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획득, 군수 장비, 물자 획득 체계 개선안에 대해서


1. 들어가며

저도 병 생활을 하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게 품질도 좋지 않은 속옷이 왜 사제보다 비싼가였

습니다. 그땐 군수나 경리 담당 고위직들이 다 부정을 저질러서 이렇게 비싼 값에 세금이 낭비된다

고 단순히 여겼지요.

그런데 정작 회사에 입사해서 (전 ERP 구축 등 PI에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구매, 창고 관리

담당자와 많이 맞부딪치게 되니 예전에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틀리더군요.

물론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경우,

구매와 창고 관리 담당자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재들을 얼마나 싸게 사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재

관리에 있어 필요한 물품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에 있었습니다. 될 수 있는 한 물량을 많이

확보해서 생산 현장에서 자재를 요구할때 적시에 제공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습니다.

창고 비용은 이 경우에 부차적이죠.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될 수 있

는 한 '구멍'이 나지 않는게 인사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른 경우,

자재의 퀄러티보다 원가 절감이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원가 절감을 위해 퀄러티는 포기해버리죠.

품질이 좋지 않아도 일단 들여놓습니다. 그 후의 문제는 다른 파트 사람들에게 떠넘깁니다. 특히 협력

업체들한테 왜 이따위로 물건 만드냐고 하면서 나 몰라라 합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군수 장비, 물자의 퀄러티와 원가는 담당자들이 배 채

우기 위해 장난질 치는 것을 때려잡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2. 군수 물자 보급의 마인드를 바꿔야 합니다.


1) 군수 물자 관리 품목의 종류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제가 군생활 했을 때, 두루마기 휴지가 부족해 참 고생했

던 기억이 납니다. 한 달에 2개 보급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항상 부족했지요. 원가 얼마 하지도

않을텐데 부족해서 PX에서 사다보면 돈이 모자릅니다.

두루마기 휴지뿐만이 아닙니다. 비누, 치약, 칫솔, 면도기, 기타 등등등. 정말 사소한 소비재까지 전부

군대에서 관리합니다. 예전 우리나라의 물자 생산 능력이 뒤떨어졌을 때는 필요 물량 확보 및 비축을

위해 필요한 관리 대상이었겠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전투복, 전투화, 전투모 같은 종류까지 국가 인증 제도를 도입해 더 이상 생산, 창고 관리, 품질 관리

, 유통, 배급, 이 모든 문제를 군수 파트가 처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군수는 실제 전투시 정말 필요한 물자들에 한하여, 무기, 탄약, 화생방 물자, 전투 식량 등등의 품목에

한정하여 집중 관리해야 합니다.


2) 그러기 위해서 60만 장병들을 보급의 대상이 아닌 소비의 주체로 인식해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정말 황금 시장입니다. 말이 60만이지 60만명 중 해마다 20만 명이 새로 입대하고 전역

한다고 생각하면 잠재적으로도 정말 가치가 무궁무진한 시장입니다.

문제는 현재 국방부는 이러한 소비자 집단을 단순한 보급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데 있습니다.

소비자는 자신이 쓸 물건에 대해 주체적으로 평가를 내리고 생산 업체들에게 더 나은 물건을 생산

하라 요구합니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좋지 못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업체들은 당연히 돈을 벌 수

없지요.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전투복, 굽이 쉽게 떨어져나가는 전투화, 이런 상품들은 퇴출 당해야

합니다.

향후 국방부는 징집병에게도 이러한 관리 비용을 절약해 남는 자원을 월급이나 수당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일선 장병들이 직접 물건을 구입하게 해야 합니다. 유통이나 구매 과정이 힘들

지는 않을 겁니다. 시대는 21세기이고 대한민국은 엄청난 인터넷망이 깔려 있습니다. 온라인 구매

와 배송이 아주 쉬운 세상입니다. 강원도 산간 지방이라도 돈만 된다면 업체들이 알아서 물건을

팔려 올겁니다. 저부터 전투복 생산 업체를 세울 겁니다. 60만 명에게 인정받은 전투복이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더 이상 장병들에게

'여러분들의 전투복은 부모님들의 소중한 세금으로 구매됩니다.'

라고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이제는

'여러분들의 전투복은 여러분들이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자입니다.'

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3) 국방부는 국민들에게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이러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초기 투자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선 국방부는 지금

보기에 전투력 증강과 관계 없는 요소들을 과감히 배제해야 합니다.

일선 장병들의 수당이 올라간다면 그 수당만큼 기회 비용을 계산하십시오.

작업을 시킬 때 중장비 한 대 투입하는데 들어가는 기름값만 아끼지 말고 장병들의 일당 5만원

도 비용으로 계산해서 과연 100명을 투입하는게 더 나은가 아니면 포크레인 한 대 투입하는게

더 나은가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본 툴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기준에 의해 지휘관이 병사들 작업 시키는 것보다 중장비 한 대 투입하는게 더 비용절감

된다고 결정내린다면 그걸 국방부에선 인정해줘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테니스병, 당번병 같은 요소들은 될 수 있는 한 없애야 합니다. 전투 가능한 병사

들이 무척 몸값이 비싸다는 것이 일단 공감대를 이루도록 모두가 인정한다면 소중한 전투력

을 소일거리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다른 전투 외적인 요소들은 과감히 팔아치우거나 외주를 주십시오. 그런 후에야 국방부는 국민

들에게 소중한 세금을 투입해달라 호소할 수 있습니다.


4) 끝내면서

쓰면서도 참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너무 지지부진한 군수 물자, 장비 보급 문제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풀 길 없어

이렇게 졸필로 긴 글을 썼습니다.

여러 고수 여러분들께서 질타해주시고 더 살을 붙인다면

훨씬 가능성 있고 멋진 혁신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한 번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