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갑과 포병사이

영상군 | 2007-08-11 13:45:05

조회 17288 | 추천 5 | 다운로드 0

글 작성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제공

크게 | 작게

프린트

요즘은 전차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전차라면 육중한 철의 거인들이 얼굴을 마주보고 난투전을 벌이는 헤비급 권투선수들의 싸움이어야 맛이 나지 않습니까?(물론 전차라는 물건은 기동전하라고 만든 물건이지만)
그런데 배트로닉스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일격필살(화기관제)에, 네트워크전에, 방어장치는 별의별 희한한 것들이 나오기 시작하고(능동방어장치), 심지어는 시계 밖 전투능력까지 가질꺼라고들 하죠.

여기서 제 개인적인 불만.
"탑재포를 저 멀리 쏴서 원거리 적을 격파하면, 그게 기갑이 할 일이야 포병이 할 일이야. 요즘은 포병도 PGM 잘 결합하면 그런 일은 할 수 있단 말야."
물론 말도 안 되는 불만이죠. 전차는 기동전을 위한 핵심무기체계로 그런 걸 달아준다는 건 상대보다 더 우위의 공격력을 확보하기 위함이지, 포병 밥그릇 뺏겠다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나 말도 안되는 걸 말이 되게 하는 것도 재미 있는 법.
이 황당한 이야기가 그럴싸하게 들릴 수 있는 예가 없지는 않습니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전차 비스무리한 것들을 한번 돌아보죠.

1. Panzer(전차)
말 그대로 그냥 전차입니다. 1호, 2호, 3호, 4호, 5호...전차들이죠.(이름 센스하고는...)
1~4호 전차는 다들 그냥 그렇게 부르지만 5호전차는 그 유명한 판터죠.
독일군은 기동전을 유달리 좋아했습니다.
1차대전 당시 전차를 내놓은 건 연합군(특히 영국군)이었지만, 전술적인 부분에 그쳤고, 전차를 대규모로 집중운용하여 작전수준/전략수준으로 확장했던 것은 독일군이었죠.
물론 연합군에서도 PLAN1919 같은 계획에서 전차의 대량운용과 "한방에 끝내버리는" 전략수준까지 구상은 했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전쟁은 1918년에 끝났죠.

2. schwere Panzer(중전차)
중전차입니다. 6호전차가 대표적이죠. 이 놈이 그 유명한 타이거 혹은 티이거 라 불리는 녀석입니다.
전차면 전차지 중전차는 또 왜 만들었을까요?
최강의 전차를 만들기위해?(그런 면도 없지는 않을 겁니다)
T-34가 나와서 입은 독일의 기술적 자존심을 회복하기위해?(뭐...그런 면도 있죠)
기동전 상황에서 돌파단계에서는 적의 저항이 꽤 센 편입니다. 전선이 형성된 상황에서는 병력밀도가 꽤 높습니다.
적들도 대전차포나 전차로 전차부대를 저지하려고 하죠.
중전차는 다른 전차나 보병의 선두에서 몸빵하면서 적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하는 전차입니다.
돌파구를 뻥~하고 시원스럽게 뚫어주기위한 전차죠.
88mm라는 대구경을 단 것도, 더 쎈 에너지를 얻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더 큰 탄두를 가져서 폭발력이 더 크죠. 이런 폭발력은 참호나 중화기진지를 제거하기 좋습니다.
소련군의 경우에도 JS-2의 122mm를 포기하지 못한 것이 강력한 탄두에 있었다고 하죠. 단순히 관통력이라면 그보다 소구경이면서 초속이 빠른 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독일군 중전차는 보통 1개군, 혹은 1개SS기갑군단에 1개대대가 들어갑니다.
예외적으로 GD사단은 사단에 1개중전차대대가 있었고, SS는 군단중전차대대가 나오기 전까지는 1개사단당 1개중대의 중전차중대가 있었습니다.

3. PanzerJaeger(대전차자주포)
장갑차량이라 하기엔 좀 거시기한 물건입니다. 가장 대표적인게 마더시리즈죠. 여기에 나스호른같은 경우에도 대전차자주포로 분류할 수 있을 겁니다. 이건 전차처럼 사용하는 물건은 아니고, 전차대용품이 될 수도
없는 물건입니다. "T-34와 같은 전차를 상대하기위한 간이전차" 란 생각보다는 "T-34같은 전차에 대항하기위해 생겨난 대전차부대용 물건" 이란 말이 더 적당하겠죠. 그래도 발달린 것(자주)과 끌려다니는 것(견인)에는 차이가 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매복전투시에 위치이동이 가능하니까 생존성도 좋고, 더 유리한 위치확보에도 좋죠.
보통 이런 대전차자주포는 사단장갑엽병대대에 1~2개 중대가 편성되었습니다.(그나마 대전차자주포 가진 장갑엽병대대는 전쟁기간 동안 그리 많지도 않았습니다)

4. SturmGeschütz(돌격포)
돌격포는 대충은 다들 아실 겁니다. 돌격포는 보병지원목적으로 탄생한 장갑차량입니다. 그리고 이 녀석이
있었기에 독일군내에서 기갑과 포병과의 보이지않는 밥그릇싸움이 생겨나죠.
돌격포는 보병을 근접지원하기위한 포병으로 나왔습니다.
적 토치카나 진지를 제거하는데는 방탄능력을 갖춘 포병을 근접시켜 직사하는 것이 여러모로 괜찮았죠.
이런 돌격포가 탄생하게 된데는 기존 환경도 한 몫했습니다. 보병포라는게 존재하던 시절이었죠. 전선에서 인력으로 끌고가서 사격하는 포도 있는데, 장갑장치단 포병이 이 일을 하면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돌격포는 그래서 포병이었고, 편제수량도 포병과 비슷했습니다. 1개포대(중대)가 6량이었죠.
그런데...세상만사 그렇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죠.
막상 쓰다보니 돌격포로 대기갑전을 하는 상황이 많이 벌어졌습니다.
비트만도 돌격포로 전차들을 때려잡아 유명해지기 시작했죠.(비트만의 인생역정:장갑차>돌격포>3호전차>티이거) 그러다보니 포도 장포신이 달리기 시작하였죠. "우리는 기갑 아니야 포병이란 말야" 하면서 105mm 포 탑재형도 나오긴 했지만, 흔히 돌격포하면 장포신형 돌격포를 더 많이 떠올리실 겁니다.
이제 돌격포의 험난한 인생이 펼쳐집니다.
돌격포는 얘기한대로 포병입니다.
보통은 군단에 독립돌격포대대를 두거나, 혹은 GD나 1SS, 2SS, 3SS, 12SS 같은 아주 잘 나가는 명문사단에
1개대대가 들어가는 부대였죠.
그런데...돌격포를 장비하기 시작한 다른 부대가 있었으니, PanzerJäger(전차엽병부대 혹은 대전차부대)입니다.
움...그렇다는군요. 뭐...그럴 수도 있겠죠. 그냥 봐주죠.
그런데...전차가 부족하다보니 돌격포를 장비한 전차부대들이 생겨났습니다.

딱 걸렸어!! 돌격포는 포병이라면서?? 왜 기갑이 돌격포 쓰는 거야, 앙? 칼같이 멋진 독일군이 그렇게 일처리가 띄엄띄엄해서 쓰겠어???

그래도 어쩝니까. 독일군 사정 뻔히 아는 걸. 전선부대들도 전차보충이 없어서 한번 투입되면 가졌던 거 마르고 닳도록쓰는 실정인데.
그래서 포병물건(돌격포)를 쓰는 전차부대(?)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것이 17SS사단이죠. 이 부대는 장갑척탄병사단으로 1개전차대대를 갖는 부대였습니다만, 이 전차대대가 돌격포로 메꿔집니다. 전차와 돌격포를 혼성으로 장비한 전차대대가 만들어지기도 하죠.(독일군이 워낙 방대해서 특별한 공식은 없습니다. 부대사정따라 다 다릅니다)
편성수량도 많이 달라집니다. 전에는 6대 1개포대였지만, 소대당 3~4대를 두는 전차부대편성에 가까워지죠.

5. Jagdpanzer(구축전차)
대전차전이 전문인 전차구축차량입니다. 이 물건은...일종의 PanzerJaeger(대전차자주포)+SturmGeschütz(돌격포)같은 물건입니다. 돌격포가 전차엽병대대에 건너갔다는 얘기는 위에 말씀드렸을 겁니다. 그런데 써보니 가히 쓸만한 겁니다. 그러니 아예 전차구축용 돌격포를 만들자...해서 나온게 구축전차죠.
페르디난트/엘레판트, 4호구축전차, 야크트 판터, 야크트 티이거 같은 물건이 구축전차에 속합니다.
이들 물건은 독립전차엽병대대에 주로 배치되어 활약하게 되죠. 또 전쟁말기엔 헤쳐같은 녀석이 나옵니다.
헤쳐는 사단전차엽병대에 주로 배치되게 되죠.

6. Strumpanzer(돌격전차)
아...짜증...전차면 전차고, 돌격포면 돌격포지(돌격포는 이제 알지롱~), 돌격전차는 또 뭐다냐??
이 녀석이 나오게 된 계기는 스탈린그라드 전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시가전용 전차로서 개발된 것이 돌격전차라는 것이 되죠. 대표적인게 브룸베어와 슈투름티이거입니다.
브룸베어는 쿠르스크(시가전용이라며??)전에서 독립전차엽병대대(돌격전차라며???)에 배치되어 활약하게 됩니다. 이후에 돌격전차대대가 나오면서 여기에 배치되어 싸우게 되죠.

지금까지 전차 비스무리 한 걸 언급하면서 3개 병과가 등장합니다.
전차/전차엽병/돌격포병......이죠.

돌격포를 쓰는 전차부대, 돌격포와 돌격전차를 쓰는 전차엽병부대, 돌격포를 대체하려했던 구축전차...
슬슬 헷갈려지지 않습니까?(그래서 독일군이 재밌는 거겠지만요)
자...그러면 자주포의 대전차PGM이 급격히 향상되면 전차부대의 일부를 자주포로 채워서 원거리 대전차전문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또 전차의 원거리 공격력이 향상되고 비선형전투가 가속화되면 포병이 전차 끌어다 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돌 날라오는군요....대피!!

페이스북 트위터

스크랩

이미지
실제 크기로 보시려면 클릭해 주세요
000_3.gif

이전 다음

목록

댓글 [19]

이전 1 다음

로그인 | 회원가입

등록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