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기구매 분위기 역전…한국 '입김' 세졌네

▶268FA◀ | 2008-10-10 17: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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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 도입 조건 등 이전보다 훨씬 유리
‘글로벌 호크’ 美 판매제의에도 무반응 일관



한미 간 무기거래 분위기가 역전되고 있다. 과거 미국산 첨단무기 등을 구매할 때 미국 정부에 이끌려 ‘불리한 조건’에서 구입하던 것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협상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1일(미국 현지시간) 미 상원에서 미 정부의 대외군사판매제도(Foreign Military Sales·FMS)와 관련, 한국의 지위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3국(일본, 호주, 뉴질랜드)’과 동일한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법안이 통과돼 한미 간 무기거래 관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FMS 지위 격상=‘FMS’는 미국 군수업체가 무기 등 군사 장비와 물자를 외국에 팔 때 미 행정부가 중간에서 이를 보증하고 대행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1987년 FMS 프로그램에 의해 ‘비(非)NATO 주요동맹국’으로 분류돼 2007년 기준으로 지난 10년 동안 69억달러라는 막대한 액수의 미국산 무기와 군사장비를 수입했지만 ‘찬밥’ 대우를 면치 못했다.

미측은 우리 정부가 1990년대부터 20년 가까이 FMS 지위 격상을 요청해 왔지만 받아들이지 않다가 이번에 수용했다. FMS 지위 격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첨단 무기도입 조건이 이전보다 훨씬 유리하게 됐다.

방위사업청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FMS 지위 격상으로 미 의회의 무기판매 심의 기간이 짧아지고 심의 액수가 높아져 행정비 등을 감면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는 그만큼 한미 간 무기거래에서 우리나라의 입김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호크 판매 신경전=미국산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의 판매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달라진 한미 간 무기거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은 지난 7월23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18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글로벌 호크의 한국 판매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양국 군사당국자 간 접촉 등에서 여러 차례 판매 의사를 우리 정부에 타진한 바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수시로 미측에 글로벌 호크를 팔라고 졸랐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2010년까지 글로벌 호크급 무인정찰기 4대를 미국에서 구매하는 계획을 중단하는 대신 올해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하는 중고도 무인정찰기 연구개발에 주력하기로 방침을 세웠다”면서 “이는 미측의 제의를 거절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군의 한 소식통은 “이상희 국방장관이 취임 초기 ‘주한미군이 보유 중인 U-2 정찰기가 노후화돼 조만간 글로벌 호크로 교체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한미연합사로부터 대북정보를 획득하면 된다’, ‘우리 군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굳이 첨단 정찰기를 구매하는 게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구매 계획을 사실상 철회시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고 아파치 헬기 구입도 ‘시큰둥’=육군이 중고 ‘아파치’ 헬기를 미 육군으로부터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도 한미 간 무기 거래의 달라진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1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사업은 지난 3월쯤 미 정부가 자국 육군이 보유 중인 중고 아파치 롱보 헬기(AH-64D) 36대를 한국에 팔겠다며 제의해와 국방부가 현재 구매를 검토 중이다.

미 정부는 중고 아파치 헬기 블록Ⅰ을, 신형인 블록Ⅱ나 현재 개발 중인 블록 Ⅲ 정도 상태로 격상시켜주고, 가격 또한 신형의 절반 가격인 대당 300억원가량을 제시하고 우리 정부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미 정부가 500여대의 중고 아파치 헬기를 처분해야 하는 미 육군의 입장과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단독 행사에 앞서 화력 보강을 염두에 둔 한국군 모두에게 유리할 수 있다며 우리 정부를 설득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주한미군의 아파치 전력을 아프간 등지로 빼기 위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도 무관치 않아 구매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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