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소령 김상규 | 합참 전략기획본부

어뢰란 무엇인가?

어뢰(Torpedo)1) 는 수상함정이나 잠수함 또는 항공기로부터 발사되어 자체추진장치로 수중을 항주(航走)하여 수중이나 수상의 함정을 파괴하거나 격침시키는 무기체계를 말한다. 어뢰는 크기에 따라 경어뢰와 중어뢰로 구분된다. 경어뢰는 중량 300kg, 직경 32.4cm, 길이 3m 이내의 어뢰로 잠수함 공격을 목표로 운용되며, 수상함의 대잠로켓에 장착하여 원거리에서 공격하거나 헬기 또는 수상함에 장착하여 근거리에서 직접 공격한다.

중어뢰는 중량 1~1.5톤, 직경 53.3~65cm, 길이 6~7m 정도의 어뢰로서 일반적으로 잠수함에 탑재하여 수상함과 잠수함을 공격하며 장거리를 기동하기 때문에 침로 변경이 쉽도록 주로 유선 유도방식을 채택한다.

어뢰와 음향기만기의 모순(矛盾) 이야기

일반적으로 미사일이 함정에 가장 위협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함포나 미사일로 인한 피격 시엔 부분적인 손상만 발생되는 것에 비해 어뢰는 전함이나 상선 등 대형 함선과 잠수함을 은밀하게 한 방으로 폭파 또는 침몰시키므로 훨씬 더 치명적이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이러한 치명성과 은밀성 때문에 저가의 어뢰로부터 첨단화된 고가의 잠수함과 수상함을 보호하기 위해 음향기만기를 개발함으로써 모순(矛盾)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어뢰의 운용개념은 탑재 플랫폼에서 표적정보를 획득하여 경어뢰 또는 중어뢰를 발사한 후 플랫폼에서 유선으로 중간유도를 하고 최종적으로는 어뢰의 소나2)에 의해 표적을 추적, 격침시킨다. 이에 대한 기만기의 운용개념은 어뢰가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에서 소음을 방사하여 음향어뢰를 교란 또는 기만하는 것으로, 예인형 기만기와 소모성 기만기로 나누며 소모성 기만기에는 위치가 고정된 부유식과 이동이 가능한 자항식이 있다.

어뢰의 전성시대와 기만기의 최초 반격

초기의 어뢰는 유도과정없이 표적의 이동 예상위치로 직진하는 직주어뢰를 사용하여 명중률은 낮았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은밀성과 1발로 침몰시키는 파괴력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이후 개발된 수동음향어뢰는 추진기(프로펠러)나 엔진 등에서 나오는 소리를 수신하여 추적함으로써 음향기만기가 등장할 때까지 어뢰의 전성시대를 이루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등장한 초기의 기만기는 함정의 함미에서 큰 소리를 내는 기계식 기만기를 끄는 예인형으로 소리가 더 큰 방향으로 유도되는 수동음향어뢰를 기만시켰다.

재래식 능동음향어뢰와 부유식 기만기의 2차전

수동음향어뢰가 무력화되자 음파를 보내어 표적의 선체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반향음(Echo)을 수신하는 능동음향어뢰를 개발하여 기계식 기만기의 소리와 표적의 반향음을 구분함으로써 기만기를 통과하게 되었다. 능동어뢰에 패배한 기만기는 이번에는 반향음과 유사한 소음을 어뢰의 이동 예상위치에 투하가 가능한 부유식으로 발전, 어뢰에 대응하였다.

음향어뢰와 음향기만기의 결승전

발전하는 기만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어뢰는 유선 중간유도와 어뢰 자체소나로 능동/수동의 최종유도가 가능한 다중유도어뢰를 개발하여 부유식 기만기의 음향커튼을 통과한 후 같은 위치를 재탐색하지 않는 기능을 갖게 된다. 또한 부유식 기만기의 정지상태 정보를 무시하고 이동표적을 추적하거나 목표가 빗나갔을 때 재공격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동이 가능한 자항식 기만기가 개발되어 이동하면서 소음을 방사하는 등 복합기만기법으로 음향어뢰를 기만하거나 최소한 함정이 회피할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음향어뢰와의 대결에서 최종 승리자가 되었다.

어뢰의 혁신! 항적추적어뢰

수중의 복잡한 음향환경과 기만기의 발전으로 인해 기존 어뢰의 탐지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어뢰가 요구됨에 따라 함정이 이동하면서 발생시키는 항적을 추적하는 어뢰가 개발되었다.

탐지 개념 : 항적추적어뢰는 함정이 항해 중에 발생시키는 미세 기포를 수백 kHz 대역의 고주파로 탐지하여 추적하는 개념의 어뢰이다.

장점 : 가장 큰 장점은 수상함과 잠수함의 음향을 탐지하는 기존의 어뢰가 첨단화된 음향기만기에 의해 무력화되는 반면에 항적추적어뢰는 음향기만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발 현황 : 현재까지 알려진 수상항적추적어뢰의 개발국가는 러시아, 독일, 프랑스/이탈리아(BlackShark), 스웨덴 등이며, 잠수함 기동에 의해 발생되는 난류유동 항적을 추적하는 수중항적추적어뢰의 개발 사례는 알려진 것이 없다. 러시아는 최대 운용심도 500m, 50노트 속도로 50km 항주가 가능한‘UGST’라는 항적어뢰 등 10여종을 개발하였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국제협력으로 최대 운용심도 800m, 50노트 속도로 50km 항주가 가능한‘BlackShark’라는 항적어뢰를 개발하였다.

전력상승효과 : 항적추적어뢰는 수신거리가 아주 짧은 수백 kHz대의 고주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거리에 있는 기만기에는 영향을 받지 않아 현존하는 기만기는 모두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항적추적어뢰는 뚜렷한 방어수단이 없는 비대칭 무기로서 기존의 음향센서와 복합으로 사용 시 항적추적어뢰의 표적이 되는 모든 유형의 함선이 속수무책으로 침몰될 수밖에 없는 공포의 무기가 될 것이다.

향후 전망 : 어뢰와 기만기의 모순(矛盾) 대결에서 패배한 음향어뢰가 패러다임의 변화로 재기하였듯이 항적추적어뢰가 전력화되면 새로운 개념의 대응수단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대두된 대응수단으로는 기만기를 통과한 어뢰를 어뢰로써 직접 파괴하는 Hard Kill 방식의 요격어뢰(ATT : Anti-Torpedo Torpedo)인 MU-90 IMPACT3), ATT4) 등이 개발 중에 있다. 지금까지는 비용과 기술적인 문제로 Soft kill 방식인 음향기만체계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미래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Hard Kill 방식의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이다.

한편, 이러한 항적추적어뢰와 요격어뢰는 기술이전 회피대상 무기체계로 우리 군도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출처 : 합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