정으로 또 다시 요르단행에 올랐다. 요르단이 사업자 선정을 위해 국제입찰 공고한 5㎿급 연구 및 교육용 원자로 ‘JRTR(가칭)’ 수주를 위한 행보. 러시아와 중국, 아르헨티나 등이 입찰경쟁에 뛰어든 상태이며 만약 원자력연구원이 이 사업을 따낼 경우 국내 최초의 원자력 시스템 일괄수출로 기록된다.

앞서 올 상반기 원자력연구원은 네덜란드가 발주한 연구용 원자로인 ‘팔라스(PALLAS)’ 국제입찰 최종관문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세계 최대 원자력회사인 프랑스 아레바 등과 막판까지 겨루는 등 세계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높였다.

중소형원자로인 스마트 수출을 위한 사업추진 시스템구축도 마무리단계다. 스마트는 원자력연구원이 지난 1997년부터 독자개발해 온 한국 고유모델로 출력 330㎿ 규모. 전력생산과 해수담수화에 동시 활용이 가능하며 1기로 인구 10만명의 도시에 전력(9만㎾)과 마실물(하루 4만t)을 공급할 수 있다.

연구원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여러나라의 중소형 원자로 가운데 개발정도가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은 스마트의 기술검증과 건설에 필요한 표준설계인가(SDA)를 오는 2011년까지 획득, 조기 수출산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연구원은 스마트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우선 국내에 1기를 건설한 뒤 관심을 보이고 있는 카자흐스탄에 판매를 추진키로 했다.

양 원장은 “사용후 핵연료의 평화적 재활용을 위한 파이로 프로세싱기술과 이와 연계한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면서 “원자력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높여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할 미래원자력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