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블랙이글스, 13년만에 날개 접다


에어쇼, 국군의 날 행사 등에서 멋진 곡예비행을 선보였던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Black Eagles)가 오는 10월16~2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개최되는 ‘서울에어쇼 2007’ 에서 축하 비행하는 것을 끝으로 잠정 해체된다.

〈연합뉴스 8월17일자 보도〉

공군은 오는 2010년 말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을 주기종으로 새로운 특수비행팀을 창설할 예정이다. 앞으로 3년 동안 우리 특수비행팀의 곡예비행을 볼 수 없게 됐다.

고별비행을 앞둔 블랙이글스는 공군 내 어떤 조직이며 왜 해체되는가.

블랙이글스팀 구성은 베테랑 조종사 8명과 A-37 B항공기 8대로 구성돼 있다. 정비사도 각 항공기마다 2명씩 배정, 조종사와 정비사, 항공기가 삼위일체(三位一體)가 돼 곡예비행을 준비한다. 심장 박동까지 같이 뛰어야 하는 곡예비행 특성상 팀워크를 가장 중시한다. 때문에 블랙이글스의 구호도 ‘팀워크!’다.


블랙이글스 팀원들은 우리 공군에서 최고의 엘리트 조종사들이다. 대원들은 전투조종사 가운데 비행경력이 7~8년 이상인 편대장급 조종사중 비행훈련 성적이 상위 3분의 1 이내에 든 사람들로 선발된다. 총 비행시간도 800시간을 넘어야 한다. 팀장은 중등 및 고등 비행훈련 성적이 상위 5% 내에 들어야 한다. 새 팀원은 블랙이글스에서 2배수를 추천한 뒤 공군 작전사령부에서 최종 선발한다.

팀워크를 중시하기 때문에 새 팀원에 대해선 기존 대원들이 만장일치로 추천해야 하며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선발될 수 없다. 3년 안팎의 임기를 채운 뒤 일선 비행대대로 복귀한다. 블랙이글스 팀원들은 일반 전투조종사들보다 위험한 기동을 많이 하지만 특별수당 등 별도의 혜택은 없다. 조종사들은 “명예와 자부심으로 육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견딘다”고 말한다.


블랙이글스팀의 해체는 올해 초 불거진 공군 KF-16 엔진정비 불량문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 2월 추락한 공군 KF-16의 사고 원인이 엔진정비 불량으로 드러남에 따라 국방부와 공군, 감사원 등이 대대적인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추가사고 예방을 위해 노후 항공기들을 조기에 퇴역시키기로 결정했다.

블랙이글스팀이 사용하는 항공기 A-37B도 대상이 됐다. 도입된 지 30년이 넘은 낡은 항공기인데다 고난도(高難度) 기동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안전 문제를 감안해 해체키로 한 것이다.

A-37B는 애초 근접지원 항공기로 저공비행을 하면서 땅 위의 적을 공격하는 것이 주임무였다. 공군은 1975년 미국이 베트남 패망 때 태국으로 탈출하는 데 사용됐던 A-37B 23대를 도입,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의 근접 항공지원 작전과 공중통제 임무 용도로 사용해왔다. 1994년 이중 8대를 블랙이글스용으로 전환, 사용해오고 있다. ‘드래곤 플라이’(Dragon Fly)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각종 폭탄 등 2.5t의 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

블랙이글스의 곡예비행 연습은 6대의 A-37B 항공기로 이뤄진다. 블랙이글스가 연습하는 기동은 30가지인데 대부분 공중전에서 실제 사용될 수 있는 것들이다. 한차례 비행을 위해 5시간 이상의 비행준비 및 연구시간을 갖는다.

최대 중력의 9배(9G)에 달하는 급기동을 해 손목과 허벅지, 종아리의 실핏줄이 터지기도 한다. 시속 600㎞의 고속으로 비행하지만 비행기 사이 간격이 1,2m에 불과한 묘기를 보여줄 때도 있다.

팀은 보통 1년에 30여 차례의 비행을 한다. 봄·가을엔 1주일에 한번 꼴로 비행 일정이 잡혀 있어 조종사들이 한 달에 집에서 자는 날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지방에서 비행이 있을 경우 보통 나흘 전에 현지에 도착, 2·3차례 현지 지형지물 등을 익히기 위한 연습 비행을 한다. 항공기 외에 9t트럭 한대 분량의 정비, 지원 장비가 함께 움직이며 동행하는 정비사, 행정요원도 30여명에 이른다.

블랙이글스팀은 1994년 만들어졌다. 그러나 공군 곡예비행의 뿌리는 6·25전쟁 직후인 1953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53년 10월1일 국군의 날 행사 때 사천 비행장에서 F-51 무스탕 전투기 4대로 특수비행을 선보인 것이 첫 곡예비행이다.

본격적인 에어쇼팀의 성격을 갖춘 곡예비행은 1962년 10월 한강변에서 개최됐던 국군의 날 행사에서 F-86 ‘세이버’ 전투기 4대로 구성된 ‘쇼플라잉팀’에 의해 이뤄졌다. 그 뒤 한강 백사장에서 곡예비행이 매년 개최됐다.

1967년엔 당시 처음으로 도입된 F-5A 전투기로 지금과 이름이 같은 ‘블랙이글팀’을 창설, 78년까지 매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현란한 묘기를 선보여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F-5 전투기의 노후화에 따라 1979년부터 1993년까지 블랙이글팀의 활동은 중단됐다.

특수비행팀이나 곡예비행팀은 왜 만드는 것일까. 각종 행사에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의미 외에 자국(自國)의 항공기 성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효과도 노린다.

때문에 우리나라와 달리 자국산 항공기로 곡예비행팀을 구성한 나라가 많다. 미 공군의 ‘썬더버즈(Thunderbirds)’는 F-16 전투기를, 미 해군의 ‘블루앤젤스(Blue Angels)’는 FA-18 전투기를, 러시아의 ‘러시안 나이츠(Russian Knights)’는 SU-27 전투기를, 일본의 ‘블루 임펄스(Blue Impulse)’는 T-4 고등훈련기를, 대만의 ‘썬더 타이거(Thunder Tiger)’는 AT-3 훈련기를 각각 특수비행팀 항공기로 사용하고 있다.

출처는 유용원 기자님 31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